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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100대명산

100대 명산(008) 지리산 바래봉 그리고 둘레길

 

8-13. 지리 바래봉 산행기

(지리 주능선을 보며 지리 언저리를 걷다)

 

 

1. 개 요

   □ 구 간 : 바래봉과 지리 둘레길

       -제1소구간 : 운봉→바래봉→세동치→주철마을(12.5㎞)

       -제2소구간 : 주천→구룡계곡→육모정(13㎞)

 

2. 일 시 : 2011.6.11~6.12(1박2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 6/11  부산서부터미널(시외버스 08:10)→남원(시외버스)→운봉(시내버스)→남원

   ▷ 6/12  남원(시내버스 09:11)→주천/육모정(택시)→남원(시외버스18:00)→동서울

 

5. 산 행

   <첫째 날>

   지난 2월 지리의 눈길을 걸어본 후 4개월 만에 전혀 다른 초록길을 걷기 위해 지리를 찾는다. 다음 달에 지리산 이곳저곳을 일주일간 걸을 계획이므로 이번에는 지리의 언저리를 둘러보기로 한다.

   처음 바래봉을 오른 것은 지리 태극종주를 하던 한여름 이었고, 3년 전에 두 번째로 바래봉을 찾았을 때는 한겨울 이었다. 이때 날머리였던 축산기술연구소를 들머리로 하여 주천마을로 내려서기로 하고 운봉에서 라면과 과일을 준비하여 들머리에 오니 허브마을이 조성되어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3년 전에 큰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아마 이 허브단지를 만든 모양이다.

   지난달에는 철쭉 축제로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이 모여들었을 이곳이 오늘은 조용하기만 하다. 바래봉을 두 번 걸었지만 아직 산행 사진이 없는지라 초입부터 여기저기를 디카에 담으며 한가롭게 걷는다. 어차피 종주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아니고 중간에 내려서야 하므로 마음은 더욱 여유롭다.

   얼마를 걸었을까? 이제까지 오르던 단조로운 등산로를 벗어나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고 버너를 지핀다. 라면을 끓여 먹고도 한참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쉰다. 바래봉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바래봉 아래 샘터에서 냉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정상을 향한다. 산철쭉은 이미 꽃이 지고 그나마 몇 그루 남은 그들이 나를 반긴다. 정상에 서니 지리 주능선의 여러 봉우리들이 도열하여 나를 맞는다. 단 두 명의 등산객이 나와 함께 할 뿐 지리의 서부는 조용하기만 하다.

 

 

 

 

 

 

 

   다시 샘터로 내려와서 여유로움을 즐기며 오래전 지리산 태극종주 할 때의 추억을 더듬는다. 또 그때처럼 냉커피를 한통 만들어 배낭에 넣고 팔랑치를 향한다. 지금부터의 길은 오름길처럼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팔랑치 가는 길에는 때 늦은 고사리가 많이 눈에 띤다. 높은 지역이어서 아직도 피어나는가 보다. 철쭉철이 지나고 등산객들이 오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미삼아 몇 개를 꺾는다. 10년 가까이 산행을 하며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이다. 반가운 시그널을 발견한다. 내 산행기에 몇 번 등장한 비실이 부부의 것이다. 정말 산을 좋아하는 부러운 산님들이다.

 

 

 

 

 

 

 

   이제 슬슬 하산 지점을 생각한다. 지도상에는 부운치 전에서 내려가거나, 세동치에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세동치 약수가 생각나서 그곳까지 걷기로 한다.

 

 

 

 

 

 

   6시가 다 되어서야 세동치에 도착한다. 샘터로 내려가는 길을 먼저 찾는다. 그렇지만 수통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물을 뜨러 내려가지는 않고 잠시 담배를 하나 피우며 옛날을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운 8월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세걸산이 바로 코앞이지만 시간이 늦어서 아쉬움을 남긴 채 전북 학생교육원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이정목이 1.8㎞임을 가리킨다. 계단을 설치중인 길을 잠시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나고 하산 길은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도착한 교육원은 생각보다 매우 큰 시설물이다.

 

 

 

 

 

   6시간 30분의 널널한 산행을 종료한다. 바래봉 오름길을 벗어나 그늘진 곳에서의 점심, 샘터에서의 느긋한 휴식, 난생 처음 산행 중 고사리를 꺾어보며 즐기다보니 산행시간이 길어졌다. 교육원을 통과하여 입구에서 콜택시를 부르니 차가 없다면서 약 5분 거리의 수철마을에 버스가 있을 것이라 알려준다. 부지런히 걸어 내려왔지만 마지막 버스가 떠난 후이다. 다른 콜택시를 부르니 10여분 후에 도착한다. 운봉에는 숙박시설이 없어서 남원으로 가기로 한다.

 

 

 

 

 

 

   <둘째 날>

   오늘은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일부와 가보고 싶었던 구룡계곡을 걷기로 한다. 산행이라기보다는 여유로운 트래킹이 될 것 같다. 아침 식사를 하고 어제 알아놓은 시간에 맞추어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정류장에서 주천행 버스에 오른다. 주천은 지리산 둘레길의 시작점이다.

   1코스는 운봉까지 14.3㎞인데, 나는 노치마을까지 8.1㎞를 걸은 뒤 되돌아 나와서 구룡계곡으로 갈 것이다. 어제와 달리 지리산 둘레길은 초입부터 단체산행객들로 붐빈다. 마을을 지나고 큰 길을 건너 본격적인 둘레길이 시작된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오름이 계속된다. 오늘도 시간이 많으므로 한가롭게 쉬엄쉬엄 걷기로 한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이정목들이 모양도 다양하고 참 예쁘다.

 

 

 

 

 

 

 

   개미정지, 사무락 다무락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길을 지나 회덕마을 직전에 도착하니, 여기에서 둘레길과 구룡폭포 가는 길로 갈라진다. 둘레길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아스팔트 길 위쪽으로 향하고 구룡계곡으로 가는 이들은 아래쪽으로 걷는다.

   나는 백두대간 할 때의 추억을 되살려 노치샘을 다녀오기로 하고 위쪽으로 향한다. 잠시 후 회덕마을이 나타나고 둘레길 걷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파는 간이식당이 보인다.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며 잠시 쉬기로 한다. 주인어른이 오디를 주신다. 달고 맛있다. 카메라와 수통만 들고 노치샘으로 간다. 반가운 풍경과 낯익은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여원재로 가는 길목에 있는 노치마을이다. 마을 위 언덕의 소나무가 아름다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 회덕마을 입구 간이식당으로 되돌아와 잠시 쉰 후에 구룡폭포로 향한다. 나처럼 온전히 둘레길을 걷는 대신 구룡계곡을 걷는 이들도 많은 듯하다. 초입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구룡사에 들러 수통을 채운다. 혼자 오셨다는 어느 여성 등산객이 절에 있는 개가 무서워서 물을 뜨지 못한다며 같이 가 달라고 한다.

 

 

 

 

 


   수통을 채워 계곡으로 내려서니 구룡폭포가 나타난다. 흐르는 물의 거칠기나 수량이 장난이 아니다. 다리 아래로 내려설까 하다가 사진만 남기고 지나친다.

   지리산 주능선과는 많이 떨어진 계곡은 아직 덜 알려진 탓에 제 모습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산길과 계곡을 오가고 몇 개의다리를 지나서 자리를 잡는다. 물은 그다지 차갑지는 않다. 20여분 족탕을 즐기고 3㎞ 거리의 계곡을 빠져 나온다. 도중에 많은 沼를 지난다.

 

 

 

 

 

 

 

 

   육모정에 도착한다. 옆에 춘향묘가 있지만 표지석만 사진에 담는다. 버스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가게에 들러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기로 한다. 7시간이 소요된 지리산 둘레길 1구간 일부와 구룡계곡 트레킹은 생각보다 훨씬 멋졌다. 지리는 과연 크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한 이틀이었다. 그리고 느림의 미학을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

   출발시간이 훨씬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행 버스를 놓칠까봐서 택시를 불러 타고 남원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