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둘째 날 10/29>
祖母山登山口 → 宮原 → 池の原 → 八丁越 → 大障子岩 → 障子岩 → 上畑
어제 새벽과는 달리 구름이 짙게 깔려있다. 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기온은 어제보다 높은 14℃를 가리킨다. 뜨거운 물에 샤워도 하였고 잠자리가 낯설지 않아서 편히 잘 잔거 같다. 산장에는 단 한 명의 산객만이 있었는데 나보다 먼저 출발을 한 듯하다. 누릉지를 끓여먹고 7시 정각에 산장을 나선다.
07:06 미야노하라를 향해 출발
어제와 똑같은 들머리로 들어선다. 아침 햇살에 붉게 보이는 소보산 능선이 어제와 다르지 않다. 깨끗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오른편의 침엽수림을 쳐다보며 다리에 이른다. 어제 저 다리를 건넌 후 시작된 알바를 상기하며 그리고 나무에 테이프를 붙여 길을 안내하는 것을 발견한 어제 오후를 생각하며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출렁다리를 건넌다. 과연 테이프가 나무를 따라 이어지고 내가 어제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가 명확해 진다.
07:51 임도 도착
08:20 二合目 도착
임도를 지나니 계곡이 나타나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키가 큰 침엽수림을 지나 二合目에 도착한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였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갈림길이다. 이제부터 해발 1400m인 미야노하라(宮原) 까지는 어제 걸었던 길이다.
09:39 미야노하라(祖母山/大障子岩/尾平, 해발1400m) 도착
어제는 놓친 해발1000m 표지판을 지나고 말라버린 샘터를 지나 미야노하라에 도착한다. 오늘은 오른쪽 산죽밭으로 걸을 것이다. 사과를 먹으며 충분히 휴식 후에 길을 걷기 시작한다.
10:11 이케노하라(池の原) 전망대 도착
오쇼지이와로 가는 길은 처음부터 키가 큰 산죽밭을 통과하여야 한다. 등산로에 쓰러져 있는 나무들이 진행을 방해한다. 기다시피 통과하거나 허리를 굽혀 지나가자니 힘이 더 빠지는 듯하다. 그렇게 20여분을 걸으니 글자 그대로 넓은 평원지대가 나타난다. 이케노하라이다. 그곳을 지나 올라서자 전망대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등산객을 한명도 보지 못했는데 앞으로 갈 길에서는 만날 수 있을지 아니면 홀로 산행이 될지 은근히 궁금해진다.
11:09 八丁越(하쵸코에) 도착
울창한 숲은 걷는 동안 조망을 방해하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쓰러진 나무는 진행을 방해한다. 어렵지 않은 암릉 길은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서 두려움을 준다. 빠른 걸음으로 걷지는 못하지만 네거리 갈림길인 하쵸코에 까지는 계획한대로 진행 중이다. 어제 산장 주인이 10시간 정도 소요될 거라고 으름장을 주어서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남은 구간도 특별히 어려운 곳은 없으므로 어제와 같은 고생은 없을 듯하다. 나무에 걸린 작은 이정표가 적지 않은 위안이 된다.
11:56 大障子岩(오쇼지이와, 해발1451m) 도착
직전 갈림길에 배낭을 벗어 두고 오른 오쇼지이와는 최고의 조망을 보여준다. 소보산과 후루소보산 및 지나온 능선 그리고 온 산이 울긋불긋하게 물든 모습은 너무 멋지다. 백두대간을 걸을 적에 느낀 것이지만 목적지 봉우리에 다다르면 그 봉우리 자체는 별 멋이 없다. 그 봉우리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그곳에 올라서서 보는 주변의 풍광이 훨씬 멋진데 오쇼지이와 역시 다르지 않다.
13:33 障子岩(쇼지이와, 해발1409.2m) 우회 도착
어제, 오늘을 걸어보니 소보산에는 참으로 산죽, 고사목, 주목이 많다. 다른 일본산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쓰러져 있는 나무들이 자연의 자기 조절을 보여 주는 듯하다. 치우지 않고 자연과 동화하게 한 일본인들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혜가 엿보이는 것 같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산은 워낙 많은 등산객이 찾기도 하지만 이러한 자연과의 동화보다는 등산의 편리성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
14:59 쿠로다니(黑谷) 도착
시간이 지체되어 점심도 거른 채 부지런히 하산을 재촉한다. 1시간 반 정도를 내려서니 물소리가 들리고 이내 쿠로다니 계곡에 도착한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 오가타로 나가는 막차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여기서부터 다케오샤(健男社)까지 그리고 우레하타(上畑)까지 얼마나 소요될지는 몰라도 지도상 나타난 시간으로는 충분할 것 같다. 계곡에 내려서기 전에 지도상으로는 해발 1204m의 쿠로이와야마(黑岩山)를 지났을 텐데 어떠한 표시도 없어서 모른 채 지나친 것 같다. 차가운 계곡수를 마시고 수통을 반쯤 채운다. 오늘도 어제처럼 점심이 늦어지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내려갈까 하다가 혹시라도 남은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워 하산해서 먹기로 한다.
15:38 우레하타(上畑) 도착
계곡에서 30분 정도를 내려서니 드디어 마을이 나타난다. 큰 대나무 숲도 보인다. 우리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실질적인 소보산 등산은 여기에서 종료된다. 8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중간에 점심을 해먹고 휴식 시간을 더 가졌다면 정말로 10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내려서면서 보니 일본 등산로는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확연히 느껴진다. 등산로가 나선 모양으로 지그재그를 이룬다. 우리의 급한 성격으로 등산로를 치고 올라가거나 내려서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지 않았고 등산로를 벗어나 걷는 이들이 없는 듯 길은 오직 하나이다.
15:45 다케오샤(健男社) 도착
마을길을 따라 내려서니 다케오샤 신사이다. 재팬 야후 사이트에서 본 것과 같이 입구에 엄청 큰 나무가 인상적이다. 이 신사에는 공부의 신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맞은편에 가타무키야마 능선이 펼쳐진다.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또 밀려온다. 신사에는 들어가지 않고 정문 앞에서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과연 다케오샤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의 기도를 들어줄지.....
15:50 가타무키야마 들머리(傾山登山口) 도착
현도를 따라 5분 내려서니 그저께 버스 기사가 알려준 가타무키야마 들머리이다. 들머리 표지판을 보니 가타무키를 내려서서 이곳까지는 12㎞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당초 계획한 가타무키를 걷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점심도 거르고 서둘러 걸은지라 버스 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가 남았다. 어느 민가에서 물을 받아 라면을 끓여 먹는다. 어제저녁에 마시다 남은 소주 석 잔도 마신다. 행복하다. 길옆에서 버너를 폈더니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내 앞에서 전부 서행을 한다. 처음에는 우연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일본인들의 배려였다. 또 행복해진다.
서서히 어둠이 밀려든다. 마을 여기저기를 기웃 거려본다. 조용하고 깨끗한 시골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한 쪽에는 짐승의 혼을 달래는 비석도 보인다. 작은 버스 정류장도 눈에 띤다. 그저께 내가 타고 온 버스보다 큰 커뮤니티 버스가 오비라로 올라간다. 저 버스가 호시코가에 갔다가 나를 태우고 오가타로 갈 것이다. 이렇게 소보산 종주는 마무리 된다.
정확하게 17:45에 버스가 도착한다. 그저께 들어 올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나 혼자 뿐이다. 오늘 산행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는데.... 어제 오늘 이틀간 19시간을 산에서 보냈다.
지난여름 북알프스 산행에 이어 두 번째 일본 산행이 마무리 된다. 산죽, 단풍과 고사목, 주목나무가 유난히 많았던 소보산 종주, 무거운 배낭과 홀로하는 쓸쓸한 야영, 첫날 들머리에서부터의 알바, 일본 등산객들과의 유쾌한 산 이야기, 마음씨 좋아 보이는 연세 지긋한 부부에게 부터 얻은 물, 우리와는 다른 산길,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일본인들 등등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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