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산행기(110113)
설악산 산행기
(눈을 맞으며 마등령을 찾다)
1. 개 요
□ 구 간 : 서북능선/외설악/남설악
-접속구간 : 백담사→용대리(7㎞)
-제1소구간 : 한계령→중청대피소→양폭대피소(11.6㎞)
-제2소구간 : 양폭대피소→비선대→마등령→오세암→백담사(14.4㎞)
2. 일 시 : 2011.1.13∼1.14(1박2일)
3. 교통편
▷ 1/13 동서울터미널(시외버스 08:30)→한계령
▷ 1/14 용대리(시외버스19:30)→동서울
4. 참석자 : 전진수
5. 숙 박
▷ 1/13 양폭대피소
6. 산 행
<첫째 날>
한계령→서북능선삼거리→끝청→중청대피소→희운각대피소→양폭대피소
올 겨울 들어 겨울 눈 산행이 벌써 몇 번째던가. 명지산, 연인산, 석룡산, 화악산, 동산, 소백산, 삼악산, 지리산, 덕유산, 북한산, 관악산 등 열 한번 정도 산행을 한 듯싶다. 대피소에서 숙박을 하는 큰 산은 평일에 찾을 수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아직 겨울이 많이 남았으니 몇 개 산을 더 오를 것이고 한라산과 또 한 번의 지리산과 소백산 종주는 빼 먹지 않을 것이다.
작년 8월에 설악을 찾은 후 5개월 만에 겨울 설악을 찾아 간다. 어느 코스로 오를지 망설이다가 서북능선과 마등령을 찾기로 하고 한계령행 버스에 오른다. 부부 등산객이 먼저 버스에 올라있다. 한계령에서 중청대피소까지 걸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여름 처음 걸어 본 오세암-봉정암 길이 마음에 들어 이번 산행 계획에 넣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바로 백담사로 하산하였다. 오세암 들머리에 서니 눈이 많은 겨울에는 위험하므로 주의 하라는 안내판을 보고 포기한 것이다. 그 덕분에 백담사에서 용대리 까지 7㎞를 한 번 더 걷는 경험을 하게 된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반쪽의 서북능선 걷기를 시작한다. 같은 버스를 탔던 부부 산님은 내 앞에 걷는다.
▼ 오늘도 점심은 라면이다. 삼거리를 앞두고 나무계단 옆 작은 굴에 자리를 잡으니 지나가던 산님이 한 마디 하신다.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 서북능선 삼거리 이정표가 나를 반긴다. 짜장면을 시키면 짬뽕이 먹고 싶듯이 오른편 길을 결정하면 왼쪽으로 가고 싶어지는 곳이다.
▼ 뒤돌아보니 가리봉과 주걱봉이 유혹한다. 아직 걸어보지 못한 봉우리이다. 작년에도 계획을 세웠다가 실천에 옮기지 못하였다.
▼ 누가 부르는 듯 뒤통수가 간지러워 뒤돌아보면 귀떼기청봉이 언제 한 번 보자고 말을 걸어온다. 어느 여름 내게 우박과 번개라는 선물을 준 봉우리이다.
▼ 어느덧 끝청이다. 반달이 파란 하늘에 걸려있다. 오늘도 끝청의 바람은 만만치가 않다. 내게 많은 풍광을 선물한다.
▼ 용아와 공룡이 서로 뽐내고 있다. 하지만 겨울에는 저 속에 들어가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 중청에 다다르니 용이 서있는 모습의 고사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마등령 독수리는 제 자리로 돌아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내일 꼭 확인해 볼 터이다. 오늘 설악에는 생각처럼 그다지 눈이 많지 않다.
▼ 이제 대청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다. 이 자리에서 너를 보는 것에 만족하리라. 이번에는 네 머리 위에 설 생각이 없다.
▼ 중청대피소에 도착한다. 용아장성, 공룡능선, 마등령, 황철봉 그리고 동해바다까지 외설악 종합선물 세트이다. 설악에 오면 늘 보는 모습이지만 항시 새롭다.
▼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대청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맘이 넓은 큰 산이니 오늘 내가 오르지 않음을 섭섭해 하지 않을 것이다. 실은 내가 섭섭하다.
▼ 소청이다. 그만 걷고 왼편 아래 대피소로 가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마등령과 오세암, 봉정암을 생각하며 지나친다.
▼ 중청대피소부터 숨 가쁘게 걷다가 고생보따리를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양폭까지 계획된 시간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다가오며 여유로움이 생긴다.
▼ 인기척 없는 희운각 대피소를 조용히 지난다. 흘깃 쳐다본 수도꼭지는 겨울옷을 단단히 입고 있다. 물은 나오지 않는다.
▲의연한 암봉을 지나 이제 천불동 계곡으로 들어선다. 달은 점점 짙어져 간다. ▼
▼ 천불동 폭포들은 이렇듯 얼어붙어 동면을 취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오늘의 종착지이다. 단 한 명의 산님이 저녁식사 중이다. 합석하여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넓은 대피소 안에 단 둘이 자리를 깔고 누워 설악산 이야기는 끊이지가 않는다. 매우 춥다. 그러나 설악의 별을 모른 채 아침까지 잘 잤다.
<둘째 날>
양폭대피소→비선대→마등령→오세암→영시암→백담사→용대리
눈을 뜨자 밖으로 나오니 눈발이 조금씩 흩날린다. 오늘 산행은 어려운 코스는 없으므로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동숙자를 깨워 아침을 지어먹고 비선대로 향한다. 떠나기 전에 양폭대피소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걸 잊지 않는다.
▼▼ 아침의 상쾌함을 흠뻑 느끼며 천불동 계곡을 내려선다
▼ 여러 암봉을 보며 신기해하는 산우에게 설악에 대해, 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길을 걷는다. 부지런한 산님들이 비박을 할 듯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온다.
▼ 멋진 암봉을 배경으로 인증샷도 날리고
▼ 산우에게 메일로 보내주마 약속하고 그를 디카에 담는다. 산에서는 항시 새로운 만남이 있고 또 짧은 만남 후의 이별이 있다. 그동안 만났던 산우들을 머리에 그려본다.
▼ 귀면암을 지나고 얼어붙은 폭포를 보고 깊은 천불동 계곡을 뒤돌아보며 한 시간 이십 분 만에 비선대에 도착한다. 그리고 작별을 한다. 그나마 약간씩 내리던 눈은 그쳤다.
▼ 금강굴을 지나 된비알을 올라서는데 함박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눈송이가 제법 굵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홀로 걷는다.
▼ 눈에 익은 암봉과 기암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함박눈과 어우러진 그들의 모습은 또 새롭다.
▼ 능선에 서니 울산바위가 인사를 한다. 반대쪽에는 화채봉이 우뚝 솟아 자태를 뽐낸다. 눈은 그치지를 않고 하얀 눈길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걷는다. 바람이 차다.
▼ 친화대와 공룡능선의 대표 봉우리가 도열하여 나를 반기는 듯하다. 겨울이 아니고 눈이 많지 않으면 나는 분명 마등령에서 공룡의 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 범봉, 1275봉 그리고 그 너머에는 화채봉이 버티고 있다. 큰 산은 언제 보아도 그 위용이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 산을 찾는다.
▼ 공룡을 탔다는 세 젊은이가 급하게 내려온다. 가지 못하는 길에 대한 아쉬움에 공룡의 안부만을 슬쩍 물어본다. 그리고 이제 다른 이의 발자국이 찍힌 길을 걷는다. 바람이 더욱 세차다. 마등령이 가까워지며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 이 길을 지날 때면 늘 물맛을 보던 작은 지류는 꽁꽁 얼어있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새로운 나무계단이 놓여있다. 정상에 도착한다.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나도 저 너머를 걸어본 적이 있다. 황철봉으로 향하는 백두대간 길이다.
▼ 오늘도 마등령 독수리는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를 하나 잃어버린 느낌이다. 어디로 비상을 하였는지? 찬바람을 맞으며 공룡의 대표주자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화채봉과 작별을 한다. 오세암으로 내려서는 길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그리고 방금 지나간 발자국이 하나 찍혀있다.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오세암에서 봉정암으로 가는 길은 럿쎌이 되어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만약 되어있지 않다면, 백담사로 내려서야 한다. 아! 그 길이 떠오른다.
▼ 얼마 걷지 않아 발자국의 주인공을 만난다. 목이 몹시 말랐던지 물을 달라 한다. 인사를 나누고 내가 먼저 오세암에 도착하여 봉정암 가는 길을 살핀다. 겨울에는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누군가 걸어간 흔적은 보이지만 포기한다. 늦게 도착한 그 분이 빵을 주고 암자 처사님이 커피를 한 잔 타 주어서 그것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조용히 영시암을 지나친다. 약수는 얼어있고 등산객을 위해 물통이 놓여 있다.
▼▼ 백담사탐방안내소를 통과하며 1박2일의 설악산 시간여행을 마무리한다. 끝이 마지막이 아니고 시작이 처음이 아니듯이.....이제부터 용대리까지 또 7㎞를 걸어야 한다. 수많은 이들이 소원을 담아 백담사 앞에 작은 돌탑을 쌓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볼거리가 되었다. 저 작은 돌탑이 부처일 것이다. 그리고 희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