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골 트레킹
(가을날 처음으로 응봉산 용소골을 걷다)
1. 산행일자 : 2010. 11. 6
2. 참석자 : 전진수, 본사/울진사업소 직원
3. 산행코스 : 용소골
4. 산행기
2년 전 여름 비 때문에 용소골 계곡산행을 포기한 적이 있다. 벼르던 차에 울진 직원들과 함께 용소골 가을 산행을 하였다. 하였다. 응봉산에서 내려서지는 않았지만 상류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약 8시간 이상을 걸어 덕풍리에 도착하였다. 여름 계곡과는 다른 멋을 보여준 가을 계곡산행 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산행을 했지만 벌집은 처음 본다.
임도를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으니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타난다.
막걸리를 마시며 서너 번 쉰 후에 제3용소를 마주한다.
과연 멋진 계곡이다.
3용소를 배경으로 일행의 인증샷을 날리고, 깊어져 가는 가을을 나타내는 용소골의 단풍을 지난다.
물에 빠지면서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여러 곳을 지난다.
충동과 아쉬움을 막걸리, 소주, 송이주 등 반복되는 술과 휴식으로 대신하며 여유롭게 걷는다.
단풍은 철이 지난 듯 해 보이지만 산길이 아닌 물길에서 보는 색다른 맛이다.
초입에서는 나무에 걸린 벌집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바위에서 벌집을 발견한다.
2용소를 향하던 중에 일행 모두는 한 잔, 두 잔, 석 잔 술에 가을 단풍처럼 홍조를 띤 얼굴이다.
마냥 즐겁기만 하다.
본사에서 같이 간 민 처장님과 김 부장도 매우 만족한 듯하다.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협곡을 지나고 밧줄 구간을 지나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용소와 지금 걷는 협곡이 용소골의 하일라이트 같다.
모처럼 내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민 처장님과 최 소장님의 흐뭇해하는 표정이 보기 좋다.
어디든 길은 있다.
계곡을 건너고 되돌아오고를 되풀이 하지만 길에는 시그널이 있고 선답자의 흔적이 있다.
내방역 스크린도어에 적혀있는 싯귀가 생각난다.
아침에 둘러본 550년 된 금강송에 반했는데 계곡에서 조금 벗어나면 여전히 소나무가 많이 보인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울리는 산이다.
3용소를 지난지 한참이 되었지만 아직 2용소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넓직한 바위가 있는 자리에서 또 술을 한 순배 돌린다.
누군가의 배낭에서 술은 끊임없이 나오고, 내 배낭에도 아직 소주가 한 병 그대로 있다.
내일은 이 차장과 둘이서 태백산을 오를 계획인데 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술을 한 잔씩 걸쳐서인지 객기가 발동하여 계곡에 몸을 담그기로 한다.
해병대 출신인 지 부장이 먼저 입수를 하고 한둘씩 그 뒤를 따른다.
나도 몸을 던지지만 발이 먼저 시려오는데 견딜 수가 없다.
두 번을 그렇게 계곡물에 몸을 맡기고 서로를 보며 파안대소한다.
여섯 시간째 걷고 있다.
제2용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쉽지 않은 굵은 밧줄구간이 나타난다.
내가 앞장서서 건넌 후에 뒤따라오는 일행 한 명 한 명 사진을 찍어준다.
그리고는 마침내 2용소가 나타난다.
3용소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2용소 상부에서 일행 모두를 디카에 담아본다.
3용소에서 4시간 30분을 내려왔지만 아마 걸은 시간은 두 시간 정도일 것이다.
최 소장님과 포즈를 취해본다.
몇 년 전에 겨울 덕유를 같이 걸었던 기억이 난다.
버너를 지펴 찌게를 끓이고 또 한 번의 걸죽한 술판이 벌어진다.
그리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얼마 남지 않은 산행에 서로 조심하라며 격려한다.
아마 오늘 산행은 걸은 시간과 술 때문에 배낭을 내려놓은 시간이 비슷할 것 같다.
이제 1용소는 여기에서 멀지 않단다.
그 전에 녹색 이끼가 멋진 여울을 디카에 담는다.
그리고 도착한 1용소는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없기 때문에 전부를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다.
용소골의 마지막 단풍을 디카에 담는다.
8시간의 산행을 종료한다.
몇 년 전 낙동정맥을 하던 중에 길을 잃어 한밤중에 덕풍산장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다.
계곡은 기억나지 않지만 날머리에 도착하니 산장과 주변 분위기가 기억에서 되살아난다.
아침에 본 울진사업소 직원 몇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는 했지만 멋진 가을 계곡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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