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68, 69코스(210530)
남파랑길 68, 69코스
(천등산 철쭉공원을 고흥의 숨은 진주라 부르고 싶다)
1. 일 자 : 2021. 5. 30
2. 참석자 : 정석권, 전진수
3. 코 스 : 해창만공원~도화버스터미널~철쭉공원
4. 숙 박 : 철쭉공원 전망대 데크 야영
5. 걸은 거리(오늘/누계) : 28.3Km / 1072.1Km
6. 머문 시간(오늘/누계) : 10시간 8분 / 356시간 28분
해창만공원(07:30)-남성마을(10:05)-증산마을(12:18/13:25)-도화터미널(14:03/15:00)-철쭉공원(17:38)
멋진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오토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공짜 야영을 하여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은 라면이 아닌 볶음밥이다.
준공기념탑 앞에서 출발샷을 남기고 남파랑길 68코스를 시작한다.
팔영산 그림자가 깃든 이 사진 맘에 든다.
해창만방조제 끝에서 왼편 해안도로를 따라 진행하며 상오마을을 지나고,
신오마을에 도착하니 가게가 하나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단번에 달려간다.
담배가 떨어진 것이다.
해창만 제2방조제를 따라 걷다가 갑문을 지나 내초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앞에 붙어있는 외부인 방문을 금한다는 플랭카드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형, 우리는 방문객이야, 지나가는 사람이야?
이 마을에도 작은 슈퍼가 하나 있다.
블로그에서 낯이 익은 까페 앞을 지난다.
식당을 겸하는 까페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것 같다.
마복산 임도로 접어들어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마저 벗고 편한 자세를 취한다.
네 번이나 AS를 받았지만 지금도 망가져 있는 스틱,
남파랑길을 걸으며 벌써 두 켤레째인 트레킹화,
이번 출정에 처음 동행한 양말,
그리고 많이 타서 꾀죄죄한 양다리,
니들이 참 고생이 많다~~~
대곡제를 지나 남성마을로 접어든다.
제법 큰 가게가 있어 쉬어가려 했으나 정 선배는 벌써 마을을 지나가고 있고,
간식거리를 구입하여 달리다시피 쫓아간다.
도로 옆 그늘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가 남성제를 지나고 계속 77번 국도를 따른다.
마늘 말리기가 한창인 익금마을을 지나 국도로 오르니 도화면 표지판이 보인다.
중산마을 가는 길에는 우사가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옆을 지나가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것 역시 축산 기술의 발달 결과가 아닐까?
이제 농촌에도 낫으로 꼴을 베는 일은 없고 저렇게 영농기계를 사용한다.
일하시는 분께 인사를 하고 한참을 지켜본다.
민가가 한 채 있는 곳에 쉼터가 보이길래 점심을 먹고 가려고 배낭을 내린다.
그런데 집에 기척이 없어 빈집으로 들어가 수통을 채운다.
잠시 후에 일 하시던 부부가 식사를 하러 쉼터로 오시고 꼴을 베던(?) 아드님이 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먼저 일어선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던 중 악양에서 본 부부송을 떠오르게 하는 소나무이다.
세 그루이니 부부송은 아닐 테고 삼남매송이라 부르면 어떨까~~~
어느새 68코스 종점인 도화터미널에 도착하고 터미널 앞 편의점에 배낭을 내려놓고 한숨 돌린 다음 인증샷을 남긴다.
야영지까지는 69코스 20리를 더 걸어야 한다.
시간상으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먹거리를 배낭에 넣고 가야 한다.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준비하며 무게를 감안하여 술은 사지 않았지만.....
면사무소를 지나며 69코스가 이어진다.
잠시 걸으니 구멍가게가 하나 보인다.
오늘 야영지도 어제 만큼이나 멋진 곳일 테고, 배낭에는 돼지불고기가 1킬로나 들어 있는데 술이 없다.
무겁긴 하겠지만 슬쩍 소주를 한 병 배낭에 넣는다.
이곳에서 야영지로 갈 수도 있구나~~~
도로로 나와 동오치마을 표지석을 지나 걷다가 농로로 접어든다.
천등산 임도가 시작되며 저수지를 지난다.
식수를 구해야 하는데.....
차량 두 대가 오가길래 위쪽에 민가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올라도 올라도 민가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가던 형을 불러 배낭을 내려놓게 하고 수통을 모두 모은다.
10여분 전 지나온 곳에서 계곡수를 보았기에 물을 받으러 다녀온다.
8분 정도 걸어 내려가 수통을 채우고 10분을 되돌아온다.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생각해보니 웃긴다.
장을 봐서 오던 중에 소주를 한 병 사고, 걷던 길을 되돌아가서 수통을 채우고~~~
물을 구해 의기양양 돌아오는 나를 선배님이 폰에 담아준다.
미니버스 한 대가 내려오고 우리도 곧 철쭉공원에 도착한다.
전망대 데크가 두 곳에 있는데 천등산과 가까운 쪽을 택하여 데크계단을 오른다.
내일 아침에 오르기로 한 천등산이다.
물론 남파랑길에서는 벗어나 있다.
조망이 훌륭한 야영지이다.
아직 소문이 많이 나지는 않았겠지만 곧 많은 캠핑족들이 몰릴 것 같다.
바로 아래 철쭉동산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으니.....
커피를 마시며 조망을 즐기다가 느지막이 텐트를 피칭한다.
캬아, 니들이 이 맛을 알아~~??
20년 등산과 트레킹을 하며 병소주를 준비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어둠이 밀려오며 녹동항에 불이 켜진다.
정말 맘에 드는 야영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