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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백두대간

백두대간(18구간) -백두대간, 그 절반을 완성하다-

제18구간

(백두대간, 그 절반을 완성하다)

 

 

 

 

 

1. 개 요

   □ 구 간 : 구룡령~진부령(87.68)

       -접속구간    : 서북능선삼거리↔귓떼기청봉(3.2㎞)

       -제36소구간 : 구룡령(16.6)→쇠나드리(4.65)→조침령

       -제37소구간 : 조침령(10.35)→단목령(13.55)→한계령

       -제38소구간 : 한계령(6.38)→끝청(3.65)→희운각

       -제39소구간 : 희운각(9.55)→황철봉(4.15)→미시령

       -제40소구간 : 미시령(6.3)→대간령(9.3)→진부령


2. 일 시 : 2006.5.30~6.4(5박6일)


3. 참가자 : 민병운, 최중호, 곽정옥, 김상철, 지용대, 전재완,  설경석, 차제옥, 백승근, 전진수 


4. 교통편

   ▷ 5/30 노포동(심야23:40)→양양(05:10착/버스08:10)→구룡령

   ▷ 6/04 진부령(승용차13:00)→동서울(심야23:55)→기장(04:30착)


5. 숙 박

   ▷ 5/31 속초시내 버킹검모텔

   ▷ 6/01 오색약수 온천모텔(033-672-8881)

   ▷ 6/02 희운각 대피소

   ▷ 6/03 학사평 세종황토찜질방(033-637-8888)

  

6. 산 행

   <첫째 날>

   백두대간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산행이다. 지난 1월 22일 구룡령을 내려선 후 폭설, 산불방지기간, 사업소로의 발령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남은 구간을 미루다가 5개 소구간을 한꺼번에 마치기로 하고 노포동에서 출발하는 속초행 심야버스에 몸을 싣는다. 자는둥 마는 둥 하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05:10에 양양에 도착한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피씨방에 들러 산행기와 지도를 다시 한번 훑어보고 편의점에 들러 점심을 준비하여 터미널로 가니 남진한다는 대간꾼 한 분이 차를 기다리고 계신다. 그 분과 이런저런 대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08:10에 출발하는 홍천행 버스를 타고 9시 정각에 구룡령에 도착한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낯익은 동물이동 통로로 올라가 그 분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09:05  조침령으로 출발

                구룡령으로 나물을 캐러가는 동네 분들이 봉고에서 열댓 명 내리신다.

     -10:10  치밭골령 도착

                출발시간이 늦어서 오늘은 아무도 만나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들머리 조금 지나서 나물을 채취하는 많은 분들과 MBC 다큐멘터리 취재팀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10:25  갈전곡봉 도착

                쇠나드리까지 12.7㎞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11:40  왕승골 삼거리 도착

                갈전곡봉을 내려선 후 몇 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걷는다. 잡목들이 조망을 방해하고, 여기 저기 멧돼지들이 등산로를 군데군데 헤쳐 놓은 흔적이 보인다. 바람이 참 시원하다.

     -12:25  968봉 도착

                뚜렷한 길에는 잡목과 철쭉이 등산로로 걸쳐 나와 진행을 방해하고 968봉 오르기 직전 키 큰 산죽 밭이 나타난다. 봉우리에서는 왼쪽으로 왕승골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고 대간 방향으로 조금 위쪽에 삼각점이 있다. 모처럼 조망이 훤하게 트인다. 나뭇가지를 크게 흔드는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12:58  옛 헬기장 통과

     -13:12  연가리골 샘터 도착

                샘터로 내려서자마자 배낭을 벗어놓고 왼쪽 뚜렷한 길로 3분 정도를 내려가니 수량이 많은 지류를 만난다. 물맛이 좋다. 웃통을 벗고 몸을 식힌다. 물이 무척이나 차갑다. 수통을 채우고 돌아와서 준비해간 삼각김밥을 먹는데 등산객 네 명이 내려온다. 조침령까지 간다는 그들이 먼저 출발하고 나는 13:40에 출발한다.     

     -17:30  1061봉 통과

                아마 멧돼지 1개 사단이 출현한 듯 등산로 주변이 무참히 파헤쳐져 있다. 

     -15:20  쇠나드리 삼거리 도착

                단풍나무 군락을 지나 안부에 도착하니 아까 본 등산객  중 한 분이 손목을 접질러서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 주었다. 결국은 그 분들은 대간을 포기하고 왼쪽 쇠나드리로 하산하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16:22  바람불이 삼거리 도착

                인근 마을의 민박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수풀 뿐인 옛 조침령을 지나 이곳에 도착하니 피로감이 몰려온다. 7시간째 걷는 중이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갑자기 천둥이 치며 빗발을 뿌리기 시작해서 서둘러 배낭 커버를 씌우고 걷는다. 그러나 오늘 목적지가 지척이어서인지 발걸음은 가볍다. 

     -17:02  조침령 도착

                기우였던가?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 잘 정비된 계단을 내려서니 임도이고 2분정도 걸어 내려가니 조침령 표지석이 반긴다. 5분 정도 땀을 식히며 기다리니 이 과장이 도착한다.

   오늘 산행은 고도차가 크지 않은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8시간 동안 오르내렸고 다행히 걱정했던 진드기는 만나지 않았다. 이 구간은 오대산에서 설악산 권역으로 넘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둘째 날>

   어제 저녁 이 과장 일행과 술을 한 잔 하고 달콤하게 잠을 잤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삼각 김밥을 준비하여 어제 내려섰던 건설 중인 조침령 길을 다시 오른다. 고개에 도착하여서 이 과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둘째 날 산행을 시작한다.

 

 

     -08:07  한계령으로 출발

                어제 구룡령에서의 날머리와 마찬가지로 한계령을 향하는 들머리도 나무계단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08:32  900봉 통과

                단목령/조침령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08:47  포토존 통과

                지금은 건너편 안개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설악산이지만 맑은 날  이면 아마 멋지게 조망되어 카메라 앵글에 담기 좋은 지점일 것이다.  

     -10:38  북암령 도착

                해발 940m인 이곳 이정표대로라면 7㎞를 걸어왔다. 그런데 그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간 방향으로는 한 장의 표지기도 없고 길도 희미하다. 북암리 방면으로는 리본들이 몇 장 보이는데 그 길이 맞다.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할 곳이다. 

     -11:30  단목령 직전 계곡 도착

                북암령에서 10여분 정도 약간의 경사진 길을 오른 후부터는 평지나 다름없는 완만한 경사길을 걸어 고도를 낮춘다. 단목령이 1.3㎞ 남았다는 이정표를 보고는 발길이 빨라지는데 다름 아닌 단목탕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단목탕은 어느 대간꾼이 이름을 붙인 장난스러운 별명이다. 웃옷을 벗어 빨아 입고 점심을 먹은 후에 12:10 출발한다.

     -13:12  첫 번째 오색사거리 도착

                이제 오늘 첫 목적지인 점봉산 까지는 3㎞ 남짓 남았다. 날이 뜨겁다. 방금 전 지나온 단목탕의 차가운 계곡물이 떠오른다.

     -14:54  점봉산(해발 1424m) 도착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보수 중인 정상  오름길을 지나 드디어 정상에 다다른다. 해발이 높아서인지 정상에는 아직 진달래와 철쭉이 한창이고 아직 채 피지 않은 봉오리도 보인다. 바로 눈앞에 오늘 남은 시간동안 가야 할 망대암산과 오색 만물상 그리고 한계령이 보이고, 그 뒤로는 내일 걸어야 할 대간 마루금이 길게 펼쳐져 있다. 설악산 서북 능선에서 갈라진 가리봉(1412m)과 대간길에서 벗어나 있는 귀떼기청봉(1577m)도 보이고 그 오른편으로 대청봉이 보인다. 가히 환상적이다. 벌써부터 내일 산행이 기대된다. 간식을 먹고 충분히 휴식한 후 15:20에 망대암산으로 향한다.

      -16:17  십이담 갈림길 통과

                망대암산을 내려서면서 부터 대간 표지기는 보이지가 않는데 아마 입산금지 구역이라서 공단에서 전부 떼어버린 모양이다. 걸으면서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걱정을 하고 어제 잃어버린 나침판은 더욱 아쉬운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데 십이담 갈림길에 도착 하여 선답자의 산행기를 읽고 제대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17:02  한계령 4㎞지점 도착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암릉 지역 앞에 도착한다. 점봉산에서 내려다 볼 때 그야말로 환상적인 위용을 뽐내던 곳으로 지도와 산행기를 읽으며 수없이 도상훈련을 했던 곳이다. 다시 한 번 산행기를 더 읽어 보고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는다.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기대감과 두려움이 함께 밀려온다.

     -17:40  어느 암릉 꼭대기 도착

                머리에 담겨있는 대로 그리고 리본이 안내하는 대로 십여 개의 크고 작은 암봉을 넘어 이곳에 도착하니 신선이 된 듯하다. 대청봉이 바로 코앞에 있고 그 아래로 한계령 길이 굽이친다. 배낭을 풀어놓고 넓적한 바위에 몸을 눕인다. 많이 지쳤다. 아직 얼마나 많은 암봉을 넘어야 하는지....  마지막 남은 오렌지와 두 모금 남은 물 중에서 한 모금을 과감하게 마시고는 또 내려간다.

     -18:00  암릉길 통과 종료

                내려서니 사진에서 낯익은 나무 지지대가 보인다. 아! 드디어 암릉길이 끝난 것이다. 위를 올려다본다. 휴우~

     -18:20  필례 약수길 도착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내려오니 산행기에서 수없이 읽은 군 중화기지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한계령으로 들키지 않게 잘 내려서야 한다. 대간 중에 이런 경우가 종종 나타나는데 대간꾼은 그래도 가야 한다.조용히 흔적을 남기지 않고... 마지막 진지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니 낮은 철조망이 나타난다. 가볍게 뛰어 넘는다. 맞은 편 절개지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달려가서 마시고 씻는다. 무사히 점봉산을 넘었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18:45  한계령 도착

                감시초소를 지나 15분 정도 도로를 걸어 오르니 드디어  한계령이다. 매점으로 달려간다. 콜라 한 병, 환타 한 병, 아이스크림 한 개 그리고 커피 한 잔.... 엄청 마셔댄다. 길 건너편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7시 30분이 되어서야 버스가 온다. 오색에 내려 숙소를 찾아 들어간다. 오늘은 10시간 30분을 걸으면서 한 사람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행복이었다. 점봉산을 혼자 독차지한 기쁨과 우려했던 구간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뿌듯함일 것이다.

 

      

   <셋째 날>

   아침 6시 55분에 숙소를 나선다. 계곡 물소리가 여간 큰 게 아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오색약수터에 다녀왔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를 타고 15분 후 한계령에 도착한다. 

 

     -07:45  대청봉을 향해 출발

                오늘 산행은 희운각까지 인데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아서 서북릉 삼거리에서 1.6㎞ 왼편에 솟아있는 귀떼기청봉을 다녀오기로 한다. 

     -09:15  서북릉 삼거리 도착

                두 번째 올라보는 매표소 오름 계단을 지나 30여 분간  힘들게 경사길을 오르는데 앞에서 왁자지껄 하던 소리의 주인공들이 나타난다. 극기훈련 차 설악산에 오르는 삼사백 명 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난감하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부지런히 앞지르기를 하여 삼거리에 도착하니 그들 선두그룹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얼른 왼쪽 길로 들어선다.

   걸어오는 중 선생님이 학생에게 귀떼기청봉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는 것을 들었는데, 아직 귀떼기청봉이 이름이 없을 때 대청봉에게 키를 재보자고 했다가 귀떼기를 맞고는 지금의 자리에 있게된 후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그럴싸하다. 

     -10:30  귀떼기청봉 도착

                봉우리에 올라서는 길은 대부분이 너덜길이다. 내일 가야 할 마등령, 황철봉 너덜길을 대비하여 연습 삼아 잘 왔다는 생각도 들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넓적하기도 하고 뾰족하기도 한 바위와 틈새 그리고 길을 안내하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너덜길을 숨 가쁘게 조심하여 오른다. 등산화 바닥과 스틱 끝을 바위에 정확히 접촉하니 미끄러짐도 없고 그다지 어려움은 없다. 오르는 길에 좌우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어제 지나온 점봉산과 맞은편 가리봉과 곧 오르게 될 중청, 대청이 선명하게 눈앞에 다가온다. 공룡능선의 장엄함엔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정상에는 아주 초라한 철기둥에 “귀떼기청봉(1580m)”라는 철판이 달려있다. 대청봉에 귀때기를 맞은 봉우리라서 그런지 대우가 영 신통치 않다. 어제 점봉산에서 처럼 혼자 봉우리를 독차지하고 막걸리를 마시며 즐긴다. 온도계를 보니 26도로 어제보다 훨씬 더운 날씨이다.

     -11:47  서북능선 삼거리 도착

                올라갈 때 보다는 한결 쉽게 너덜길을 통과하여 다시 삼거리에 도착한다.   

     -12:13  휴 식

                더위 때문인지 많이 지친다. 도시락을 먹고 충분하게 쉰 다음 12:35에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13:10  ”한계령4.1/중청대피소3.6“ 이정표 통과

     -14:00  ”한계령5.1/중청대피소2.6“ 이정표 통과

     -14:41  끝청 통과

                오는 도중에 평평한 바위가 있어서 20분 정도 낮잠을 즐기고 끝청에 오른다. 아래로는 용화장성과 공룡능선이 서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15:08  중청대피소 도착

                공사 중인 대피소에는 십 수 명의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쉬고 있다. 천천히 걷다보니 계획보다 1시간이나 지체되었다. 바람이 차가워서 긴팔 짚티로 갈아입고 대청을 향한다.

     -15:48  대청봉 도착

                드디어 “대청봉 1708m” 정상석에 스틱을 부딪친다. 마치 백두대간을 끝낸 기분이다. 작년 5월 21일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서서 백두대간을 시작한 이래 38일 만에 북쪽 최고봉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3년 전 등산을 시작한 이래로 겨울에 두 번, 가을에 한 번 그리고 지금, 이렇게 네 번째 대청봉에 올랐다. 정상석 뒤로 펼쳐지는 기암괴석들의 행진과 심한 바람 그리고 많은 등산객...

대청은 이렇듯 항시 똑같은 모습이다.

   사방으로 또렷하게 혹은 희미하게 조망되는 수많은 봉우리들은 시간의 작품일 것이다. 긴 세월에 걸쳐 변화하며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또 앞으로도 다른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희운각 쪽에서 헬리콥터 한 대가 날아와서는 중청대피소에 짐을 내려놓고 돌아간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16:00  죽음의 계곡 표지판 통과

                대청에 올라서면서 봐 두었던 정상 직전 왼편 길로 들어선다. 죽음의 계곡이라 적혀있고 등산로가 아니라는 표지판이 있으나 정확한 대간 마루금을 밟고 싶은 욕심에 주저하지 않고 금줄을 넘는다. 대간꾼이라면 누구나 이 길을 탐낼 것이다. 

     -16:55  전망바위 도착

                공룡능선을 빤히 마주하며 급격히 고도를 낮춘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전망바위에 도착하니 공룡능선이 바로 발아래 있는 듯하다. 내일 가야 할 길이다.

      -17:25  희운각 대피소 도착

                내려서기까지 길은 비교적 뚜렷하나 진달래가 등산로를 가로막아 다리를 많이 긁혔다. 철조망을 넘어 대피소 마당으로 들어선다. 십 수 명의 등산객들이 벌써부터 술판을 벌이며 왁자지끌하다. 방을 배정받고 평상에서 맥주 한 캔으로 오늘 구간을 마무리한다. 길지 않은 거리의 산행이었지만 시간은 많이 소요되었고 처음으로 너덜길도 걸어봤다. 이제 대간 마무리를 이틀 남겨두었다. 내일은 아마도 대간 중 가장 힘들지만 행복한 산행이 될 것이다. 

 

   <넷째 날>

   엊저녁 대구와 서울에서 온 등산객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밤 10시경에 잠이 들었다. 그나마 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그들은 12시를 넘겼다고 한다. 새벽 2시에 잠에서 깼으나 마땅히 일어나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다시 잠을 청해 5시에 기상을 한다. 아침을 해 먹고 어제 어울렸던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희운각을 출발한다. 날씨는 청명하다.

 

     -05:50  공룡을 넘으러 출발

                5분정도 걸어 내려가서 등반 표지판 뒤 공룡 아가리에 도착한다.

     -06:20  신선봉 도착

                공룡에 들어서자마자 밧줄 구간을 통과하고 재미난 길을 걸어 신선봉에 도착하니 입이 딱 벌어진다. 운해와 바다가 구분이 안 가도록 구름이 발아래 깔려있고 봉우리 두어 개가 그 위로 솟아 섬같이 보인다. 과연 신선이 놀았음직한 봉우리이다. 이정표는 마등령까지 4㎞ 남았음을 알려준다. 쉬고 있는데 아침에 희운각에서 본 등산객 두 명이 올라온다.

      -07:07  천화대 도착

                운해의 향연은 여전하다.

     -07:28  샘터 도착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작은 샘을 이루는데 무릎을 끓고 앉아 두어 모금 마신다.

     -07:55  ”마등령2.1/희운각3.0“ 이정표 도착

                샘터에서 짧은 급경사길을 올라서니 커다란 암봉 두 개가 앞을 가로막는다. 첫 번째 것은 틈새 사이로 통과하고 두 번째 더 높은 봉우리는 정면 도전이다. 15분 정도 암봉과 계곡 된비알을 오르니 온 몸이 흠뻑 젖는다.

     -08:13  ”마등령1.7“ 이정표 통과

                올라온 길과 똑같이 돌을 밟으며 내려서는데 반대편에서  두 팀의 대간꾼이 올라온다.

     -08:31  ”마등령1.4“ 이정표 통과

                밧줄 구간 서너 군데를 통과하여 이곳에 도착한다. 등산객 몇 팀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이정표 위 그늘에서 휴식 후 08:45에 출발한다.

     -09:10  나한봉 도착

                중청과 대청 그리고 그 사이의 중청대피소까지 아주 선명하게 조망된다. 신선봉에서 본 운해와는 다른 분위기의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09:27  마등령(1240m) 도착

                직전 맛보기 너덜을 내려서니 넓은 공터가 있는 마등령이다. 유명한 돌탑 위 나무 독수리가 아래쪽 운해를 향하고 있다. 두 개의 이정표가 있는데 하나는 비선대 3.7㎞/희운각5.1㎞/오세암1.4를 가리키고, 아래쪽 또 하나는 오세암과 백담사 방향을 가리킨다. 경외심마저 갖게 하던 설악의 공룡능선은 이렇게 3시간 30분 만에 걸음걸이를 멈추게 한다. 신선봉에서 바라보는 운해, 물맛 좋은 샘터, 적당히 긴장감을 주는 등산로 그리고 나한봉에서의 조망과 마등령의 독수리, 또 다른 모습의 운해.....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공룡을 걷게 될까?

   물이 부족해서 걱정이었는데 오는 도중에 보았던 두 여성 산님이 오세암으로 내려간다며 남은 물을 내게 준다. 고맙다.

     -10:07  삼각점 도착

                마등령에서 올라서면 오른쪽은 비선대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 길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다. 세 명의 등산객이 그곳에서 휴식 중이었는데 나는 주저하지 않고 표지판 뒤로 들어선다. 곧 삼각점이 나타난다. 대간길은 그 삼각점을 다시 돌아 나와 왼쪽으로 진행되는데 곧이어 너덜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너덜과 숲을 번갈아 진행하고 나니 걷기 좋은 낙엽길이 나타난다. 이곳에도 군데군데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이 많다.

     -11:40  암릉군 우회 시작

                거대한 암릉을 우회하는 출발점은 너덜 내리막길이다.

     -12:17  암릉 우회 종료

                암릉을 오른 후 뒤돌아보니 반대편 봉우리 여럿 중 귀떼기청봉이 가장 높아 보이고 대청은 중청보다도 낮아 보인다. 뺨을 맞은 게 억울하기도 하겠다. 선명하게 보인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니 맞은편에 황철봉과 군데군데 너덜이 보인다.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큰 너덜길이다. 페인트 표시와 선답자들이 쌓아 놓은 돌탑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아래쪽에서 부부 대간꾼이 올라온다.

     -12:32  저항령 도착

                스릴과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며 너덜을 내려서서는 숲  길로 들고 거기서 다시 조금 내려가니 잔디밭으로 된 저항령이다. 왼편에 그늘진 공터가 있을 뿐 아무런 표시가 없다. 이곳에서 초라한 점심상을 펼친다.

     -13:20  황철남봉 도착

                삐죽삐죽 돌을 쌓아 놓은 봉우리에는 아무런 표적이 없고 글을 알아볼 수 없는 돌 말뚝이 하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조망이 뛰어나고 멀리 금강산 어느 봉우리도 아스라이 보인다. 혼자 대간을 한다는 말을 듣고는 산악회에서 오셨다는 어느 분이 같이 사진을 한 장 찍자고 그러신다. 

     -14:40  황철북봉 도착

                나는 올라가는데 산악회서 온 산객들이 계속해서 너덜을 내려온다. 정상에 도착하니 대간꾼 세 분이 내게 오이를 나누어 준다.

     -15:20  너덜길 종료

                봉우리에서 내려서니 오늘 본 것 중 가장 클 걸로 생각되는 너덜이 또 기다린다. 여기는 길을 찾기도 쉽지 않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중간쯤 내려설 즈음 진부령서 출발했다는 대간꾼을 만났는데 오늘 저항령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16:20  미시령 휴게소 도착

                미시령 길 철조망에 다다른다. 바로 아래쪽에 감시초소가 있어서 철조망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니 개구멍이 있고 담을 뛰어넘은 흔적도 있다. 음악소리가 크게 들리는 휴게소로 가서 원자력처 식구들을 기다린다. 40여분 후에 점봉산 산행을 마치고 이곳으로 온 그들을 만나서 학사평으로 내려간다.

   정말 멋진 산행이었다. 공룡과 너덜.... 나흘째 설악산을 헤매고 있으나 피곤한 줄을 모르겠다. 내일은 대망의 디데이 이다.

 

 

   <마지막 날>

   어제는 밤늦게까지 술을 많이 마셨지만 04:30에 눈이 떠진다. 원자력처 식구들과 오후에 진부령서 만나기로 하고 백 부장 차에 올라 미시령을 향한다. 그리고 미시령에서 어제 날머리 맞은편 주유소 쪽으로 올라선다. 대망의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 마지막 산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05:05  대간 졸업여행 출발!

                산행 준비를 하여 아직 술이 덜 깬 채 된비알을 오른다.

     -06:05  전망바위 도착

                1시간을 꼬박 고도를 높인다. 약수터를 지나고 건너편의 어제 걸었던 설악산 많은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땀이 비 오듯 하고 술이 다 깬 듯하다. 굽이치는 미시령 고갯길을 내려다본다. 

     -06:28  상봉 도착

                예쁘게 쌓아 올린 돌탑에 페인트로 “상봉”이라 적혀 있다. 동해바다, 설악산.... 최고의 조망이다. 오늘 대간 마무리 중 최고봉이며 지금부터는 마산을 거쳐 진부령까지 고도를 낮추게 될 것이다. 어제 지나온 황철북봉의 너덜길을 보니 내가 어떻게 저기를 내려왔는지 기가 질린다.

    -07:15  신선봉 도착

               어제 올랐던 봉우리와 같은 이름이다. 이 봉우리가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라 하니 남쪽 기준으로는 금강산의 첫 번째 봉우리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설악권을 지나 금강산 권역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꼭대기에 올라 아침을 먹고 07:30에 출발한다.

     -08:13  대간령(새이령/샛령) 도착

                신선봉에서 산책하듯 내려서니 대간령이다. 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있는데 마산봉을 가리킨다. 그리고 여기에는 유명한 100두님의 낙서판이 있는데 컴퓨터에서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많은 대간꾼들의 낙서가 적혀있다. 대간을 걸어오면서 지나쳐온 저러한 대간꾼들의 소품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09:00  암봉 도착

                어제 신물 나도록 걸었던 너덜길을 통과하여 암봉에 도착하니 사방이 확 트여서 가슴마저 시원한 느낌이다.

     -09:45  병풍바위봉 도착 그리고 20분간 알바

                꾸준히 고도를 올리는데 등산길에 뱀 한 마리가 버티고  있다. 스틱으로 소리를 내며 쫒아도 요지부동이다. 할 수 없이 내가 옆으로 돌아서 간다. 독사는 아닌 것 같다. 여기가 마산봉인 줄 알았다. 대간길은 다시 돌아 내려와서 이어지는데 갈림길로 내려오니 어느 길인 줄 모르겠다. 마산봉으로 믿고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 내려선다. 10여분을 내려가니 반대편서 산객이 한 명 올라오는데 미시령서 출발했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온 길을 다시 가고 있는 셈이다. 그 대간꾼과 함께 제 자리로 돌아와서야 마산봉이 아닌 병풍바위봉인 것을 깨닫는다.

   대간은 끝까지 녹녹치가 않다. 그 분이 사진을 찍어 준다. 그 산꾼도 오늘이 대간 졸업식이란다. 서로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진부령까지 함께 걷기로 한다.

     -10:45  마산봉 도착 그리고 마지막 헤맴

                돌탑과 작은 이정표가 있는 마산봉에 도착하니 네 명의 등산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서려는데 도통 스키장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등산객들이 올라왔다는 곳으로 들어섰는데 그 길 역시 잘못되었다.엉뚱한 곳으로 내려가며 길을 헤매다가 어느 민가로 내려선다. 길을 물어 15분 정도를 더 걸으니 드디어 스키장과 콘도가 나타난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 앞에서 간식을 먹으며 나머지 마루금을 확인하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대간 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부대에 도착하여 우회하다가 군인에게 물을 얻어 수통을 채우고 시멘트길, 임도, 산길을 번갈아 지나니 차 소리가 들린다.      

 

     -12:35  진부령 도착

                드디어 백두대간 절반의 완성점에 도착한다. 같이 내려선 대간꾼과 축하 인사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기다리고 있던 원자력처 식구들이 축하를 건넨다. 일찍 마치기 위해서 새벽부터 걷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간을 시작하여 18번의 출정 중에서 5일을 걷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계획을 수없이 바꾸어 보고 식단을 이리저리 짜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과장의 조침령 차량 지원과 원자력처 식구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1년 2주일 만에 나의 백두대간 시간여행은 막을 내린다.

 

7. 식 단

   ▷ 5/31  아침(매식), 점심(삼각김밥), 저녁(매식)

   ▷ 6/01  아침(매식), 점심(삼각김밥), 저녁(라면, 밥)

   ▷ 6/02  아침(누릉지), 점심(도시락), 저녁(꽁치찌게)

   ▷ 6/03  아침(누릉지), 점심(도시락), 저녁(매식)

   ▷ 6/04  아침(도시락), 점심(매식)


8. 준비물

    보조로프, 랜턴, 윈드자켓, 수통, 세면도구, 장갑, 우비, 스틱, 버너/ 코펠, 수저, 휴지, 컵, 여벌옷(양말3,

    셔츠2, 팬티, 반/칠부바지), 쌀5인분, 누릉지2, 설렁탕1, 김치/  김, 행동식(통조림, 초콜릿, 과일), 충전기,

    비상약 키트, 지도/자료


9. 비 용 : 241,600원

   ▷ 교통비 : 71,000원

   ▷ 숙박비 : 34,000원

   ▷ 식품비 및 제비용 : 136,600원


10. 기타사항

   ▷ 점봉산→한계령 입산금지이므로 주의 및 암벽지역 통과

   ▷ 양양시외버스터미널 033-671-4411

   ▷ 황철봉→미시령 너덜지대 통과를 위해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하  고 스틱이 매우 유용하다.

   ▷ 속초,오색에서 행동식 보충

   ▷ 진부령(17:00/17:50)→원통(18:10/18:55)→부산 가능

   ▷ 회사 기념비 : 진부령비석 우측 알프스스키장 입구 20미터

   ▷ 참고자료 : 진혁진/조은산의 백두대간 종주기

 

 

 

 

 

 

 

 

 

 

 

 

 

 

 

대간거리    735.16 접속거리     56.78 총산행거리 79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