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산행(2018년)

구룡산~부쇠봉 심설 산행기

산쿨럭이 2018. 2. 5. 09:27

 

구룡산~부쇠봉 심설 산행기

(눈구덩이 속에서 대간길 60리를 걷다)

 

 

 

 

 

 

 

 

 

 

 

 

1. 산행일자 : 2018. 2. 4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도래기재-구룡산-깃대배기봉-부쇠봉-당골

 

 

4. 교 통

    ▷갈 때   울진(시외버스 2/3 18:40)-봉화(시내버스 2/4 07:00)-도래기재

    ▷올 때   당골(시내버스 18:45)-태백(시외버스 20:10)-삼척(시외버스 21:21)-울진  

 

 

5. 산행기

    2주 전 산행처럼 2005년 12월에 백두대간 27소구간으로 걸었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때는 대간이므로 도래기재에서 화방재까지 걸었지만 이번에는 태백산에서 당골로 하산하기로 한다. 24Km 정도의 긴 코스이지만 걸어본 경험이 있는지라 작은 배낭을 꾸려 출발한다.

 

 

 

도래기재(08:08)-구룡산(10:39)-곰넘이재(11:40)-신선봉(13:02)-차돌배기(14:27)-깃대배기봉(16:02)

-부쇠봉(17:35)-망경대(17:48)-당골(18:37)  

 

 

 

동물 이동통로가 있는 도래기재에 도착하니 8시 5분이다.

건너편 옥돌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남진길에 눈길을 한 번 주고는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너무 춥다.

핸드폰이 방전되어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이다.

 

 

 

 

 

 

 

 

 

 

 

 

 

 

 

 

 

 

 

 

 

 

 

 

30여분을 걸어 첫 번째 임도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눈이 많다.

길은 임도를 건너 왼편으로 이어진다.

 

 

 

 

 

 

앞서간 대간꾼들의 발자국이 있지만 나타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러셀이 너무 힘들다.

길지 않은 거리를 한 시간을 걸어 두 번째 임도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는다.

 

 

 

 

 

 

 

 

 

 

 

 

임도에서 구룡산까지 눈밭을 헤치며 한 시간을 걷는다.

파란 하늘과 맞은편 태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곰넘이재이다.

산행을 그만두고 탈출을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내 배낭을 다시 메고는 대간길을 이어간다.

 

 

 

 

 

 

때로는 발목까지 때로는 종아리까지 눈에 파묻혀 러셀을 하며 걷는다.

힘이 들고 배도 고프고 눈길은 이어지고.....

 

 

 

 

 

 

산죽밭에서 배낭을 내린다.

라면을 준비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너를 지피지 못할 것 같다.

과자, 초콜릿, 귤로 일단 배를 채운다. 

 

 

 

 

 

 

오늘 산행의 두 번째 봉우리에 도착한다.

거의 5시간이 소요되었다.

남은 거리와 시간을 가늠해 본다.

계획한 시간에 당골에 도착하는 것은 어림없을 듯하다.

생각이 많아진다.

 

 

 

 

 

 

 

 

 

 

 

 

 

 

 

 

 

 

차돌배기를 앞두고 바람이 없는 곳에서 결국 버너를 지핀다.

어차피 태백에서 울진으로 가는 막차는 물 건너갔고 아직도 갈길은 멀다.

 

 

 

 

 

 

 

 

 

 

 

 

차돌배기에 도착하여 한참을 갈등한다.

석문동으로 빠지는 길이 있고 발자국도 보인다.

석문동은 아침에 도래기재로 오면서 지나간 곳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오기가 발동한다.

 

 

 

 

 

 

 

 

 

 

 

 

깃대배기봉까지는 10리인데 거기서부터는 길이 좋지 않을까? 

 

 

 

 

 

 

눈밭에 스스로를 응원하는 낙서를 하며 눈길을 헤쳐간다.

 

 

 

 

 

 

그러다가 금세 깃대배기봉 정상석을 만나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

이젠 고생 끝이겠지?

한 치 앞을 모른 채 혼자 신이 났다.

 

 

 

 

 

 

 

 

 

 

 

 

4년 전 여름에 정 선배와 청옥에서 대덕산까지 걸을 때의 사진이다.

 

 

 

 

 

 

잠시 후에 정상석이 또 하나 나타난다.

전에 본 적이 있던가? 

 

 

 

 

 

 

나의 예측, 나의 바람은 완전히 빗나갔다.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이 뚜렷하지만 역시 러셀이 끊어진 구간이 많다.

더욱이 허벅지까지 빠지는 곳도 있다.

부쇠봉을 200미터 남겨둔 이정목을 만났을 때는 이미 당골에 도착해야 할 시간을 훌쩍 넘겼다.

 

 

 

 

 

 

부쇠봉에 도착하니 반가움보다는 울진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붉게 물든 서녘 하늘을 보며 머리를 굴려본다.

 

 

 

 

 

 

작년 6월에 천의봉에서 함백산 종주 때 올랐던 부쇠봉 사진이다.

 

 

 

 

 

 

태백산의 랜드마크 주목을 보기 위해 천제단을 향하다가 그 주목 아래로 길이 보인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찾지 못할 길을 따른다.

망경사로 향하는 길이다. 

 

 

 

 

 

 

주목 뒤로 보이는 천제단에게 인사를 하고 뛰다시피 망경사를 향한다.

이번에 못 본다고 서운해하지 말거래이~~~

 

 

 

 

 

 

10시간 가깝게 걸어오면서 한 사람도 보지 못했는데,

망경사에서 불을 지피는 처사님을 보니 왜 그리 반갑던지~~~

 

 

 

 

 

 

헤드랜턴 빛에 의존하여 당골에 도착한다.

관광객은 한 명도 없지만 눈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2주 전에는 황지연못에서 몇몇 눈조각을 보았는데, 오늘은 당골에서~~~

 

 

 

 

 

 

 

 

 

 

 

 

택시를 잡을 요량으로 탐방센터로 내려가는데 버스가 올라온다.

뛰어내려 가 간신히 잡아 아이젠을 신은 채 버스에 오른다.

9시간을 계획했던 산행은 10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눈길을 헤치며 힘들게 걸었지만 멋진 심설산행이었다.

그나저나 울진 막차를 놓쳤으니 어떻게 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