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종주 산행기
(상고대가 멋진 치악, 상원사에서 구룡사까지 걷다)
1. 산행일자 : 2014. 1. 11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상원사-남대봉-향로봉-비로봉-구룡사(21.4Km)
4. 교 통
▷ 갈 때 원주역(시내버스23번 07:05)→상원
▷ 올 때 구룡사(시내버스)→원주터미날(고속버스17:40)→서울
5. 산행기
주차장(07:50)-상원사(09:45)-남대봉(10:15)-향로봉(11:40)-비로봉(14:23)-구룡사(16:16)
2006년 가을에 치악산을 처음 올랐다. 첫 산행이 구룡사에서 상원사까지 종주였다. 그리고 4년 전 겨울에 치악 첫 눈산행을 하였다. 그때 상고대가 참 고왔던 기억과 8년 전의 종주가 떠올라서 종주길에 나선다. 금요일 저녁 늦게 원주에 도착하여 다음날 아침 상원사행 첫 버스를 탈 수 있는 원주역 근방에 숙소를 정한다.
몇몇 등산객이 나와 함께 버스 종점에 내린다.
8년이란 세월이 흐른 탓에 상원사 주차장과 탐방센터는 기억이 가물하다.
성남지킴터에서 상원사까지는 4.9Km이다.
눈 덮인 길을 따라 천천히 40분을 걸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상원사 입구에 도착한다.
상원사에서 써 붙인 문구가 눈길을 끈다.
계곡은 물론 등산로가 얼어있어 바로 아이젠을 착용한다.
상원사 직전에 있는 샘터인 쌍용수에 도착하니 물이 없다.
오늘 10여 년 산행에서 처음으로 물 없이 걷게 되나 보다.
아~!
눈에 묻혀있는 사찰 풍경은 이루 형용할 수 없다.
일주문의 위치가 산사와 어울리지 않는 것 말고는 나무랄 데 없다.
원래 이름이 赤岳山이었는데 稚岳山으로 바뀌게 된 전설 어린 범종 앞에도 서본다.
10여분 머물며 경내와 주변 풍광을 디카에 담는다.
상원사에서 다시 등로로 들어서니 이내 영원사 갈림길이다.
만약 아침에 등산객 한 분이라도 영원사 입구에서 하차하였다면 나는 저 길로 올라왔을 것이다.
더더욱 멋진 상고대가 파란 하늘 때로는 짙은 안개와 어울려 나를 반긴다.
멋진 선택이었음을 홀로 자찬한다.
2시간 25분 만에 오늘 첫 봉우리인 남대봉에 도착한다.
나무로 만든 안내판이 해발 1181m임을 알리고 이정목은 비로봉까지 9.8Km임을 가리킨다.
나와 같이 출발한 등산객 몇 명이 쉬고 있다.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가도록 럿쎌된 길을 따라 걷는다.
바람이 많은 곳의 등산로 옆은 스틱을 짚어보니 반이 넘게 들어간다.
그리고 상고대는 절정을 이루고 비로봉이 드디어 모습을 보여준다.
향로봉은 단체 등산객들로 붐빈다.
부탁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느 산객이 자청해서 인증샷을 찍어 주신다.
곧은치 직전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차가운 김밥과 맥주로 점심을 대신한다.
평소에는 부럽지 않던 라면을 먹는 주변 분들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곧은치와 입석사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상고대가 보이지 않는다.
따스한 햇빛과 차가운 바람이 그들을 다시 눈이 되어 흩날리게 하나보다.
이제 비로봉 정상이 가까이 있다.
산행을 시작한 지 6시간 30분 만에 드디어 오늘 종주의 마지막 봉우리에 선다.
사방으로 막힘이 없이 조망이 좋다.
오면서 출입금지 안내판을 본 토끼봉, 투구봉 능선이 나를 유혹한다.
언제 한 번 저질러? ㅋㅋ
정상에 있는 세 탑이 어느 개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처음 확인한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멋진 분이다.
종주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사다리병창 길로 하산한다.
그러나 계곡길을 뿌리친 선택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경사각이 큰 계단에 눈이 워낙 많이 쌓인 탓에 조심스레 스틱을 짚으며 내려간다.
그러면서 내가 이 길로 하산한 적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한 시간 이상을 기듯이 내려와 세렴폭포에 도착하나 기대와 다른 형편없는 모습으로 나를 맞는다.
그나마 얼어붙은 세렴폭포를 처음 본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얼른 발걸음을 돌려 구룡사로 향한다.
탐방센터 앞 눈사람 세 가족이 화가 낫는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한다.
오후 4시 16분, 구룡사에 도착하여 8시간 30분이 걸린 치악산 종주를 마감한다.
8년 전 가을 종주 때보다 한 시간이 덜 걸렸다.
상고대로 인해 지난주 덕항산 산행 이상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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