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산행기(1219)
월악산 산행기
(부지런을 떨어 월악 운해에 푹 빠지다)
1. 산행일자 : 2015. 12. 19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보덕암-덕주사
4. 교 통
▷12/18 노포동(시외버스 12/18 22:00)-충주
▷12/19 충주(시내버스 06:00)-수산리/덕주골(시내버스 13:50)-제천(시외버스 16:40)-영주
5. 산행기
3주 전에 월악의 변방인 북바위산에서 건너다본 영봉을 잊지 못해 월악산을 찾는다. 겨울 영봉은 6년 전에 오늘 코스와는 정반대로 걸은 기억이 난다. 예상치 못한 올해 첫 눈산행이 되었던 박쥐봉에서의 고생으로 발목이 아파서 두 주간 산행을 못하였다. 약간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걷기로 하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노포동에서 충주행 심야버스에 오른다.
같은 찜질방, 같은 식당에서의 아침식사 그리고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여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에 수산리에 도착한다.
수산교(06:48)-보덕암(07:29)-하봉(09:06)-중봉(09:38)-영봉(10:29)-신륵사삼거리/송계삼거리(11:29)
-마애불(12:58)-덕주탐방지원센터(13:34)
수산교를 지나 이따금 나타나는 영봉, 보덕암 안내판을 따라 걷는다.
거창의 미녀봉처럼 월악도 미녀의 누운 모습을 보여준다는데 어둠 때문에 아쉽다.
보덕암이 가까워지면서 개 두 마리가 짖어대기 시작한다.
얼마 전 어둠 속에 내연산 문수암을 내려올 적에 짖던 개가 생각난다.
6년 전 날머리였던 보덕암은 거의 기억에 없다.
스님의 아이디어인지 재미난 샘터에서 수통을 채운다.
강아지 한 마리가 월악산 초입까지 나를 따른다.
이 떡시루 같이 생긴 바위는 본 듯하다.
하봉 직전의 전망대에 오르니 사방으로 펼쳐진 운해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계속 아이폰을 눌러댄다.
내일 걸을 소백산 주능선도 구름 위에서 머리를 내민다.
하봉으로 오르는 길의 상고대가 운치를 더한다.
새벽부터 서두른 수고를 보상받는 느낌이다.
나는 산에 오른 것일까?
바다로 나간 것일까?
아니면 하늘로 날아간 것일까?
다리를 건너 하봉으로 향한다.
전에도 이 길이 있었던가?
하봉에서 한 등산객을 맞는다.
마치 내가 주인이고 그분은 객 같다.
역시 다리를 건너 중봉에 오른다.
전에는 올라보지 못한 봉우리이다.
기존 우회 등산로를 폐쇄하고 하봉에서 직접 중봉으로 오르게 등로를 바꾼 것 같다.
운해에, 상고대에 고드름까지..... 대박이다.
월악의 속살을 헤집고 들어갈수록 운해의 장관은 더 멋지다.
나는 산 위에 올라 있는 것인가?
아니면 바다 위에 떠있는 것인가?
셀카놀이를 하고 있는데 그 등산객이 따라 올라온다.
서로 인증샷을 하나씩 남겨준다.
이 분도 내일 소백산을 간다고 한다.
드디어 월악의 최고봉에 선다.
등산객 서너 명이 나보다 먼저 올라와 있다.
영봉 오르는 길도 예전의 그 계단이 아니다.
중봉 쪽으로 계단이 새로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변 봉우리들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박쥐봉에서 시선이 멈춰진다.
내일 오를 소백산은 주변 어느 산보다 더 새하얗다.
시간이 지나자 운해는 썰물 빠지듯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주변 봉우리들이 전신을 보여준다.
영봉에서 내려와 양지바른 곳에 점심상을 펼친다.
초라하다.
역시 월악산은 그동안 등로가 많이 변했다.
예전의 그 계단은 그대로이다.
덕주사에서 보덕암으로 가든 그 반대로 진행하든 이 계단을 두 번 오르내리는 일은 없게 됐다.
아마 내가 다녀본 산 중에서 계단이 가장 많은 산이 월악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월악은 험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꼭 없어도 될 듯싶은 건물도 새로 생겼다.
지리산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버스 시간에 맞추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운해는 거의 걷혔다.
마애불을 지나 덕주사에 눈길을 한 번 주고 바로 덕주골로 향한다.
오후 1시 34분에 덕주탐방센터를 지난다.
수산교에서부터 6시간 45분이 소요되었다.
짙은 운해로 기억에 오래 남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