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귀때기청봉 산행기(0224)
설악 귀때기청봉 산행기
(우연히 세 차례에 걸쳐 서북능선 종주를 마무리하다)
1. 산행일자 : 2018. 2. 24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장수대-대승령-귀때기청봉-한계령
4. 교 통
▷갈 때 울진(시외버스 2/23 14:40)-강릉/양양(시외버스 07:00)-장수대
▷올 때 한계령(시외버스 17:37)-양양/강릉/삼척(시외버스 21:21)-울진
5. 산행기
3월 2일부터 설악산은 봄철 산불방지기간이 시작된다. 그래서 올겨울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설악을 찾는다. 어느 코스를 걸을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작년 10월에 남교리에서 장수대까지, 그리고 지난 1월에 한계령에서 오색까지 걸었으므로 중간 구간인 대승령에서 한계령삼거리까지 걷기로 한다. 그러면 순서는 맞지 않지만 서북능선 종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장수대(07:42)-대승폭포(08:20)-대승령(09:25)-1408봉(12:06)-귀때기청봉(14:44)
-한계령삼거리(15:42)-한계령(16:50)
지난달처럼 양양에서 아침 7시 버스에 오른다.
한 등산객은 한계령에서 하차하고 나는 장수대에서 내린다.
어제 내린 눈일까?
보송한 눈을 밟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아이젠은 착용하지 않은 채 한 두 명 선답자의 발자국을 따른다.
오색에서 오를 때는 건너편 점봉산이 멋지고, 이 길을 오를 때는 늘 주걱봉에 눈이 간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같이 남아있는 봉우리이다.
이 사진, 참 맘에 든다.
40분 만에 도착한 대승폭포는 꽁꽁 얼어있다.
이 설명판을 읽어보니 대승폭포의 이름 변천사를 알 수 있다.
참으로도 사연이 많다.
"九天銀河"
4개월 만에 다시 대승령에 선다.
지난번에는 4명이었고 오늘은 나 혼자이다.
안산 방향을 배경으로 셀카를 남기고 아이젠을 착용한다.
1408봉을 향하면서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느 겨울 같으면 별 감흥이 없을 작은 상고대이다.
하지만 올 겨울 산행이 불과 다섯 번째이고 강원도 쪽에 눈이 적었던 터라 웬 떡인가 싶다.
이 바위 이름이 있던가?
상념에 빠진 손오공바위라 이름 붙이고 싶다.
1408봉이 감투봉이던가?
귀때기청봉이 점점 가까워진다.
귀때기청봉을 코 앞에 두고 도시락을 먹는다.
늘 점심을 먹던 널찍한 장소는 아니지만 바람이 없어 좋다.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며 모든 봉우리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네 번째 오르는 귀때기청봉이다.
하지만 겨울산행은 처음 같다.
귀때기청봉에 대한 기억은 어느 해던가 한여름의 우박과 번개뿐이다.
스틱을 숲에 집어던지고 꽁무니가 빠져라 되돌아 내려섰던 두 번째 산행 때였다.
설악의 맏형은 안갯속에 숨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박이 내리고 번개가 치던 날에도 맑은 모습을 보여주던 대청이었는데.....
억지로 셀카를 하나 얻고서는 너덜로 향한다.
너덜길이 시작되면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다행히 걸어온 길과는 달리 한계령에서 오르내린 등산객 발자국으로 등로는 뚜렷하다.
너덜 마지막 길을 내려서면서 시계를 보니 많이 지체되었다.
한게령에서 4시 버스는 어림도 없겠다.
그러니 차라리 여유가 생긴다.
6주 만에 다시 마주한 삼거리 이정목은 오늘도 역시 쓸쓸해 보인다.
대청 방향과 지나온 귀때기청 방향을 디카에 담아본다.
느긋이 걸어 날머리에 도착한다.
9시간이 소요되었다.
올겨울 마지막으로 나를 품어준 설악, 우연찮게 서북종주를 완성한 나, 너무 좋다.
휴게소로 달려가 5시 20분 버스를 확인하고 따듯한 커피로 몸을 녹인다.
그리고 27분간 한계령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서야 버스가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