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답사 산행기
(서울대 경영자과정 단체 산행을 위한 답사를 가다)
1. 개 요
□ 구 간 : 백무동 길
-제1소구간 : 백무동→천왕봉→세석→백무동(19.1㎞)
2. 일 시 : 2011.7.5
3. 참가자 : 전진수
4. 산 행
백무동(03:48)→장터목(07:34)→천왕봉(09:58)→장터목(11:14)→세석산장(15:01)→가내소폭포(17:20)→백무동(18:00)
이번 산행은 서울대 경영자과정 산악회의 단체산행을 위한 답사를 겸해서 같은 코스를 걷기로 하고 백무동에 도착한다. 오랜만에 야간산행을 시작하여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하산 후에 야영 할 야영장도 눈에 익혀 놓는다. 비가 온 뒤라 등산로까지 물이 넘쳐흐른다. 어둠을 뚫고 하동바위를 지난다. 반짝이던 수많은 별들은 참샘에 도착하기 전에 사라진다. 참샘 물 맛은 변함이 없다.
참샘에서 만난 홀로 등산객을 지나치고 김밥을 먹는 동안 그 분은 다시 나를 지나친다. 그리고 잠시 후에 처음으로 장터목대피소가 조망되는 바위에 앉는다. 이 길을 이미 두 번이나 올랐지만 못본 채 지나치던 곳이다. 이렇게 산은 항시 똑같지가 않다. 아니 산은 똑같지만 그것을 보는 나는 매번 다르다. 바위 옆에는 멋진 소나무가 풍광을 더한다. 여유로운 발걸음 덕분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다.
전망바위에서 45분을 더 걸어 장터목에 도착한다. 휴가철이기는 하지만 평일이고 비가 온 뒤라 대피소에는 등산객이 많지 않다. 취사장 앞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끓여 마시고 한참을 쉬고 있는데 젊은이 셋이 도착한다. 들머리에서 본 학생들인데 행색이 등산 차림이 아니다. 남부 지역 여행의 첫 장소로 천왕봉을 찾았는데 힘이 들어 괜히 왔나보다며 엄살을 떤다. 현준이 생각이 난다. 지리산은 처음이란다. 이것저것 물어보기에 내가 안내하여 같이 천왕봉에 오르기로 한다.
내가 앞서 제석봉에 오른다. 그들의 걸음이 엄청 무겁게 느껴진다. 한 명은 완전 뒤 처진다. 좋아하는 고사목을 디카에 담는다. 죽음의 미학이라고 이름 붙인 고사목이다. 제석의 초록을 디카에 많이 담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하기로 하고 천천히 걷는다.
천왕봉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학생들과 헤어진다. 그들에게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과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고 나는 장터목으로 다시 발길을 옮긴다.
다시 장터목 대피소로 돌아오니 11시가 넘은 시간이다. 테라스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달콤한 오수를 즐긴다. 두 시간 가까이 잔 것 같다. 배낭을 챙겨 세석으로 향한다.
세석 삼거리에 도착한다. 장터목에서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세석대피소를 한 번 흘끗 보고는 한신계곡으로 발길을 옮긴다. 벌써 산행을 시작한지 열 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일찍이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걸은 적이 있던가? 낮잠을 즐긴 적이 있던가? 늘 마음에만 품어왔던 산행을 오늘 정말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한신계곡 길은 오늘로 세 번째이다. 앞선 산행 두 번은 모두 겨울철이었다. 그래서 계곡의 얼음과 눈길만을 보았을 뿐인데 아마 오늘 제대로 한신계곡을 느끼며 걸을 것 같다.
이끼가 많고 등산로가 분명하지 않은 길을 조심스럽게 걷는다. 몇 번이고 다리를 건너고 배낭을 내려놓고 물장난을 하기도 한다. 상의를 빨아 입고, 담배도 피워 물고, 참외도 깎아 먹고 도무지 이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시간에 올라오는 등산객도 몇몇 보인다.
오층폭포를 지나 가내소폭포 앞에 선다. 두 폭포 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기에 겨울에는 디카에 담지 못했나 보다. 비온 후의 가내소폭포는 정말 장관이다. 그다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물을 쏟아내는 모습에는 어떤 포스가 느껴진다.
오후 6시 정각에 새벽의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무려 14시간 12분이 소요되었다. 낮잠까지 즐겨가며 느긋하게 걷기는 했지만 다다음주에 단체 산행을 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코스를 바꾸어야겠다. 야영장에 등록을 하고 직원이 소개해준 펜션을 찾아가서 이것저것 알아본다. 가격이나 시설이나 모두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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