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계곡 산행기
(안산에 오르고 대청에서 대박을 만나다)
1. 산행일자 : 2014. 7. 5~7. 6(1박 2일)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구 간 : 안산/십이선녀탕, 수렴동계곡/대청봉
-제1소구간 : 장수대→대승령→안산→십이선녀탕→남교리(14㎞)
-제2소구간 : 백담사→수렴동계곡→봉정암→대청봉→오색(17.9㎞)
4. 교 통
▷ 7/5 양양(시외버스 09:15)→장수대
▷ 7/6 오색(시내버스 18:35)→양양(시외버스21:40)→강릉(시외버스23:10)→울진
5. 숙박 :
▷ 7/5 용대리 민박
6. 산행기
1년 만에 다시 설악을 찾는다. 첫날은 계곡 산행을 주제로 오래전 겨울에 한 번 올라봤던 12선녀탕과 아직 미답인 안산을 걷기로 하고, 둘째 날은 혼자 호젓하게 올라보지 못한 수렴동계곡을 걸어 대청으로 오르기로 한다. 또한 이번 산행은 목적지만을 정할 뿐 다른 어느 계획도 없이 그저 걸어보기로 한다. 강릉에서의 울진행 막차인 23:10 버스만 타면 된다는 생각이다.
<첫째 날>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장수대 탐방센터의 문을 넘는다.
어제 비가 온 탓에 그나마 흐르는 물소리가 나를 반긴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대승폭포의 물줄기는 어떨지를 궁금해하며 발길을 옮긴다.
오름 중에 뒤를 보니 가리봉과 주걱봉 그리고 삼형제봉이 도열하여 내게 인사한다.
잘 있었니? 오랜만이지?
대승폭포는 지금껏 봐 왔던 것보다는 많은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많은 등산객들 틈에 끼어 폭포를 디카에 담는다.
1시간 40분 만에 대승령에 도착한다.
그동안 궁금해하던 흑선동계곡길 초입을 보기 위해 출입금지 안내판을 넘어본다.
음~, 다음에는 저 길을 걸어봐야겠다.
머리로는 이미 코스를 정한다.
대승령과 남계리 간의 서북능선길은 이번으로 두 번째이다.
오래전 그때는 겨울이었고 진행 방향은 반대였다.
갈림길에 도착하여 먼저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점심을 먹는다.
출발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단체 산행객과 같이 도시락을 펼친다.
아, 산에서 먹는 쌈이 이렇게 맛나고 간편했던가?
식사를 마치고 나 홀로 금줄을 넘는다.
그리고 낯선 길을 약 15분 정도 걸어 대한민국봉에 도착한다.
봉우리 이름이.... 글쎄....
잠시 후 홀로 산객이 도착하시고 그분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멋진 조망을 뒤로하고 봉우리를 내려서니 잠시 후에 안산과 치마바위가 나타난다.
지금 이 순간 그들 모습은 험악스러움보다는 귀여움이 어울린다.
고양이봉 또한 다르지 않다.
잠시 알바 후에 안부에 도착하여 휴식을 갖는다.
몇 번이고 블로그를 보며 길을 익혔지만 걱정했는데 쉽게 찾아왔다.
하지만 벌써부터 내림길이 걱정된다.
고양이봉은 옆모습도 그렇지만 뒤태 역시 이름과는 연관 짖기 쉽지 않다.
이럴 때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걍 고양이라고 인정하면 그만이다. ㅎㅎ
안녕하세요, 안산님?
처음 뵙겠습니다.
흔한 정상석 하나 없지만 막힘없는 조망과 수수함은 최고 중의 최고이다.
첫 대면 기념으로 복분자주를 한 잔씩 나누고 표지석에 내 모자를 씌어본다.
정상에서 진행 방향으로 리본이 하나 나부끼지만 자신이 없다.
초입에서 단체산악회 대장에게 들은 말도 있고 해서 되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는 중에 몇 팀의 산객과 마주한다.
덕분에 인증샷을 남긴다.
버리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다시 금줄을 넘어 이정표를 마주하니 걱정이 사라진다.
자, 지금부터 선녀탕으로 고고씽~~~~
잠시 쉬던 곳에 표지기 몇 개가 보인다.
아마 안산 정상에서 저 길로 내려서는 건 아닐까?
12폭과 12담이 있다는 선녀탕을 내려가면서 세어보기로 한다.
아마 전부를 센다면 20폭도 넘지 않을까?
12선녀탕의 문을 닫아건다는 두문폭포에 도착한다.
많은 이들이 이 폭포 위에 있는 비슷하게 생긴 무명폭과 담을 열두 번째라 부른다.
당연히 두문폭포는 열한 번째가 된다.
그러나 나는 이미 몇 개를 보았다.
일부러 아래까지 내려가서 폭포 전신을 디카에 담는다.
용탕폭포라고도 부르는 복숭아탕은 과연 멋지다.
옛 겨울에 언 채로 처음 마주한 이후로 긴 시간이 흐른 여름에 마주한 그녀(?)는 더욱 그렇다.
복숭아탕 이후로 만나는 무명폭과 담은 눈에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응봉폭포를 지나고 1시간 20분 정도를 더 걸어 남교리에 도착한다.
탐방센터를 나서자마자 쉼터가 보인다.
전에도 있었는지 기억은 가물하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물론 싸맥이다~~~~
<둘째 날>
텐트를 배낭에 넣었다가 뺐다가를 반복한 이유는 오로지 월드컵 때문이었다. 야영을 하면 중계방송을 못 보겠기에.... 어제 산행을 마치고 남교리에서 백담사로 걷던 중 맘에 드는 민박이 보여서 찾아들어갔다. 그런데 혼자 5만 원은 넘 비싸다~~~ ㅠㅠ
백담사에서 수렴동계곡으로 혼자 걸어봤던가?
옛 소청대피소에 자리를 잡기 위해 뛰듯이 올라가 봤고, 비를 맞으며 신나게 올라간 기억은 있다.
두 번 모두 일행과 함께였다.
어제 십이선녀탕 계곡처럼 기대를 한껏 품으며 초록색 물길을 따른다.
저 모든 이들의 소원이 성취되기를 바란다.
수렴동대피소를 보니 그제야 기억이 난다.
나는 홀로 수렴동계곡 물길을 따라 오른 적이 없다.
혼자 걸을 때는 이곳에서 뒷걸음질하여 오세암으로 올라갔다.
한 겨울에 홀로 내려섰던 기억은 있다.
영시암에 도착하여 수통을 채우고 잠시 숨을 고른다.
물맛과 동자승 인형은 여전하다.
이번 산행은 시간 계획을 세우지 않고 걷는지라 쉬는 시간이 많다.
등로에서 보이지 않는 큰 바위 뒤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눕는다.
복분자를 한 잔 홀짝인다.
시간이 흐른다.
이러다가 봉정암 점심 공양을 놓치는 건 아닐까?
배낭 안에 점심 먹거리는 하나도 없다.
쓸데없는 걱정~~~~~ 걍, 누워 있어!
알 듯 모를 듯 만수폭포와 관음폭포를 지나 쌍용폭포와 대면한다.
좌폭, 우폭 물줄기는 약하지만 바위를 타고 흐르는 게 봐줄 만하다.
늘 시간에 쫓겨 오르기를 포기했던 사자바위에 오른다.
시간적 여유가 가져다주는 선물이다.
주변 암봉들이 황홀하게 다가온다.
또 눕는다.
봉정암 점심 공양은 포기한 지 오래다.
봉정암에 도착한다.
오, 마이 갓!
아니, 여긴 사찰이니 나무관세음보살!
주먹밥이 그득히 쌓여있다.
부처님, 아니 보살님, 쌩유~~~
주먹밥 두 개와 커피 두 잔으로 배를 채운다.
아~아~, 나아는 핸보칸 사~아람~~~
배가 부르니 노래가 나온다.
아~아~, 속물이여~~~
소청대피소를 지나 소청에 서니 장관이다.
공룡능선 전체가 운해에 숨어있고 가끔 1275봉이 머리를 내민다.
몇 번을 뒤돌아보며 중청대피소에 도착한다.
평상에 두 팀이 있다.
나도 평상 하나를 차지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설악의 맏형인 대청이 나를 내려다본다.
뒤로는 중청이 내 뒤통수를 흘끔거린다.
안뇽~~~?
완전 대박이다.
아, 내가 대청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구름은 모두 내 발 밑에 있다.
공룡은 가끔 1275봉 만을 보여준다.
건너편 점봉은 아예 숨어버렸다.
어제 낯을 익힌 안산과 귀떼기청봉이 그나마 아는 척을 한다.
바람 한 점 없다.
아, 설악이여~~~
불러도 불러도 질리지 않는 이름이여~~~
누가 지리가 좋으냐 설악이 좋으냐 물어오면, 난 망설임 없이 지리가 좋다고 말했다.
근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설악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강릉에서의 막차를 각오하며 오랫동안 정상에 머무른다.
나와 사진을 찍는 분뿐이다.
그분을 두고 나 홀로 하산을 시작한다.
나는 아직 만나야 할 것이 하나 남아있다.
설악폭포 물줄기와 조우하고 남은 참외를 먹으며 슬슬 설악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8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오색온천으로 내려가는 중에 무명폭을 하나 더 만난다.
이건 디저트?
버스시간을 보니 샤워할 시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싸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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