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지리 종주 산행기
(변화무쌍한 지리의 후덕함을 느끼며 걷다)
1. 개 요
□ 구 간 : 중산리~천왕봉~노고단(34.5㎞)
-접속구간 : 중산리→탐방안내소(1.7㎞), 노고단→성삼재(2.5㎞)
-제1소구간 : 순두류(4.8㎞)→천왕봉(11.4㎞)→벽소령
-제2소구간 : 벽소령(7.8㎞)→화개재(6.3㎞)→노고단
2. 일 시 : 2009.7.4~7.5(1박2일)
3. 교통편
▷ 7/4 서부터미널(시외버스 06:10)→중산리(법계사 셔틀버스)→순두류
▷ 7/5 성삼재(택시15:03)→구례(시외버스15:30)→부산 서부터미널
4. 참석자 : 벼락, 오징어, 버틸껄, 로즈, 산꾸러기
5. 숙 박
▷ 7/4 벽소령 산장
6. 산 행
새벽같이 사상터미널에 모인 우리 다섯은 김밥을 챙겨서 중산리행 첫 버스에 오른다. 진주에서 20여 분간 정차하는 동안에 나는 근처 중앙시장으로 달려가 삼겹살 두 근을 준비한다. 옆 좌석 노인장께서 지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지리산 신령은 여신령 이어서 지리의 산삼, 약초 등 많은 보물들이 쉽게 눈에 띠지 않는다는 말씀을 처음 듣는다.
<첫째 날>
탐방안내소에 도착하니 법계사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우리는 직원 안내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고 버스에 오른다. 그런데 순두류에 내리고 보니 그곳에서 법계사까지도 2.8㎞이다. 거리상 큰 차이는 아니지만 마야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길은 칼바위길 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10:14 천왕봉으로 출발
비 온 후라 엄청난 계곡수가 큰 소리를 내며 흐른다. 몇 개의 다리를 지나고 완만한 경사를 한 시간 이상 올라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한다. 점심 식사는 아직 이른 것 같아 벼락님이 얼려온 막걸리와 로즈님이 준비한 떡으로 시장기를 해소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12:45 개선문 도착
된비알을 오르면서 아마 로즈님이 몇 번이나 쥐가 오른 모양이다. 개선문에 도착 하자마자 발 근육을 풀고 휴식을 취하게 한다.
-13:43 천왕봉 도착
올적마다 샘이 말라 있었는데 오늘은 천왕샘 석간수가 흘러넘친다. 물맛도 과연 좋다. 한 시간을 더 걸어 정상에 선다. 일행 넷은 모두 정상에 오른 적이 있지만 종주의 시작점에 섰다는 새로운 경험을 갖는다. 물론 나는 지리종주를 수차례 해보았지만.... 오늘 정상에는 바람 한 점 없다. 인산인해를 이룬 정상에서 간신히 정상석을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아래쪽으로 내려서서 정상주를 한 순배 돌린다. 다들 상기된 표정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리종주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15:00 장터목 도착
정상에서 제석봉으로 향할 적마다 칠선계곡으로 내려가는 굳게 닫힌 문을 쳐다보는 습성이 생겼다. 오늘도 역시 언젠가 저 문을 통과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지난다. 눈에 익은 고사목을 지나며 언젠가 이곳에서 본 일몰을 떠오른다. 다들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그러나 광활한 제석봉을 지나면서는 아름다운 풍광에 배고픔을 잊는다. 가을과 겨울이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른 초록의 모습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고사목을 눈여겨보며 지난다.
내가 먼저 도착하여 대피소 테라스의 빈자리를 찾아 점심 준비를 한다. 메뉴는 떡라면이다. 각자의 배낭에서 꺼내어 놓은 반찬이 푸짐하다. 시장이 반찬인지라 모두들 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다행스럽다. 폭탄주를 만들어 한 잔씩 돌린다. 그리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고 벽소령을 향한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피소에 연락도 해놓았고 날이 덥지 않아서 아무 걱정이 되지 않는다. 모두의 표정이 밝다.
-20:02 벽소령 도착
연하봉과 촛대봉을 차례로 지나고 세석산장을 통과한다. 뒤 돌아본 천왕은 안개속에 숨어있다.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해가며 영신봉과 칠선봉을 또 지난다. 반대 방향에서 오는 등산객들이 벽소령까지 간다는 우리를 보고 늦은 시간에 조심하라고 격려 한다. 콸콸 쏟아지는 선비샘의 물맛에 또 한 번 지리의 넉넉함을 느끼고 벽소령에서 물을 뜨러가는 수고를 덜기위해 우리는 모두의 수통을 채운다.
벽소령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낭 커버를 하고 아직은 걸을 만한 어둠을 뚫고 달린다. 다행히 벽소령에 도착할 때 까지 많은 비는 내리지 않는다. 대피소에 도착하여 접수를 확인하고 담요를 빌려 네 자리를 확보한다. 나는 비박을 할 요량으로 자리가 있는지도 묻지 않는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취사도구와 식사거리를 챙겨 취사장으로 달린다. 삼겹살과 소주로 지리종주 첫날을 자축한다. 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준비해 간 술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즈음 부산에서 홀로 온 산꾼이 합석을 하고 이웃에서 두고 간 술을 가져다 마신다. 취사장 내 모든 산객들이 우리처럼 즐거운 모양이다. 일행을 대피소 침상으로 보내고 나는 취사장 한 귀퉁이에 비비쌕을 깐다.
<둘째 날>
어제는 눕자마자 잠이 든 것 같다. 오징어님이 깨워서 눈을 뜨니 새벽 4시다. 밖으로 나가니 총총한 별무리가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다. 오랜만에 대하는 지리의 새벽별이다. 배낭을 다시 꾸려 4시 30분에 종주를 이어간다. 어둠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04:30 노고단으로 출발
간밤에 쏟아 붓듯 내리던 비는 멈추고 깨끗하고 상쾌한 아침이 밀려온다. 우리의 지리종주는 운이 좋은 듯하다. 20여분을 걷자 어둠은 완전히 밀려가고 천왕봉 쪽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일출을 볼만한 봉우리는 멀리 있고 우리는 해가 봉우리 위로 얼굴을 내밀고 한참 후에 해를 맞는다. 어제처럼 진행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중간 중간 만나는 전망대에서의 아침 조망은 멋지기 이를 데 없다.
-06:30 연하천 도착
두 시간을 걸어 연하천에 도착한다. 대피소 직전 삼각고지를 지날 때는 지난번 7암자 종주의 실패가 떠오른다. 올해 안에 다시 올라 서게 될 길이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자 자리를 잡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모두의 의견이 밥을 해 먹자고 한다. 나와 오징어님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버틸껄님과 벼락님의 입담으로 여러 등산객들로부터 소주, 김치 등을 얻어온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박장대소를 한다. 김치찌개를 끓여 맛난 아침 식사를 한다. 물론 얻은 소주로 해장술을 곁들인다. 어제의 진행 속도로 보아 오늘 산행은 시간적으로 꽤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느긋한 식사를 즐기고 8시가 넘어 출발한다. 대피소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10:49 삼도봉 도착
많은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대부분이 단체 등산객들로 자주 길을 양보하며 걷는다. 화개재에 도착하여 데크에서 휴식을 취한다. 아래쪽에서 인기척이 나서 봤더니 오케마운틴 까페에서 많이 본 태달사(태극을 닮은 사람들) 회원들이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오는 중이란다. 아마 중간에서 일부 회원들과 길이 어긋나서 헤어졌는지 통화를 하느라 바쁘다. 한 분이 태달사를 어떻게 아냐고 물어온다. 많이 휴식을 취한 뒤 출발하여 이내 551계단과 마주한다. 삼도봉을 향한 관문이다. 계단 수를 세어 본 오징어님이 550 계단이라 그러신다. 나는 몇 번째 세어 본 건데 여전히 551계단이다. 이제 햇볕이 제법 뜨겁다.
계단을 오르느라 가빠진 숨을 고르며 잠시 쉰 후에 오늘 종주의 마지막 관문인 삼도봉에 선다. 벼락님과 오징어님이 먼저 오르고 내가 그 뒤를 따르고 곧 버틸껄과 로즈님이 올라온다. 차례로 사진을 찍고 조망을 즐기며 간식을 먹는다. 이제 종주의 마무리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았다. 내가 은근히 반야봉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어제 술자리에서 시간이 되면 반야봉을 오르자고 제안했다가 아무도 동의하는 분이 없어서 슬며시 접어둔 이야기다. 역시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혼자라도 오를까 하다가 다섯이 똑같이 행동을 마무리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생각을 거둔다. 한 분이라도 동의 했으면 둘이 올라갔을 텐데.....
-13:24 노고단 고개 도착
노루목을 통과하고 오늘 종주의 마지막 샘터가 있는 임걸령에 도착한다. 임걸령 약수가 지리에서 최고라 하는데 나는 선비샘 물맛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어제 마신 천황샘 약수 맛도 일품이었다. 많은 등산객들이 점심을 먹느라 북적인다. 얼른 샘터에서 수통을 채워 자리를 뜬다.
돼지평전을 지나 헬기장에 도착하여 또 한 번의 파안대소할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마지막 간식으로 오징어님이 준비한 육포를 먹는데 옆자리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 등산객에게 버틸껄이 또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김밥과 소주로 돌아온다. 2박 3일 여정으로 지리종주를 위해 대구에서 오셨다는 그 분들과 한참을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종주 마무리를 앞두고 있고 그 분들은 종주를 막 시작한 참이다. 서로를 격려하고 정다운 인사를 나누며 우리가 먼저 자리를 뜬다.
노고단 봉우리 허리를 돌고 돌아 수많은 등산객을 마주쳐 지나 드디어 노고단 고개에 선다. 오늘 아침 벽소령을 출발한지 9시간 만이다. 우리 다섯은 지리 종주를 무사히 마친 것이다. 그 감격을 활짝 핀 미소와 함께 디카에 담는다. 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으나 우리는 곧바로 대피소를 향한다.
-13:40 노고단 산장 도착
종주를 무사히 마친 우리의 점심시간은 더더욱 즐겁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잡고 라면과 누릉지를 끓인다. 남은 반찬을 모두 꺼내어 놓으니 초라한 성찬이 준비된다. 그리고 지리에서의 마지막 커피를 마신다.
남은 잔반과 이틀간의 쓰레기를 말끔하게 처리하고 우리는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실질적인 종주는 끝났지만 아직 우리는 성삼재까지 걸어야 한다. 에고 생각만 해도 그 길이 지루해진다.
-15:02 성삼재 도착
성삼재에 내려서니 택시 기사가 우리를 맞는다. 그리고 30분 후에 구례에서 출발하는 3시 30분발 버스에 오른다. 우리는 이렇게 지리 종주의 마지막을 극적으로 마무리 한다. 대피소 예약, 변덕스런 지리의 날씨, 뜻밖의 들머리 변경 등을 극복하며 모두가 즐거워하고 서로를 배려한 산행이었다.
7시가 조금 넘어 부산에 도착하여 해물탕과 폭탄주를 앞에 두고 지난 이틀을 이야기하며 산행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모두가 만족한 산행이었던 것 같다. 다음 번 기회가 되면 설악을 한 번 더 걸어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7. 물구하기 : 법계사, 천왕샘, 장터목, 선비샘, 벽소령, 연하천, 임걸령, 노고단 대피소
8. 식 단
▷ 7/4 아침(매식/김밥), 점심(떡라면), 저녁(삼겹살)
▷ 1/6 아침(김치찌게), 점심(라면/누릉지), 뒷풀이(매식)
9. 준비물
<개별 준비물>
헤드랜턴, 여벌옷(집티/양말), 스틱, 수통, 컵, 수저, 휴지, 선글라스, 디카, 간식
<산님들 준비물>
코펠(大), 프라이팬, 김치, 과일, 술, 밑반찬
<산꾸러기 준비물>
비박장비, 코펠(小), 버너2, 랜턴, 쌀5인분, 비상약 키트, 지도
<구매품>
햇반3, 떡국1, 라면5, 누릉지2, 삼겹살2근, 쌈장1, 너츠류, 초콜릿, 밑반찬, 커피
10. 비 용 : 384,680원
▷ 교통비 : 163,000원(성삼재 택시 3만원 포함)
▷ 숙박비(담요 포함) : 40,000원
▷ 식품비 및 제비용 : 68,480원
▷ 뒷풀이 : 113,200원
11. 기타사항
▷ 순두류행 법계사 셔틀버스 이용 가능(천원)
▷ 구례시외터미널 061-780-2730,1 / 구례 개인택시 011-644-4608
▷ 성삼재(18:20)→구례(19:30)→진주 가능
▷ 성삼재→구례 택시 3만원(합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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