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겨울 우중 산행기
(2년 반 만에 찾은 지리산, 혹독함을 맛보았다)
1. 산행일자 : 2014. 1. 25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순두류-법계사-천왕봉-장터목-중산리(11.8Km)
4. 교 통
▷ 갈 때 부산서부터미널(시외버스 06:10)→중산리(셔틀버스 09:30)→순두류
▷ 올 때 중산리(시외버스 17:15)→진주(시외버스 19:20)→부산
5. 산행기
2년 반 만에 지리를 찾는다. 울진으로 전입 온 후 너무 멀어서 지리를 찾지 못했다. 지난주 사업소의 아픈 일과 그나마 다행이라는 드라마 같은 진행을 겪으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피곤했는데 그때 떠오르는 곳은 역시 지리산이었다.
긴 시간 여러 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중산리에 도착하여 들머리에 서니 마침 순두류 가는 버스가 막 출발하려 한다. 별생각 없이 요금 2천 원을 내고 버스에 오른다. 두 번째 타 보는 법계사 버스인데 요금이 올랐나 보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단체 산행객과 같이 순두류를 출발하여 법계사를 향한다. 얼마 걷지 않아 아이젠을 착용한다. 눈은 많지 않지만 등산로가 얼어있어서 매우 미끄럽다. 이 코스로는 세 번째, 겨울로는 두 번째 걸음이다.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으며 1시간 30여분을 걸어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한다. 오랜만에 찾은 지리는 내게 눈 대신 비를 선사하고 있다. 디카 셔터 누르기를 포기하며 부지런히 천왕봉을 향한다. 1600 고지를 지나면서부터 비는 진눈깨비로 변하고 개선문을 지나면서 함박눈으로 변한다. 블로그에서 봤던 천왕샘 고드름은 보이지 않고 흠뻑 젖은 장갑을 갈아 낄 생각도 못한 채 천왕봉에 선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강풍이 불고 사방으로 뿌연 회색은 아무것도 보여주지를 않는다. 그래도 정상 인증샷은 있어야겠기에 장갑을 벗어 디카를 열으려 하지만 이내 손이 얼듯이 시리다. 포기하고 헬기장으로 내려선다. 제석봉 가는 길에는 눈꽃이 남아있겠지 하는 기대감은 곧 허물어지고 점점 얼어오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발길을 재촉한다. 제석봉 역시 회색이다.
장터목에 새로운 건물이 하나 지어졌다. 2년 넘게 찾지 않은 사이에 지리의 인공물은 변화가 많았나 보다. 새로 지어진 곳에 취사장이 있다. 자리를 잡고 오뎅과 떡국을 끓여 먹는데 옆 산객이 생선회를 권한다. 정말 귀한 음식이다.
장터목대피소에는 흡연구역이 있었다. 당연히 같은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직원이 사무실로 올라오란다. 과태료 대신 지도장을 끊는다. 아아~~!! 지리여! 아아~~ 장터목이여!!
유암폭포는 꽁꽁 얼어있다. 여름에 본 폭포보다 훨 느낌이 좋다. 아이폰에 담는다. 여름에 찍었던 사진과 비교도 해본다. 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중산리를 향한다. 계획한 시간에 버스에 오르기 위해서이다.
오랜만에 찾은 지리는 내게 늘 보여주던 겨울 풍경 대신 혹독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리는 지리 그 자체로도 좋다. 설화나 상고대는 물론 많은 눈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지리임을 느꼈고 그 안에서 행복한 8시간을 보냈다. 아마 이 겨울이 지나기까지 지리산을 다시 찾을 수는 없겠지만 늘 마음에 품고 있으리라. 굿바이, 지리!!
'국내산행 > 산행(201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백산 산행기(0216) (0) | 2014.02.19 |
---|---|
백암산 심설산행 실패기(0215) (0) | 2014.02.17 |
치악산 종주 산행기(0111) (0) | 2014.01.13 |
덕항산 심설 산행기(0105) (0) | 2014.01.06 |
설악 주전골/흘림골 산행기(0104) (0) | 2014.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