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통운종주 산행기
(깊은 가을 날, 통도사에서 올라 운문사로 내려서다)
1. 산행일자 : 2013. 10. 25~10. 26(1박 2일)
2. 참 석 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통도사→오룡산→영축산→신불산→간월산→배내봉→능동산→가지산→운문산→운문사
4. 교 통
▷ 10/25 노포동(시외버스 06:30)→통도사/배내고개(시내버스18:26)→석남사
▷ 10/26 석남사(시내버스 06:45)→배내고개/운문사(시외버스17:25)→언양→울산→기장
5. 숙 박
▷ 10/25 석남사 근처 모텔
6. 산행기
지난달 초 비박을 하며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을 걸은 후로 왠지 영알 억새와 단풍이 궁금해진다. 마침 금요일이 휴일이라 홀로 떠나기로 하고 여러 코스를 생각하다가 운통종주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청도 운문사에서 양산 통도사까지의 45Km 길을 말한다.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거꾸로 통도사에서 운문사까지 걷기로 한다. 그러니 사실은 통운종주가 되는 셈이다. 초가을 산행과는 영축산에서 능동산 까지가 중복된다. 그때는 비와 안갯속을 걸었는데 이번 산행은 화창한 날씨에 풍광이 새로울 거라 생각하며 배낭을 꾸린다. 이틀간 걷기에는 먼 거리라서 텐트와 취사용품은 생략한다. 대신 잠자리와 식사할 곳과 대중교통을 꼼꼼히 체크한다.
<첫 째날 : 23.4Km>
통도사(07:00)-자장암(08:00)-오룡산(10:05)-시살등(11:23)-죽바우등(12:30)-함박등(13:13)-
영축산(13:54)-신불산(14:58)-간월재(15:34)-간월산(16:37)-배내봉(17:40)-배내고개(18:10)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통도사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새벽 3시부터 나와서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설악산 신흥사가 생각난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자장암에 이르기까지 여러 암자를 지나간다.
길가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세심교를 지나서도 한참을 걸어 정확히 한 시간 만에 자장암에 도착한다.
오룡산 들머리는 화장실 옆 길이다.
평일이니 등산객을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오룡산을 향한다.
군데군데 표지기가 나부낀다.
길 찾기에 주의했는데 어렵지 않게 임도에 도착하고 다시 산길을 40분 걸어 안부에 도착한다.
석계공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갈림길이다.
잠시 쉰 후에 30여 분을 걸으니 오룡산 표지석이 나타난다.
두 번째 서 보는 곳이다.
앞으로 걸어야 할 영축능선과 영축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어우러진 모습이 멋지게 다가온다.
누구의 작품인지 장난스러운 심볼을 디카에 담으며 꽤 오래 동안 머문다.
통운종주의 첫 봉우리인 만큼 셀카도 잊지 않는다.
들꽃과 억새를 디카에 담고 소나무 터널을 지나며 영축능선에서의 조망을 즐긴다.
왼편으로, 진행 방향으로 영남알프스 산군들이 도열해 있다.
시살등에 도착하여 김밥과 막걸리를 꺼낸다.
간월재에서 컵라면을 하나 먹을 요량으로 점심은 김밥 한 줄만 준비하였다.
영축산 방향에서 홀로 산객이 올라온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산님이다.
지난달에 안개로 길을 잃지만 않았다면 이곳에 섰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한피기재를 통과한다.
죽바우등에는 작은 정상석과 무명 산악인을 추모하는 석판이 있다.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에 눈길을 한 번 주고는 내려선다.
그리고 채이등을 올랐는지 모르게 백운암 갈림길 이정표 앞에 선다.
함박등에 오르기 전에 멋진 암봉에 올라 지나온 길과 건너편 천황산을 본다.
함박등에 오르니 두 팀이 식사 중이다.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잠시 머문 후에 내려선다.
이제 영축산이 지척이고 곧 영축능선 걸음을 끝내고 신불평원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지난 9월에 극락암을 가리키는 아래 표지석을 보고 영축능선으로 가지 못하였다.
짙은 안개로 길은 보이지 않고 오래전 기억이 희미하여 두세 번을 오르내리다가 포기하였다.
또한 샘터도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7주 만에 다시 찾은 영축산 정상이다.
주말이 아니지만 조망이 훤하게 트인 맑은 날이라 등산객이 제법 많다.
지나온 길과 지난번 잃었던 길을 세심히 살펴보고 신불평원으로 내려선다.
신불재와 신불산으로 뻗은 평원의 억새는 저물어 가는 듯 별 흥미를 끌지 못한다.
아끼던 가냘픈 나무 역시 제 모습이 아니다.
자연은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그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바뀌는 것일까?
신불재로 가던 중 어느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그리고 힘을 내어 곧바로 신불산 정상으로 오른다.
지금까지 8시간을 걸어왔다.
배가 몹시 고파서 뛰듯이 간월재로 향한다.
도착하여 먼저 수통을 채우고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하나 사서 배를 채운다.
사이다와 커피도 한 잔씩 마시고 나니 힘이 난다.
뱃심으로 두 시간 이상을 더 걸어야 한다.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 테지만 간월산과 배내봉이 빨리 보고 싶다.
지난번에는 지나쳤던 간월산 목재화석을 디카에 담는다.
건너편 천황산 바로 위에 해가 걸려있다.
곧 넘어갈 것이나 일몰의 아름다움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간월산 정상석의 색도 힘을 잃는 빛으로 붉은색을 띤다.
셀카를 남긴다.
간월산에서 배내봉이 무척 멀게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억새를 디카에 담는다.
배내봉에는 부부산객이 사진을 담다가 말을 걸어온다.
간월재 대피소에서 숙박이 가능하냐고 한다.
생각지 못한 배내봉 인증샷을 남기고 나무계단을 내려간다.
색소폰 소리가 벗이 된다.
조용히 어둠이 오는듯 하더니 금방 캄캄해진다.
결국 랜턴을 켜고 2분을 더 걸어 눈에 익은 정자 앞에 선다.
6시 10분이다.
11시간 10분이 소요되었다.
최근 들어 가장 먼 길을 걸은 것 같다.
버스가 서는 아래쪽으로 내려가 랜턴을 켜 들고 담배 두 대를 피우고 나니 버스가 온다.
이 버스 덕분에 야영 배낭을 꾸리지 않고 가볍게 이틀간의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버스 안에는 제법 많은 등산객이 타고 있다.
석남사에서 혼자 내리고 아직 불이 켜져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순박한 주인부부 덕분에 내일 아침과 점심을 해결한다.
<둘 째날 : 18.4Km>
배내고개(07:00)-능동산(07:35)-석남터널(08:58)-가지산(10:32)-
아랫재(11:58)-운문산(13:02)-딱밭재(14:09)-사방댐(15:25)-운문사(16:00)
식당에 들러 도시락 두 개를 받아 정류장으로 향한다.
정확히 6시 45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버스에는 등산객이 많고 예닐곱 명이 나와 같이 배내고개에서 하차한다.
통운종주 두 번째 날의 시작은 능동산 들머리 계단이다.
능동산으로 오르는 계단을 세면서 걷는다.
무려 744개이다.
학생들이 단체로 오르고 있다.
능동산 정상석을 디카에 담고는 얼른 되돌아선다.
이 길을 걷을 때면 항시 쉬어가는 소나무 아래에서 아침을 먹는다.
식당 주인께서 찰밥을 넣어 주셨다.
반찬도 맛나다.
고마운 분들이다.
오늘도 갈림길에서 고민을 한다.
등산안내판이 있지만 헛갈린다.
그래서 석남터널 밀양 방면으로 내려가서는 다시 가지산 능선으로 오른다.
이번에는 가지산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을 세면서 오른다.
하나 둘 셋.............. 삼백구십오....... 까먹었다. ㅎㅎ
가지산 정상석도 같은 모양의 것으로 바뀌어있다.
정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쌀바위, 북봉, 운문산에 눈길을 주고 대피소로 내려간다.
막걸리 한 사발과 오뎅 두 개를 청한다.
아랫재까지 이렇게 멀었던가?
내 기억으로는 세 번째 걷는 길인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그나마 붉은 단풍이 위안이 된다.
지척에 있는 백운산을 보며 계속 내려간다.
한 시간 이상을 걸어 아랫재에 도착한다.
폐허로 남아있던 대피소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환경감시초소가 자리하고 있다.
억산에서 내려왔다는 두 산객에게 부탁하여 인증샷을 남기고 운문산 된비알을 오른다.
운문산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암봉을 지나고부터 길을 자세히 살핀다.
2년 전에 운문산에서 아랫재로 내려서다가 길을 잘못 들어 석골사로 내려간 경험이 있어서이다.
그런데 어떻게 길을 놓칠 수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평범한 길이다.
운문산 정상석은 그대로이다.
정상에서 비켜나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오늘은 막걸리 대신 캔맥주가 정상주를 대신한다.
딱밭재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두 시 십 분이다.
망설여진다.
세 시간 만에 범봉을 지나 호거대와 방음산을 오른 후에 운문사로 갈 자신이 없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에서 운문사로 가는 길이 있다.
4.5Km라 적혀 있어서 두 시간이면 걸을 것 같다.
결국 휴식년제로 등로가 막힌 그 길, 천문계곡을 따르기로 한다.
다행히 등산로가 희미하지 않고 간간이 리본이 달려있어서 쉽게 내려간다.
역시 된비알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계곡으로 이어지고 이 험한 길에도 단풍이 멋지게 물들어 있다.
대전 청솔산악회에서 붙여놓은 표지기가 나를 안내한다.
한 시간 이상을 내려오니 사방댐이 보이며 길이 순탄해진다.
운문사로 들어서자 커다란 소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경내를 두루 둘러보고 나서는데 밭에서 일하시는 여승들이 많이 보인다.
여느 절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이다.
스님들의 저 노동이 진정한 道가 아닐는지....
운문사도 통도사처럼 절에서 매표소까지 거리가 제법 멀다.
아직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
딱밭재에서 계획대로 진행했으면 과연 시간에 맞추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지 못했을까?
매표소를 지나 왼편에 솟아 잇는 호거대(장군봉)를 보니 아쉬움이 베어난다.
한 뿌리에서 다른 두 나무가 자란 연리지를 보며 정류장에 도착한다.
운통종주가 아닌 105리 통운종주를 마친다.
힘들었지만 상쾌한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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