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겨울 산행기
(참지 못하고 결국은 대청을 찾다)
1. 산행일자 : 2020. 2. 13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비선대-대청봉-오색
4. 교 통
▷갈 때 노포(시외버스 2/12 23:30)-속초(시내버스 06:37)-설악동
▷올 때 오색(시외버스 16:20)-양양(시외버스 16:54)-강릉(시외버스 18:10)-삼척
5. 산행기
덕유에 다녀온 지 이틀밖에 안 되었지만 겨울 설악이 눈에 어른거린다. 더욱이 삼 일 후부터 봄철 산방기간으로 겨울 설악은 오를 수 없다. 저녁상을 치우기 무섭게 배낭을 꾸린다. 밤차를 타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금요일이면 해파랑길 6차 출정을 할 텐데 내일 설악을 오르고 해파랑길을 이어 걷기로 한 것이다.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출발하는 설악동행 버스 시간이 변경 되었다.
첫 차가 6시 30분에 있다.
터미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아 30여분 동안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춥지 않아서 다행이다.
잠시 후 터미널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쉬다가 인근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첫 버스에 오른다.
와우, 저 멋진 운해.
그러나 내가 산을 오를 즈음에는 사라질 테지~~~
뒤통수 동해에서 해가 떠올랐다.
내가 콧수염을 기르는 중이라서 그런가, 부처님도 오늘은 수염이 보이네.
입장료 생각에 신흥사 지붕이라도 보고 시작해야지~~~
불교계는 언제쯤이나 땅 밟는 입장료를 면제해줄까?
안녕하셨습니까, 장군님?
꽁꽁 얼어 있을 줄 알았는데.....
비선대(08:06)-희운각(11:03)-소청(12:12)-중청대피소(12:45)-대청봉(13:42)-오색(15:50)
오늘은 시간 여유가 많아서 천불동의 속살을 샅샅이 탐할거리는 생각으로 설악으로 들어간다.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오대산 귀면암이 머릿속을 스친다.
산꾸러기, 올 겨울은 잊어버리게~~~
햇살과 그림자 진 곳의 상반된 모습들이 너무 좋다.
오늘은 따듯하지만 그동안 설악의 겨울은 역시 혹독했구나?
산을 관리하는 기술도 점점 진화하고......
정말 천천히 걷고 있나 보다.
설악동에서 양폭까지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오늘은 괜찮아, 괜찮아~~~
천당폭포 아래에 있는 폭포를 아이폰에 담으려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등산화가 눈에 푹 들어간다.
발에 뭔가가 치인다.
날진 수통이다.
어느 등산객이 잃어버렸는지 아깝겠다.
모양을 보니 완전 새것이데.....
나는 오늘부터 저 폭포를 '천당아래폭'이라 부르겠다.
천당아, 너는 오늘부터 두 아우가 생겼단다.
너는 천당가의 막내로 '천당위폭'으로 명하노라.
역시 공룡으로 가는 출입구는 막혀있다.
그럴 줄 알고 네 등에 오르려는 1박 2일 계획을 지워버렸단다.
눈은 점점 많아지고 부드럽다.
소청으로 가는 힘든 오름길이 오늘은 즐겁기만 하다.
얼마나 천천히 올랐으면 소청에 도착해서도 숨 하나 가쁘지가 않다.
공룡아, 내 비록 오늘은 네 등에 올라타지 못할지언정 이렇게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좋구나~~~
아, 햇살에 비치는 빙화까지.....
중청이 저렇게 가깝게 다가서는 느낌은~~~
대청이와 중청이는 한마을에 살았더래요~~~
이 사진 괘않다~~!!
하루를 남긴 올 겨울 설악산행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대낮부터 고기를 굽는 분들도.....
오늘은 시간 개념 없이 올라왔지만 이 버스 시간표가 고맙다.
그런데 나중에 하산해서 보니 시간표가 바뀌었다.
이거 새 걸로 바꿔주세요~~~
대청에 물이 없단다.
3일 전에 향적봉대피소에서 물을 사서 라면을 끓인 기억이 떠오른다.
여기는 전자레인지가 있다.
라면 대신 햇반으로.....
대청에 올라서자마자 거친 바람에 어찌할 줄을 모르는 젊은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 셀카를 찍으려는 모양인데.....
사진을 찍어주니 무척이나 고마워한다.
대피소에서 내게 사진을 부탁했던 산객이 곧이어 올라오고 둘은 인증샷을 교환한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엄청 많은 산행 경험을 가지고 계신다.
같이 하산을 시작한다.
서울서 오셨다는 그분도 버스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눈이 별로 많이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화끈한 눈 산행 기회도 적을 수밖에 없다.
겨울 동안 해파랑길을 걷는 와중에도 올해 지리, 태백, 덕유, 설악을 찾았으니 아쉬움은 크지 않다.
내일부터 해파랑길을 이어 걷기 위해 삼척으로 향한다.
같은 강원도 권역인데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설악, 씨 유 어게인~~!!
'국내산행 > 산행(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梵魚三奇 산행기(0320) (0) | 2020.03.23 |
---|---|
달음산 포토 산행기(0227) (0) | 2020.02.29 |
덕유산 육구 역종주 산행기-둘(0211) (0) | 2020.02.18 |
덕유산 육구 역종주 산행기-하나(0210) (0) | 2020.02.14 |
부산 5산 종주-넷(0129) (0) | 2020.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