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야봉과 7암자 산행기
(노고단에서 제대로 된 상고대를 즐기고 일곱 암자를 걷다)
1. 산행일자 : 2019. 12. 20~12. 21(1박 2일)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노고단-반야봉-연하천-삼각고지-도솔암-실상사
4. 교 통
▷올 때 실상사(시외버스 15:50)-함양(시외버스 16:24)-진주(시외버스 17:50)-사상
5. 숙 박 : 연하천대피소
6. 산행기
어제 지리산 서북종주를 마치고 노고단 대피소에서 하루를 묵었다. 11년 전 여름을 시작으로 그동안 지리산 7암자 종주를 네 번 하였다. 처음 두 번은 길을 잃어 완주하지 못하였고, 두 번은 실상사에서 출발하여 도솔암까지 완주를 하였지만 연하천으로 오르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연하천에서 시작하여 도솔암부터 실상사까지 걷기로 하였다.
내일 종주를 위해 오늘은 연하천까지 여유로운 산행을 하기로 한다. 시간적 여유가 많으므로 겨울 반야봉도 알현하기로 하고 느긋하게 대피소를 나선다. 간밤에 상고대가 많이 피었나 보다. 멋지다.
<첫째 날>
노고단대피소(08:35)-노고단(09:00)-반야봉(11:29)-토끼봉(13:10)-연하천대피소(14:26)
등산객이 그다지 많지 않은 대피소에서 따듯하게 아니 덥게 하룻밤을 보냈다.
어제저녁에 먹다 남은 오뎅과 소시지를 넣은 누룽지탕을 끓여먹고 대피소를 나선다.
한 등산객이 소시지를 준다.
어느 등산객은 씨에라컵을 누가 가져갔다며 나 보고는 잃어버린 게 없냐고 묻는다.
밤새 눈이 살짝 내렸고 상고대가 멋지게 만들어졌다.
노고단이 기대된다.
노고단을 오르기 위해 인터넷으로 탐방 신청을 하였지만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무런 제재가 없다.
같이 출발한 산객은 먼저 반야봉으로 향한다.
와우, 이렇게 멋진 상고대가.....
2주 전에 천왕봉으로 오르면서 본 상고대는 이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신난다~~~
능선에도 작은 상고대가 피어있다.
임걸령 샘터에 도착하여 목을 축인다.
노루목과 대피소에서 만났던 두 젊은 산객을 다시 만난다.
둘은 친구가 되어있다.
한 사람은 목포에서 다른 사람은 대구에서 왔다고 하는데 그들 배낭이 어찌나 크던지.....
우리 셋은 갈림길에 배낭을 내려놓고 반야봉으로 오른다.
이곳 상고대 역시 멋지다.
반야봉은 두 달 만이다.
두 달뿐이 안 되어서 반야봉을 패스하려 했는데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두 산객과 작별을 하고 먼저 출발한다.
그들도 연하천에서 묵는다니 또 보게 될 것이다.
삼도봉을 지나고 551계단을 내려서 ㅜ화개재를 통과하고 토끼봉을 지나 연하천으로 향한다.
화개재에서부터 상고대가 별로 보이지 않더니 명선봉을 오르는데 또 만발한 상고대를 만난다.
오늘 특히나 멋진 지리를 걷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점심을 준비하지 못하여 배고픔을 참고 걸었다.
2시가 넘어 목적지인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먹다 남은 비스킷, 얻은 소시지로 허기를 채운다.
안으로 일찍 들여보내 주어 잠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초코파이 두 개를 사서 배고픈 배를 달랜다.
그리고는 잠이 든다.
깨어보니 두 산객이 도착하였고 그들은 이미 잘 준비를 한다.
취사장으로 가서 김치찌개를 만드는데 옆 등산객들의 푸짐한 저녁 먹거리에 자꾸 눈이 간다.
그래도 내 배낭에는 이슬이 하나 있으니~~~
<둘째 날>
연하천대피소(07:42)-도솔암갈림길(09:00)-도솔암(09:24)-영원사(10:11)-상무주암(11:25)
-문수암(11:50)-삼불사(12:20)-약수암(14:15)-실상사(14:57)
노고단 대피소에 비하면 간밤의 연하천 대피소는 약간 추웠다.
오늘 아침 역시 누룽지탕을 끓여 두 산객에게도 나누어 주고 산행 준비를 한다.
그들은 장터목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목포 산객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내가 먼저 대피소를 나선다.
삼각고지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며 무사히 도솔암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저 산죽은 어쩌다 말라죽은 것일까?
4년 전에는 목책은 없었던 것 같은데.....
금줄을 넘으며 미안함과 비장함이 교차한다.
길을 잘 찾기 위해 약간 긴장하며 걷다가 전망바위에서 지리산 주능선에 눈길을 준다.
그리고 잠시 걷다가 아이젠을 착용한다.
눈이 많지는 않지만 매우 미끄럽다.
아, 여기다~~~!!!
TV에서 진행자 한 명이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프로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이번에 이렇게 생긴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왔다.
브라보~~!!
세상에 이런 분이.....
저 시그널을 보니 나도 오늘 7암자 종주를 잘할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지나온지도 모르게 지나온 별바위 등이다.
아마 내가 아이젠을 착용했던 그곳이 아닐까?
도솔암 내려가는 길은 과연 좋다.
지난번에 정 선배와 함께 치고 올라오며 개고생을 했던 계곡길이 옆으로 보인다.
20분도 채 안 걸어 도솔암에 도착한다.
본당 뒤쪽으로 들어선다.
불경을 읊고 계신 스님께 방해가 안 되려고 얼른 경내를 빠져나온다.
활엽수 고목들은 너그럽다.
산죽 한 뿌리가 그 안에서 자라고 있다.
이제 7암자 종주를 완성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을 하며 낯익은 길을 따라 내려와 합수점에 도착한다.
에구구, 계곡을 건너는데 입산금지 구역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하기사 아직 지리산 구역이니.....
영원사 경내를 지나 사릿문을 통과한다.
예전에는 이곳에 이런 편의시설이 없었는데.....
하이, 롱 타임 노 씨~~!!
저 쓰러진 나무를 알게 된 지 11년이 지났다.
살아있는 나무는 쉽게 잊히지만 많은 세월이 지나도 쟤는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 뒤로 펼쳐진 지리를 보면 더욱 그렇다.
ㅎ 저 글은 왜 써 붙였을까?
저 동물들은 글도 읽지 못하는데.....
반대편에서 지게를 진 보살님 한 분이 도착하신다.
저분은 불심으로 그러실 테고 나는?
처음으로 상무주암에서 보살님도 스님도 뵙는다.
곧이어 한 무리의 등산객이 도착하더니 바로 옆 쉼터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꼭 저곳이어야 할까?
어라, 문수암 요사채가 철거되었네?
스님은 안 계시고 뭔지 어수선한 분위기의 문수암이 나를 맞는다.
이 실망감은?
7암자 종주길에도 이정표와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다.
아마 국립공원에서 정식 등산로로 인정을 한 것 같다.
삼불사 직전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는다.
맞은편 암봉이 참 멋지다.
언제 저곳을 걸어 볼 수 있으려나?
바위와 소나무의 보은?
문수암처럼 삼불사 역시 스님이 안 계시다.
경내가 예쁘게 꾸며져 있다.
한참을 찾다가 발견한 이 물로 수통을 채운다.
약수암 가는 길을 묻는 등산객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목탁 소품의 눈썹을 보면서 혼자의 짐작이다.
아무리 비워있지만 차마 경내에서는 버너를 못 지피고 잠시 내려와서 점심을 준비한다.
3일간 걸으면서 처음 먹는 점심이다.
커다란 박배낭을 진 산객이 지나가고 위쪽 능선에서는 단체 등산객들의 큰 목소리가 들려온다.
죽은 나무, 쓰러진 나무들로 어수선한 숲을 지나 약수암에 도착한다.
약수암 후문인 것 같은데 임도가 있다.
아마 도마로 내려가는 길이 아닐까?
나는 이곳의 저 샘터를 좋아한다.
겨울인 지금도 푸른 이끼가 더 멋짐을 뽐낸다.
임도를 버리고 산길을 따라 내려선다.
여기에도 둘레길이 있는지 이정표가 알려준다.
저번에는 가보지 못한 조계암터 부도전을 둘러본다.
실상사에 도착한다.
정말 깔끔하게 7암자 종주를 마무리한다.
도솔암 가는 길을 찾아낸 것이 종주를 완성시켰음이 틀림없지만 이후 이정목이 길을 잘 안내했다.
여유를 가지고 경내를 천천히 둘러본다.
8년 전 여름, 저곳의 연초록 색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데.....
이곳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리다가 그곳에 놓인 나무난로를 화제로 주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7암자 종주를 포함하여 3일간의 멋지고 깔끔한 지리산 겨울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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