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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100대명산

100대 명산(021-1) 소백산 산행기

 

21-1. 소백산 산행기

(영하15℃ 비로봉 칼바람은 매서웠다)

 

 

 

 


1. 개 요

   □ 구 간 :

       -제1소구간 :희방사→연화봉→비로봉→어의곡리(16㎞)


 

2. 일 시 : 2009.1.23~1.24(1박2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 1/23  기장(무궁화16:27)→영주

   ▷ 1/24  영주(시내버스06:27)→희방사

   ▷ 1/25  제천(시외버스16:40)→부산 노포동


5. 숙 박

   ▷ 1/23  영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모텔


 

6. 산 행

   소백산은 백두대간을 할 적과 그 후에도 두세 차례 오른 적이 있다. 그런데 전부가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광활한 능선 종주가 멋지고 얼굴을 세차게 때리는 바람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산이 바로 소백산 인 것 같다.

 

   -07:11 연화봉으로 출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포장도로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탐방센터를 지나 포장길을 따르다가 자연 관찰로인 숲길로 접어든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서 삼라만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차가운 공기가 상쾌하다. 희방사 코스는 두어 번 올랐지만 희방폭포와 사찰은 기억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그 두 곳을 꼼꼼히 둘러보리라 생각하며 걷는다.

 

   -07:38 희방폭포 도착

             폭포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속까지 얼은 듯 물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멋지다.

 

 

 

   -07:44 희방사 도착

             폭포 옆 철 계단을 오르니 바로 희방사이다. 여느 절과 비교해서 특별한 점은 없다. 그렇지만 한 겨울 산사는 모두가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개가 짖는다. 최근에 둘러 본 모든 절에서 개를 본 걸로 기억된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궁금하다.

 

 

 

 

 

 

 

 

 

 

   -08:24 희방 깔딱재 도착

             된비알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눈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깔딱재까지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첫 번째 휴식을 한 후 스틱을 빼어 들고 걸음을 옮긴다. 육신을 움직여 정상을 향하는 등산이야 말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경기이다. 잔뜩 흐려서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발이 약간씩 흩날리기 시작한다.

 

   -09:10 연화봉 직전 쉼터 도착

             깔닥재에서 부터는 재미난 등산로가 이어진다. 눈 천지이다. 암봉을 걷다가 눈 덮인 오솔길을 걷다가를 반복하여 눈에 익은 쉼터에 도착한다. 바람이 거세지며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음료수를 꺼내 마시려니 얼어있다. 온도계를 배낭에 달고 연화봉으로 오른다. 

 

 

 

 

   -09:28 연화봉(해발1383m) 도착

             연화봉에 오르니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사방은 아무것도 조망되지 않는 희뿌연 회색이고 바람소리만이 소백 임을 알려온다. 이것이 진정한 겨울 소백산의 모습이다. 그래서 겨울이면 꼭 한번은 올라야만 겨울 산행을 했음을 느끼게 한다. 연화봉이 이 정도이니 비로봉은 또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회색을 사진기에 담는다.

 

 

 

 

 

 

 

 

   -10:03 제1연화봉(해발1394.4m) 도착

             연화봉을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걷는다. 바로 아래 있는 천체관측소 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 덮인 등산로는 희미하고 어느 곳은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있다.

 

 

 

 

 

 

   얼마 걷지 않아 양말이 조금씩 젖어오는 것을 느낀다. 스패치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부지런히 걷는다. 다리에 쥐가 날 정도이다. 제1연화봉 도착하기 직전에 반대 방향에서 홀로 산님이 걸어오신다. 저 분은 지금부터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따라 걸어갈 것이고 나 또한 저 분이 걸어온 길을 거꾸로 걸을 것이다. 그렇지만 눈보라가 심해지면서 발자국은 자취를 감춘다. 온도계는 영하 14.9℃를 가리킨다. 그러니 이 바람에 체감온도는 도대체 얼마일까? 그러나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젖은 양말이 신경 쓰인다. 부지런히 걸을 수밖에.....

   제1연화봉에 도착한다. 소백산의 연화봉, 제1연화봉, 제2연화봉은 어떻게 해서 붙여진 이름인지 알 수가 없다. 위치순도 아니고 높이순도 아니다.

 

   -10:43 두 번째 휴식

             바람이 만들어낸 조화를 느끼며 걷는다. 조각처럼 생긴 눈, 바람과 눈의 조화로 장식한 이정목, 이 모든 것이 멋지기만 하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한다. 젖은 양말을 의식해서 얼마나 열심히 걸었던지 장딴지가 뻐근하다. 담배를 하나 피워 물고 쉬는데 반대편에서 또 한 분이 오신다. 길이 괜찮으냐고 묻는다. 죽령으로 하산 하신단다. 앞서 간 이들의 발자국을 따른다. 그 발자국은 내게 따르거나 피해야 할 지표가 된다. 삶도 마찬가지겠지만 연습이 없고 되돌릴 수도 없으므로 조심해서 따라야 한다.

 

 

 

 

 

 

 

 

 

 

   중간 중간 선답자의 흔적이 사라지고 나는 내 감대로 걸을 수박에 없다. 삶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어느 지점에서 스틱을 꼽아보니 손잡이만 남긴다. 그렇다면 1m가 넘게 눈이 쌓여있다는 증거인데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바닥에 내려놓은 저 무거운 배낭을 왜 짊어지고 찬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일까? 그러면서 힘들다는 생각보단 조망이 트이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것일까? 세상 살아가는 것은 즐겁기 위한 과정일까? 성취감을 즐기기 위한 결과일까? 산은 내게 그것을 알려줄 것인가?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아마 남은 삶 동안 산을 걸어도 해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또 생각하며 걷는 것이다. 산이 좋다. 산이 내게 주는 변화가 좋다.

 

   -11:27 주목 관리소 도착

             늘 붐비던 관리소에 오늘은 산님 몇 명만이 계시다. 새로 준비해간 겸용 버너가 말을 안 듣는다. 휘발유대신 가스로 떡라면을 끓여 먹고 젖은 양말을 말린다. 가지고 간 막걸리는 살얼음이 얼어서 맛이 기가 막히다. 어느 부부 산님에게 한 잔을 권하니 감격해 하신다.

   비로봉 바람을 맞으러 갈 만반의 채비를 하는데 국립공원 관리인이 버너를 핀 옆 사람에게 주의를 준다. 나는 이미 배낭을 꾸린지라 꾸중으로부터 자유스럽다. 바라크라바를 하고 아이젠을 신고 윈드자켓을 꼭 여미고는 관리소를 나선다.

 

 

 

 

   -12:25 비로봉(해발1440m)에 서다

             비로봉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을 오르는데 역시 바람이 매섭다. 바라크라바와 자켓 후드를 뚫고 바람이 뺨을 때린다. 뛰어 올라간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다. 잠시 후 비로사쪽에서 한 분이 올라오신다.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보라와 바람만이 곁에 있을 뿐이다. 비로봉의 비로라는 말은 불교적 색채를 띤 ‘높다’라는 뜻이란다. 2년 전에 초암사에서 올라 국망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오를 때 자켓 후드를 쓰지 않아 머리를 콕콕 후비는 것 같던 바람이 생각난다.

   소백산 종주를 하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죽령이나 희방사에서 비로봉, 국망봉 방향으로 걷는데 그것은 맞바람을 피해서이다. 그런데 재작년 나는 처음으로 반대 방향으로 걸었던 것이다. 비로봉 정상석을 사진에 담기는 처음이다. 겨울철 비로봉에서는 남에게 사진을 부탁하기도 미안하다. 비로사에서 올라온 분에게 부탁드리니 기꺼이 장갑까지 벗고 사진을 찍어주신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국망봉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채 2분을 머물지 않은 듯싶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왼쪽 뺨을 때리는 바람 역시 만만치 않다. 눈보라도 가세를 하여 괴롭힌다. 뛰다시피 하여 갈림길에 도착한다. 직진 길은 국망봉 가는 길이고 왼쪽은 어의곡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국망봉 방향으로 발자국이 하나도 없고 등산객이 지나간 흔적이 없다. 시간 여유가 있어 늦은맥이재까지 갈 수 있겠으나 그곳에서 어의곡리로 갈 자신이 없다. 오늘 등산객이 전혀 다니지 않았을 테고 눈이 더 많이 내리면 위험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계절에 소백산 종주를 하기로 하고 어의곡리로 내려가기로 한다.

 

   -13:35 마지막 휴식

             어의곡리 등산로는 걷기가 편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올라오고 있다. 거의 다 내려와서는 계곡 다리를 건너기 전에 마지막으로 쉴 요량으로 배낭을 풀어 놓는다. 간식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오늘 산행을 되돌아본다. 눈과 바람이 기억의 전부이다.

 

 

 

 

 

 

 

 

 

 

 

   -13:57 어의곡 탐방지원센터 도착

             산행을 시작한지 6시간 46분, 비로봉 정상에서부터 1시간 30분 만에 산행을 종료한다. 계획대로 국방봉과 상월봉을 거쳐 늦은맥이재까지 걷지는 못했지만 내게 겨울산행의 맛을 톡톡히 보여준 소백산이었다. 공교롭게도 이제까지 소백산은 겨울에만 찾았다. 여름이나 가을쯤에 죽령에서 구인사까지의 종주를 통해 다른 계절에 소백산이 주는 느낌과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걷는 즐거움을 느껴보아야겠다.

   계획보다 빨리 하산할 것 같아 어의곡리에서 단양 가는 버스 시간을 검토해 봐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12분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만다. 4㎞ 이상을 걷고 나서야 택시를 발견한다. 자료를 준비해 간들 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7. 식 단

   ▷ 1/24  아침(비스킷), 점심(떡라면), 저녁(김치볶음)

 

8. 물 구하기 : 영주

 

9. 준비물

   윈드재킷, 다운재킷, 버너, 코펠, 수통, 헤드랜턴/랜턴, 여벌옷(양말2, 집티1), 바라크라바, 모자, 선글라스, 장갑, 디         지털카메라, 스틱, 휴지, 아이젠, 스패치, 쌀2인분, 김치/밑반찬/치볶음, 라면/떡국, 막걸리, 행동식, 비상약키트, 지     도/자료

 

10. 비 용 : 136,300원

   ▷ 교통비 : 55,800원

   ▷ 숙박비 : 40,000원

   ▷ 입장료, 식품비 및 제비용 : 40,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