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82 & 83. 가리왕산/월악산/태화산 산행기
(봄기운을 느끼며 마지막 겨울을 걷다)
1. 개 요
□ 구 간 :
-접속구간 : 송계→덕주사(1.1㎞), 보덕암→수산리(2.3㎞),
-제1소구간 : 천당골→중왕산→가리왕산→중봉
-제2소구간 : 법흥사→구봉대산(1~9봉)→일주문(7.6㎞)
-제3소구간 : 덕주사→영봉→중봉→하봉→보덕암(11.5㎞)
-제4소구간 : 오그란이→태화산→고씨굴(10.2㎞)
2. 일 시 : 2009.2.21~2.24(3박4일)
3. 교통편
▷ 2/20 노포동(고속버스23:40)→강릉(시외버스06:00)→장평(시내버스07:15)→가평(하안미리)
▷ 2/21 회동(시내버스16:50)→정선(시외버스18:05)→영월
▷ 2/22 영월(시내버스 06:00)→법흥사(택시)→주천(시내버스14:00)→제천
▷ 2/23 제천(시내버스 07:20)→송계/수산리(시내버스16:30)→제천(시외버스19:37)→영월
▷ 2/24 영월(시내버스흥원리행 06:35)→팔괴리 / 고씨굴(시내버스12:10)→영월(시외버스13:30)→안산
4. 참석자 : 전진수
5. 산 행
작년 11월 29일 여든 번째 명산으로 춘천 삼악산을 오른 후 회사일로 바쁘기도 했고 틈틈이 지리, 덕유와 소백산 겨울 산행을 하느라 100명산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모처럼 강원도와 충북에 있는 네 개 산을 오르려 준비하고 강릉행 심야 고속버스로 노포동을 출발한다.
<첫째 날>
1년 전 비슷한 시기에 중왕산과 가리왕산을 종주하려다가 중왕산 안부에서 길을 잃고 벽파령으로 하산했던 기억을 떠 올리며 오늘 똑같은 코스를 걷기로 한다. 장평에 도착하니 7시가 넘었는데 가평행 7시 첫차가 아직 출발을 안 하고 있다. 행운이다.
이번 종주는 잘 풀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에 익은 가평초등학교 앞에 하차한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삼봉벨리라 적힌 표지석에서 우측으로 들어서고 잠시 후 삼봉벨리 직전 표지기를 따라 천당골로 접어들어 중왕산과 가리왕산 종주 재도전에 나선다.
-08:02 중왕산으로 출발
작년에는 이 들머리를 찾지 못해 임도를 따라 1시간 이상 걸었다. 아직 눈이 많다. 그러나 아직 아이젠은 착용하지 않고 스틱에 의존하여 된비알을 천천히 오른다.
-09:41 중왕산․벽파령 안부 도착
같은 방향으로 어느 발자국 하나를 따라 희미한 등산로를 걷는다. 그런데 갑자기 발자국이 끊어지고 등산로는 눈에 덮여 확실치가 않다. 드문드문 보이는 표지기를 따르나 계곡으로 숲으로 이리저리 걷기도 하고 길을 찾아 걷기도 하다가 눈에 익은 된비알을 올라 안부에 도착한다. 작년처럼 눈이 많지 않다. 그리고 안부는 조릿대 군락지이다.
-10:17 중왕산(해발1376.1m) 도착
안부에서 왼편으로 길을 따른다. 희미하게 길이 보이고 간간이 리본이 보인다. 그렇지만 작년에 길을 잃은 기억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진행하나 등산로에서 벗어나 눈밭을 헤치고 정상 바로 아래에 도착한다. 등산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정상은 헬리포트로 정상석은 커녕 정상인지를 의심나게 할 정도로 평범하다. 날씨가 맑지 않지만 진행방향으로 가까이에 가리왕산이 조망되고 걸어온 방향으로 청옥산이 조망된다. 그리고 사방이 이름 모를 산군들로 둘러져있다. 잠시 머물다가 마항재를 향한다.
-10:49 마항재 도착
영남알프스에만 임도가 많은지 알았는데 가리왕산 여기저기에도 임도들이 많이 보인다. 그만큼 산불의 위험성이 크다는 증거일 것이다. 30여분 고도를 낮추니 마항재이다. 이곳에는 네 갈래 임도가 있고 진화용 물탱크 위에 대피소를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있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을 이리저리 걸어본다. 곱게 찍힌 내 발자국이 신기해서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대피소겸 관망대인 이층 건물로 올라가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다.
점심식사를 하고 11:22에 가리왕산을 향해 철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출발 전에 지도를 펴들고 보니 임도와 각 방향이 이해가 간다. 계단을 오르자 다른 분들 산행기에서 많이 본 사진의 실체인 “강릉부삼산봉표” 표지석이 보인다. 그 옆에는 이정표가 가야 할 휴양림까지 9.5㎞가 남았음을 알린다.
-12:43 마항재 갈림길 도착
마항재를 지나면 등산객을 만날 거라는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서 여전히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홀로 걷는다. 그러나 깊지 않은 눈길을 러셀하며 올랐던 중왕산 길에 비하면 걷기가 훨씬 편하고 안도감이 든다. 처음으로 등산 안내판도 나타나고 계속 리본을 따라 걷는다. 좌우로 조망이 훤히 트이고 걸어갈 길에 가리왕산이 의젓하게 서 있다. 부드러움을 주는 산이란 느낌이 든다. 주목과 고사목을 몇 그루 지나 마항재 갈림길에 도착하니 사람 소리도 들리고 발자국이 뚜렷하다.
-13:06 가리왕산(상봉, 해발1560.6m) 도착
드디어 가리왕산 고스락에 올라선다. 가리왕산은 계방산 다음으로 높은 남한 제 6봉이다. 등산객 10여 명이 찬바람을 맞으며 풍광을 즐기고 있다. 그야말로 사방으로 확 트인 조망이 압권이다. 정상석 외에 이정목, 돌탑, 국유림 표지석 그리고 산불 감시설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날씨 탓에 선명하지는 않으나 멀리 치악산이 보일 듯 숨겨져 있고 이름은 알 수 없으나 올라봤을 여러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찬바람에 등산객들은 돌탑 뒤로 숨는다. 천황봉이나 천왕봉 그리고 비로봉 바람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제법 맹위를 떨치는 바람이다.
첫 번째 산행에 실패한 후에 올라서인지 더 많은 느낌을 즐긴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도 하며 오랫동안 정상에 머물며 여유로움을 즐긴다.
-13:55 중봉 도착
정상 이정목은 중봉, 하봉과 숙암분교를 가리킨다. 이정목을 따라 하산을 시작하여 40여 분만에 중봉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정목은 2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올바른 정보를 주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소요시간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싶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정상에서 장구목이로 하산하거나 중봉에서 숙암분교로 하산을 하는지라 중봉에서 내가 가려는 길에는 발자국이 전혀 없다. 내 앞에 간 단체 등산객과 세 분 등산객도 숙암분교로 하산을 한 모양이다. 중봉 바로 아래가 휴양림과 하봉(오장동)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14:39 중봉 임도 도착
하산을 시작하여 40분 만에 임도에 도착한다. 오른쪽은 어은골 임도이고 왼쪽은 광산골 임도이다. 임도로는 등산객이 다닐 수 없다는 안내판이 이정목에 붙어있다.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은 임도 건너 표지기가 붙어 있는 곳이다.
-15:26 가리왕산 휴양림 도착
날머리에 내려선다. 7시간 24분간의 중왕산, 가리왕산 종주를 무사히 마무리 하는 순간이다. 작년에 길을 잃어 내심 걱정을 하며 걸었는데 계획대로 산행을 마쳐서 다행이다. 날머리에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데 빨간 모자를 쓴 분들이 보인다. 아침에 버스 기사께서 입산이 안 될 거라는 말을 했고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혹시 산불감시원인줄 알았는데 3월 1일부터 입산 금지라고 하시며 정선행 버스를 타는 곳을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산행을 일찍 시작하여 일찍 끝났기 때문에 정선행 버스는 1시간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아래 마을까지 걸어 내려가서 음료수 한 병을 사서 책을 읽으며 버스를 기다린다.
4일간의 마지막 겨울 산행 중 첫날 산행을 계획대로 무사히 마치고 정선을 경유하여 영월에 도착하였다. 법흥사행 버스를 타는 곳을 확인하고 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정한다.
<둘째 날>
4시 50분에 기상하여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챙겨 버스 정류장을 향한다. 그다지 춥지 않다. 법흥사까지는 도계나 시계를 넘는 것도 아닌데 차비가 꽤 비싸다. 7시가 채 안되어 법흥사에 도착한다.
봉정암, 정암사, 통도사, 상원사와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중의 하나인 법흥사를 둘러보고 살짝 살얼음이 든 약수를 수통에 채운다. 그리고 사자산 들머리를 찾다가 등산로가 폐쇄되었다는 팻말을 발견한다. 궁리 끝에 사자산은 포기하고 옆에 있는 구봉대산을 먼저 오르기로 한다. 마침 바로 옆이 들머리이다.
법흥사에서 올려다 보이는 구봉대산은 그다지 큰 산은 아니다. 그래서 쉽게 올라갔다가 내려 올 거라 생각하고 들머리로 들어서지만 곧 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산행을 시작한지 40분 만에 1봉에 도착한다. 1봉은 부모님 금슬로 어머님 뱃속에 잉태되었다는 의미의 양이봉이라 부른다. 계속해서 2봉인 아이봉, 3봉인 장생봉, 4봉인 관대봉에 오른다. 봉우리마다 나름대로의 뜻을 갖추고 인간의 성장사를 의미하는 듯하다. 조망도 트이지 않고, 아직까지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다.
그러나 4봉을 지나 5봉으로 향하면서 구봉대산의 진면목을 본다. 뽀족한 능선을 걷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하며 밧줄구간을 지나기도 한다. 좌우로는 천길 낭떠러지기로 두려움마저 든다. 5봉을 우회하였는지 앞서 본 봉우리에서의 설명판을 보지 못한 채 6봉에 도착한다. 6봉이 구봉대산인지 작은 정상석이 보인다. 6봉은 관망봉이라 부르는데 인생사의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간다는 의미란다. 그리고 5봉과는 멀리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권세가 길게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라는 해설도 곁들여 있다.
6봉에서 역시 험한 능선을 따라 도착한 7봉에는 돌탑이 있다. 왼편으로 사자산과 백덕산이 위용을 떨치며 솟아있다. 7봉은 쇠봉이라 부르는데 모든 영화가 끝나고 늙고 병들어 간다는 의미란다. 불교에서 말하는 생로병사 중에서 병에 해당 하는 듯하다. 구봉대산은 우리에게 그런 삶의 윤회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8봉은 우회 하였는지 나도 모르게 지나쳐 마지막 봉우리인 9봉에 도착한다. 9봉은 윤회봉이라 부르는 것을 보니 아마 지나온 8봉은 죽음을 의미하지 않나 생각한다. 나중에 다른 분의 산행기를 통해 알았는데 8봉은 삶을 마감해 공수래공수거가 된다는 의미의 북망봉이라 부른단다.
6봉에 '구봉대산' 이라 적힌 정상석이 있는데 영월군에서 새 정상석을 마지막 봉우리에 세우는지 미완의 정상석이 있다. 영월 사람들은 아마 9봉을 구봉대산의 정상으로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1봉에서 여기까지 길지 않은 아홉 봉우리를 지나오니 삶의 한 사이클을 지낸 듯하다. 오늘 산행 목적지인 백덕산에 오르기 위해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 길을 알려주는 이정목을 지나서도 길은 만만치 않다. 날머리인 법흥사 입구까지는 3㎞이다. 낙엽 길과 밧줄구간을 지나 거의 하산을 마무리 할 즈음에 반대방향에서 많은 등산객이 올라온다. 나와는 역 방향으로 구봉대산을 오르는 단체 산객들 같다. 나보고 일찍 다녀온다고 한마디씩하며 지나친다.
음다래기골로 내려선다. 계곡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있다. 계곡을 지나자 억새밭이 나타난다. 된비알을 내려 선 후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이정목 두 개를 지나니 법흥사 입구 일주문이다.
사자산 등산로 폐쇄로 생각지도 않던 구봉대산 산행을 3시간 만에 마무리 한다. 4봉까지의 완만한 산 길, 그 이후 9봉까지의 험한 능선길, 놓친 5봉과 8봉의 표지판 그리고 인생의 사이클을 느끼게 하는 봉우리 이름들....... 멋진 산행이었다.
일주문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백덕산과 구봉대산 등산 안내판이 서 있다. 처음 계획했던 신선봉만 포기하고 관음사에서 백덕산을 오르면 시간은 충분 할 것 같다. 그런데 20여 분을 걸어 관음사에 도착하니 산불감시요원이 입산을 제지한다. 2월 1일부터 산불방지기간 이란다. 맙소사. 걸어올라 오던 중 신선봉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익혀 두었는데 그곳으로 오를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백덕산은 다음에 오르기로 한다. 지리산 스님의 인연이 닿으면 갈 것이라던 말씀이 생각난다. 오늘 나는 백덕산과 인연이 없음이 틀림없다. 사자산 등산로가 폐쇄된 것도 그렇고 백덕산 들머리에서 감시요원을 마주친 것도 그렇다. 백덕산은 제자리에 있을 터이니 다음에 오르기로 하고 발길을 돌린다. 그나마 아침에 구봉대산을 오른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또 한 가지의 잘못된 정보가 나를 애먹인다. 도시락을 먹고 계획대로 주천행 버스에 오르려 하였는데 그 시간에 버스가 없단다. 영월에서 하루 세 번 있는 버스가 법흥사행 유일한 버스이고 오후 네 시 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슈퍼마켓에서 조릿대 차를 한 잔 얻어 마시고 그 집 타이탄을 타고 주천으로 나온다. 거금 만 오천 원을 지불했다. 그리고 주천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려 시내버스를 타고 제천으로 이동했다. 산행도 교통편도 꼬이기만 한 하루였다.
<셋째 날>
제천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동양종합금융증권 앞에서 송계행 첫 버스에 오른다. 한 달 전에 찾았다가 폭설로 인해 입산이 금지되어 되돌아왔던 월악산을 오르기 위해서이다. 지난번에는 단양에서 수산을 경유하여 송계로 가다가 버스에서 잘 못 내려 신륵사로 갔었다.
신륵사 앞에서 몇 분 더 가니 오늘 날머리가 될 보덕암 가는 길이고 다시 10여 분을 더 가니 종점이자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덕주사 입구이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왔지만 차비는 시내버스 요금으로 무척 싸다.
탐방 안내소의 젊은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월악산은 1년 내내 입산금지 기간이 없다고 한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뒤로하고 덕주사를 향한다. 덕주사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포크레인의 기계음이 요란하다. 절을 둘러보고 종무소에서 수통을 채우고 영봉을 향해 들머리로 들어선다.
-09:32 영봉으로 출발
덕주사 맞은편이 영봉 들머리이다. 커다란 표지석이 나를 반긴다. 국립공원답게 잘 꾸며진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10:07 덕주사 마애불 도착
덕주사 마애불은 예술적으로는 큰 걸작품은 아닌 것 같다.
-11:12 덕주봉(해발960m) 도착
조그만 동굴과 첫 계단을 지나니 앞에 영봉과 중봉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보는 중봉의 모습은 일본 북알프스의 야리가다케 같다. 알 수 없는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월악산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덕주봉에는 삼각점과 쓰러져있는 정상석이 있다.
-11:30 송계삼거리 통과
송계삼거리는 동창교에서 올라서는 곳과 합쳐지는 지점이다.
-11:48 신륵사삼거리 통과
-12:04 보덕암삼거리 도착
영봉은 쉽사리 고스락을 내주지 않는다. 신륵사 삼거리에 도착하니 영봉을 눈앞에 두고 왼쪽으로 크게 허리를 돈다. 그리고는 계단을 내려서 보덕암 삼거리에 도착한 후 영봉으로 오르는 길을 내준다.
영봉 오르는 길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계단이 이어진다. 나는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카메라와 간식만을 챙겨서 오른다. 계단 바로 위에 젊은 두 등산객이 오르고 있다. 영봉까지는 고도를117m를 더 높여야 한다.
-12:15 영봉(해발1097m) 도착
영봉 까지는 0.3㎞이다. 그리고 362계단으로 된 나무 계단과 영봉 직전 15계단으로 된 계단으로 올라선다. 10분 만에 고도를 117m 높였으니 경사도를 짐작 할만하다. 눈이 엄청 많다. 아이젠을 착용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눈길을 걸어 영봉에 오른다.
정상에는 명성과는 달리 조그맣고 볼품없는 정상석과 조망 안내판이 있을 뿐이고 등산객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사방을 막아 놓았다. 뒤이어 두 젊은이가 올라선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조망을 즐긴다. 충주호와 건너편 계명산은 또렷이 조망되나 멀리 치악산은 가스로 인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차례 걸어 봤을 백두대간 길과 주흘봉이 멋지게 솟아있다. 멋진 산군이다. 그 조망을 보여주는 월악산도 멋진 산이다.
영봉은 국사봉이라고 부르며 송계8경 중의 하나란다. 현준이가 초등학교 시절 월악산을 처음 와 보았는데 그때는 영봉에는 오르지 않고 힘들어 하는 아들을 격려하며 송계삼거리까지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와서는 갈 줄을 모른다. 마침 아침에 버스에서 읽은 베르나르의 소설이 생각난다. 개나 소 같은 가축은 인간이 야생동물을 사육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야생을 포기하고 인간에게 의지한 것이라 한다. 아마 저 새들도 등산객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져서 스스로의 야생을 버리고 인간에게 투항한 새들일 것이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먼저 보덕암 삼거리로 내려긴다. 올라올 적에는 힘들어서 계단 수를 세지 못 했는데 이젠 여유롭게 그 수를 세면서 내려간다. 하나, 둘, 셋........계단은 많기도 하다.
-12:56 점심 식사
계단을 내려서는데 초입에서 만난 한 쌍의 산객이 올라선다. 배낭을 내려놓았냐고 물어온다. 362계단을 다 내려서서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중봉으로 향한다. 이내 널찍한 안부가 나타난다. 점심을 먹으려고 배낭을 내려놓는다. 아무도 안 올 터이니 버너를 피울까 생각하다가 그만둔다. 영월 동강 막걸리도 꺼내어 두 잔을 마신다. 기분이 참 좋다.
-13:28 중봉 도착
중봉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봉우리에 도착한다. 충주호와 봉우리 하나가 근사하게 다가선다. 중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크게 우회를 한다. 중봉을 우회 한 건지 하봉을 우회 한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 이후 봉우리를 오른 적이 없으니 하봉을 우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덕암까지 2.5㎞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목을 지나고 떡시루처럼 켜켜이 쌓인 바위를 지난다.
-14:33 보덕암 도착
보덕암은 큰 절은 아니다. 경내에는 들어서지 않고 아래쪽에 있는 약수터로 간다. 물맛이 너무 좋다. 가지산 쌀바위 약수가 생각난다. 더러워진 바지를 추스르고 아이젠을 벗어 닦고 수산리로 향한다. 이제 월악산과의 만남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14:45 날머리 도착
6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월악산 산행을 마친다. 오늘보다 날이 청명한 초여름에 한 번 더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근처에 금수산을 아직 오르지 못했으므로 다음번에 영봉과 만수봉과 함께 걸어봐야겠다.
-15:09 수산리 도착
마을 초입에 도착한다. 아침에 이곳을 지나쳐 송계로 갔다. 버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제천 버스회사에 전화를 해보니 한 시간 20여 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읽다 만 책을 펴든다.
나흘 예정의 올겨울 마지막 산행 중 삼일을 보냈다. 그리고 100명산 중 여든 두개를 마쳤다. 내일 영월 태화산을 남겨두었지만 오늘 월악을 오르고 나니 산행이 전부 종료된 느낌이다. 그만큼 월악산 영봉은 내게 근사한 산행 선물을 한 것이다. 다음번에는 신륵사와 동창교를 잇는 코스를 택해야겠다. 그러면 만수봉 까지 하루에 걸을 수 있으리라.
버스 정류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월악이 멋지게 다가온다. 버스가 송계 쪽으로 지나가고 20여분 후에 나는 그 버스에 오른다. 여러 마을을 지나 제천에 도착한다.
<마지막 날>
어제 저녁에 알아둔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영월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삼성전자대리점 앞이다. 버스는 흥월리 종점을 들렀다가 태화산 입구인 팔괴리로 간다. 태화산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하차하여 이정표를 따른다. 오늘 마지막 산행은 아마 편하고 쉬운 산행이 될듯하다.
-07:13 태화산으로 출발
입구에 있는 등산 안내판을 숙지하고 봉정사 입구인 들머리로 향한다. 조금 올라가니 봉정사와 태화산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08:06 갈림길(태화산성/샘터) 도착
사유지라는 팻말이 자주 나타나는 초입을 벗어나 산으로 들어가니 이끼가 잔뜩 낀 돌을 밟으며 걷게 된다. 여름에 걸으면 멋질 것 같다. 이정목이 있는 갈림길에 도착하니 50m 위에 샘터가 있다고 한다. 수통을 들고 올라가니 꽁꽁 얼어붙어 있다.
-08:36 안부 도착
안부에 올라서니 왼편은 태화산성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태화산성을 둘러보기로 하고 왼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08:42 태화산성 도착
안부에서 가까이 있는 산성은 볼품이 없다. 토성과 석성이 혼합된 양식이며 왕검성과 함께 전설이 적혀있는 안내판이 있다. 바로 아래쪽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동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08:58 능선 갈림길(태화산/고씨굴) 통과
-09:02 헬기장 통과
-09:49 태화산(해발1027m) 도착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산세는 변한다. 그러나 여느 산처럼 능선이 호쾌하지는 않고 왼편으로 남한강이 조망되는 특징 말고는 평범하다. 드문드문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낙엽길이 대부분이다. 정상을 향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날머리를 어디로 할지 계속 고민을 한다. 계획한 단양 방향은 입산 금지라서 안 되고, 고씨굴로 하산 하려면 지금 걷는 길을 되돌아와 방금 전 지나온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야한다. 큰골 갈림길을 지나면서는 이 길에서 큰골로 내려설까도 생각하나 결정을 못 내리는 사이에 정상에 도착한다. 2시간 30여분 만이다.
정상에는 영월과 단양에서 각기 세운 두 정상석이 있다. 평범한 봉우리이다. 5분 정도를 정상에 머물며 궁리 끝에 고씨굴로 하산하기로 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지만 시간 여유가 제법 있고 남한강변에 접해있는 동굴이 보고 싶어서이다.
-10:37 고씨굴 갈림길 도착
-12:02 고씨굴 도착
갈림길에서 고씨굴로 내려서는 길도 평범하다. 중간에 간식을 먹기 위해 한 번 휴식을 갖고는 단숨에 내려선다. 고씨동굴이 보수중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고씨교는 설치한지 얼마 안 된 듯하다.
다리를 건너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콜라를 한 병 마시고 읍내 가는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곧 있단다. 마지막 날 버스 시간의 행운이 왔다 싶어 다리 밑으로 가니 이내 버스가 도착한다.
6. 숙 박
▷ 2/21 영월터미널 근처 모텔
▷ 2/22 제천터미널 근처 모텔
▷ 2/23 영월터미널 근처 모텔
7. 식 단
▷ 2/21 아침(비스켓), 점심(도시락), 저녁(매식)
▷ 2/22 아침(미역국), 점심(도시락), 저녁(오뎅김치찌게)
▷ 2/23 아침(오뎅탕), 점심(도시락), 저녁(매식)
▷ 2/24 아침(누릉지), 점심(매식)
8. 물 구하기 : 천당골, 법흥사, 덕주사, 보덕암
9. 준비물
윈드재킷, 버너/코펠, 수통, 헤드랜턴, 선글라스, 디지털카메라, 아이젠, 장갑, 스틱, 휴지, 여벌옷(양말3,
집티2, 속옷2), 쌀5인분, 라면1, 오뎅, 김치/밑반찬, 미역국1, 락앤락통, 막걸리, 행동식(과일, 커피, 초콜
릿, 비스켓), 비상약키트, 지도/자료
10. 비 용 : 248,770원
▷ 교통비 : 94,540원
▷ 숙박비 : 105,000원
▷ 식품비 및 제비용 : 49,230원
11. 기타사항
▷ 장평에서 가평행 첫차 07:00
▷ 영월→법흥사 06:00~17:20(하루 3번)
▷ 영월→팔괴리(흥월리행) 06:35, 09:20, 14:40, 17:50
▷ 주천→제천 07:10........14:30, 15:05, 16:05, 17:35.........21:45
▷ 장평 시외버스터미널 033-332-4209
▷ 정선 시외버스터미널 033-563-9265
▷ 영월 시외버스터미널 033-374-2450 / 영월 시내버스 033-373-2373
▷ 법흥사행 시내버스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릉방향 김약국 앞에서 탑승(파리바케트 맞은편), 흥월리행은
삼성전자 앞에서 탑승
▷ 회동→정선 06:50.........................., 14:00, 16:50, 18:30, 20:25
▷ 제천→송계 07:20, 09:20, 11:20, 14:20
▷ 수산→송계 06:35, 08:35, 10:35, 15:35, 17:05
▷ 제천운수(시내버스) 043-646-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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