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산/능경봉 함박눈 산행기
(설날 연휴 마지막 날 함박눈을 맞으며 대관령 옛길을 걷다)
1. 산행일자 : 2017. 1. 30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대관령박물관-제왕산-능경봉-대관령 옛길-대관령박물관
4. 교 통
▷갈 때 서울(고속버스 06:00)-강릉/하나투자금융(시내버스503번 09:14)-대관령박물관
▷올 때 대관령박물관(시내버스 16:37)-신영극장/강릉(시외 18:00)-삼척(시외 20:00)-울진
5. 산행기
설 연휴 마지막 날, 설악을 오르기로 계획하였으나 어제 오후부터 모든 구간이 입산 통제이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강릉 제왕산을 생각해낸다. 코스는 시간에 따라 정하기로 하고 강릉행 첫 고속버스에 오른다.
제왕산은 3년 전에 처음 올라봤다. 그때는 대관령에서 시작하여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을 이어 걸었는데, 오늘 들머리는 대관령박물관으로 한다.
대관령박물관(09:32)-제왕산갈림길(10:14)-제왕산(12:04)-능경봉갈림길(13:21)-능경봉(14:00)
-대관령(14:35)-안정(14:59)-주막터(15:45)-대관령박물관(16:26)
이른 아침이라 차량이 많지 않은 횡성휴게소에 눈이 가득하다.
오늘 산행이 기대된다.
신영극장 건너편 하나투자금융 앞에서 503번 버스로 갈아탄다.
대관령박물관행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20분을 채 안 달려 박물관에 도착한다.
들머리는 오른편 포장길로 이어진다.
어느 펜션 앞에 설치된 나무인형이 눈길을 끈다.
박물관에서 15분 정도를 걸으니 본격적으로 대관령 옛길이 시작된다.
하얀 눈에 덮인 계곡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주막터를 300여 미터 앞두고 제왕산과 옛길 갈림길이 나타난다.
내 뒤를 따르던 산객이 길을 알려준다.
제왕교를 건너 당연히 산길은 우측으로 꺾일 줄 알았는데 발자국이 끊긴다.
산길은 왼편으로 이어진다.
눈이 점점 많아지지만 아직까지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고 미끄러지면서 걷는다.
이정목의 30번은 무슨 뜻일까?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를 따르다가 되돌아와서 이정목이 가리키는 산길로 접어든다.
여전히 두 사람의 발자국이 나를 인도한다.
된비알을 잠시 올라 전망대에 도착해서야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한다.
포스가 느껴지는 한 산객이 도착하더니 이내 나를 앞선다.
스패츠를 착용하길 잘했다.
발목까지 눈에 잠기고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시작했지만 멋진 산행이다.
3년 전에 처음 제왕산을 올랐을 때는 이 정상석을 보지 못했다.
여기보다 1m 높은 곳에 나무로 된 표지목이 또 있다.
나를 앞섰던 산객이 되돌아오며 인증샷이 생긴다.
이제 내 진행방향은 어디가 될 것인가?
건너편 뿌연 선자령과 좌측 능경봉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전처럼 고루포기산까지 달려?
처음으로 대관령 옛길을 걸어봐?
그럼 능경봉은?
러셀을 해가며 걷는다.
지나온 길에는 내 발자국이 찍히고, 가야 할 길은 순백 그 자체이다.
바람이 없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내가 직접 만든 주먹밥 세 개가 전부이다.
반대 방향에서 등산객 한 분이 오신다.
아, 이제 러셀 할 일은 없겠지?
눈발은 더욱 굵어진다.
임도로 내려서면서 나머지 산행 일정을 결정한다.
능경봉을 다녀와서 처음으로 대관령 옛길을 걷는 것이다.
능경봉까지 1.1Km가 길게만 느껴진다.
눈은 펑펑 내리고 길은 희미하고 몹시 힘들다.
부부 산객이 내려오면서 멋진 시간에 올라온다고 부러워하신다.
함박눈을 맞으며 눈길을 걷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
40분 만에 앙증맞은 능경봉 정상석을 마주한다.
방풍재킷 후드를 벗고 일부러 눈을 맞으며 꽤 오래 머문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고루포기산 방향에 살짝 눈길을 준다.
그리고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간다.
발자국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올라갈 때는 40분이 걸렸는데 20분 만에 하산한다.
대관령 표지석을 지나 강릉 방향으로 15분 정도 내려가니 옛길이 시작되는 안정이다.
박물관까지 6Km 정도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까?
길은 생각 이상으로 걷기 편하고 멋지다.
가끔 신구 고속도로가 보이기도 한다.
4명의 가족이 올라오며 남은 거리를 묻는다.
눈이 그치는가 싶더니 더 굵어진다.
옛 주막터는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다.
5시간 35분 만에 제왕산 갈림길로 돌아왔다.
박물관 앞 인공으로 얼린 고드름을 아이폰에 담으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설악산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보다 함박눈을 맞으며 눈길을 걸은 즐거움이 더 컸다.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이한테 산행 마지막 인증샷을 부탁한다.
아침에 버스를 탔던 곳에 하차하여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강릉에서 울진행 버스는 끝났다.
삼척으로 가기로 하고 맥도널드에서 햄버거와 커피로 허기를 달랜다.
연휴 마지막 날의 산행,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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