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12, 14구간(191005)
지리산 둘레길 12, 14구간
(대축마을 문암송과 평사리 부부송을 마주하다)
1. 일 자 : 2019. 10. 5
2. 참석자 : 전진수
3. 코 스 : 서당마을~대축마을~원부춘
4. 교 통
▷갈 때 하동(군내버스 07:00)-서당마을
5. 숙 박 : 원부춘 야영
6. 걸은 거리(오늘/누계) : 23.6Km / 180.3Km
7. 걸은 시간(오늘/누계) : 10시간 25분 / 64시간 2분
서당마을(07:15)-우계저수지(07:24)-신촌재(09:10)-먹점마을(10:43)-문암송(13:08)
-대축마을(13:37/13:50)-입석마을(14:55)-원부춘 야영지(17:40)
어제 주은 밤이 제법 되어 배낭에 넣고 이틀을 걷기에는 무리라 생각되어 새로 생긴 터미널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코인박스가 없다.
가까이 있는 하동역에도 가보았지만 마찬가지이다.
궁리 끝에 터미널 식당에 부탁을 하여 맡긴다.
얼마나 다행인지~~~
신촌행 버스를 타고 15분만에 서당마을에 도착한다.
어라, 이런 길 표시도 있네~~~
우계저수지 아래로 옅은 안개가 연출하는 아침 풍경은 너무 멋지다.
기대를 품고 씩씩하게 걸어 올라왔지만 저수지에는 막상.....
너는 집은 어쩌고 맨몸으로 다니니?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잇는 내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어본다.
오늘도 길에 떨어져 뒹구는 밤송이가.....
몇 개 안 주웠는데도 알이 굵어서 손바닥에 가득하다.
콘크리트 임도를 걷다 보니 방금 전에 지나온 우계저수지가 조망된다.
그리고는 곧 산길로 접어든다.
신촌마을을 지나왔으니 아마 이곳이 신촌재?
분지봉이 가까이 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스틱만 든 채 분지봉을 오른다.
몇 년 전, 악양 환종주 때 길을 잃어 오르지 못한 봉우리이다.
20여 분을 채 안 오르니 아주 작은 정상석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에 처음 오른 것이다.
안개 때문에 조망은 별로이다,
되돌아와서 둘레길을 이어가는데 김 창범 선배한테서 연락이 온다.
교회분들과 씨엘로 카페에 간다고 주소를 알려달란다.
그리고 잠시 후에 이 사진이 전송된다.
선배와 집사람과 통화를 하느라 이 이정목을 못 보고 15분 정도 알바를 한다.
큰 도로가 나타나고 왠지 이상해서 블로그를 열어보니 엉뚱한 곳을 걷고 있다.
다시 거꾸로 도로를 따라 올라오는데 얼마나 힘들던지~~~
꽃무릇이 여기에도 있네~~~
임도를 걷는데 물이 보인다.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이르지만 버너를 지핀다.
점심 메뉴는 스파게티이다.
몽블랑 둘레길을 걸으면 두 번 해 먹었던 그 음식을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들어본다.
목포에서 오신 한 둘레꾼이 도착하고 한참을 대화하다가 먼저 출발하신다.
이 지류의 물 때문에 가능했다.
어느 작은 암자를 지나며 본 것인데 주변 자연물을 잘 이용한 아이디어 넘치는 오두막이다.
12구간 종점인 대축마을이 가까워지면서 문암송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 위에 뿌리를 내려 600여 년을 살아왔다.
너 참 멋진 놈이다~~~
문암송 때문에 대접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 옆에서 자라는 나무도 멋지기는 마찬가지이다.
12구간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두 친구를 앞세울 것이다.
12구간 종점이자 14구간 시작점인 대축마을에 도착한다.
겨우 13.4Km를 걸었는데 6시간 20분이 걸렸다.
분지봉을 다녀오고 문암송과 노느라 그랬나?
정류장 앞에 가게가 있어서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다가 14구간을 시작한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둘레길은 둘로 나뉜다.
나는 평사리 부부소나무를 더 가까이서 보려고 왼쪽 길을 따른다.
결국 두 길은 입석마을에서 만나겠지만 걸으려는 길이 더 멀다.
허수아비 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있어서 논에는 각양각색의 허수아비가 줄지어 있다.
말로만 듣고 몇 번이나 와보려 했던 부부송을 드디어 대면한다.
그런데 역시 멀리서 바라보는 게 더 좋다.
부부는 일심동체?
어느 지점에서는 두 그루가 하나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예쁜 닭장이 있네?
TMB 스위스 구간에서 본 닭장이 떠오른다.
허수님은 자전거 타고 어디를 그리 바삐 가시는지요?
분명 이장 허수아비 일게다.
두 길이 합쳐지는 곳에 도착한다.
둘레길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입석은 놓쳤다.
왜 죽었을까?
고사목으로는 보이지 않는 두 그루의 생이 안타깝다.
입석마을 서어나무 쉼터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는다.
야영지까지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윗재를 지나는 건 인지하였는데 아랫재는?
홀로 둘레꾼이 따라오신다.
두 번째 출정인데 이번에 지둘길 종주를 마칠 계획이란다.
이 얘기 저 얘기하며 힘든 산길을 같이 오르고 내림골 계곡에서 헤어진다.
그분은 원부춘 마을에서 민박을 하실 거라 한다.
종점인 원부춘 직전의 야영지에도 주변에 이렇게 물이 많은데.....
위 계곡에서부터 2리터를 짊어지고 내려왔다.
그래서인지 내려오는 길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야영지로 정해놓은 곳은 생각보다 훨씬 좋다.
하동에서부터 가지고 온 목살과 대축 마을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막걸리가 진가를 발휘한다.
아, 조오타~~!!
마무리는 어제 못 먹은 쌀국수로.....
새로 구입한 침낭이 포근해서인지 9시가 채 안 되어 깊은 잠에 빠진다.
계곡 물소리가 익숙해진 시간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