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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100대명산

100대 명산(096) 성인봉 산행기(겨울 같지 않은 날 성인봉을 야간에 걷다)

 

96. 성인봉 산행기

(겨울 같지 않은 날 저녁에 성인봉을 내려서다)

 

 

 

 


1. 개 요

   □ 구 간 : 성인봉 산행 및 트래킹

       -제1소구간 : 대원사→성인봉→나리분지

       -제2소구간 : 천부→장매화곡쉼터→내수전

 

 

2. 일 시 : 2009.12.12~12.13(1박2일)

 

 

3. 참가자 : 김인호, 전진수

 

 

4. 교통편

   ▷ 12/12  기장(승용차 07:00)→포항(썬플라워 09:30)→도동항

   ▷ 12/13  저동항(택시13:40)→도동항(썬플라워14:30)→포항(승용차18:10)→기장

 

 

5. 숙 박

   ▷ 12/12  천부 민박

 

 

6. 산 행

 

   <첫째 날>

 

   아흔 여섯 번째 100명산 산행으로 울릉도 성인봉을 오르기로 한다. 울릉도는 두 번째 이다. 수년 전 고리2사업소 팀원들과 다녀왔다. 일주일 전부터 날씨를 계속 체크한다. 금요일은 동해 먼 바다 풍랑으로 배가 출항하지 않아 더욱 가슴을 조아린다. 출발일 아침 대아고속해운에 전화를 하니 오늘은 출항을 한단다.

   아침 7시 정각에 실장님을 만나 가벼운 마음으로 포항을 향한다. 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직 40여분의 여유가 있다. 티켓을 사고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한 후에 썬플라워호에 오른다. 빈자리가 많다. 우등실은 3층이고 창가 쪽이 우리 자리이다. 김 실장님은 울릉도가 처음이다. 포항에서 3시간이 소요되나 안내방송은 시간이 지체됨을 알린다.

   울릉도가 가까워질수록 파도가 거세지고 배의 요동이 심하게 느껴진다. 많은 승객들이 불편해하나 우리 둘은 여유롭다. 결국 배는 한 시간 사십분이나 늦게 도동항에 도착한다. 오늘 성인봉 등반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항구 관광안내소에 문의하니 내일 걸을 트레킹코스가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고 한다. 계획대로 오늘 성인봉을 오르기로 하나 야간산행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출발에 앞서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이번 산행에는 울릉도의 특산음식인 약소고기, 오징어불고기와 홍합밥을 먹어보기로 했는데 첫 식사로 홍합밥을 시켜 명이김치를 곁들여 맛나게 해치운다. 그리고 약소고기 한 근을 사고 주인아주머니가 싸준 명이김치를 꾸려 성인봉 들머리인 대원사로 향한다.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대원사에서 들머리까지 20여분 정도 된비알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15:22 성인봉으로 출발

             두 시간 후에는 어둠이 밀려 올 것이므로 우리는 서둘러 성인봉으로 향한다. 차라리 KBS 중계소까지 택시로 이동해서 그곳을 들머리로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눈이 없을 것 같고, 나리분지 이후로는 도로를 걷게 되므로 야간산행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어둠속 성인봉을 걸어보는 경험도 괜찮을 듯하다.

 

 

 

   -15:54 갈림길(KBS/도동/성인봉) 도착

             쉼터를 지나고 30여분을 걸어 갈림길에 도착한다. 중계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지난 번 성인봉 산행 시 두 번이나 지나쳤던 곳이다. 젊은 여성 두 분이 내려온다. 성인봉을 오르려다 어두워질 것 같아 내려온다는 관광객이다.

 

 

 

 

 

 

 

 

 

   -16:24 팔각정 통과

             구름다리를 지나 고도를 높일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지난번에도 팔각정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길 뿐이다.

 

 

 

 

   -16:44 정상 직전 쉼터 도착

             모녀로 보이는 두 분이 내려선다. 그들 역시 산행 복장이 아니다. 어둠을 만나면 갈림길에서 KBS 방향으로 하산하여 택시를 타라고 일러준다. 오늘 그다지 차가운 날씨는 아니지만 준비 없이 오르는 무모한 산행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저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쉼터에 도착하니 네 명의 산님들이 쉬고 있다. 정상을 향하는 중이란다.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우리가 먼저 성인봉을 향한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며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있지만 겨울답지 않게 너무 포근하다.

 

   -17:04 성인봉(해발986.7m) 도착

             옅은 어둠과 짙은 안개 속에 멋진 정상석이 서 있다. 두 시간 만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증명사진을 한 장씩 남기고 아래쪽 전망대로 자리를 옮기나 아무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상주는 한 잔 하여야 하겠기에 나리분지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송이주를 한 잔씩 마신다. 쉼터에서 만났던 네 분이 올라선다. 우리는 헤드랜턴을 착용한다.

 

 

 

 

 

 

 

 

 

   몇 년 전에 한 번 걸어본 길이기는 하지만 발길을 조심스럽게 옮긴다. 나무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바람도 전혀 없고 날씨는 포근하기만 하다. 얼마쯤 내려섰을까? 물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왼쪽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이다. 수량이 엄청나다. 지류를 건너는데 손으로 물을 받아 먹어보니 차갑지도 않고 맛나다. 또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이제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우리 둘 만의 랜턴 빛뿐이다. 달은 보이지 않으나 별은 초롱초롱하다. 한 시간을 채 안 걸어  신령수가 보인다. 약수를 한 잔씩 들이키고 이제 평지를 걷는다. 늦은 시간이지만 여유로움은 더 생긴다.

 

 

 

 

 

    -19:30 천부 도착

            투막집, 너와집을 차례로 지나 나리분지에 도착한다. 물론 천부행 마지막 버스는 떠난 뒤이다. 분지에서 천부로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어느 식당에서 길을 묻는다. 주인아주머니가 문 밖에까지 나와서 길을 알려주신다.

   표지석이 있는 나리전망대를 디카에 담고 잘 닦여진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홍문동에서 다시 길을 잃어 민가에서 길을 묻는다. 역시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민박집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가니 정류장에서 멀지 않다. 두 분 노인네의 안내를 받아 방에 배낭을 내려놓으니 시장기가 돈다.

   울릉약소는 기대처럼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어제 도축한 고기라서 그런지 신선하다. 어르신네가 합석하여 송이주 외에 소주를 또 한 병식 나누어 마시고 잠자리에 든다.


 

 

   <둘째 날>

 

   어제 일찍 잠들어서인지 새벽같이 기상한다. 실장님도 이미 깨어있다. TV를 틀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 준비를 한다. 일요일 아침이면 자주 보는 산 프로에서 여행 작가가 ‘여행은 긍정하는 힘을 크게 만든다’ 는 말을 한다. 매우 공감이 가는 말이다. 산을 걷는 것 역시 여행과 다를 바 없을 것이고 자연을 보고 느끼며 그 조화로움에 감탄하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마음은 들지 않을 것이다.

   아침 메뉴는 두부찌개이다. 고추장이 적어서 기대했던 맛은 아니다. 어르신은 출타중이라 안주인에게 인사를 드리고 수줍어하시는 할머님과 기념사진을 남기고 민박집을 나선다.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오늘 코스는 장매화곡을 통해 도동 까지의 트래킹이다.

 

 

 

 

   트래킹 출발점은 천부 버스정류장이고 울릉도 일주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어제는 캄캄해서 잘 몰랐는데 정류장은 천부항 옆에 있다. 수많은 갈매기가 바다 수면위에 떠 있다. 어제 걸어 내려오면서 멀리 밝은 불빛이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역시 오징어잡이 배였던 모양이다. 아주 가깝게 수평선이 펼쳐져있다. 반대 방향으로는 뾰족한 송곳봉이 솟아있다. 해발 430m 밖에 안 되는 봉우리이나 바닷가와 접해 있는 그 자태가 매우 멋지다.

 

 

 

    딴바위라는 재미난 이름의 바위가 바닷가에 서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으니 삼선암이고 그 바위에 대한 전설이 적혀있는 안내판이 나타난다. 재미난 전설이다. 우리는 그 전설을 산에 비유하며 바꾸어 본다. 그리고 크게 웃는다. 트래킹 길에 처음 대하는 송곳봉과 딴바위, 삼선암이 울릉도에서의 이틀째를 더욱 신나게 한다.

 

 

 

 

 

  

 

 

 

 

 

 

 

 

 

 

 

    섬목과 석포전망대 갈림길에 선다. 여기에서 우리는 오른편 전망대 방향으로 가기로 한다. 여기까지 한 시간을 걸었다. 전망대가 자리 잡은 두루봉은 해발이 약 280m 이므로 된비알을 힘들게 올라야 할 것 같다. 

 

 

 

 

 

    비지땀을 흘리며 된비알을 오른다. 작은 꽃송이의 동백과 후박나무가 즐비하다. 뒤돌아보니 가까운 바다에 떠 있는 관음도가 환상처럼 다가온다. 멋지다. 이마에 흐르는 땀과 젖은 등을 식혀가며 넋을 놓는다. 하늘은 비가 올 듯 어둑해진다.

 

 

 

 

 

    다시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우리가 오늘 진행해야 할 방향이고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쇠줄이 쳐진 오른쪽은 석포전망대가 있는 두루봉 가는 길이다. 우리는 쇠줄을 넘는다. 시간 여유가 있고 조금이나마 더 높은 곳에서 송곳봉과 삼선봉을 보기 위함이다.

   양 옆으로 키가 큰 산죽이 도열하고 솔잎이 잔뜩 쌓인 길을 걸어 두루봉에 도착한다. 데크 전망대가 있고 그곳에서 2분 정도를 더 걸으니 러일전쟁 유적지인 석포일출일몰전망대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송곳봉이 멋지게 조망된다. 그러나 삼선봉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바다에 떠 있는 죽도가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참을 머문다.

 

 

 

 

 

 

 

 

 

 

 

 

 

    갈림길로 내려서서 내수전 전망대라 적힌 이정표를 따른다. 또 갈림길이 나타나서 지도를 보며 방향을 가늠하는데 지프가 한 대 온다. 세워서 길을 물으니 상세히 알려주신다.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교회에 가시는 부부인 듯하다. 교회를 지나 석포 독도전망대에 선다. 버스 종점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조망되는 죽도는 더욱 선명하고 멋지다.

 

 

 

   장작을 패고있는 어르신에게 길을 물어 내수전 가는 숲길로 접어든다. 여기까지는 차가 다니는 포장된 길로 바다를 조망하며 걸었으나 지금부터는 산길이다. 스틱을 뽑아든다. 그리고 금시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을 살피며 장매화곡 쉼터로 향한다. 아주 멋진 길이다. 그리고 매우 습한 길이다. 등산로에 간간히 표지기가 보이고 이끼가 잔뜩 낀 돌과 습지식물이 자주 눈에 띤다. 30여분을 걸으니 울릉읍과 북면 경계 이정표가 나타난다. 저동항이 멀지 않았다는 증표이리라.

   반대 방향에서 한 분이 걸어온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다.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문자 두 통이 들어온다. 하나는 배 놓치지 말고 잘 타라는 성은이의 격려 문자이고 또 하나는 황규복 선생의 한라산 정상임을 알리는 문자이다. 백록담 눈보라에 서 있을 황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한다. 이심전심 이었을까? 연락이 뜸했던 분에게 각각 섬 산행을 할 적에 통화가 된 것이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직 시간 여유는 있다. 비는 배가 출항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걱정도 되지 않는다. 다만 빗방울이 굵어져서 등산화가 젖을지가 걱정된다. 20분을 더 걸어 약수와 정자가 있는 정매화곡 쉼터에 도착한다. 수통을 채우고 우의로 갈아입는데 반대 방향으로 간 등산객이 되돌아온다. 어디까지 다녀오시는지 괜시리 궁금해진다.

 

 

 

 

 

 

 

 

 

  더욱 굵어진 빗줄기를 맞으며 내수전으로 향한다. 등산로 코스를 보수 하는지 짐을 나르는 분들이 보인다. 그리고 이내 숲길이 끝나고 다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내수전 전망대 앞에 도착한다. 카메라와 지갑, 담배를 배낭에 넣고 커버를 한 후에 그곳을 지나쳐 내리막을 걷는다. 아직 고도계는 해발 300m를 가리킨다. 

   내수전에 도착하니 버스가 출발하려 하나 기왕 젖은 바에 그냥 걷기로 한다. 비 때문에 예쁜 북저바위를 디카에 담지 못한다. 4시간 30분 만에 드디어 저동항에 도착한다.

   저동항은 도동항과는 풍경이 사뭇 다르다. 전부가 어선이고 진한 바다 내음과 그곳을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 내음이 어우러진 곳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작은 식당을 찾아들어간다. 오징어불고기와 맥주, 소주를 시켜 이틀간의 산행과 트래킹 종료를 자축한다. 식당 아주머니의 구수한 입담을 들으며 식사를 마치고 그분의 의견대로 택시를 타고 도동항으로 향한다. 

 

 

 

 

 

 

   금요일과 어제 배가 출항하지 못해서인지 여객터미널은 많은 인파로 넘쳐난다. 목요일에 입항한 관광객들이 우리와 같은 배로 포항으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운이 참 좋았다. 기대했던 눈 산행은 아니었으나 인상 깊은 야간산행과 트래킹 그리고 인심 좋아 보이는 울릉도 주민들과의 대화가 즐거웠던 이틀 이었다. 그리고 나는 100대 명산 중 아흔 여섯 번째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7. 물 구하기 : 신령수, 민박, 장매화곡쉼터

 

 

8. 식 단

   ▷1 2/12  점심(매식/홍합밥), 저녁(울릉약소)

   ▷ 12/13  아침(두부찌게), 점심(매식/오징어불고기), 저녁(기장 뒷풀이)

 

 

9. 준비물

   <공통준비물>

   윈드자켓/다운자켓, 수통, 모자, 장갑, 헤드랜턴, 스틱, 컵, 수저세트, 여벌옷(양말2, 집티), 선글라스, 간식, 휴지,

   세면도구

   <실장님 준비물> 김치, 밑반찬

   <전진수 준비물> 버너/코펠, 프라이팬, 송이주, 디지털카메라, 비상약 키트, 쌀4인분, 찌개거리, 소금, 지도/자료

   <공동 구매품>    약소불고기600g, 두부1, 맥주, 과일

 

 

10. 비 용 : 408,140원

   ▷ 교통비(주차비/통행료) : 278,600원

   ▷ 숙박비 : 30,000원

   ▷ 식품비 및 제비용 : 99,540

 

 

11. 기타사항

   ▷ 관광 안내소 054-790-6454

   ▷ 우산버스 054-791-2179

   ▷ 천부민박(천부 버스정류장 근처) 054-791-6221

   ▷ 성인봉 눈 산행은 1월 이후가 적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