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능선 산행기(0114)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기
(7년 만에 걸은 길, 대청에서 칼바람을 맞다)
1. 산행일자 : 2018. 1. 14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한계령-대청봉-오색
4. 교 통
▷갈 때 양양(시외버스 07:00)-한계령
▷올 때 오색(승용차 15:20)-울진
5. 산행기
겨울 산행 2탄을 설악으로 결정하고 서북능선을 걸어 대청에 오르기로 한다. 지난 산행기를 보니 7년 전 어저께 이 길을 걸어 중청대피소까지 진행했다. 7년 동안 설악을 셀 수 없이 찾았을 텐데 어찌 한계령에서 대청봉 길을 걷지 않았는지.....
작년에는 설악을 여섯 번 찾았다. 그중 네 번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까치골, 공가골이라는 비탐방 구역을 죽을 고생을 하며 지났고, 처음으로 비선대에서 대청을 올랐고, 공룡능선을 처음 겨울에 걸었으며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화채봉을 올랐다.
한계령(07:40)-갈림길(09:02)-끝청(11:02)-중청대피소(11:30)-대청(12:43)-오색(14:50)
양양에서 출발한 버스는 한계령에 네 명의 산객을 내려놓는다.
"백두대간 오색령" 저 표지석은 처음 본다.
한계령 찬바람을 맞으니 복장을 두툼하게 갖추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가을, 이곳에서 출발하여 귀때기청봉을 오르려 했지만 주차할 곳이 없어 포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젠 없이 오르다가 채 10분이 안 되어 착용한다.
그러나 눈이 많지는 않고 어설프나마 상고대가 나타나니 약간은 위안이 된다.
한계령 갈림길에 닿을 즈음에 작은 굴이 하나 있다.
7년 전 사진을 꺼내보니 그 때 저기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오늘과 똑같은 배낭을 메었구나~~~
오랜만에 마주하는 갈림길 이정표, 오늘 왜 그렇게 쓸쓸해 보이니?
7년 전 네 모습은 이랬는데.....
맞은편 점봉산은 섬처럼 보이고~~~
귀때기청봉 맞은편 가리봉과 주걱봉 역시 운해 속에 갇혀있다.
간식을 먹으며 쉬어가는 길에 반대쪽 서북능선에게 눈길을 돌려본다.
대청에게 귀싸대기를 맞은 너는 겨울이면 더 얼얼하겠다, 그렇지?
가리봉과 주걱봉이 온전하게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한다.
끝청에 서니 어느덧 점봉산도 여느 때처럼 묵직한 모습을 보이고~~~
귀때기청봉을 배경으로 셀카를 눌러보고~~~
곧 만나게 될 대청을 배경으로 역시~~~
그런데 오늘 대청이는 왠지 그 답지 않은 모습이다.
중청에 도착했는데 공룡 고사목과 웨딩 고사목을 만나지 못했다.
설마 없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무심결에 지나쳤나?
7년 전 겨울과 6년 전 여름에 마주했던 두 나무의 사진으로 대신....
그동안 저곳을 자주 찾느라 오늘 이 길을 잊고 있었나 보다.
울산바위는 언제나 올라가 보려나?
중청대피소는 올해 철거된다고 그러던데, 혹시 마지막으로 쉬어가는 건 아닐까?
혹시 못 보더라도 잘 가고, 그동안 많은 산꾼의 버팀목이 되어주어 고맙구나.
나도 서너 번 네게 신세를 지었지?
몇 팀 사이에 끼어들어 어묵과 라면을 끓인다.
대청 센 바람과 마주하려면 배가 든든해야 한다.
어 어 어..... 대청을 오르는데 내 몸이 흔들린다.
초라하다고 했더니 심술을 부리는 것 같다.
이미 경험해 본 지라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지난주 소백산 비로봉의 고요함이 교차한다.
정상에는 여성 산객 한 분이 계셨지만 감히 사진을 부탁할 엄두가 안 난다.
그런데 그분이 자청해서 찍어주신다고 해서 얻은 인증샷이다.
바람은 볼 수 없으나 내 표정에서 바람을 읽을 수 있다.
작년 가을에 찾았던 화채봉에게 눈길 한 번 보내고 대청과 작별한다.
안녕? 지난가을과 변함이 없구나?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다.
뒤편에 운무가 있어 더욱 그렇다.
계획보다 일찍 오색에 도착하니 백 소장에게 카톡이 와있다.
전화를 하니 한계령에 있단다.
15분 후 커피숍에서 만나 울진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