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번개 산행기
(올겨울 계획서에 없던 오대산을 갑자기 오르다)
1. 산행일자 : 2016. 2. 27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상원사-비로봉-상왕봉-북대사-동피골정류장
4. 산행기
올 겨울 마지막 시간여행에 나선다. 계획에 없던 강원 지역을 찾기로 한다. 순전히 배 차장의 권유 때문이다. 급하게 오대산 산행계획서만 꾸며서 출발한다. 오대산 네 봉우리를 한 바퀴 돌기로 한다.
겨울 오대산은 3년 만에 찾았다.
이제 내 산행기에는 새로운 느낌보다 추억이 묻어난다.
오랜 세월 산을 걸었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 테지?
상원사에서 출발하여 중대사 사자암으로 향한다.
간밤에 내린 눈 위에 발자국 두 개가 찍혀있다.
거기에 내 발자국을 더해간다.
눈 덮인 북대사 지붕은 오대산의 상징적인 겨울 풍경이다.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에 "나무아미타불" 불경이 이어진다.
파란 하늘을 보는 시각과
보드라운 눈을 밟는 촉각과
마음을 가라앉히는 불경을 듣는 청각이
나를 차분하게 한다.
산다는 게 무엇이냐?
속세가 무엇이냐?
내려놓지 못하는 욕심은 또 무엇이냐?
많은 생각으로 머리를 어지럽히며 걷다 보니 비로봉이 보인다.
이파리 하나 없이 주검으로도 아름다운 고사목과 아주 잘 어울린다.
젊은 등산객 몇 명이 나를 앞선다.
숨소리가 거칠다.
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는 정상석은 나와 몇 번을 만났을까?
내가 걸을 저 길은 나를 반기겠는가?
오대산 주목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걸은 적이 있던가?
오대산 저들은 태백산의, 덕유산의 그리고 함백산의 그들처럼 도도하지가 않다.
그저 수수하게 묵직할 뿐이다.
오늘 고사목들은 더욱더 마음에 다가온다.
파란 하늘 탓인가?
내 마음이 열린 탓일까?
살아있어 기쁠 저들은 왜 고사목 흉내를 내는 걸까?
상왕봉에 도착하니 나와 비슷한 연배의 세 산객이 있다.
아마 저분들의 발자국을 따랐나 보다.
인증샷이 생긴다.
틀린 그림 찾기~~~
계획대로라면 이곳에서 두로령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러셀이 되어있지 않다.
어지러운 발자국들은 전부 북대사를 향한다.
망설인다.
자신이 없다.
결국 어지러운 발자국 틈으로 내 발을 디딘다.
3년 전 겨울에 상왕봉으로 올랐던 길이다.
북대사 미륵암은 증축 중이다.
내게 따듯한 밥 한 그릇을 기꺼이 내주시던 보살님과 따님이 생각난다.
탐방센터로 가는 임도를 따르다가 산길로 스며든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서 간다.
그 발자국은 나를 향하고 있다.
얄궂은 점심을 먹고 시계를 들여다본다.
버스시간이 남아있고 너무 일찍 산행이 끝나서 선재길을 걷는다.
동피골 버스정류장까지 왔다.
비로봉에서 효령봉으로 진행하여 이곳으로 내려서는 산길!
언젠가는 해결하고 싶은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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