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종주 산행기(0920)
설악산 서북종주 산행기
(남교리에서 오색까지, 서북능선을 온전히 걷다)
1. 산행일자 : 2019. 9. 20~9. 21(1박 2일)
2. 참석자 : 민병운, 곽정옥, 최한수, 전진수
3. 산행코스 : 남교리-대승령-귀때기청봉-대청봉-오색
4. 교 통
▷9/19 노포동-포항-울진(승용차 13:30)-원통캠프
▷9/20 원통캠프(승용차 07:00)-남교리
▷9/21 오색(택시 18:15)-남교리(승용차)-원통캠프
▷9/22 원통캠프(승용차 07:40)-울진(시외버스 11:30)-포항-노포동
5. 숙박
▷9/19 원통캠프
▷9/20 귀때기청봉 전 야영
▷9/21 원통캠프
6. 산행기
올해는 몽블랑, 일본 남알프스, 국내 둘레길 종주 등 버킷리스트 지우기를 하느라 설악을 한 번 밖에 찾지 못했다. 지난 삼일절에 서북종주를 눈산행으로 야영을 하며 걸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다. 이번 가을산행 역시 서북종주를 포함하여 공룡능선까지 2박 3일로 걷기로 하였지만 17호 태풍 타파로 인해 공룡능선은 포기하고 서북능선만을 걸었다.
전날 곽 처장 선배님이 운영하는 원통 캠프에 도착하여 다녀온 몽블랑과 내년 민 처장님의 TMB 계획을 안줏거리로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박 3일간 짊어지고 다녀야 할 고생 보따리.
이번 산행을 위해 침낭을 바꾸려 했지만.....
원통 캠프에서의 전야제
<첫째 날>
남교리(07:46)-복숭아탕(09:48)-대승령(13:23)-감투봉(16:00)-야영지(17:20)
스마트폰을 캠프에 두고 오는 바람에 출발 시간이 지체되었다.
결국은 곽 처장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로 하고 계획보다 45분 늦게 대장정을 시작한다.
아직 단풍이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설악은 화려함이 시작될 것 같다.
2시간 만에 12선녀탕의 백미인 복숭아탕에 도착한다.
이곳에 서면 저 작은 召가 늘 내 마음을 끈다.
오늘, 내일 필요한 물이 개인당 3리터이다.
안산 갈림길 직전의 계곡 끝까지 올라가서 수낭을 채운다.
지금부터는 더욱 묵직해진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한다.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1시간쯤 옮겨 대승령에 도착한다.
굴곡이 많은 나무이다.
이웃한 나무에 의존해서 가지를 뻗치더니만.....
그 끝은 요렇게 생겼다.
주목군락지를 지나며 시계를 자주 보게된다.
오늘 비박지는 귀때기청봉 직전 공터나 정상으로 정했지만.....
아마 민 처장님은 산행 역사상 오늘 가장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것일 테다.
그래도 지난달 일본 남알프스 산조가다케를 다녀온 경험으로 잘 걸으신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행을 하는 우리 넷은 모두 남알프스를 다녀온 경험자들이다.
걷는 중에 최 부장과는 내년 퇴임 후에 남알프스 남북종주를 하자고 의기를 투합한다.
건너편 주걱봉과 가리봉을 쳐다보는 원숭이는 오늘 생각이 더욱 깊은 듯하다.
어깨와 다리 근육을 누르는 배낭 무게는 리미트가 있는 게 분명하다.
난 준비해온 배낭에 물 3리터를 더 넣었지만 그다지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지금보다 훨씬 가벼운 배낭에 몇백 그람짜리 간식을 추가했을 때의 무게감은.....
민 처장님과 최 부장을 유심히 관찰하며 감투봉을 오르고 내린다.
귀때기, 대청, 화채 그리고 공룡.....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봉우리들이 앞에 도열해 있다.
감투봉을 내려와 잠시 걸으니 곽 처장이나 나나 기억에 전혀 없는 널찍한 비박지가 나타난다.
시간도 5시를 훌쩍 넘었다.
오늘 여기서 자자~~~
배낭 무게를 고려하여 평소 우리 답지 않게 술을 조금만 준비했다.
"오늘 더 마시자~~~"
"아꼈다가 내일 마셔야 된다~~~"
이렇게 즐거운 투정과 웃음으로 밤이 깊어간다.
그렇지만 최 부장은 속으로 웃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건 내일 중청대피소에서 밝혀진다. ㅎㅎ
<둘째 날>
야영지(07:45)-귀때기청봉(09:33)-한계령삼거리(10:45)-끝청(13:01)-대청봉(15:11)-오색(17:52)
생각해 두었던 야영지 보다 훨씬 편안한 곳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산객들이 많이 지나간다.
그중에는 태극종주를 하는 단체도 있다.
어제 못 걸은 2Km 거리를 감안하여 일찍 출발하였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제보다 훨씬 무게가 줄어든 배낭이므로 모두가 발걸음은 가벼워 보인다.
점봉은 운무 속으로 숨었다.
거의 2시간을 걸어 귀때기청봉에 도착한다.
오늘 서북능선길에는 등산객이 무지 많다.
내년 유럽 알프스 TMB 종주를 계획하고 있는 두 분.
우린 내년에 일본 남알프스 남북종주 가는 거다~~~
세 분은 배낭을 짊어졌고, 나는 맨몸이고.....
세 분은 모자를 썼고, 나는 쓰지 않았고.....
그래서 어쩌라고?
한계령 삼거리를 이 사진 하나만 남기고 바로 통과한다.
오늘 올라온 등산객들이 일기예보를 전달한다.
엥~~!!
이 바위를 보지 않고 지나친 일행 셋은 나중에 후회를 하였다.
해발이 높아지면서 단풍이 조금씩 더 진헤져간다.
아마 다음 주부터는 단풍객들이 몰려들지 않을까?
수년 전 단풍철에 왔다가는 인파를 피해 죽음의 계곡으로 내려가다가 국공 직원에게 들켜서 훈계를 받던 기억이.....
끝청에 도착하여 새로운 결정을 한다.
태풍이 빠른 속도로 접근을 한다기에 공룡을 포기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곧 대청을 오른 후에 오색으로 하산하자는 결정이 내려진다.
대신 원통캠프로 다시 가서 하루 더 자며 뒤풀이를 하기로 한다.
중청대피소에서 떡라면을 끓여먹고 곧바로 대청으로 오른다.
대피소를 나서는데 내일 아침에 모든 산객은 오색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직원의 말이 귓가를 때린다.
우리 결정은 정확했다~~!!
회색 도화지에 우리 넷의 실루엣을 빠르게 그려 넣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중간에 족탕을 한 번 했을 뿐 쏜살같이 내려왔다.
그래도 버스를 기다려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아서 택시를 타고 남교리로 간다.
목적한 산행을 전부 하지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설악 서북을 온전하게 걸었다.
어제와 오늘 20시간이 소요되었으니 여유로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