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산행/일본

일본 남알프스 산행기-셋(0729)

산쿨럭이 2018. 8. 1. 17:57

 

일본 남알프스 산행기(3)

(태풍이 도와주어 기타다케로 향하다)

 

 

 

 

 

 

 

 

 

일어나자마자 일기예보를 보러 가지만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히로가와라행 버스도 언제 운행을 재개할지 모른단다.

할 수 없이 남은 산행을 포기하기로 한다.

도쿄로 가서 관광을 하기로 하고 이동 수단을 물으니 자세히 알려주신다.

신주쿠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 두 번, 전철 두 번을 갈아타야 한다.

 

 

 

 

 

단체 등산객들도 오늘 가이코마가다케 산행을 포기하고 온천으로 간다며 준비를 한다.

우리말을 아주 조금 할 줄 안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온다.

SG워너비 광팬이며 콘서트를 보러 한국에 세 번이나 다녀왔다고 하신다.

보컬 이름도 정확히 발음하며 신이나서 이야기 하지만 정작 나는 SG워너비를 모른다. ㅎㅎ  

나중에 남편과 아들도 소개를 시켜 주신다.

이틀간 낯이 익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은 산장을 떠난다.

 

 

 

 

아침을 먹고 배낭을 꾸리려고 건조실에서 나오는데 아주머니가 달려온다.

히로가와라행 버스가 오후 1:30부터 운행을 한단다.

에구구, 이게 뭔 일이람?

비도 그치기 시작하며 남쪽 하늘부터 맑게 개이기 시작한다.

아, 그렇다면 동경으로 간다는 계획은 취소다.

다시 지도를 보며 계획을 수정하여 오후에 기타다케로 출발하기로 한다.

아주머니께 기념사진을 하나 남기자고 하니 무척이나 쑥스러워한다.

나도 저렇게 손을 모을 수밖에 없고, 젊은 직원이 수고를 해준다. ㅎㅎ

 

 

 

 

오전에 시간이 남는지라 雙兒山후타고야마를 다녀오기로 한다.

아마 왕복 두 시간이면 될 거 같아서 배낭 하나에 물만 챙겨서 출발한다.

 

 

 

 

 

후타고야마는 가이코마가다케를 오르는 중에 있는 봉우리로 기타자와토오게에서 이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비는 그쳤다.

 

 

 

 

 1시간 조금 더 걸어 후타고야마에 도착한다.

그저 지나가는 봉우리 같다.

여기서 더 걸으면 駒津峰코마츠미네이고 그리고 1시간을 더 걸으면 가이코마가다케인데.....

그래도 오후에는 기타다케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하산을 시작한다.

그런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에효~~~ 

 

 

 

 

 

 

 

 

 

 

 

 

 

 

 

 

 

 

 

산장으로 돌아와서 다시 한번 버스 편을 확인하고 배낭을 꾸린다.

아직까지 1시간 20분이 남았다.

산장 아주머니가 오늘과 내일 우리 일정을 묻더니 산장을 예약해 준다.

그리고 히로가와라 산장에 배낭을 맡길 거라 했더니 역시 연락을 하고 메모를 해준다.

너무나 고마워서 김치 한 봉지를 드렸더니 무척이나 좋아하며 다른 직원에게 자랑을 한다.

 

 

 

 

 

 

 

 

 

 

나는 이 메모지 때문에 여태껏 廣河原를 잘못 발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히로가와하라로 알고 있었는데 히로가와라이다.

친절한 산장 아주머니는 내 일본어 선생이기도 하다.

글씨도 참 예쁘네~~~

 

 

 

 

 

점심으로 산장의 카레를 주문했다.

일본 산장에서 여러 번 숙박을 했지만 산장식을 먹기는 처음이다.

으음~~ 먹을만하다. 

 

 

 

 

 

생각할 것도 결정할 것도 많은 오전을 보냈다.

저 다리를 거너면 仙水小屋센스이고야로 가고 가이코마가다케를 오를 수 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산장을 떠난다.

 

 

 

 

 

 

 

河原山莊히로가와라산소(14:25)-白根御池ノ小屋시라네오이케고야(16:20)

 

 

 

6시간 전만 해도 이 다리를 건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2호 태풍, 쌩유~~!!

 

 

 

 

 

큰 배낭 두 개를 맡기고 여유를 가져본다.

산장을 예약해놓은지라 시간이 충분할 것 같다.

혼자였다면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올라가서 야영을 하고 싶지만, 조 선생님에게는 무리일 것 같다.

기타다케도 당일 산행이 가능한 곳이지만 처음부터 하루 자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학생들이 도착하더니 일사불란하게 텐트를 설치한다.

하늘은 무지 맑다.

 

 

 

 

 

보에서 떨어지는 물이 장난이 아니다.

내일 계곡으로 하산이 가능할까?

우리 계획은 계곡으로 올라가 능선으로 하산하는 것인데.....

 

 

 

 

 

오르는 길은 등산로 곳곳을 보수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더니 산장을 얼마 남기지 않고 수고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아, 10년 전 기억이 또렷한 지류가 나타난다.

그때 어느 모녀 산객과 이곳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갔지?  

 

 

 

 

 

산장에는 생각보다 등산객이 많다.

그리고 이렇게 깨끗하게 꾸며진 알프스 산장은 처음이다.

방을 배정받고 주변을 둘러본다.

 

 

 

 

 

 

 

 

 

 

 

 

 

 

 

 

 

 

 

 

깨끗한 화장실에는 남성들도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ㅋㅋ

 

 

 

 

 

 

 

 

 

 

 

 

 

 

 

 

 

 

 

 

전에는 이 연못 주변으로 눈이 쌓여 있었는데.....

 

 

 

 

 

내일 아침 어느 길로 올라갈까?

 

 

 

 

 

쵸에이고야와는 달리 이곳은 핸드폰이 터진다.

속세와의 끈이 연결된다는 말이다.

그 끈을 놓칠 우리가 아니다.

일단 기타다케에 발을 들여놓은 기념으로 맥주 한 잔씩 아니 한 캔씩 하고~~~

오늘 저녁밥은 정말 초라하다.

왜냐하면 저녁을 속세에서 먹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밥이 문제랴?

 

 

 

 

 

 

 

 

 

 

산장 뒤편으로는 기타다케가 반쯤 모습을 보여주고, 앞으로는 호오산 능선이 달린다.

일본 산객들은 그 풍광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정말 맘에 드는 산장에서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아마 오늘 꿈을 꾼다면 속세와 기타다케가 번갈아가며 등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