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산행(~2012)

소백산 우중 산행기(110811)

산쿨럭이 2012. 8. 31. 11:30

 

소백산 우중 산행기

(돼지바위 아래서 야영을 하고 신선봉과 민봉을 넘다)


 

 

 

1. 개 요

   □ 구 간 : 백두대간과 구인사 길

       -접속구간   : 소백산역→희방매표소(1.4㎞)

       -제1소구간 : 희방사→연화봉→비로봉→봉두암(12.3㎞)

       -제2소구간 : 국망봉→신선봉→민봉→구인사(약15㎞)


 

2. 일 시 : 2011.8.11∼8.12(1박2일)


 

3. 교통편

   ▷ 8/11  청량리역(무궁화08:25)→소백산역(희방사역)

   ▷ 8/12  구인사(시외버스15:50)→동서울


 

4. 참석자 : 정회윤, 김인호, 전진수


 

5. 숙 박

   ▷ 8/11  석룡암터 야영

   

 

6. 산 행

 

   <첫째 날>

                             

소백산역→희방사입구→(희방사)→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초암사 갈림길→봉두암

 

 

   정확히 6개월 전에 비로봉과 도솔봉을 찾은 이후로 다시 소백을 찾는다. 이번에는 정회윤 처장님도 함께한 야영 산행이며, 구인사로 내려가는 신선봉과 민봉을 찾아 나선 우중산행이다. 오랜만에 버스가 아닌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08:25 부전행 무궁화에 오른다. 그리고 세 시간을 채 안 달려 소백산역에 도착한다.

   여름 소백을 찾기도 처음이지만 소백산역에 내리기도 처음이다. 역 앞의 희방옛길이란 이정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역 직원이 계곡에 물이 불어 한 여성 등산객이 되돌아왔다며 도로를 따르라고 권하지만 나는 그 물을 건널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옛길을 따른다. 잠시 후에 과연 물이 불어난 계곡을 만난다. 이리저리 건널 길을 찾다가 등산화를 벗기로 한다. 시작부터 즐거움이 따른다. 30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희방사 입구 가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산행준비를 하여 비로봉으로 향한다.

 

 

 

 

 

 

   늘 얼어붙은 모습만을 보다가 처음으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희방폭포에 도착한다. 주변이 공사 중이라서 등산로는 일시 폐쇄되었고 폭포만 간신히 볼 수 있다.

 

 

 

 

   대간길을 걷던 11월에 소백을 걸어본 이후로 늘 겨울에만 찾다가 여름에 소백을 걸어보기는 처음이다. 소백산의 여러 등산로를 겨울에 다 걸어보았고 비로봉의 매서운 바람을 여러 차례 맛보았으나 아마 오늘과 내일의 산행은 색다른 맛을 줄 것 같다. 소백에서의 첫 야영을 기대하며 깔딱재까지 된비알을 천천히 오른다. 오늘은 정 처장님이 설악에서와 달리 잘 걷는다.

 

 

  

 

 

 

 

 

 

   연화봉 직전 쉼터에서 오이를 먹으며 잠시 숨을 돌린 후에 소백 첫 봉우리에 선다. 주변은 안개가 자욱하여 백두대간 능선은 그 안에 꼭꼭 숨어있다. 

 

 

  

 

 

 

 

   망망대해가 아닌 망망대무를 걷는다. 능선을 걷는 지금도 온통 안개가 자욱하여 한 치 앞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런 산행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겨울에는 지나쳤던 새로 지은 주목관리소를 일부러 들러본다. 튼튼하게 잘 지어놓았다.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해 나무 계단을 묵묵히 오른다. 그리고 산행을 시작한지 다섯 시간 만에 드디어 소백의 정상에 선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는 안개비와 바람만이 우리 셋을 맞는다. 신비스러움이 감도는 정상에서 10여 분을 머물며 디카 셔터를 눌러댄다.

 

 

 

 

 

 

   겨울 찬바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켓을 휘감는 바람을 뒤로하고 국망봉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선다. 지난겨울에 올라섰던 율전 방향의 갈림길을 지난다. 생각보다 진행속도가 빨라서 어두워지기 전에 야영지에 도착할 것 같아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다.

   초암사 갈림길에서 이정목은 돼지바위까지 0.6㎞임을 알리지만 계단을 수백 개 내려서고 15분 정도를 걸어서야 돼지의 미소를 마주한다. 야영지에는 수풀이 무성하지만 우려했던 물 걱정은 말끔하게 씻어낸다. 그리고 큰 나무아래는 훌륭한 만찬장이다. 우선 텐트 두 동과 비비쌕을 치고 저녁 준비를 한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나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계속 내리지 않기를 바라며 삼겹살을 굽는다. 그리고 소주잔을 곁들인다. 

 

 

 

 

 

 

 

 

   빗방울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봉황과 돼지가 지켜주는 명당자리에서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우리 셋은 이내 잠이 든다.  


 

 

 

 

   <둘째 날>

 

 

석룡암터→(초암사갈림길)→국망봉→늦은맥이재→신선봉→민봉→임도→구인사→버스터미널

           

   아침을 먹고 떠날 채비를 하는데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일단 출발은 하지만 비가 그치지 않으면 신선봉을 포기하기로 한다. 늦은맥이재까지 가서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돼지바위의 웃음 띤 얼굴에 굿바이 키스를 하고 오백 개가 족히 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국망봉을 향하는데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한다. 지금 만큼만 비가 내린다면 신선봉과 민봉을 포기하지 않고 계획대로 걸을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비와 안개 속에서 구인사까지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국망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내 사진을 남기기는 처음이다. 일행에게는 산행 시작 전에 신선봉을 포기하고 율전으로 내려서자고 얘기한지라 느긋하다. 아마 그렇게 한다면 12시 이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늦은맥이재 데크에서 참외를 먹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구인사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두 처장님께 말하니 모두 찬성한다. 잠시 더 쉰 다음에 위쪽에 있는 대간 갈림길에서 신선봉을 향하는 금줄을 넘는다. 길은 뚜렷하여 길을 잃고 헤매지는 않을 것 같다. 바둑바위는 오르지 않고 그 아래에서 바로 신선봉을 향한다. 신선봉은 그저 지나가는 봉우리 같다. 누군가 달아놓은 코팅된 표지기가 걸려있을 뿐이다.

 

 

 

 

 

 

 

 

   민봉에 올라서니 천상화원이다. 예쁜 들꽃들이 조망을 대신하여 우리를 반긴다. 배낭을 내려놓고 이번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에서 비를 맞으며 한껏 고조된다.

 

 

 

 

 

 

 

 

 

 

   민봉을 내려서는데 반대편에서 부부 산꾼이 올라선다. 오늘 처음 보는 등산객이다. 길이 매우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며 지나치신다. 점심을 먹기 위해 버너를 지핀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민봉을 지나서도 길은 뚜렷하여 선답자 산행기에서 본대로 진행을 한다. 부부 산님 말처럼 길은 매우 미끄럽다. 뒤시래기문봉 오르는 길은 약간 위험하기조차 하다.

 

 

 

 

   두 기의 묘를 지나니 임도가 나타난다. 우리는 여기서 더 이상 산길을 따르지 않고 오른쪽 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구봉팔문 중 어느 한 봉우리 사이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지류에서 더러워진 신발과 옷을 정리하고 남은 간식을 먹으며 산행을 슬슬 마무리한다. 한편으로는 구인사를 둘러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을 서로 격려하며 마을로 내려선다.

   길을 물으니 구인사는 포장도로를 따라 십오분 거리에 있다고 한다. 당연이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걷는다. 그러다가 시그널이 두 장 나부끼는 산길로 접어드니 곧 구인사이다. 오래전부터 구인사를 가보고 싶어서 오늘 걸은 이 길을 염두에 두었지만 절에 들어서는 순간 실망을 한다. 천태종 본산이라는 구인사는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의 그저 규모가 크기만 한 사찰이다. 그리고 불당에 부처를 모시지 않은 것이 일반 사찰과는 다르다.

 

 

 

 

 

 

 

 

 

   버스 출발 시간 까지는 40분 정도가 남아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옷을 갈아입고 캔맥주를 마신다. 비와 안개와 야영 그리고 계획대로 진행된 멋진 소백 여름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