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삼봉 산행기
(청아한 늦가을 세 봉우리를 넘어 비바람과 우박을 맞다)
1. 산행일자 : 2013. 11. 16
2. 참 석 자 : 이승규, 전진수
3. 산행코스
해동삼봉(고적대-청옥산-두타산)
4. 교 통
▷ 11/16 울진(승용차 06:10)→무릉계곡
▷ 11/17 댓재(히치 08:48)→동해(시내버스)→무릉계곡(승용차)→울진
5. 숙 박
▷ 11/16 댓재 야영
6. 식 단
▷ 11/16 점심(도시락), 저녁(햄구이/어묵탕)
▷ 11/17 아침(부대찌개)
7. 산행기
이번 산행을 준비하면서 해동삼봉을 처음 알게 되었다. 두타산, 청옥산과 고적대 세 봉우리를 이르는 말이다. 삼봉 모두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걸어 본 길이나 이번에는 고적대에서 남진을 해 보기로 한다.
세 번 산행을 같이 한 이 팀장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덕항산까지 걷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댓재에서의 비바람으로 인해 덕항산은 포기하였다.
무릉계곡(07:40)-학등입구(08:43)-사원터(09:08)-고적대삼거리(11:14)-고적대(11:50)-
연칠성령(12:30)-청옥산(13:43)-박달재(14:14)-두타산(15:18)-통골재(16:177)-댓재(18:10)
아침 일찍 이 팀장 승용차로 울진을 출발한다.
입구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주먹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들머리에 선다.
야영장비로 배낭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 비가 내리지 않는걸 감사히 생각하며 고적대로 향한다.
두타산은 올해 들어 세 번째이다.
학등 입구에서 사원터까지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오늘 고될 산행의 워밍업으로 생각 든다.
늦가을 단풍이 지고 쓸쓸한 계곡이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하는 듯하다.
사원터에서 막걸리 한 잔씩을 마시며 된비알을 오를 준비를 한다.
고적대 오르는 길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얼마나 다리에 힘을 주며 된비알을 오르는지 쥐가 날 정도이다.
무거운 배낭은 양 어깨를 압박한다.
삼거리에 서니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이 힘든 우리를 위로한다.
고적대를 얼마 남기지 않고 청옥과 두타가 나란히 우리를 반긴다.
그러나 저곳까지 많이 걸어야 함을 나는 안다.
슬쩍 이 팀장 눈치를 본다.
백두대간 길에 지나친 이후 처음 고적대에 선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어 4시간 10분 만이다.
고적대에서 연칠성령으로 내려서는 길은 밧줄 구간이 이어지며 만만치가 않다.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연칠성령을 지난다.
배가 고프지만 청옥산 샘터에서 라면을 끓일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해동삼봉의 두 번째 봉우리인 청옥산에 도착한다.
청옥산 갈림길에서 만난 세 분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아! 그런데 청옥산 샘터가 말라있다.
라면과 함께 먹으려고 가지고 간 밥 약간을 나누어 먹는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두타샘에서 라면을 끓일 시간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준비한 정상주는 빼먹지 않는다.
지나온 그리고 걸어갈 백두대간 마루금을 안주삼아 파이팅을 외친다.
지금부터 가는 길은 역으로 걸어 본 길이다.
박달재에서 두타 까지가 이렇게 멀고 힘들었던가?
한 시간을 걸어 마지막 봉우리인 두타산에 도착한다.
내가 먼저 도착하여 수통을 채우러 샘터로 내려간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이 물이야 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수이다.
두타 정상에서 한참을 머문다.
이 팀장이 많이 지친 기색이다.
그러나 아직 최소한 두 시간 반은 더 걸어야 한다.
통골재에서 하산길에 물을 구할 수 있는 지류가 있지만 아직 수통에 물이 남아 있어 그냥 지나친다.
두타샘에서 반 통씩을 채운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햇댓등으로 향하는 중에 이름 모를 봉우리에서 일몰을 본다.
해발이 낮은지라 멋진 광경은 아니지만 의외이다.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랜턴을 켜고 햇댓등을 오른다.
이정표를 디카에 담고 무심히 지나친다.
마지막 봉우리를 오르는 이 팀장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워 보인다.
그러면서 나는 내일 5-6시간의 산행을 머리에 그려본다.
마지막 봉우리를 힘겹게 넘어 드디어 댓재에 도착한다.
오후 6시 10분이다.
10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댓재를 앞두고 댓재 휴게소가 문을 닫았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뿐이었는데 다행이다.
가게에 들러 음료수와 술 몇 가지를 고르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텐트를 친다.
다행히 바람도 없고 기온이 차갑지도 않다.
잠시 후 힘든 10시간을 잊고 안주를 마련하여 쏘맥을 마신다.
처음으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은 이 팀장을 격려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9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빗소리에 잠을 깬다.
새벽 2시 20분이다.
옆 텐트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이 팀장, 그냥 자둬......"
한 번을 더 깨고 다시 잠이 들어 눈을 뜨니 7시이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세차다.
댓재 칼바람은 익히 알고 있고 경험한 터라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그런데 아침 준비를 하는데 우박이 쏟아진다.
"이 팀장, 막걸리 하나 사고 버스 시간 알아봐..... ㅎㅎ"
덕항산을 포기하는 순간이다.
8:50경 도착하는 삼척행 버스를 타기 위해 철수를 서두른다.
10여 분 전에 준비를 마치고 휴게소 앞에 서 있는데 어느 분이 우리 앞에 차를 세운다.
이 분도 궂은 날씨 때문에 계획을 취소하고 돌아가려던 참이라며 우리 보고 타라 하신다.
아! 하나를 포기하니 새로운 하나가 생겼다.
그분 덕분에 편안하게 무릉계곡 입구까지 온다.
이 팀장! 수고해쓰! 할만하지? ㅋㅋㅎㅎ
아마 올해 마지막 야영을 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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