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해남은 생각보다 큰 도시인 것 같다. 버스 창을 통해 모습을 보이는 두륜산 가는 길의 풍경은 싱그럽기만 하다. 15분 만에 버스는 주차장에 도착하고 입장료 2,500원을 지불하고 경내 도로에 들어선다. 경내 버스가 있지만 이른 시간이라 운행은 하지 않고 있다. 대둔사를 대충 둘러보고 표충사 옆 들머리로 들어선다.
-08:00 남도 산행 둘째 날 출발!
두륜산에 처음 오셨다는 부부 등산객이 길을 물어온다. 그분들에게 어울릴만한 산행 코스를 알려드린다.
-08:50 만일재 도착
돌이 많은 임도를 따라 산행이 시작되고 중간에 약수터를 지나 만일암터에 도착한다. 만일암터 천년수라 적힌 이정표는 있는데 약수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만일암지 5층 석탑이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50분 만에 도착한 만일재는 가련봉과 두륜봉 사이의 안부이다. 진행방향으로 오른쪽이 두륜봉 그리고 왼쪽이 최고봉인 가련봉이다.
-09:17 두륜봉(해발630m)에 올랐다가 다시 만일재 도착
들머리에서 만난 부부 등산객과 함께 두륜봉으로 오른다. 지도상의 구름다리를 찾을 수는 없지만 조망이 트인 멋진 봉우리이다. 아마 내가 본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구름다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항시 우리는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가지 않는가? 구름다리라 하니 여느 산에서 본 현수교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09:53 가련봉(해발703m) 도착
만일재에서 가련봉으로 오르는 길은 너덜 길로 시작된다. 그러나 발판과 밧줄이 잘 메어져 있어서 오르기가 어렵지는 않다. 두륜산 최고봉인 가련봉에는 정상석이 없다. 진행 방향으로 바로 앞에 노승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고계봉이 조망된다.
-10:03 노승봉(해발586m) 도착
가련봉에서 내려서니 노승봉이다. 두륜산 산행중의 마지막 봉우리이다. 이곳에도 역시 정상석은 없다. 지난번 속리산의 여러 봉우리에 정상석이 없던 것과 같다. 아마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대둔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10:32 오심재 도착
문바위를 통과하여 내려서니 오심재이다. 문바위에서 이제 올라오는 단체 산행객들과 마주쳐서 그들에게 길을 양보하다보니 시간이 제법 지체된다. 젊은이들인데 어느 한 사람도 고맙다는 말이 없다. 아마 산꾼들은 아닌 것 같다.
헬기장이기도 한 오심재는 많은 단체 등산객들로 붐빈다. 이제부터 날머리이자 주작산 들머리인 오소재 약수터로 하산하여 주작으로 가는 힘든 그러나 기대되는 릿지를 시작해야 한다.
-11:00 오소재 약수터 도착
계곡을 따라 약수터로 내려간다. 등산객과 향락객이 많이 보인다. 다 내려설 즈음에 돌탑이 보인다. 수도꼭지를 통해 약수가 콸콸 쏟아지는 약수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물을 받으려고 북새통을 이룬다.
나는 주작산 들머리를 찾느라 부지런을 떤다. 몇 분께 물어도 다들 모른다는 말 뿐이다. 지도를 펴놓고 자세히 보니 약수터에서 위쪽(남쪽)으로 올라가면 될듯하다. 나도 수통을 채우고 들머리를 찾아 간다. 계획보다 시간이 지체 되어 오후 산행을 계획대로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11:23 주작산을 향하여 출발
약수터에서 위쪽으로 3분 정도를 걸으니 들머리가 나타난다. 주작정과 쉬양릿재를 가리키는 이정목과 주작․덕룡산 등반 지도판이 있다. 토마토를 먹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는 곧 다가올 릿지 구간에 대한 기대감과 고생스러움을 동시에 생각하며 배낭을 들러 멘다. 산꾸러기, 파이팅!
-11:53 점심식사
꾸준히 고도를 높이다가 작은 암봉을 지난다. 이 암봉은 앞으로 넘어야 할 수 많은 암봉의 전주곡일 뿐이다. 그늘진 곳에 배낭을 풀고 도시락, 막걸리, 사과를 펼쳐 놓는다. 등산화와 양말도 벗어 던진다. 혼자만의 달콤한 식사시간이다. 아마 이 시간에 이 길을 걷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잡목이 많았고 이정표는 없지만 릿지를 즐기는 산악회의 시그널이 많이 보였다. 점심을 먹고는 누워서 하늘을 본다. 다시 채비를 갖추고 20분 정도를 걸으니 드디어 암봉이 펼쳐진다. 그 너머에는 또 어떤 모습이 전개될지 기대감이 앞선다.
덕룡산을 넘어 날머리까지는 무리일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봉우리를 넘고, 우회하고, 밧줄을 잡고 내려서고 또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 또 다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다. 그러다가 뒤돌아 지나온 길을 보면 과연 내가 저 곳을 넘어 왔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오전에 걸었던 두륜산이 실루엣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주작산은 100대 명산에는 속하지 않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명산이다. 또한 남도에 있는 여러 산들이 그렇다. 반드시 높아야 멋진 산은 아니라는 것을 남도에서 보고 느낀다.
-15:10 관악사 갈림길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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