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5 & 76. 속리산 & 구병산 & 대야산 산행기
(어긋난 산행 그러나 가을의 정취를 동동주와 함께하다)
1. 개 요
□ 구 간 : 속리산 국립공원 백두대간 및 충북알프스 일부 구간
-제1소구간 : 법주사→천황봉→문장대
-제2소구간 : 적암리→853봉→구병산→적암리
-제3소구간 : 용추→밀재→대야산→농바위
2. 일 시 : 2008.10.3~10.5(2박3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10/3 구포(KTX 05:13)→대전(시외버스 08:00)→속리산
▷10/4 속리산(시외버스 06:25)→보은(시외버스 07:40)→적암(시외버스14:52)→상주(시외버스15:50)
→점촌(시내버스17:10)→벌바위
▷10/5 삼송리(시내버스11:30)→청천(시내버스12:00)→미원(시내버스)→청주(고속버스15:00)→부산
5. 산 행
<첫째 날>
전날 열차표가 매진되어 오늘 첫 열차로 대전을 경유하여 속리산에 도착하였다. 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묘봉까지 가려는 산행계획을 수정하여 문장대까지 걷기로 한다. 야영장 위치를 확인한 다음 가게에서 먹음직해 보이는 굵직한 사과 두 알을 챙겨 매표소로 향한다.
속리산은 세 번째 오르는 것이다. 아들과의 첫 번째 산행 때는 문장대까지 올랐고, 백두대간을 걸을 때는 주능선을 종주하였다.
법주사를 천천히 둘러본다. 법주사를 둘러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많은 국보와 보물을 보유한 사찰은 규모가 거대하였다. 마침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인지 신도를 태운 수많은 관광버스가 법주사를 향하고 경내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이다. 초입에서 절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닌데 신도들은 꼭 관광버스를 타고 가야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법주사를 둘러본 후에 세심정으로 향한다. 세심정은 천황봉과 문장대로 오르는 갈림길에 위치한 휴게소이다. 여기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산행 준비를 한다.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은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서야 한다.
-11:16 천황봉으로 출발
세심정에서 등산객 대부분은 문장대 방향으로 향한다. 나는 오후에 그 길로 내려서게 될 것이다.
-11:50 상환암 갈림길 도착
오른쪽으로 계곡을 두고 완만한 길을 오르니 상환암 갈림길이다. 암자를 보려고 오른쪽으로 오르나 생각과는 영 다른 보잘것 없는 암자이다. 다시 내려서서 왼쪽으로 오르다가 첫 휴식을 갖는다. 곧 석문이 나타나고 주능선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속리산은 아직 가을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립공원이고 유명한 법주사가 있어서인지 등산객 같지 않은 차림새의 향락객들도 제법 많이 눈에 띤다.
깔딱고개를 올라서니 조망이 좋은 곳이 보인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여기서 쉬어가는 듯하다. 매트리스를 깔고 준비해간 김밥과 과일을 먹으며 한참을 쉰 다음 정상을 향한다.
-14:05 천황봉(해발1058m) 도착
능선에서 왼편은 문장대로 가는 길이다. 천황봉을 오른 다음 다시 이곳을 통과하여 문장대로 향한다. 헬리포터를 지나 정상에 선다. 대간을 할 때 오른 후 두 번째로 서보는 천황봉이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몰랐는데 정상석은 분명 천황봉이라 되어있는데 안내판에는 천왕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조망이 너무 멋지다. 앞으로 걸어야 할 주능선과 멀리 관음봉이 보이고 백두대간 마루금도 펼쳐져 보인다.
천황봉은 내게 깨달음을 준 봉우리이기도 하다. 사실 천황봉은 어느 정상보다 자체는 멋지지 않지만 주변 조망은 어느 산에 뒤지지 않는다. 산행은 우리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이다. 어느 젊은이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고 왔던 길로 되돌아 나온다.
-15:21 겸업대 갈림길 도착
정상 아래쪽에 있는 헬리포터에서도 조망은 멋지다. 정상으로 오르는 이들이 숨을 고르는 곳이기도 하다. 천황봉/문장대/법주사 갈림길을 지나 비로봉으로 향한다. 천황석문을 지나고 비로봉과 입석대를 지나고 고릴라 母子 형상을 한 기암을 지난다. 앞으로 펼쳐지는 관음봉 방향의 능선과 뒤쪽으로 뻗은 천황봉까지의 능선은 숨이 막힐 정도로 멋지다.
-15:26 신선대 도착
신선대에는 매점이 있어서 봉우리의 이름에 걸맞지 않다. 신선 대신 많은 등산객들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나도 배낭을 내려놓고 당귀신선주라는 동동주를 한잔 마셨는데 맛이 썩 좋지는 않다. 속리산은 이름과 다르게 속세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 매점이 많은 걸 보면 그렇다.
-16:05 문장대 휴게소 도착
약 5시간 만에 문장대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배낭을 내려놓고 카메라만 들고 문장대에 오른다. 관음봉 가는 길, 백두대간 길, 천황봉 가는 길.... 시야에 막힘이 없다. 온갖 모양의 기암과 봉우리들의 조화와 추억이 어우러진다. 관음봉으로 가는 들머리는 입산 금지라는 팻말과 가로막으로 막혀있다. 충북 보은에서는 충북알프스라 하며 특허까지 내고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산을 금지하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산꾼들은 분명 저 가로막을 넘을 것이다. 나 역시 시간이 부족하여 지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다시 휴게소로 내려와서 젊은 부부 등산객과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쉰 다음에 하산을 서두른다.
-17:58 세심정 도착
하산 길에 두 번째 매점에서 솔잎 동동주를 한잔 마시고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6시간 42분 만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해서 얼른 야영장을 향한다. 오늘 오르지 못한 관음봉과 묘봉은 다음 기회에 꼭 올라봐야겠다.
야영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팀들이 있다. 특히 가족단위의 팀이 많이 눈에 띤다.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한 쪽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친 다음에 식사준비를 한다. 내 저녁식사라야 햄을 넣은 김치찌개와 복분자주가 전부이지만 어느 성찬 부럽지 않다. 밥도 참 맛있게 지어졌다. 식사 후에 삼일간의 산행 중 속리산 첫 산행을 조용히 마무리 하고 잠자리에 든다.
<둘째 날>
옆에서 캠핑하는 두 팀은 많이 즐거웠던지 밤늦게 까지 소란스러웠다. 덕분에 한밤중에 깨었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어 핸드폰 모닝콜 소리를 듣고 5시에 기상하였다. 춥지 않아서 숙면을 취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다시 꾸려 속리산 터미널로 향한다.
오늘은 100명산 중 75번째로 구병산을 오르는 날이다. 그런데 보은에 도착하니 서원리행 버스는 6시 45분에 이미 출발하였다. 7시 버스가 첫 차 인줄 알았는데 정보가 잘못 된 모양이다. 여러 궁리 끝에 적암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하기로 하고 상주행 첫 버스에 오른다. 적암휴게소 앞에서 내려 들머리와 등산 루트를 확인하고 하산 후 탈 상주/점촌행 버스 시간을 꼼꼼히 살핀다. 점촌에서 벌바위행 막차를 타기 위해서다.
마을에서 올려다 보이는 구병산 능선은 다른 산에 뒤지지 않는다. 들머리로 가는 길은 휴게소 오른편에 있다. 큰길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니 곧 여러 산악회에서 걸어 놓은 표지기가 보인다.
-08:23 구병산으로 출발
정자에서 등산화를 바로 신고 스틱을 준비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한다. 어제 속리산과 달리 오늘 구병산은 초입부터 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것 같다. 너덜위에 핀 붉게 물든 작은 나무 한 그루와 토담 너머 탐스럽게 열매를 달고 있는 감나무가 가을을 더욱 느끼게 한다. 토담과 감나무가 멋진 조화를 보여준다.
너덜을 지나자 곧 853봉과 구병산을 안내하는 이정목을 만나게 되는데 실제 산행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안개가 잔뜩 끼어있다. 어제와 같은 조망을 기대할 수 없을까?
-08:57 정수암지 옹달샘 터 도착
20분 정도 완만한 길을 오르니 옹달샘 터이다. 지금은 폐쇄되었는데 그 전설에 대해 설명한 안내판이 있다. 옛날에 이곳에서 수양하던 스님들은 그 물을 마시면 음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떠났다고 한다. 여기는 853봉과 직접 구병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09:49 능선 도착
샘터에서 부터는 된비알이 이어진다. 길도 험할 뿐 아니라 40여분 만에 고도를 400m 이상 높였다. 능선에 서니 등산복이 흥건히 젖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긴 휴식을 갖는다. 이런 된비알을 오르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대간 할 적 마패봉이 생각난다.
-10:23 853봉 도착
능선에서 853봉 직전 갈림길까지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위험 구간에는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다. 날이 흐릿하여 조망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암봉과 울긋불긋한 나무가 조화를 이루어 가을 정취를 풍겨낸다. 멋지다. 신선대라 부르는 봉우리를 우회하여 도착한 갈림길 직전 안부 이정목에 배낭을 벗어놓고 주 등산로에서 100m 떨어진 853봉에 오른다. 작은 정상석이 있는데 반으로 잘라져 있다.그러나 다행히 제 모습을 갖추고 있다. 853봉에서의 조망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봉우리 이름을 붙였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11:39 구병산(해발876.5m) 도착
853봉에서 내려와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구병산을 향한다. 곧 정상까지 0.9㎞가 남았음을 알리는 갈림길 이정목이 나타나는데, 오른쪽으로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어서 내려서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마침 두 명의 산객이 쉬고 있어 길을 물으니 초행이라 모른단다. 이정목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오르니 길이 있다.
능선과 몇 개 봉우리를 우회하고 구병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정상 직전에 도달하니 왼편에 사기막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또 나타난다. 정상까지는 여전히 0.9㎞라 표시되어 있다. 반대편에서 등산객 한 분이 내려오며 곧 정상이라고 알려 주신다.
-12:54 날머리(사기막) 도착
정상아래 삼거리로 다시 내려와서 KT 위성지국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내려가는 길 역시 오름길처럼 만만치 않다. 1시간을 내려오니 날머리이다. 누렇게 익은 벼와 KT 로고가 있는 많은 위성 접시 안테나가 눈에 들어온다.
실질적인 구병산 산행을 마감한다. 길을 따라 10여 분 걸으니 연세 드신 남녀 등산객 두 분이 걸어가신다. 나와 똑같은 코스로 산행을 마쳤다고 하신다. 아침에 지나쳤던 마을이 나타나고 보아두었던 할매두부집으로 들어선다.
두부와 동동주를 시켜놓고 젖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데 아까 만난 두 분이 들어오신다. 어제 이곳에서 민박을 하셨단다. 서울서 청주에 사는 손녀 돌잔치에 왔다가 구병산에 오셨다는 두 분은 산 마니아 같았다.
셋이서 내가 시킨 두부를 안주로 동동주를 한 순배씩 돌리며 산 이야기를 한다. 언제 찍었는지 아주머니께서 내 사진기로 여러 장을 찍어 주셨다. 적암 버스정류장까지 태워 주신다는 걸 사양하고 천천히 걸어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니 곧 보은행 버스가 도착한다. 일흔 다섯 번째 산행을 마치고 벌바위로 향한다.
<마지막 날>
어제 상주와 점촌을 경유하여 벌바위에 도착하여서는 인심 좋은 대야산 가든 주인의 배려로 주차장 옆에서 비박을 하였다. 가든은 대간 길에 묵었던 돌마당 민박을 지나 맨 끝에 있고 용추 들머리이기도 하다. 어제 저녁은 상주에서 산 돼지불고기와 막걸리로 포식을 하고 이슬을 피할 수 있는 건물 마루에서 추운 줄 모르고 잘 잤다. 그런데 밤새 흐려서인지 별은 볼 수 없었다.
-06:40 밀재를 향해 출발
비박한 곳 바로 옆 들머리로 들어선다. 밤새 계곡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잤는데 아침에 듣는 소리는 느낌이 또 다르다.
용주골을 따라 걷는다. 널찍한 바위와 옥빛 물이 잘 어울린다. 군데 군데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07:15 월영대 통과
-07:59 밀재 도착
빗방울이 떨어진다. 계속 내릴 것 같지는 않아서 그대로 걷는다. 키가 큰 조릿대 밭을 지나고 계곡을 건너고 떡바위와 사기굴을 지나 밀재에 도착한다. 백두대간을 할 적에 지나친 곳인데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러나 이정목에 적혀있는 통시할매바위는 기억이 난다.
-08:32 능선 도착
거북바위를 지나 코끼리바위가 있는 암봉에 도착한다. 그러나 대문바위가 있는 곳 까지만 올라서 사진을 찍고 내려서서 우회한다. 매우 미끄럽다.
-08:39 집채바위 도착
능선을 잠시 걸으니 집채만 한 바위 두개가 보인다. 어찌 저렇게 서 있을 수가 있을까? 장난스러운 받침목이 미소를 짓게 한다.
-11:11 삼송리 도착
아, 이렇게 허무 할 수가! 능선을 따라 걷다가 대야산 정상 바로 아래서 농바위골로 하산을 하고 말았다. 무슨 생각에 골똘했는지 어느 산악회의 표지를 따른 것이다. 더욱이 벌바위와는 완전 반대방향이다.
중간 정도를 내려가니 많은 단체 등산객들이 올라온다. 그들은 대야산이나 중대봉을 오르는 산객들이다. 크게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일흔 여섯 번째 100대 명산 산행인 대야산은 정상을 밟지 못한 채 마감하게 된 것이다. 훗날 산행기를 읽을 때 희안한 산행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짓게 될 것이다.
엉뚱한 곳으로 내려선 대가로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청주를 경유하여 귀가하였다. 이번 속리산, 구병산, 대야산 산행은 계획한 코스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가을 청취를 느끼고 모처럼 야영을 하며 자연과 일체가 된 그런대로 재미나는 산행이었다.
6. 숙 박
▷10/3 속리산 야영장 야영
▷10/4 벌바위 대야산 가든 주차장 비박
7. 식 단
▷10/3 아침(매식), 점심(김밥), 저녁(햄김치찌게)
▷10/4 아침(누릉지), 점심(밥라면), 저녁(돼지불고기)
▷10/5 아침(김치찌게), 점심(매식)
8. 물 구하기 : 법주사, 벌바위, 생수2통
9. 준비물
60ℓ배낭, 텐트, 침낭, 매트리스, 윈드자켓, 가스버너, 코펠, 선글라스, 수통2, 모자, 랜턴, 스틱,여벌옷(양말2, 집티2, 팬티2), 디지털카메라, 장갑, 휴지, 쌀5인분, 라면1, 소시지, 돼지불고기, 김치/밑반찬, 락엔락통, 막걸리/복분자주, 행동식(과일, 커피), 비상약키트, 지도/자료
10. 비 용 : 117,550원
▷교통비 : 71,250원
▷식품비 및 제비용 : 46,300원
11. 기타사항
▷이번에 못 오른 묘봉과 대야산은 다음 기회에 산악회와 함께 걸어보아야 겠다
▷보은→신정리 바윗골 입구(용화행) 06:40, 08:00, 09:10~19:10(매시 10분)
▷보은→적암(4-1) 06:35, 07:55~17:55(2시간 간격 55분)
▷보은→서원(1-1) 06:45, 08:00~19:00(매시 정각)
▷점촌터미널 054-555-2450
▷문경여객 054-553-2231, 가은택시 054-571-5789
▷벌바위→점촌 09:35, 11:50, 13:3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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