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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산행/일본

소보산 산행기(첫째날)

 

<산행 첫째 날 10/28>

 

 

 

   祖母山登山口 → 宮原 → 祖母山 → 天狗岩 → 障子岳 → 古祖母山 → 尾平越 → 尾平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새벽 4시에 잠에서 깨었다. 생각보다 춥지는 않다. 온도계는 영상 9도를 가리킨다. 하늘에는 여전히 별들이 영롱하고 아직 밝지는 않았지만 하늘은 깨끗한 듯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텐트를 걷고 배낭을 다시 꾸려서 6시 18분에 호시코가를 출발한다. 소보산 들머리는 어제 버스 기사 아저씨가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쉽게 찾아간다.

 

 

             

 

 

               

   06:31  소보산으로 출발  

            호시코가에서 7번 현도를 따라 내려서니 들머리이다. 모미지야 여관의 주차장이기도 하다. 산행을 준비하는 남녀 등산객과 서너 대의 승용차가 보인다. 넓은 길을 따라 10여분을 걸으니 출렁다리인 쯔리하시(つり橋)가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면 오늘 산행길인 미야노하라(宮ノ原)를 경유하여 소보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직진 길은 구로가네능선(黑金尾根)을 통하여 정상에 다다르는 길이다. 소보산 능선위로 떠있는 달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자 곰을 주의하라는 안내판이 조금은 긴장감을 갖게 한다. 곧 갈림길이 나타나고 어느 쪽으로 올라도 상관없다는 조그만 안내판이 있어서 나는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것이 50분간의 알바의 시작인지 모른 채.... 

  

 

 

 

 

              

 

             

 

   길이 점점 희미해진다. 20여분 이상을 오르다가 결국 포기한다. 그리고 되돌아 내려오다가 다시 길을 잃고 30여분을 이리저리 헤맨 끝에 소보산 들머리라 표시된 안내판을 만난다. 갈 길이 먼데 시작부터 50분간의 알바를 한 것이다. 오후에 알았는데 나무에 테이프를 감아 놓은 것이 길을 안내하는 표시였다. 우리나라 산의 표지기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심히 보았다면 50분을 허비하지 않았을 텐데....

 

 

 

 

          

 

   07:49  표고 700m 통과

            정상적인 등산로에 올라서니 이내 익숙한 표지판이 나타난다. 산길은 우리 산과 비슷한데 나무가 울창하여 걷는 길에서는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08:18  二合目 도착

            산죽과 평범한 길을 걸으며 표고를 높인다. 아직 단풍은 많이 보이지 않으나 나무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는 드문드문 울긋불긋한 모습이 펼쳐진다. 25분 정도를 더 올라가서 휴식을 취한다. 어제 슈퍼에서 산 사과가 매우 맛나다.

 

   08:50  표고 1100m 도착

            표고 1000m 표지판은 놓치고 해발 1100m까지 올랐다.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씩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단풍 인파를 피해 아직 단풍 산행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붉은색과 노란색 단풍이 여간 예뻐 보이지 않는다. 산죽은 여전히 등산로를 안내한다.

 

 

 

 

         

   09:35  미야노하라(宮原) 도착

            해발 1300m인 六合目을 지나면서 내 키보다 훨씬 큰 산죽 군락을 통과한다. 소보산과 おしょじいわ(大障子岩) 갈림길이며 해발 1400m인 미야노하라에 도착한다. 2시간을 예상했으나 초입에서의 알바를 포함하여 3시간이 소요되었다. 왼쪽이 소보산 방향이고, 반대편은 오쇼지이와로 가는 길이다. 일본산의 이정목이나 표지판에는 거리 및 소요시간이 적혀있지 않다.

 

 

 

  

 

   10:31 九合目小屋 도착

            미야노하라에서 부터의 능선 길은 약간의 암봉이 나타난다. 도착 직전에 어제 저녁 산장에서 만난 일본 여성 등산객 두 명을 다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들을 지나쳐 내가 먼저 산장에 도착한다. 지난번 북알프스의 산장이나 고야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산행 준비를 할 때 재팬 야후의 산행기를 통해 눈에 익어서인지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산장지기 역시 눈에 익다.

   산장 아래쪽에 샘터가 있는데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물을 구할 수가 없다며 산장지기가 통에 받아 놓은 물을 마시라 한다. 아직 수통에 물이 남아있고 다음 水場(샘터)가 멀지 않기 때문에 수통을 채우지 않고 잠시 쉰 후에 출발한다. 그러나 이것이 큰 실수였음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11:08  소보산(祖母山 해발1756.4m) 정상 도착

            산장에서 소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죽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 곳도 보인다. 많은 등산객이 반대 방향에서 내려온다. 정상에 다다르니 많은 산객들이 쉬고 있다. 우리나라 산처럼 정상석은 없고 신사와 이정목이 있다. 사방으로 확 트인 조망이 가슴마저 시원하게 하는 듯하다. 잠시 후에 역시 어제 산장에서 만난 다른 두 여성 등산객이 올라온다. 그들 넷이 한 팀 인줄 알았더니 두 팀이었던 모양이다. 그 젊은 아가씨들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며 초콜렛을 건네준다. 나는 땅콩으로 보답한다.

 

 

            

 

 

 

 

 

 

 

   10여분 정도 정상에서 머문 후에 그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 길은 올라 올 때와는 다르게 밧줄구간도 종종 나타나고 약간 험하다. 밧줄을 잡고 급경사 길을 내려서니 가야 할 능선과 멀리 텐구이와(天狗岩)이 조망된다. 아직도 반대 방향에서 오르는 일본인 등산객들이 많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원래 계획대로 ブナ林까지 진행이 어려울 듯하다. 능선 길은 올라서던 길보다 단풍이 더 아름답다. 붉은 단풍과 초록의 산죽이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서로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나라 가을산과 다를 바 없다.

 

 

 

 

 

              

 

          

 

                 

 

   12:33  구로가네능선(黑金尾根) 갈림길 도착

            이곳에서 수통을 채웠어야 했는데 무심코 통과하였다. 소보산을 오르는 대부분 등산객들은 이 길로 오르거나 내려선다고 한다.

 

 

 

 

 

   12:42  텐구이와(天狗岩) 도착

            텐구이와는 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오르는 길에 표지판이 있어서 배낭을 벗어두고 디냐온다.

 

 

              

 

               

 

   이곳에서의 조망 역시 소보산 못지않다. 쇼지다케(障子岳)와 후루소보산(古祖母山)이 가까이 조망된다. 배도 고프고 힘이 든다. 산장과 구로가네능선(黑金尾根) 길에서 수통을 채우지 못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13:25  쇼지다케(障子岳 해발1703m) 도착

            땅콩과 초콜릿 그리고 육포로 배고픔을 이기며 걷는다. 쇼지다케가 바로 올려다 보이는 어느 암릉에서 과일 통조림을 먹으며 갈증을 해소한다. 힘들고 배고픈 산행이다. 반대 방향에서 오는 부부 산객에게 샘터를 물어보니 쇼지다케 근처에 있단다. 이번에도 발견하지 못하면 코스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등산객이 내 목적지까지 시간이 얼마 안 걸릴 거라는 반가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걸어보니 나중에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어렵게 도착한 쇼지다케의 조망은 어려움을 다 털어버리게 한다. 멋진 조망과 알록달록한 단풍과 기암의 모습이 훌륭하다.

 

 

             

 

 

            

   14:06  제1전망대 도착

            내가 일본어를 잘 못 알아들었는지 쇼지다케 근처에서도 샘터를 발견하지 못했다. 쇼지다케에서 내려서서 어느 전망대에 다다르니 부부로 보이는 나이 지긋하신 두 등산객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목적지를 이야기 하니 너무 멀어서 갈수 있겠냐고 걱정을 한다. 그 분들은 오야지야마로 간다고 한다. 샘터 있는 곳을 물으니 모른다며 배낭에서 큰 물통을 꺼내 내 수통을 채워 준다. 몇 번이고 괜찮다며 사양하였으나 어제 구주산에서 떠온 탄산수라 하며 은혜를 베푼다. 고마운 마음에 나는 레모나 네 개를 아주머니께 드린다. 기오츠케테(조심) 하라며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는 그분들 보다 앞서 내려간다.

 

 

              

 

 

 

 

   수통을 가득 채우니 걱정이 사라진다. 제5전망대 이후 제4, 제3, 제2전망대를 지나쳐 제1전망대 표지판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드디어 샘터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 표지판을 따라 산죽을 헤치고 가니 고무호수를 통해 졸졸 흐르는 물이 보인다. 오늘 몇 개의 샘터를 지나치고 처음으로 보는 물이다. 일본어로는 샘터를 水場(미즈바)라 표현하는데 우리 생각으로는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작은 샘터이다. 그러나 지금 내게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다.

 

 

 

              

 

             

 

   샘터에서 실컷 물을 마신다. 실컷 이래야 물을 받는 시간이 오래 걸려 그다지 많은 양도 아니다. 코펠에 물을 받아 와서는 라면을 끓인다. 오후 2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다. 비상식량을 먹으며 여기까지 진행해서인지 배가 많이 고플 만도 한데 라면 한 개를 간신히 먹는다. 지친 탓일 것이다. 그리고는 새로운 루트를 짠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가기는 무리일 것이다. 우선 오비라코에(尾平越)까지 가 보기로 하고 배낭을 다시 꾸려 14:47에 나머지 길을 위해 출발한다.  

 

 

 

             

 

   15:08  후루소보산(古祖母山, 해발1633M) 도착

            제1전망대를 출발하여 20여분 만에 후루소보산에 도착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소보산 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사목 군락이 보인다. 이해하기 어렵다. 정상에는 초라한 표지석이 서 있을 뿐이다. 소보산 정상과는 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쉬노라니 나와 비슷한 행장의 산객 한 명이 도착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도 오늘 어디쯤에선가 야영을 할 거라며 내게 사진을 찍어준다. 서로에게 주의하라는 인사를 나누고 그 분이 먼저 정상에서 내가 온 길로 내려간다. 이제는 계획보다 늦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힘은 다 빠져서 거의 탈진 상태이다. 이 상태로 목적지까지 억지로야 갈 수 있겠지만 지나오면서 샘터의 발견이 어려웠던 점과 홀로 야영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16:10  오비라코에(尾平越) 도착

            오비라 터널과의 분기점인 오비라코에에 도착하니 혼다니산(本谷山)5㎞/후루소보산3㎞라는 이정목이 보인다. 그리고 야영하기로 한 부나리(ブナ林) 샘터 까지는 1.2㎞ 밖에 남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가는 야영터로 오른다. 그러나 이내 되돌아 내려선다. 이곳에서 터널로 내려서서 다시 호시코가로 가서 야영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가타무키산은 포기하고 내일 미야노하라에서 오쇼지이와(大障子岩)과 쇼지이와(障子岩)를 오른 다음 上畑(우레하타)로 하산하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나니 앞으로 2시간 정도 남은 하산길이 쉽게 느껴진다.

 

 

 

 

  

   16:40  현도 도착

            30분을 내려서니 날머리이다. 그리고 곧 7번 현도상의 터널이 나타난다. 사태로  지금은 통행이 금지된 곳이다. 길 곳곳이 낙석으로 인해 엉망이다. 산길을 다 내려섰다는 안도감과 낙석의 위험으로 인한 불안감이 교차한다.

 

 

 

 

 

   17:18  호시코가 입구 도착

             현도와 산길을 번갈아 걸으며 폐광산을 통해 내려서니 바로 호시코가 입구이다. 운이 좋다. 13시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들머리에서의 알바, 일본 등산객에게서 얻은 물, 물이 없어서 늦어진 점심 그리고 산행계획의 변경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좋지 않았던 소보산의 첫 날이었다. 그리고 일본산에도 우리나라의 시그널처럼 등산로를 안내하는 테이프가 나무에 감겨있다는 것을 발견한 하루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을 아침에 알아 차렸다면 알바는 없었을 것이다. 어제 산장지기에게 하루만 야영을 할 것이라 했는데 다시 호시코가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혼자 빙그레 웃음이 퍼진다. 익숙해진 산장으로 발길을 옮기니 어제와는 달리 주차장에는 차량도 한 대 없고 젊은 산장지기가 나를 맞는다.

 

 

 

 

 

   어제와 같은 자리에 텐트를 설치하고 온천으로 들어간다. 세 명이 들어 갈 수 있는 작은 곳이지만 탕은 갖추고 있다. 나는 샤워만 간단히 하고 주인장에게 내일 걸을 길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보고는 보금자리로 돌아와 아끼던 소주를 한 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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