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수도산/가야산 종주 산행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되시던 날, 벼르던 종주 길을 걷다)
1. 개 요
□ 구 간 : 흰대미산/양각산 및 수도~가야 종주
-제1소구간 : 흰대미산→양각산→수도산→수도암(8.59㎞)
-제2소구간 : 목통령→두리봉→상왕봉/칠불봉→해인사(25.5㎞)
2. 일 시 : 2009.5.23~5.24(1박2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 5/23 서부터미널(시외버스 07:50)→거창(군내버스11:10)→심방마을
▷ 5/24 해인사(시외버스18:40)→대구서부터미널(시외버스 20:10)→울산→기장
5. 숙 박
▷ 5/23 수도암 요사채
6. 산 행
사상에서 1분을 남기고 거창행 첫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거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다. 역사가 되어버린 노 대통령은 새로운 역사를 다시 만든 것 같다. 존경했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길을 물어 심방마을 가는 서흥여객 버스 정류장을 찾아간다. 오랫동안 벼르던 수도․가야 종주를 위해서 버스에 오른다. 남들과는 다르게 흰대미산에서 시작하는 종주 길을 택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야영 장비를 갖추고 나섰다.
<첫째 날>
여러 사람의 산행기를 살펴보았음에도 심방마을에서 흰대미산 오르는 들머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농로로 들어섰으나 길을 찾을 수 없어서 마을 표지석이 잇는 곳으로 되돌아와 정자와 사과밭 가운데에 표지기 한 장이 붙은 걸 보고 올라간다. 작은 무덤 두 기가 나타나고 그 오른편으로 산으로 오르는 희미한 등산로가 보인다. 무턱대고 올랐으나 맞는 길이다. 아니 정확히는 반쯤 맞는 길이다.
-11:53 흰대미산으로 출발
희미하던 산길은 뚜렷한 낙엽 길로 변하더니 잠시 후에는 된비알이 시작된다. 30분 정도를 오른 후에 숨을 고르기 위해 배낭을 내려놓는다.
-12:54 흰대미산(해발1018m) 도착
다시 30분을 걸어 오늘의 첫 번째 봉우리에 도착한다. 그런데 아홉사리 고개를 지나 정상에 섰어야 했는데, 그 고개를 지나온 기억이 없고 안부에서 왼편으로 올라선 걸 보면 다른 길로 오른 듯하다. 정상석에는 흰덤이산(백석산)이라 적혀있다. 능선에 올라서면서부터 조망되던 양각산의 두 뿔과 오늘 걸어야 할 능선이 코앞에 펼쳐진다. 그러나 오늘 저 능선을 지나 남동으로 휘어지는 주능선을 걸어 목통령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흰대미산에서 다시 오르던 길로 내려서서 수도산을 향한다.
-13:09 점심 식사
많은 표지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적당한 자리를 잡고 점심을 펼친다. 비빔밥이 꿀맛이다.
-14:31 양각산(해발1150m) 도착
양각산에 다가설수록 걸어온 길과 오늘, 내일 걸어야 할 길이 뚜렷이 조망된다. 그리고 얼핏 가야산이 눈에 들어온다. 흐린 날씨 탓에 아직 그 모습이 뚜렷하지는 않다.
날이 덥지 않아서 좋다. 양각산 정상에 서니 단체 등산객들이 내게 길을 비켜준다. 그 중 한 분에게 부탁하여 정상석 앞에서 증명사진을 한 장 남기고 오늘 두 번째 봉우리를 내려선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오늘 목통령까지 진행하는 것은 무리 일 것 같다. 산행계획을 변경할 경우에 대비하여 오늘과 내일의 진행을 다시 머리에 그려본다. 물을 구할 수 있다면 굳이 수도암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될 텐데.....
-15:33 갈림길(수도산/양각산/심방마을) 도착
양각산을 내려서서 수도산을 향하던 중 처음 보는 야생화를 만난다. 디카에 담는다. 뒤돌아본 정상에는 아직도 많은 등산객들이 서 있다. 우두령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난다. 이곳이 양각산에서 수도산까지의 딱 절반 지점이다. 계획대로라면 이 시간에 송곡령에 도착했어야 오늘 목통령까지 진행할 수 있다. 수도산에서 수도암으로 내려섰다가 내일 새벽 종주를 이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여유로움이 찾아온다. 내일 고생은 하겠지만.....
-16:26 수도산(해발1316.8m) 도착
여유로움이 걸음을 느리게 하고 자주 배낭을 내려놓게 한다. 낙엽 길을 밟는 느낌이 좋다. 아까보다 더 뚜렷하게 멀리 가야산이 보인다. 그리고 반가운 비실이 부부의 시그널도 만난다.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단한 부부 산꾼이다.
멀리 수도산의 돌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내일 은 저 봉우리에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까지의 종주를 하게 될 것이다. 가야산은 2년 전 비바람을 맞으며 올라 본 산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수도 ․ 가야 종주를 별러왔다. 오늘 마지막 봉우리인 수도산 정상을 혼자 독차지한다.
수도산 아래쪽으로 내려서니 종주 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동남능선이 시작되는 길인 것이다. 내일 다시 이곳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17:15 수도암 도착
계획에 없던 길을 걸어 수도암으로 내려선다. 중간에 청암사와 갈라지는 길이 두 곳 나타난다. 스님 한 분이 올라오신다. 아마 저녁 공양을 마치고 운동을 나오신 모양이다. 수도암은 생각보다 큰 암자이다. 커피 자판기로 달려간다. 자연에 묻혀 걸으면서도 속세의 향기가 그리웠나보다.
수통을 채우고 야영 할 자리를 찾아 나선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 길 아래까지 내려가 보지만 마찬가지이다. 할 수 없이 암자로 되돌아온다.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칠 요량으로 배낭을 내려놓고 눈치를 본다. 마침 처사 한 분이 보여 물으니 차라리 방을 빌려주신단다. 그 분 하시는 말씀이 다 옳다.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처사님이 안내하는 방에 짐을 푼다. 그리고 저녁거리를 챙겨 아까 보아 둔 계곡으로 간다. 처음으로 절에서 잠을 잔다. 옆방에 기거 하는 분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준비해 온 야영도구는 소용이 없게 되었지만 편안하게 하룻밤을 지낸다.
<둘째 날>
새벽 4시에 잠에서 깬다. 오늘 아침밥과 점심을 모두 준비해둔 터라 일찍 수도암 요사채를 나선다. 수통을 채워 어제 내려섰던 수도산 들머리로 올라선다.
-04:28 수도~가야 종주 출발
헤드랜턴을 하고 어둑한 길을 걷는다. 곧 날이 밝는다. 한 시간 만에 수도산 아래 갈림길에 선다. 일출을 보겠다는 욕심은 흐릿한 날씨에 묻힌다.
-06:10 갈림길(단지봉/수도산/심방마을) 도착
칠부바지 아래로 촉촉한 아침 이슬의 차가움을 느끼며 걷는다. 아직까지 진행을 가로막는 유명한 잡목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슬 맺힌 거미줄과 새벽에서 깨어나는 들꽃이 싱그럽다.
-07:26 송곡령 통과
3시간 만에 송곡령을 통과한다. 단지봉까지는 0.8㎞를 남겨 두었다. 이정목이 송곡령임과 거리를 알려주었다. 철쭉 터널을 지나고 키가 큰 조릿대와 잡목 사이를 걷는다. 등산화는 점점 젖어온다. 시계는 거의 제로이다.
-07:50 단지봉(해발1335m) 도착
잡목과 양말까지 스며드는 아침 이슬을 헤치고 오늘 첫 봉우리인 단지봉에 도착한다. 정상 주변에는 아직 시들지 않은 철쭉이 예쁘게 피어있다. 이정목이 먼저 나를 맞기에 정상석을 한참 찾았다. 그곳에서 조금 더 가서 왼쪽으로 굽어가니 정상석이 보인다. 단지봉 정상석 역시 어제 본 봉우리 그것과 다름없이 소박하다. 주변은 가스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3시간 30분을 걸어 여기에 도착했는데 두리봉까지 9.2㎞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목이 나를 질리게 한다.
10분 정도를 정상에서 머문 다음에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배가 고프지만 목통령 까지 진행하여 아침 겸 점심을 하기로 한다. 어제 무리하지 않고 목통령까지 진행을 포기한 것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이제 양말까지 젖어온다.
-09:59 목통령 도착
중간에 양말을 갈아 신고 서너 차례 휴식을 가지며 낯익은 표지기의 길 안내를 받아 드디어 목통령에 도착한다. 중간에 좌일곡령을 지나갔음에도 확인은 하지 못했다. 목통령에는 산행기에서 많이 본 표지판이 나를 반긴다. 양말과 등산화를 벗어 말린다. 그리고는 자유인이 된다.
공터 한 가운데 밥상으로 쓰기 딱 좋은 평평한 바위가 놓여있다. 매트리스도 깔고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식탁을 꾸민다. 메뉴는 비빔밥이고 디저트는 과일과 커피 한 잔이다.
식사를 마치고 어느 정도 보송해진 양말과 등산화를 신고 아래쪽 계곡으로 내려간다. 종주 길에 하나 뿐인 식수 공급원이다. 2분 정도 내려서니 물소리가 난다. 계곡물은 차갑고 맛나다. 수통 두개를 채워 다시 고개로 올라서니 산나물을 채취하는 마을 사람 세 명이 올라선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산님들이라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리봉을 향한다. 이제 한 봉우리만 넘으면 가야산에 서게 된다.
-13:10 불곡령(분계령) 도착
목통령에서 올라서니 헬기장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잡목 숲을 헤치고 진행한다. 등산화가 다시 젖기 시작한다. 그러나 뚜렷이 제 모습을 보이는 가야산의 산그리메와 걸어온 능선 길이 고단함을 가시게 한다. 분계령에서도 동네 분들 두 분을 만난다. 이제 가야는 점점 가까이 다가선다.
-13:30 두리봉(해발1135m) 도착
가파른 길을 걸어 가야로 오르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두리봉에 선다. 생각과는 달리 정상석 대신에 눈에 익은 수도지맥 두리봉이라 적힌 안내판이 걸려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가야산 전경은 더욱 나를 설레게 한다. 나는 저 곳을 오르기 위해 어제부터 걷기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저 모습을 보기 위해 잡목과 이슬을 헤치며 긁히고 적신 것일까? 글쎄, 둘 다가 아닐까?
이제 두리봉을 내려서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야 한다. 300m 정도 고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멀리 정상 쪽에서 헬기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내 종주를 축하하는 것이겠지?
-15:34 가야산 우두봉(해발1430m) 도착
헬기 소리가 점점 커지고 시야가 트이면서 봉우리를 옮겨 다니는 헬기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잡목은 없다. 그리고 걸어 본 듯한 느낌의 산길을 걸을 뿐이다. 자주 배낭을 내려놓는다. 지쳐서 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완성을 앞둔 느긋함일 것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산길이 열린다. 정상을 향해 더욱 분주하게 걸음을 옮겨 마침내 2년 전 넘어섰던 입산 통제 구역을 넘어선다. 암봉이 나를 반긴다. 많은 등산객들이 정상을 향하고 정상에서 내려서고 또 정상에서 머문다. 헬기는 사라졌다.
계단을 올라 상왕봉 정상에 선다. 많은 등산객들이 내 차림과 큰 배낭을 보고 한 마디씩 던진다. 수도산 아래 갈림길을 출발한지 10시간 만이다. 감격스러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2년 전 비바람 속에서 셀카를 찍었던 정상석에서 사진을 남긴다.
-15:46 가야산 칠불봉(해발1433m) 도착
상왕봉보다 3m가 높은 실질적인 가야산 최고봉이지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칠불봉이다. 처음 올라보는 봉우리이다. 맞은편 우두봉은 그 위용을 움츠리는 듯하다. 칠불봉 보기가 부끄러워서 일 것이다.
대중교통이 없어서 백운동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재작년 내림 길과 같은 곳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낙석지대와 기묘하게 생긴 낯익은 암봉을 지난다. 많은 이들이 산을 내려가고 있다. 또 늦은 시간임에도 올라오는 이들도 보인다.
-17:35 해인사 도착
드디어 가야산 종주의 마침표를 찍는다. 수도암에서 출발한지 13시간 만이다. 감격과 대견함이 밀려온다. 그러면서 겨울 종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서 서대구행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그때 그 식당으로 들어간다. 주인아주머니는 이제 해인사에 안 다니신다고 한다. 친절함은 변함이 없으시다. 동동주와 더덕정식을 시키고 어제, 오늘 산행을 되짚어본다. 먼 거리를 걸어 긴 시간여행을 했다.
우리 나라 정치사의 한 획을 그으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 땅에서 다 펼치시지 못한 뜻을 하늘에서 이루시기를 소원합니다.
7. 식 단
▷ 5/23 점심(도시락), 저녁(즉석곰탕)
▷ 5/24 점심(밥라면), 저녁(매식)
8. 물 구하기 : 수도암, 목통령, 해인사
9. 준비물
윈드자켓, 텐트/침낭/매트리스, 보조로프, 헤드랜턴/랜턴, 버너/코펠, 스푼, 수통, 장갑, 스틱, 아이젠, 고도계,
디지털카메라, 선글라스, 휴지, 여벌옷(양말2, 짚티1), 도시락, 쌀3인분, 라면1, 김치/밑반찬, 막걸리, 행동식
(과일, 초콜릿, 커피, 견과류), 비상약키트, 지도/자료
10. 비 용 : 60,000원
11. 기타사항
▷사상→거창 07:00, 07:50..................18:30
▷거창에서 버스 타는 곳, 시간 재확인 : 대동리 김정형외과 앞/서흥여객 정류장
▷거창→심방마을(가북행, 남산행) 07:00, 08:30, 11:10, 13:30.....................
▷서흥여객 055-944-3720
▷거창 시외버스터미널 055-942-3601
▷해인사 시외버스터미널 055-932-7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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