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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100대명산

100대 명산(008) 지리산

 

8. 지리산 태극종주 산행기

(행복했던 나흘, 지리의 품안에서 멧돼지와 조우하다)

 

 

 

 

1. 개 요

   □ 구 간 : 수양산~밤머리재~천왕봉~노고단~덕두산(90.5㎞)

       -제1소구간 : 덕산교(12.9)→웅석봉(5.1)→밤머리재

       -제2소구간 : 밤머리재(8.4)→왕등재(13.5)→장터목

       -제3소구간 : 장터목(13.5)→연하천(14.5)→성삼재

       -제4소구간 : 성삼재(7.2)→정령치(15.4)→구인월

 

 

2. 일 시 : 2006.7.29~8.1(3박4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 7/29  서부터미널(시외 07:10)→진주(시외 09:05)→사리마을(09:55착)

   ▷ 8/01  구인월(택시)→인월(시외18:10)→서부터미널→기장

 

 

5. 숙 박

   ▷ 7/29  밤머리재 비박

   ▷ 7/30  장터목산장 비박

   ▷ 7/31  구례 모텔

 

 

6. 산 행

 

   <첫째 날>

 

   백두대간을 끝내고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던 지리산 태극종주 일정을 드디어 만들었다. 주말과 이틀간의 휴가를 이용해서 나흘간 걷기로 한다. 사상터미널에 도착하니 덕산행 직행버스가 5분전에 출발 하였다. 진작 알았더라면.....  할 수 없이 진주로 가서 덕산행 버스로 갈아타서 태극종주의 들머리인 사리마을에는 09:55에 도착한다. 퍼에서 몇 가지 준비물을 사가지고 선답자들의 블로그에서 익힌 들머리로 들어선다.

 

   -11:25 수양산(해발 503m) 도착

              태극종주 첫 봉우리이다. 삼각점에 놓아 둔 배낭에 달린 온도계가 34℃를 가리킨다. 그렇지만 걸어오는 동안 숲속의 온도는 25℃를 넘지 않았다.

 

   -14:30 작은 계곡 도착

              벌목봉을 지나고 더위를 이기지 못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물 때문에 점심도 늦춘 채 걸어 계곡에 도착한다. 계곡물이 달다. 라면을 끓여 햇반을 말아 먹고는 충분히 쉰다. 아직 5시간 이상을 더 걸어야 한다.

 

   -17:30 맷돼지와의 조우

              습지를 지나고 918봉을 지나니 능선길이 이어진다.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이 걸음걸이를 신나게 한다. 갑자기 왼편으로 후다닥거리는 인기척이 나더니 멧돼지가 반대 방향으로 튄다. 나도 가던 방향으로 달린다. 백두대간을 하면서도 만나지 않았던 멧돼지를 지리산 자락에서 만난 것이다. 동물은 인간을 무서워한다.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18:03 웅석봉(해발 1099m) 아래 헬기장 도착

              이제 태극종주 첫 1000m급 봉우리인 웅석봉까지는 300m를 남겨 둔다. 그리고 오늘 목적지인 밤머리재는 여기서부터 5㎞이다. 배낭과 스틱을 벗어두고 정상에 오른다. 조망이 뛰어나다. 다시 헬기장으로 내려서서는 수통을 들고 아래 쪽 청계우물로 간다. 뚜껑까지 갖춘 샘터이다. 수통을 채우고 땀을 씻는데 안경이 없다. 다시 웅석봉에 오른다. 정상석 위에 안경이 고이 놓여 있다. 웅석봉을 두 번 올랐다. 웅석봉에는 예쁜 정상석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여기서 비박을 할까하는 생각을 잠시 가져본다. 그렇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어 밤머리재로 향한다. 

 

   -19:12 왕재(해발 925m) 통과

              계획대로라면 이 시간에 밤머리재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한 시간 이상 지체되고 있다. 쉼터 주인장에게 늦는다고 전화를 한다. 그리고 랜턴을 준비해서 출발한다. 

 

   -20:30 밤머리재 도착

              30분 정도 랜턴을 켜고 첫날 산행을 마무리 한다. 밤머리재에 도착하니 주인 부부가 반겨준다. 등산객 너덧 분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나도 캔맥주를 먼저 한 잔 들이키고 그들의 대화에 끼어든다. 쉼터 주인장의 타이탄 트럭 적재함이 오늘의 잠자리이다. 매트리스를 깔고 두 겹 비닐을 이불삼아 누우니 특급호텔이다. 이내 깊은 잠에 빠진다.

 

 

   <둘째 날>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니 4시 반이다. 마음은 급한데 주인부부는 아직도 꿈나라인 듯 인기척이 없다. 한참을 기다려 아침 식사를 하고 매실즙과 비닐봉지에 밥을 챙겨 종주 이틀째를 시작한다.

 

   -06:05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출발

 

   -06:45 도토리봉 도착

              된비알을 40여분 오르니 헬기장인 도토리봉이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주능선이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09:05 휴 식

              동왕등재를 지나 완만한 능선과 산허리를 진행하니 처음으로 산죽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내 내 키보다 큰 산죽터널을 지나고,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등산로 여서인지 깨끗한 길을 걷는다. 어제는 거미줄이 얼굴을 훌쳐서 불편했는데 새벽에 나보다 먼저 이 길을 지나간 산객들이 있었는지 오늘은 편하다.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 30여분을 쉰다. 이 순간 나는 자유인이다.

 

   -10:30 왕등재 습지 도착

              산중에 습지가 있고 가로지르는 나무 데크가 잘 가꾸어져있다. 아마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것 같다. 빈 수통을 채우는데 지금까지 본 물과는 사뭇 다르다. 께름칙하여 아래쪽으로 내려가 유속이 빠른 곳에서 물을 떠 수통을 채운다.

 

   -11:47 새재 도착

              넓은 억새밭인 이곳은 비상시에 탈출하기 좋을 듯하다. 동네 분들을 만나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을 물으니 멀단다. 포기한다. 습지에서 받은 물이 여전히 찜찜하다.

 

   -12:37 점 심

              새재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인다. 많이 지쳤다. 휴식 겸 점심을 먹기로 한다. 결국 습지에서 받은 물을 끓여 마신다. 개미가 어찌나 모이던지 비닐봉지에 밥과 반찬을 넣고 흔들어서 이상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지금 나는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이다. 그러나 행복감을 느낀다.

 

   -14:15 쑥밭재 도착

              이제까지와는 산세가 확연이 다르다. 지리산 주봉이 가까워질수록 암봉이 많아진다. 신난다. 내가 좋아하는 산길이기 때문이다. 밧줄이 메어져 있는 수직 암릉도 지난다.

 

   -15:30 청이담 계곡 도착

              독바위를 통과한다. 어찌 바위가 저렇게 서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하다. 산죽 밭을 헤치고 맞은편에서 오는 부부 산객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계곡 물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이내 고개에 도착하고 왼편 계곡으로 내려선다. 몸에 걸친 것은 다 벗어 던진다. 계곡으로 뛰어 들어간다. 5초를 못 버티고 뛰쳐나온다. 차갑다. 말로만 듣던 알탕을 한다. 또 다시 자유인이 된다. 옷을 빨아 입고 수통을 채우고 담배 한대를 맛나게 피우고는 다시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도 목적지까지는 8㎞가 남았다.

 

   -18:00 하봉(1787m) 맞은편 무명봉 도착

              하봉을 통과하여 조망이 확 트이고 고사목이 멋진 무명봉에서 휴식을 취한다. 멋지다. 피로가싹 가신다.

 

   -19:03 중봉(1874m) 통과

              헬기장을 지나고 치밭목 산장 삼거리를 지나 중봉에 다다른다. 바로 맞은편에 있어야 할 천왕봉은 안개 속에 숨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중봉을 지나 치밭목 삼거리에 도착해서야 내가 걸어온 길이 입산 금지구역이란 걸 알게 하는 표지판을 발견한다.  

 

   -19:32 천왕봉(1915.4m) 도착

              드디어 지리산 최고봉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고 바람만이 지친 나를 반긴다. 세 번째 오르는 봉우리이다. 어제와 오늘 24시간을 걸어 도착한 것이다. 저녁을 맞는 정상과 주변의 풍광이 멋지다. 바람조차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성취감일 것이다. 

 

   -20:30 장터목 대피소 도착

             오늘의 목적지에 어제와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 등산객들로 붐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먼저 라면을 끓여 먹는다. 잠자리를 구하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매트리스를 깐다. 비닐을 덮는다. 별이 무척 많다. 그렇지만 흐린 탓에 반짝이지는 않는다. 새벽 1시에 추위와 이슬 때문에 눈이 떠진다. 별은 밝아졌다. 더 많아진 듯하다. 산장 안으로 들어가서 빈자리를 찾아 두 시간 더 눈을 붙인다. 따듯하여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셋째 날>

 

   이틀간의 산행은 매우 힘들었고 계획보다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그렇지만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움을 느끼고 보았다. 홀로의 자유로움을 만끽한 이틀이었다. 새벽 4시, 벌써 산장을 떠난 사람들도 많고 산행을 준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천왕봉 일출은 볼 수 없지만 행여나 하고 나도 서둘러 04:05에 지리산 주능선을 걷기위해 나선다.

 

   -05:24 촛대봉 도착

              일출을 보기위해 등산객들로 북적댄다. 짙은 구름 때문에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구름 위는 온통 붉다. 지리산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 5시 35분에 드디어 붉은 덩어리가 떠오른다. 숨이 막힌다. 지리산의 새벽 산봉우리는 섬이고 구름은 바다이다. 사방의 운해와 그 안에 숨은 작은 봉우리들이 보여주는 풍광은 바람의 작품일거란 생각이 든다.

 

   -06:00 세석 대피소 도착

              두 시간 만에 세석산장에 도착한다. 근처 헬기장에 배낭을 내려놓고 김치찌게를 만들어 아침식사를 한다. 오늘 지리 주능선 종주는 좀더 여유롭게 걷자고 혼자 다짐을 해 본다. 내일 태극종주의 피날레를 위해서이다. 07:40에 출발한다.

 

   -07:55 영신봉 통과

 

   -08:32 칠선봉 도착

 

   -09:23 선비샘 도착

 

   -10:22 벽소령 대피소 도착

              캔커피를 한잔 사 마시고 흡연구역을 찾아 담배를 한대 피운다. 나흘간의 종주 중 주능선을 걷는 것이 가장 지루할 것 같다.

 

   -12:27 연하천 산장 도착

              지리산 종주시 두 번이나 잠을 잔 곳이어서 낯설지 않다. 아침에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14:10 토끼봉 통과

 

   -14:58 화개재 도착

              많은 주능선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모두가 천왕봉으로 가는 산님들이다.

 

   -15:30 삼도봉 통과

 

   -16:30 임걸령 샘터 도착

              식수를 보충하고 찬물로 머리를 적시고 또 걸음을 재촉한다.

 

   -17:30 노고단 도착

              어제, 그제와는 달리 지루한 길을 달려왔다. 삼일동안 흠뻑 젖은 땀을 씻어내고픈 생각이 들어 오늘은 구례읍으로 내려가서 자고 내일 새벽에 다시 성삼재로 올라 올 생각을 한다. 그래서 노고단 대피소를 그냥 지나쳐 성삼재로 향한다. 

 

   -18:30 성삼재 도착

              구례 가는 마지막 버스는 이미 떠났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합승 택시를 타고 기사가 안내하는 모텔로 들어가서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땀내 나는 등산복을 처리하며 3일간의 찌들음을 말끔하게 씻어낸다. 저녁을 해먹고 마트에 들러 과일과 맥주 등 몇 가지를 준비한다. 첫날 트럭 적재함 잠자리, 어제 장터목 처마 밑 잠자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속세의 잠자리는 역시 편하다.


 

 

 

   <마지막 날>

 

   4시 20분에 출발하는 성삼재행 버스를 타기 위해 세시 반에 눈을 뜬다. 한 번도 깨지 않고 달콤하게 잘 잤다. 몸이 개운하다. 등산복도 전부 새것으로 갈아입고 숙소를 나선다. 터미널은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다.

 

   -04:20 성삼재행 버스 탑승

 

   -04:55 성삼재 도착

              두 대의 버스에서 내린 등산객들은 나를 제외하고 전부가 노고단을 향한다. 또 혼자가 된다. 날이 더 밝아지기를 기다린다. 

 

   -05:15 태극종주 서북능선 출발

              오늘 걸을 길 일부 역시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걸어본 길이므로 고리봉까지는 낯설지가 않을 것이다. 

 

   -06:10 작은 고리봉 도착

             고도를 높일수록 이슬이 바지와 신발을 젖게 한다. 그렇지만 맨 살에 닿는 이슬의 상쾌함은 더 할 나위 없이 상큼하다.

 

   -06:37 묘봉치 통과

               세 번째 헬기장을 지나 억새밭에서 갑자기 길이 끊긴다. 바로 앞에 길이 이어지는 것이 보이는데 그곳까지 길이 없다. 아니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잡목 숲을 헤치고 걸어간다. 팔이 긁혀서 엉망이다. 

 

   -07:27 만복대 도착

              만복대 1㎞ 직전 전망바위에서 휴식을 하고는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만복대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만복대1438m"라 적힌 사각 기둥과 이정표와 큰 돌탑이 있다. 정령치까지는 2㎞를 더 가야 한다. 안개는 주변을 모두 가두어 두었다.

 

   -08:13 정령치(해발1172m) 도착

               만복대에서 내려서는 길목에 멋진 전망바위가 있는데 아마 안개가 아니었다면 지리산 주능선과 사방의 봉우리들이 멋지게 조망될 것이다. 아쉽다. 정령치를 다 내려설 즈음부터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하니 3일전 밤머리재에서 만난 두 명의 종주꾼이 나를 반겨준다. 또 다른 한명의 젊은 대간꾼도 있다. 작년에 대간을 할 때는 이곳에 도착하니 휴게소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아침을 지어 먹었는데 오늘은 국수를 시켜 맛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젖은 신발을 말리며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각 아홉시에 출발한다.

 

   -09:20 고리봉(해발 1304.5m) 도착

              여기까지가 백두대간 길이다. 젊은 대간꾼과 헤어진다. 안개는 완전히 걷혔다.

 

   -09:50 이정표 통과

              세걸산이 1.2㎞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통과한다. 반대편에서 오는 종주꾼을 만난다.

 

   -11:15 첫 알바를 경험하다

              “고리봉 2.8㎞/바래봉 5.8㎞”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그런데 몇 십분 전에 지나쳐온 이정표가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반대쪽으로 걷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다시 되돌아 걷는다. 마지막 날 첫 알바를 경험한 것이다.

 

   -11:35 세걸산 도착

              이제 서야 깨닫는다. 세걸산 아래 전망바위에서 휴식 후에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간 것이다. 38분간의 알바였다. 세걸산에는 바래봉을 가리키는 초라한 이정표가 있을 뿐이다. 아마 정령치에서 같이 출발한 두 명의 산님은 나보다 1시간 정도 앞에 있을 듯하다. 인월에서의 4시 부산행 버스를 포기한다.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 진다. 산이 말하는 듯하다. 산을 걷는 것은 시간여행을 하는 것인데 시간에 구애를 받을게 무엇이냐고..... 그래, 나는 아직도 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11:45 세동치샘 도착

              7,8분을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샘터로 가는 길이다. 배낭을 벗어놓고 스틱을 갈 방향으로 눕혀놓는다. 알바를 하며 습득한 내 나름의 방법이다. 이전까지는 스틱을 세워 놓았는데 이제부터는 갈 방향을 가리켜 눕혀 놓기로 한 것이다. 길을 따라 2분정도 내려가니 그야말로 콸콸 쏟아지는 샘터가 나타난다. 물맛도 너무 좋다. 지리산 주능선상의 여러 샘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맛나다. 충분히 쉬고 열두시에 출발한다.

 

   -12:59 부운치 도착

              샘터에서 올라와 잠시 걸으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곧 세동치이다. 시간을 잊으니 주변이 더 잘 보인다. 다시 산이 말한다. 초조함과 시간은 잊으라고..... 이곳까지 오면서 인월에서 출발한 태극 종주팀 세 팀을 만난다. 4명의 친구 분들, 3명의 부자, 그리고 젊은이 한 명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마지막 만난 젊은 친구는 대뜸 뱀을 보았냐고 묻는다. 나보다 뱀을 더 무서워 하나보다. 부운치는 정령치와 해발이 거의 같다. 그러니 9시부터 지금까지 큰 고도의 변화 없이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13:06 무명봉 통과

              부운치에서 5분 정도 급경사 길을 오르니 조망이 확 트인 봉우리이다. 왼편으로 깨끗한 마을과 전답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오른편으로는 지리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인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가야 할 바래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그 중간 지점에 팔랑치도 얼핏 보인다.

팔랑치는 마치 초원지대 같다.

 

   -13:27 팔랑치 도착

              산철쭉 보호지역인 이곳은 나무계단으로 관찰로를 잘 만들어 놓았고 바래봉 까지0.5㎞임을 알리는 이정표와 뱀사골까지 3㎞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관찰로에는 지리산 주능선과 봉우리 이름을 그려 놓은 안내판도 있어서 내가 걸어온 길을 전부 확인할 수 있다.

 

   -14:05 바래봉 샘터 도착

              팔랑치에서 20여분을 걸으니 "운봉/바래봉" 삼거리가 나타나고 여기에서 바래봉을 바로 오를 수도 있으나 물을 구하기 위해 오른편 임도를 따라 5분을 걷는다. 잘 꾸며진 샘터가 나타난다. 앞서간 두 명의 종주꾼도 여기서 쉬고 있다. 그들이 먼저 미숫가루를 건네준다.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냉커피를 만들어 나누어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14:30 바래봉 도착

              "해발 1165m"라 적힌 정상석이 있다. 지리산 주능선이 전부 조망된다. 봉우리 전체에 잡목 하나 없고 잔디와 키 작은 산철쭉뿐이다. 독특한 봉우리이다. 

 

   -15:00 덕두봉(1149.9m) 도착

              드디어 지리산 태극종주의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한다. 별 특징이 있는 봉우리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봉우리에 도착했을 때 보다 더 감격스러움이 밀려온다.

 

   -16:18  인월 마을 도착

               덕두봉을 내려서니 곳곳에 마을로 내려가는 리본이 휘날린다. 갈림길 두 곳을 지나 왼편으로 내려서니 블로그에서 본 마을회관이 나타난다. 산행기에서 본 태극기는 휘날리지 않는다. 동네 노인들이 정자에서 쉬고 계시다. 택시를 불러 인월로 나와서는 부산행 마지막 버스를 예약하고 같이 걸은 그들과 시원한 호프를 앞에 놓고 서로를 격려한다. 땀을 흘려 무언가를 이룬 후에 마시는 맥주의 차가움은 모든 피로를 없애는 듯하다.

 

   나흘 동안 48시간 30분을 걸은 90.5㎞의 지리산 태극종주는 이렇게 마무리 된다.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도 더 지체되었고 힘도 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 산행이었다. 멧돼지와의 첫 조우, 청이당에서의 차가운 알탕과 장터목에서의 이슬 속 비박은 두고두고 오래 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리산 종주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화대종주를 또 하게 될 것이다. 지리산은 내게 매번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그리고 3년 전 설악에서 만난 어느 산님이 말했듯이 산은 일곱 번 정도는 올라야 그 산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읽은 지리산에 관한 시가 다시 생각난다.


 

 

7. 식 단

   ▷ 7/29  점심(라면/햇반), 저녁(매식)

   ▷ 7/30  아침(매식), 점심(도시락), 저녁(라면)

   ▷ 7/31  아침(김치찌게), 점심(도시락), 저녁(매식)

   ▷ 8/01  아침(국수), 점심(빵), 저녁(매식)

 

 

8. 물 구하기

   덕산민가, 계곡, 청계우물, 밤머리재, 왕등재습지, 청이당계곡, 장터목, 세석, 연하천, 임걸령, 정령치, 세동     치, 바래봉샘터

   

 

9. 준비물

    보조로프, 침낭/비닐, 랜턴2, 윈드자켓, 수통, 장갑,스틱, 우의(1회용), 버너/가스, 코펠, 장갑, 선글라스, 세면도구, 나침판, 여벌옷(양말3, 셔츠2, 팬티2, 반바지), 휴지, 쌀4인분, 햇반1, 라면2, 밑반찬/젓갈, 행동식(통조림, 과일, 초콜릿, 커피, 과자), 비상약(스프레이, 지혈재, 마데카솔, 밴드, 파우더), 지도/자료

 

 

10. 비 용 : 130,400원

   ▷ 교통비 : 53,100원

   ▷ 숙박비 : 35,000원

   ▷ 식품비 및 제비용 : 42,300원

 

 

11. 기타사항

   ▷ 사상터미널서 06:40 대원사행 버스가 덕산 하차 함

   ▷ 첫날 들머리는 사리마을 하차 후 덕산교와 SK주유소 사이 시멘트 임도길

   ▷ 밤머리재 쉼터(권 영진) 018-757-3112

   ▷ 부산서부터미널 051-508-9966,  진주시외버스터미널 055-741-6039

   ▷ 덕산 개인택시 055-972-6363, 011-551-0532

   ▷ 인월 개인택시 063-636-2163, 5088, 5512...2000원

   ▷ 인월→부산 16:00 버스 있음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8-1. 지리산 화대종주 산행기

(여름 같은 겨울날 지리산을 걷다)

 

 

 

 

 

1. 개 요

   □ 구 간 : 화엄사~천왕봉~대원사(46.2㎞)

       -접속구간   : 대원사→대원사매표소(2)

       -제1소구간 : 화엄사(11.5)→노루목(9.6)→벽소령

       -제2소구간 : 벽소령(11.4)→천왕봉(11.7)→대원사

 

 

2. 일 시 : 2006.12.24~12.25(1박2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 12/24  서부터미널(시외 07:00)→화엄사(10:20착)

   ▷ 12/25  대원사(시외19:05)→진주(시외 22:00)→부산역→기장

 

 

5. 숙 박

   ▷12/24  벽소령 산장

 

 

6. 산 행

 

   <첫째 날>

 

   화엄사행 버스는 곤양, 하동, 화계, 구례를 경유 하는데 하동에서는 20분 이상을 정차한다. 벽소령에 전화를 하니 예약 예비자가 풀리지는 않았지만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고 한다.

 

   -10:35 매표소 통과

 

   -10:48 화엄사 도착

            물을 준비하고 준비를 갖춰 11:00에 화대종주 출발!

 

   -11:35 참샘터 통과

            연기암 가는 도로를 지나 7,8분을 더 오르니 바위 밑에 샘터가 하나 있고 참샘터란 이정표가 있다. 등로에는 눈이 보이지 않고 계곡 건너 음지쪽에 간간이 잔설이 보인다.

 

   -12:00 국수동 도착

            화엄사에서 꾸준히 고도를 높여 올라온 이곳은 거리상으로 노고단까지 딱 절반인 곳으로 이정표는 노고단이 3.5㎞가 남았음을 가리킨다.

 

   -12:15 중재 통과

 

   -13:27 노고단 길 도착

            중재 이후로는 된비알 계단이 계속 이어지는데 간간이 눈도 보인다. 노고단 길에 도착하니 도로는 눈으로 덮여있으나 날씨가 따듯해서인지 녹고 있다.

 

   -13:45 노고단 대피소 도착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하고 14:40 출발 

 

   -14:50 노고단 도착

            항시 굳게 닫혀 있던 노고단 오르는 문이 다섯 번째 오르는 오늘 활짝 열려있다. 잘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노고단에 오르니 코앞에 반야봉이 그리고 그 뒤로는 천왕봉이 뚜렷하게 조망된다. 

 

   -14:57 돼지평전 도착

            긴 그림자를 앞세우고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채 걷는다.

 

   -16:08 임걸령 샘터 도착

            새로 구입한 여섯 발 아이젠을 착용한다. 생각보다 착용이 용이하고 착용감이 좋다.

 

   -16:40 노루목 통과

 

   -17:05 삼도봉 도착

 

   -17:20 화개재 도착

              반야봉 왼편 위로 보이던 해는 넘어간 듯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이제 연하천 까지는 10리길, 벽소령 까지는 20리길이다. 전망대에서 휴식 후 토끼봉을 향하는데 한 산님이 내려온다. 방금 내가 쉬었던 곳에서 비박을 한단다.

 

   -18:00 토끼봉 도착

              헤드랜턴을 꺼내 켠다. 어둠 속에서 불빛 두개가 보이더니 곧 두 산님이 도착한다. 뒤에 일행이 11명이나 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들이 지나쳐온 산장에 등산객이 별로 없어서 잠자리를 마련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 한다. 안심이 된다.

 

   -19:15 연하천 산장 도착

              산행 중 두 번이나 묵었던 곳이라 더 반가운 느낌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벽소령으로 가기로 한다. 취사장에는 사람이 많아 밖에서 버너를 피우니 바람 때문에 영 신통치가 않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햇반을 데워 된장국에 말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신다. 하늘엔 별이 초롱초롱하다.

 

   -22:00 벽소령 대피소 도착

              연하천 산장을 출발해서 30여분 걸었을 때 문득 하늘을 보니 별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잔뜩 흐렸나보다. 캄캄한 가운데 오직 랜턴에의지하여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한다.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니 매점 앞에 빈자리가 있다. 얼른 매트리스와 침낭을 펼치고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둘째 날>

 

   네 시에 부지런한 등산객들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다. 추워서 중간에 서너 번을 깨어 침낭을 추스르긴 했으나 단잠을 잤다. 나도 배낭을 꾸려 산장 아래쪽 샘터로 갔으나 물이 얼어서인지 나오지 않는다. 수통에는 물이 한 모금 정도만 남았는데..... 어제 밤 숨어버린 별들이 다시 총총히 빛나고 있다. 진정한 지리의 모습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춥지 않은 날씨이다. 아침 식사는 세석에서 먹기로 하고 사과를 한 알 먹고 04:15에 출발한다.

 

   -04:15 화대종주 둘째 날 천왕봉을 향해 출발

 

   -07:10 칠선봉 도착

              산장을 떠나 30여 분간은 평지이다. 낙석지대를 지나고 부터 오르내리락이 반복된다. 어둠속에서 두개의 초록빛이 빛난다. 무슨 짐승일까? 스틱을 내리치고 랜턴을 비추어도 물러서기는커녕 으르릉 댄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도망치듯 걷는다. 두 시간쯤 지나 칠선봉 직전에서 처음으로 마주 오는 등산객 세 명을 만난다. 덕평봉에는 텐트 한 동이 있고 그 주인은 아직 꿈나라인 듯하다. 날은 완전히 밝았는데 천왕봉 쪽은 짙은 먹구름이 껴 일출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07:50 영신봉 도착

 

   -08:08 세석 대피소 도착

              다행히 샘터가 얼지 않은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휴식을 갖는다. 이제 천왕봉까지는 5㎞가 남았다. 총총한 별 아래서 랜턴에 의지하여 눈밭을 걸으니 지난 주 있었던 일이 별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나의 욕심과 서운한 마음 그리고 초조함을 저 눈밭에 모두 묻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0:28 연화봉 도착

            세석을 넘어서부터 눈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사목, 진달래가 멋진 모습으로 나를 맞는다. 바람이 세차다.

 

   -10:42 장터목 도착

            어제 11시 화엄사를 출발하여 여기까지 30.8㎞를 걸어왔다. 그리고 화대종주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15.4㎞를 더 걸어야 한다. 산장은 조용하다. 제시간에 대원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점심을 만들어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초코파이 두 개와 캔커피를 미리 먹어둔다. 그리고 과일 통조림을 하나 배낭에 담는다.

 

   -12:03 천왕봉 도착

            따듯한 햇볕이 눈꽃을 녹이고 후드득 떨어트린다. 제석봉 모퉁이를 도니 늠름한 천왕봉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서너 발자국을 띠기 전에 이내 안개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춘다. 통천문을 지나 드디어 정상에 다다른다. 구름이 전부 걷히고 노고단, 반야봉이 깨끗하게 조망된다. 모든 구름은 내 발아래 있다. 네 번의 천왕봉 오름 중 이렇게 깨끗한 날은 역시 처음이다. 오늘 정상에 오름으로서 천왕봉을 사계절에 모두 올라서는 셈이 된다. 3년 전 가을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처음으로 올랐고, 작년 봄에는 백두대간의 첫발을 내디뎠으며 올 여름에 태극종주를 하며 저녁에 찬바람을 이곳에서 마주했고 오늘 다시 정상석을 마주하였다.

내가 산이 싫어지지 않는다면 몇 번이나 더 오를 것인지..... 

 

   -12:42 중봉 도착

             지난여름 태극종주를 할 때 하봉에서 중봉을 오르며 치밭목 가는 이정표를 본 기억이 떠올라 출입을 금한다는 구역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곳에서 치밭목까지는 3㎞인데 잘 알지 못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으니 심설 산행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이다.

 

   -13:05 치밭목 삼거리 도착

            역시 생각대로 눈이 깊다.

 

   -13:40 삼거리(천왕봉/새재/치밭목) 도착

             선답자의 발자국을 따라 무릎 아래까지 빠지며 걷는다. 겨울날 같지 않은 날씨에 양말이 젖는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걷는다.

 

   -14:05 치밭목 산장 도착

            입산금지 표지판을 보고 밧줄을 넘어서니 약수터이다. 이곳이 치밭목 취수장이란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수통을 반쯤 채우고 산장으로 올라서니 천왕봉에서 만난 두 젊은 산꾼이 간식을 먹고 있다. 나도 같은 자리에 합석하여 점심 대신에 이것저것을 먹는다. 그들이 커피를 한 잔 권한다. 산장지기가 만든 원두커피이다. 산중에서 이런 커피를 마셔보기는 처음이다. 나는 넛츠를 권한다. 대피소의 온도계는 영상 3.7℃를 가리킨다. 지리산의 겨울이 아니라 지리산의 봄인 셈이다. 산장지기가 동식물과 이상기온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17:05 유평리 도착

            산장에서 계곡으로 내려선 다음부터는 산허리를 따라 오르내림을 계속하며 하산길인지 오르는 길인지 모를 정도이더니, 1시간 반 쯤을 지나서는 잘 가꾸어진 나무계단, 돌계단을 따라 고도를 급격히 낮춘다.

도착한 유평리는 조용한 산골 마을 같은 느낌을 주더니 도로를 따라 내려서면서 부터는 전부가 음식점 겸 민박집이다.

 

   -17:18 대원사 도착

            실질적인 등산은 유평리에서 끝나는 것이다. 넓은 도로를 따라 내려서니 대원사이다. 산책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눈에 띤다.

 

   -17:47 대원사 매표소 도착

            계획보다 약간 늦게 도착하여 화대종주의 막을 내린다. 힘든 걸음 이었다. 그러나 지난주의 어려웠던 일들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화엄사와 대원사를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막차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매표소 건너편 음식점으로 들어가니 동네 분들이 술자리에 나를 합석시켜 준다. 닭도리탕을 안주로 서너 잔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식당 바깥주인은 국립공원 직원이란다. 첫 날 11시간, 오늘 10시간 47분간의 산행은 결코 쉽지 않았고 더욱이 총 6시간 정도는 야간 산행이었다. 그러나 금년도 마지막 산행이자 첫 겨울산행을 계획대로 무사히 마치게 되어 다행스럽다. 겨울 산행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침낭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7. 식 단

   ▷ 12/24 아침(매식), 점심(라면, 햇반), 저녁(된장국)

   ▷ 12/25 아침(햇반, 김), 점심(간식), 저녁(매식)

 

 

8. 물 구하기 : 화엄사, 노고단대피소, 임걸령, 연하천, 세석산장, 치밭목산장

 

 

9. 준비물

   보조로프, 매트리스, 침낭/비닐, 가스버너, 코펠, 헤드랜턴, 윈드자켓, 수통, 스틱, 장갑, 아이젠, 스패치, 방석, 선글라스, 여벌옷(양말2, 집티1), 햇반4, 라면2, 된장국1, 참치, 휴지, 반/김치, 행동식(과일, 초콜릿, 커피, 과자), 비상약 키트, 지도/자료

 

 

10. 비 용 : 62,900원

   ▷ 교통비 : 27,300원

   ▷ 식품비 및 제비용 : 35,600원

 

 

11. 기타사항

   ▷ 대원사발 진주행 17:30, 18:35

   ▷ 벽소령산장 예비자 예약 시 미리 전화 확인 필요

   ▷ 벽소령대피소 011-1767-1426

   ▷ 연하천대피소 063-625-1586

   ▷ 부산서부터미널 051-508-9966

   ▷ 진주시외터미널 055-741-6039

   ▷ 대원사정류장 055-972-9352

   ▷ 지금 여름 침낭으로는 겨울 산행, 비박 어려움


 

 

 

 

 

8-2. 지리산 심설 산행기

(일몰과 일출을 보다)

 

 

 

 

 

 

1. 개 요

   □ 구 간 : 대원사~천왕봉~쌍계사(35.2㎞)

        -접속구간  : 대원사매표소→대원사(1.9㎞)

        -제1소구간 : 대원사(11.7)→천왕봉(5.1)→영신봉

        -제2소구간 : 세석산장(7.5)→삼신봉(9)→쌍계사

 

 

2. 일 시 : 2008. 1. 5~1. 6(1박2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 1/5  부산서부터미널(시외버스 06:40)→대원사(09:30착)

    ▷ 1/6  쌍계사(시내버스16:10)→하동(시외버스17:30)→부산서부터미널

 

 

5. 숙 박

   ▷ 1/5  세석대피소

 

 

6. 산 행

 

   <첫째 날>

 

   여섯 번째로 지리를 찾는다. 지난 2,3일간 폭설로 1월 2일에야 입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여섯 번째 산행 중 지리의 겨울은 세 번째이다. 처음으로 들머리를 대원사로 정했다. 작년 겨울 화대종주 시 날머리였던 곳이다. 그리고 버스정류장 근처 식당에서 동네 분들과의 화기애애한 술자리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평마을까지 걸어오는 중에 지난번에는 지나쳤던 대원사를 둘러본다. 비구니 스님들이 계신 사찰답게 잘 가꾸어져있다. 절 앞 샘터에서 수통을 채운 후에 출발하여 50여분을 걸어 오늘 산행의 실질적 들머리인 유평마을에 도착한다. 직진하면 새재로 가는 길이고 왼편이 치밭목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고 보니 지리 태극종주를 할 때 이정목에서 봤던 새재가 생각난다. 이렇듯 지리는 여러 곳으로 통하나보다. 큰 산에는 길도 많다. 그 많은 길을 다 걸어 보려면 아마 지리를 수십 회 어쩌면 그 이상을 올라야 할 것이다.

 

 

 

 

 

 

 

 

 

   -10:46 천왕봉으로 출발

             나 말고 세 명의 등산객이 들머리를 통과한다. 초입부터 눈이 많이 쌓여있다.

 

 

 

 

 

 

   -13:42 치밭목 산장 도착

            벌써 내려오는 등산객이 적지 않다. 무재치기폭포로 가는 갈림길에서 얼어있을 폭포를 보고 갈지를 두고 잠시 망설인다. 단체 산행객들이 그 곳으로 향한다. 나는 지나친다. 산장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으로 백구가 마중을 나온다. 아마 산장주인이 키우는 개인가 보다. 작년에 처음 봤던 산장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많이 분다.

   샘터로 가서 수통을 채우고 라면을 끓이는데 내 뒤를 따르던 등산객 세 명과 하산하는 산꾼들이 속속 도착한다. 라면과 햇반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데 백구가 주변을 맴돈다. 라면 부스러기를 던져주니 좋아한다. 식사를 마치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약간의 물만 남은 수통이 께름칙하지만 약수터에 다시 가기 싫어서 출발한다.

   지난번에는 중봉에서 통행 금지구간인 하봉 쪽으로 해서 약수터로 내려섰으니 지금부터 써리봉을 거쳐 중봉까지는 처음 걷는 길이 될 것이다. 아직 아이젠은 착용하지 않았다. 나중에 도착한 반바지 차림의 산님에게 물으니 중봉과 천왕봉 사이에만 눈꽃이 있을 뿐 대부분 녹았단다. 왠지 실망스럽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 전 남덕유에서 본 눈꽃과 상고대, 얼어붙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부딪혀 내는 풍경소리가 떠오른다.

 

 

 

 

 

 

▲산장 앞 산꾸러기

 

 

▲▲치밭목 산장 백구와 산장 전경

 

   -15:42 써리봉(해발1602m) 도착

            올라오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구간이 많아 아이젠을 착용하였다. 한 시간을 채 못 걸어 중봉과 천왕봉이 조망되는 써리봉에 도착한다. 지난번 화대종주를 할 때는 써리봉으로 내려서지 않고 하봉 방향에서 치밭목으로 내려섰기 때문에 처음으로 밟아보는 봉우리이다. 중봉과 천왕봉이 잘 조망되지만 이정목이 없다면 모를 정도로 별 특징이 없는 봉우리이다. 이제 천왕봉까지는 2.2㎞를 남겨 두었다. 아직 눈꽃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써리봉에서 조망되는 중봉과 천왕봉(왼쪽 봉우리)

 

 

▲써리봉

 

 

▲멋진 주목

 

 

▲천왕봉

 

   -16:39 중봉(해발1874m) 도착

             중봉으로 올라서는 길에는 눈꽃이 드문드문 보인다. 구상나무와 고사목을 덮은 눈꽃이 위안이 된다. 그리고 탁 트인 조망과 붉어지기 시작한 서녘이 멋지다.

 

 

▲하봉 출입통제 구역과 중봉 이정목▲

 

 

▲대 비

 

   -17:12 천왕봉(해발1915m) 도착

             지리산 최고봉에 도착한다. 바람이 많지 않다. 산장에서 만난 등산객 말처럼 중봉에서 천왕봉 사이에는 눈꽃이 제법 있어서 걸음을 신나게 했다. 일몰 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 10여명과 중산리에서 올라오고 내려가는 분들이 보인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천왕봉에서의 일몰을 포기하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중봉과 하봉

 

 

▲붉어진 산꾸러기

 

 

   ▲▲붉어진 나무

 

 

▲고사목 그리고 산, 산, 산

 

▼▼▼지리산 일몰▼▼▼

 

 

   -18:08 장터목산장 도착

             황홀하기조차 한 지리의 일몰을 감상하고 헤드랜턴을 준비해서 걷는다. 쓸쓸하게 보이는 제석봉을 지나면서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산장 앞은 많은 등산객들로 북적댄다. 일부는 밖에서 비박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3㎞ 이상을 더 걸어 세석산장까지 가야 한다. 캔커피를 하나 사마시고 랜턴을 머리에 두르고 이내 세석을 향한다.

 

   -19:25 세석산장 도착

             초저녁부터 별이 무척 많다. 그리고 밝다. 그 별빛과 드문드문 보이는 이정목을 친구삼아 연하봉을 지나고 촛대봉을 내려서서 드디어 오늘 목적지에 도착한다. 관리사무소로 가서 예약을 확인하는데 관리인이 야간산행은 불법이라며 한마디 하신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방을 배정받는다. 인원이 다 차지 않았는지 내 자리 주변은 텅 비었다. 운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매트리스와 침낭을 깔아놓고 저녁 준비를 하려고 취사장으로 가니 만원이다. 할 수 없이 테라스에 자리 잡는다. 세 분이 버너를 펴서 불을 쬐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그 옆에 자리 잡는다. 아래쪽 샘터에서 물을 떠다가 햇반과 자장을 덥히는데 그 분들이 술을 권한다. 내가 가지고 간 막걸리와 그들이 가지고 온 소주를 나누어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별은 더 많아졌다.

 

 

▲▲장터목산장과 연하봉 이정목

 


    <둘째 날>

    널찍한 자리에서 편하게 단잠을 자고 5시에 기상을 한다. 이미 많은 산꾼들이 빠져나갔는지 텅 빈 자리가 많다. 밖으로 나오니 새벽별은 더욱 반짝인다. 아침을 해 먹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 만난 등산객이 인사를 한다. 같이 쌍계사로 하산하기로 한다. 나는 촛대봉에서의 일출을 포기한다. 배낭을 다시 꾸려 7시 10분에 산장을 나선다. 쌍계사로 내려가는 길은 샘터 쪽에 있다. 수통을 채우고 드문드문 발자국이 난 눈길을 걷는다. 참으로 포근한 날이다. 먼 산은 운해에 쌓여 섬을 이루고 있다.

 

   -07:33 음양수 샘터 도착

             나와 같이 걷는 산객은 지리산만 다닌단다. 진주에서 킥복싱 도장을 운영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체격이 좋다. 지도에서 본 음양수에 샘터에 도착하니 물은 졸졸 나오는데 이끼가 잔뜩 껴서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일출이 시작된다. 촛대봉 일출을 포기했는데 결국 이곳에서 지리 일출을 보게 된다. 어제는 정상을 내려서면서 일몰을 보았으니 이번 지리산 산행은 여러 가지로 운이 따르는 듯하다. 어제 일몰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붉은 기운이 솟아오른다. 마치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것 같다. 높은 바위에 올라가서 5분여 동안 셔터를 눌러댄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눈이 부셔온다. 천왕봉이나 촛대봉에서 보는 저 장면은 또 느낌이 다르리라. 어제 장터목에서 잔 등산객들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에서의 일출에 넋을 놓고 있을 것이다.

   항시 산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법이 없다. 계절의 변화는 물론이고 시간시간 다르게 다가오고 산을 걷는 이들의 마음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이것이 또한 산의 매력이다.

 

 

                                          ▲지리의 운해

 

 

▲음양수와 이정목▲

 

▼▼▼▼지리의 일출▼▼▼▼

 

 

   -10:22 삼신봉(해발1284m)도착

             어제와 오늘 연거푸 일몰과 일출을 보니 그 둘을 구분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를 두고 배경 색이 완전하게 다르다. 일몰이 더 멋진 것 같기도 하다. 지리 남부능선은 주능선에 비해 적설량이 확실히 적다. 삼신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지리산 주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천왕봉, 촛대봉, 반야봉, 노고단 등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주능선에서의 조망보다 훨씬 멋지다. 삼신봉 오르기 직전에 무명 산악인의 추모비가 있다. “산이 좋아 산을 찾아/산이 좋아 산에 올라/산이 좋아 산에 누워/삼라만상 벗을 삼내” 라는 문구가 시선을 끈다. 죽어서 저 분이 좋아했을 지리에 누워있으니 행복하리라.

 

▲삼신봉 정상석

 

 

▲천왕봉(오른쪽)과 촛대봉(중앙 왼편)을 잇는 지리 주능선

 

 

▲반야봉(가운데)과 노고단(중안 왼편) 

 

 

▲내삼신봉 가는 길

 

 

▲산꾸러기와 좌촛대 우천왕

 

   세석을 출발한지 3시간 10분 만에 삼신봉에 도착한다. 어느 단체 산객들이 시산제를 마치고 정리중이다. 과일과 떡을 얻어먹고 점심용으로 떡 한 덩어리를 배낭에 넣는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천왕봉과 촛대봉 그리고 주능선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지리와 삼신봉에서 보는 지리의 모습은 완연하게 다른 것 같다. 천왕봉에서 왼편 끝 노고단까지 한 컷에 담으면 좋으련만 내 카메라에는 도저히 넣을 수 없다. 

  

 

▲청학동 갈림길 이정목과 내삼신봉 정상석▲

 

   -11:02 내삼신봉(삼신산정, 해발1354.7m) 도착

            등산로나 주변의 눈이 점점 줄어든다. 삼신봉보다 고도가 높은 내삼신봉에 도착한다. 오는 도중에 청학동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 그래서 인지 그 곳에서 오르는 산객들이 많이 보인다. 삼신봉에서 본 것과 똑같은 정상석이 서 있다. 동행하는 산님이 틈틈이 사진을 찍어준다. 이번 홀로 산행에는 내 인물 사진이 많을 것 같다.

 

 

▲▲▲내삼신봉의 산꾸러기

 

   -11:45 쇠통바위 도착

            쌍계사까지 6.5㎞가 남았다는 이정목을 지나 커다란 암봉인 쇠통바위에 도착한다. 쇠통이란 옛 자물통이라고 동행인이 알려준다. 암봉 앞에서 아이젠을 벗고 배낭을 내려놓은 다음에 커다란 석문을 지나 바위에 오른다. 여기서 지리산 주능선이 마지막으로 조망된다고 한다. 내 눈에, 머리에 그리고 디카에 그 모습을 담는다.

 

 

▲▲쇠통바위와 지리 주능선

 

   -12:40 상불재 통과

            라면 끓일 물이 없어서 삼신봉에서 얻은 떡과 동행한 산님이 준 바나나를 점심삼아 먹고 삼성궁과 불일폭포 갈림길인 상불재에 도착한다. 이정목만이 덩그러니 있고 어느 등산객이 거기에 상불재라 글을 파 놓았다. 날머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13:48 불일폭포 갈림길 통과

            상불재 부터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된다. 이곳까지는 폭포를 보기 위해 등산객이 아닌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불일폭포는 등산로에서 300여 미터 벗어나 있는데 길이 잘 가꾸어져 있다. 얼어붙은 폭포는 장관이다.

 

 

▲▲산행 나들목 목책과 불일폭포 이정목

 

 

▲불일폭포(1) 

 

 

          ▲▲불일폭포(2)

 

 

 ▲주변 고드름

 

   불일폭포 바로 위쪽에는 최근에 건축한 불일암 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다. 폭포를 보고 올라오는 길에 둘러서 약수를 한 잔 마시고 다시 이정목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쌍계사로 향한다. 잠시 내려서니 키가 큰 침염수와 옛 집터가 나타난다. 같이 걸어온 산님이 좋아하는 장소란다.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14:51 쌍계사 도착

            폭포에서 내려서니 개인이 운영하는 쉼터가 있다. 약수도 있고 마실 것 몇 가지를 보기 드물게 무인판매하고 있다. 등산객 서너 명이 보인다. 잠시 머문 후에 그곳에서 30여분을 걸어 내려와 어마어마하게 큰 사찰인 쌍계사에 도착한다. 절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절 앞에서 우리보다 한 시간 늦게 출발했다는 홀로 산객을 만난다. 부산에서 오셨다는 여자 분인데 행색이나 말투가 보통 산꾼이 아닌 듯하다. 그 분은 우리가 폭포를 구경하는 사이에 앞선 모양이다.

   쌍계사 약수를 찾아 물 한 바가지를 단숨에 넘긴다. 불일암 약수보다는 맛이 못하다. 경내를 대충 돌아 보고 셋이서 하산주를 한 잔 하기로 하고 버스 정류장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동동주와 파전을 시켜놓고 산행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여자 분은 대단한 지리 열광팬이다. 지리 곳곳을 안 찾아다닌 곳이 없을 정도로 산길을 걸었단다. 그리고 공교롭게 나와 동갑이다.

   하동행 버스 시간을 미리 알아 놓은지라 마음 놓고 동동주와 산나물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꿀맛이다. 나물이 하도 맛있어서 몇 번을 청하는데도 주인은 미소를 잃지 않고 내준다. 두부 맛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그 나물이 대신한다. 동행한 산님과도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다. 그 분은 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으나 지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대단하다. 역시 산사람들끼리의 대화는 즐겁다.

 

 

▲쉼 터

 

▼▼▼쌍계사 둘러보기

 

 

   여섯 번째 지리산 종주를 마무리 한다. 진주행 버스에 올라 두 사람은 하동에서 내리고 진주가 집인 산님은 붕어빵 한 봉지를 사주고 떠나간다. 폭설로 인해 입산이 금지 되었다가 삼일 전에 해제되어 이번 산행에 많은 상고대를 기대했지만 날이 따듯해서인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지리 남부능선을 걸으며 지리 주능선의 조망과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산 이야기, 운 좋게 시산제를 지내는 팀을 만나서 떡을 얻어 점심 대신으로 해결하고 얼어붙은 겨울 폭포를 구경하는 등 즐거운 산행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리에서 일몰과 일출을 전부 감상 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산행에서는 처음으로 BP20 깔창과 바라크라바를 사용했는데 둘 다 성능이 좋았다. 앞으로 산행에 빠지지 않는 동반자가 될 것 같다.

 

 

7. 물구하기 : 대원사, 치밭목, 세석산장, 불일암, 쌍계사

 

8. 식 단

   ▷1/5  점심(햇반/라면), 저녁(자장밥)

   ▷1/6  아침(햇반/된장국), 점심(찰떡),저녁(매식)

 

9. 준비물

   매트리스, 침낭, 윈드자켓, 헤드랜턴, 아이젠, 휘발유버너, 코펠, 수통, 디지털카메라, 선글라스, 벌옷(양말, 집티,

   하의), 스틱, 방석, 장갑, 휴지, 바라크라바, 햇반3/라면1, 자장1, 김치/밑반찬, 막걸리, 행동식(과일, 초콜릿, 견과),

   비상약키트, 지도/자료

 

10. 비 용 : 77,600원

   ▷교통비 : 44,200원

   ▷숙박비 :  7,000원

   ▷식품비 및 제비용 : 26,400원

 

11. 기타사항

   ▷세석산장 055-972-7772(016-346-1601)

   ▷부산서부터미널 051-508-9966

   ▷하동시외터미널 055-883-2662,3

   ▷대원사정류장 055-972-9352

   ▷쌍계사정류장 055-883-7019


 

 

 

 


8-3. 지리산 반야봉/바래봉 산행기

(사진은 찍었으나 사진이 없는 산행기)




1. 개 요

   □구 간 : 반야봉~노고단~바래봉(41㎞)

       -제1소구간 : 직전마을(8.9)→반야봉(6.1)→노고단

       -제2소구간 : 노고단(9.4)→만복대(11.6)→바래봉(5)→운봉

 

2. 일 시 : 2008.2.23~2.24(1박2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2/23  부산서부터미널(시외버스 08:00)→구례(군내버스11:40)→직전마을

   ▷2/24  운봉(시외버스16:40)→남원(시외버스18:30)→부산서부터미널

 

5. 숙 박

   ▷2/23 노고단 대피소

 

6. 산 행

   <첫째 날>

   올 겨울 들어 두 번째 산행을 지리산으로 가기로 했다. 3월부터 산불예방기간으로 입산이 금지되므로 지리의 변방을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 올라가보는 피아골을 들머리로 하여 백두대간 시 딱 한번 올라가봤던 주능선 밖의 반야봉을 오르고, 재작년에 태극종주 때 걸었던 서부능선을 따라 바래봉까지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구례를 경유하여 연곡사를 지나 직전마을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연곡사는 그 앞을 지나칠 뿐인데 버스 안에서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2천원을 징수한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두 등산객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지불했을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걸으니 피아골 들머리가 나타난다. (이 산행기는 카메라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면서 파일이 전부 지워지는 바람에 메모와 기억을 바탕으로 대략 적는다.)

 

   -12:20 반야봉으로 출발

             같은 버스를 탔던 두 여성 산객은 점심을 먹고 출발 하려는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을 분을 따라 가고 혼자 피아골로 들어선다.

 

   -13:42 피아골대피소 도착

             왼쪽으로 피아골 계곡을 두고 잘 가꾸어진 길을 따라 표고막터에 도착하니 고로쇠를 채취하느라 파란 통이 여럿 보인다. 왼쪽 다리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눈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계곡에 놓인 다리를 몇 개 지나고 구개포 계곡을 지나 대피소 직전의 다리를 한 번 더 건너서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한다. 작은 돌탑이 예쁘다. 계곡에서 물을 떠와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모녀 산님이 올라온다. 올해 대학생이 되었다는 딸에게 라면을 덜어주니 맛있게 먹고 인사를 한다. 그들이 먼저 내려가고 나는 능선 오르는 길을 못 찾아 잠시 헤매다가 식사한 자리 반대쪽에 있는 입구로 들어선다.

 

   -15:49 임걸령 도착

             주능선인 피아골 삼거리에 도착할 때 까지는 눈이 별로 없더니 능선에 다다르니 눈이 많이 보이고 제법 미끄럽다. 올라오는 도중 산행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붙은 길이 하나 보였는데 아마 그곳이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인 것 같다. 임걸령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샘터 물맛을 보기로 하고 지나친다.

 

   -16:14 노루목 도착

             이제 많은 산객들이 눈에 띤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 이들과 역주행을 하는 단체 산행객들을 마주친다. 노루목 도착하니 한 등산객이 쉬고 있다. 나보고 언제 반야에 올랐다가 노고단까지 가냐고 걱정을 해 주신다.

 

   -16:45 반야봉(해발 1733.5m) 도착

             오르는 길은 구간 구간이 얼어있기도 하고 많이 미끄러우나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채 걷는다. 거의 다 올라설 즈음 철계단 직전에 배낭을 벗어두고 카메라만 들고 정상에 선다. 별로 어울리지 않는 정상석이 보인다. 그러나 한 눈에 들어오는 지리 천왕봉과 주능선 그리고 붉은 기운이 감도는 노고단의 조망은 일품이다. 이 시간에 반야봉으로 오르는 등산객은 없는지 여전히 혼자이다. 반야봉은 지리 주능선에서 살짝 비켜선 탓으로 등산객들에게 환영받는 봉우리는 아니다. 나 역시 지리산 종주 중에 이곳을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17:37 임걸령 도착

             정상에서 철계단으로 내려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시 노루목을 거쳐 임걸령으로 되돌아온다. 얼지 않은 샘물은 파이프를 통해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한 모금 마시고 어두워지기 전에 대피소에 도착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18:31 노고단(해발1507m) 도착

             익숙한 길을 걸어 노고단으로 향한다. 그 뒤편은 이미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지난 12월에 찬왕봉에서 본 일몰이 생각난다. 노고단에 도착하니 어둠이 이미 깔렸다.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하는 순간이다.

 

   -18:45 노고단대피소 도착

             계단을 따라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취사장으로 향한다. 취사장 안은 수많은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오래전 아들과 지리산 산행 시 여기에서 잔 적이 있는데 그때의 한산함은 사라지고 고기를 굽는 냄새와 연기만 진동한다.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지어 먹는다. 살얼음이 살짝 진 막걸리를 옆 분에게 한 잔 권하니 좋아 하신다. 나도 어느 단체 등산객에게 소주 한 잔과 삼겹살 한 점을 얻어먹는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둘째 날>

   널찍하게 자리 잡고 푹 자서 그런지 4시 반경 눈을 뜨니 상쾌한 기분이 든다. 주능선 상에 있는 대피소와는 달리 이곳에서 주무시는 분들은 다들 느긋한지 아무도 기상한 등산객이 없다. 취사장으로 가서 아침 준비를 하는데 성삼재에서 출발한 등산객들이 속속 도착한다. 식사를 마치고 배낭을 다시 꾸려 6시 10분에 산장을 나선다.

 

   -06:51 만복대로 출발

             헤드랜턴을 켜고 성삼재로 내려서서는 이내 낯설지 않은 고리봉 가는 철문으로 들어선다. 엄청 춥다. 아이젠을 하지 않은 채 바래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08:49 만복대 도착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백두대간 길을 걷는다. 작은 고리봉을 지나 아이젠을 착용하고 또 조금 더 걷다가 바라크라바를 꺼내 쓴다. 차가운 아침 바람이 얼굴을 쓰리게 할 정도이다. 그러나 오른 편으로 펼쳐지는 지리 주능선과 반야봉 실루엣은 모든 걸 잊게 한다. 뒤돌아보니 노고단도 지척이다. 만복대의 바람은 더욱 세차다.

 

   -09:38 정령치 도착

             내려서는 중간에 첫 휴식시간을 갖는다. 얼어붙은 수통 뚜껑을 간신히 여니 위쪽이 꽁꽁 얼어있다. 칼로 구멍을 내어 물을 마신다. 지금 영하 10도는 족히 될 것 같다. 정령치 휴게소는 문이 잠겨져있다. 식탁에 자리 잡고 간식을 먹는데 대간꾼으로 보이는 단체 등산객들이 속속 도착한다.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고리봉으로 향한다.

 

   -10:13 고리봉(해발 1304.5m) 도착

             후미 산객들과 마주치며 곧 고리봉에 도착한다. 조망은 그만이다. 천왕봉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왼편 대간 길로 시그널이 무수히 붙어있다. 이제 백두대간과 헤어져 나는 직진 길로 발길을 내 딛는다. 해가 높아지면서 추위도 많이 가시는듯하다.

 

   -11:44 세걸산 도착

             고리봉부터는 등산로에 사람 발자국이 없다. 몇 일전에 걸은 분의 발자국인지 희미하게 하나가 보이는데 그나마 바람이 많은 곳에서는 사라진다. 혼자 러쎌을 하며 그런 구간을 통과하는데 세걸산 직전 등산객 네 분을 만난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홀로 산객 한 분이 도착한다. 아마 그 분은 내 발자국을 따랐으리라. 세걸산까지는 둘이 걸었다. 건강 때문에 산을 찾는 분 같은데 아이젠 없이도 잘 걸으신다. 세걸산은 태극종주 시에 알바를 경험하게 한 곳이다. 천왕봉과 주능선, 반야봉, 만복대, 노고단 그리고 바래봉 까지 조망에 막힘이 없다. 그 풍광을 모두 사진에 담고는 다시 혼자가 되어 세동치로 내려선다.

 

   -11:59 세동치 도착

             샘터 가는 길은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아마 얼어있을 것이다. 왼편으로 청소년 야영장 가는 길인데 휴식년제라는 간판이 보인다. 점심을 먹기로 하고 버너를 지펴 수통에 남아있던 물 700㏄중 500㏄를 끓이는데 다 끓을 즈음 버너가 미끄러져 쏟아지고 만다. 이런 낭패가..... 라면을 포기하고 남은 물로 찬밥을 끓여 허기만 메운다. 그나마 바람도 없고 날이 따듯해져서 다행이다. 40분을 그렇게 혼자 즐긴 다음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13:25 부운치 통과

 

   -14:04 팔랑치 도착

             부운치에서 급경사 길을 잠시 오르니 지도상의 1123봉이다. 지금까지의 조망 중 최고이다. 지리산 주능선이 깨끗하게 파노라마를 이루고, 얼마 남지 않은 대머리 같은 바래봉이 손에 잡힐 듯 하며, 만복대는 여전히 봉우리 끝을 보여준다. 재작년 이곳에 섰을 때는 초원 한 가운데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바래봉 정상 위로 많은 등산객이 보인다.

 

   -14:40 바래봉(해발1165m) 도착

             전망대에서 내려서는 산님 한 명을 만난다. 태극종주 마지막 구간을 하는 중이라는데 일행들은 점심 식사중이고 차량을 회수하러 간단다. 차림새가 보통 산꾼이 아닌 것 같다. 임도 갈림길에서 샘터가 있는 오른쪽으로 걷는다. 곳곳에 입산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보인다. 낯익은 샘터에서 맛있는 약수를 마시고 이정목을 따라 바래봉으로 오른다. 바래봉은 대머리라는 내 표현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실감하며 정상에 도착한다. 아까 만난 산객의 일행 인 것 같다. 10여 분을 정상에 머문 후에 다시 약수터로 와서는 수통을 채우고 운봉으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아이젠은 벗고 스틱도 접은 채로.....

 

   -16:20 운봉 도착

             등산로가 멋지다. 성삼재와 노고단 길 같다. 미끄러운 곳과 질퍽한 곳을 번갈아 걸어 내려선다. 지리산 국립공원 시작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고 국립축산기술 연구소를 지나고 고원을 꾸미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을 지나 도로에 들어선다. 길을 물어 운봉에 도착하고 드디어 산행을 종료한다.

   오늘은 무려 25㎞ 정도를 걸었다. 스틱 한 짝의 끝이 부러지기도 하고 물을 쏟아 점심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추억을 떠올리며 걸은 올 겨울 마지막 지리산행은 계획대로 잘 마무리되었다. 운봉 읍사무소 앞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나오니 부산 직행 버스 시간이 여유가 있다.

근처 식당으로 달려가 배를 채운다.


7. 식 단

   ▷ 2/23  점심(라면밥), 저녁(햄김치찌게)

   ▷ 2/24  아침(누릉지), 점심(도시락),저녁(매식)

 

8. 물 구하기 : 피아골대피소 계곡물, 임걸령샘터, 노고단대피소, 바래봉 샘터

   

9. 준비물

   매트리스, 침낭, 윈드자켓, 헤드랜턴, 아이젠, 스패츠, 가스버너, 코펠, 선글라스, 디지털카메라, 바라크라바, 스틱,

   여벌옷(양말1, 집티, 하의),  장갑, 라면1, 쌀3인분, 햄, 김치, 막걸리, 휴지, 행동식(과일, 커피, 초콜릿), 비상약키트,

   지도/자료

 

10. 비 용 : 64,600원

   ▷교통비 : 33,400원

   ▷숙박비 :  7,000원

   ▷입장료, 식품비 및 제비용 : 24,200원

 

11. 기타사항

   ▷ 피아골산장 061-783-1928, 노고단산장 061-783-1507

   ▷ 부산서부터미널 051-508-9966

   ▷ 구례터미널 061-780-2730,1

   ▷ 구례→피아골(직전마을) 06:40,......09:40, 11:40,........17:40, 19:50

   ▷ 구례→연곡사 07:40, 10:40, 12:40, 16:40, 18:40

   ▷ 구례택시 061-782-3546

   ▷ 남원터미널 063-633-1001,2

   ▷ 남원→부산 직통버스 1일 5회(2시간 15분 소요)

   ▷ 운봉→인월 버스 자주 있음(시외버스는 읍사무소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