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암자 종주기(110717)
지리산 칠암자 산행기
(드디어 칠암자 종주를 완성하다)
1. 개 요
□ 구 간 : 칠암자와 지리 주능선
-제1소구간 : 실상사→도솔암→벽소령 작전도로
-제2소구간 : 벽소령→임걸령→반야봉→뱀사골(29.1㎞)
-제3소구간 : 반선↔와운마을 천년송(6㎞)
-제4소구간 : 백무동→장터목→천왕봉→중산리(14.6㎞)
2. 일 시 : 2011.7.17∼7.20(3박4일)
3. 교통편
▷ 7/17 동서울터미널(시외버스 07:00)→함양(군내버스10:50)→실상사
▷ 7/19 반선(시내버스11:10)→산내(군내버스11:56)→백무동
▷ 7/20 중산리(관광버스18:00)→사당
4. 참가자 : 전진수(서울대 경영자과정 29명)
5. 숙 박
▷ 7/17 벽소령작전도로 야영
▷ 7/18 뱀사골 야영장 야영
▷ 7/19 백무동 반달곰 펜션
6. 산 행
2주 만에 다시 지리를 찾았다. 이번 산행은 그동안 두 번이나 실패한 칠암자 종주를 홀로 한 후에 서울대 경영자과정 동아리와 천왕봉 단체산행을 하기로 한다. 시간이 된다면 늘 그리던 이끼폭포도 찾아가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첫째 날>
실상사 → 약수암 → 삼불사 → 문수암 → 상무주암 → 영원사 → 도솔암 → 벽소령작전도로
-11:34 실상사 도착
아주머니 한 분이 찐 감자를 하나 주신다. 점심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고 배는 출출하던 차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절 앞에는 초록 연잎과 개구리풀이 어우러진 작은 연못이 칠암자 종주의 시작을 아주 기분 좋게 한다.
-12:45 약수암 도착
약수암 가는 길은 포장길을 따르나 20여 분 거리에 있다는 암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마침 할아버님이 계셔서 여쭈니 지나왔단다. 다시 10여 분을 걸어 내려왔더니 약수암이라 적힌 작은 팻말이 보인다. 아! 아까는 왜 보지 못했는지..... 약수암 앞에 시그널이 많이 걸려있는 산길이 보인다. 아마 실상사 앞에서 보았던 길이 이곳으로 연결되는가 보다.
경내에는 스님과 보살님, 처사님이 무슨 작업인가를 하느라 바쁘시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금방 되돌아 나온다. 그리고 다음 암자로 가는 길 앞에서 점심 식탁을 차린다. 메뉴는라면과 과일 통조림이다. 실상사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었고 20여 분 알바를 하는 바람에 오늘 칠암자 종주를 마치고 연하천 산장까지 진행 할 수 있을지를 검토해본다. 과연 세 번째 도전하는 칠암자 종주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라면을 먹는 동안에도 떠나지 않는다.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선다.
-15:56 삼불사 도착
첫 종주 때에는 삼불사에서 도마마을로 내려와서 길을 잃었는데 오늘은 길이 뚜렷하다. 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포장길을 잠시 걸으니 눈에 익은 펜션이 나타나고 곧 계곡이다. 1시간 35분 정도가 걸렸다. 양말을 벗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암자 직전에 샘터가 나타난다. 물맛이 매우 좋다. 암자 오르는 돌계단은 오늘도 이끼가 무성하다. 3년 전 한여름과 올 초 한겨울에 이어 세 번째 찾은 삼불사는 고요함 자체이다.
-16:29 문수암 도착
삼불사에서 약수암으로 직접 가는 산길을 늘 놓쳤는데 암자 바로 아래쪽에 이정표가 서있다. 아! 이 길 이었구나. 문수암에 도착하니 도봉스님이 차를 한 잔 내오신다. 3년 전 생각이 난다. 어디 외출을 하시려는지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하시다. 잠시 쉰 다음 인사를 드리고 암자를 떠난다.
-17:08 상무주암 통과
그동안 아무도 없는 듯 조용하기만 하던 상무주암에 처음으로 인기척이 들린다. 아! 빈 절이 아니었구나. 조심스럽게 그 앞을 통과한다.
-17:59 영원사 도착
삼정산 오르는 갈림길을 지나 멋진 소나무가 있는 쉼터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담배를 한 대 피우며 픙광을 즐긴다. 남은 시간과 거리를 가늠해 보니 연하천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멈추고 야영을 해야 할지......
영원사에서 도솔암 가는 들머리 길로 내려가며 야영 할 곳을 찾는다. 6시가 넘었다. 일단 계곡으로 내려선다. 지도와 칠암자 종주 산행기를 읽는다. 생각을 바꾼다. 일단 도솔암까지 진행하기로 한다. 그래야 종주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19:01 도솔암 도착
계곡을 건너니 길은 아주 뚜렷하다.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그리고 한 시간이 채 안되어 종주의 마지막 암자인 도솔암에 도착한다. 터를 넓게 차지한 예쁜 암자이다. 비구니 스님과 젊은 보살, 처사께 인사를 드리고 경내를 둘러본다. 입구에 넓은 공터와 샘터가 있어서 야영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데 스님에게 부탁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길을 따른다. 걷다가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기로 한다.
▼▼▼도솔암
-19:42 벽소령 작전도로 도착
도솔암에서 나오자마자 삼각고지로 오르는 갈림길인데 그 길을 놓친다. 설령 알았더라도 시간상으로는 걸을 수 없는 길이다. 텐트 칠 공간을 살피며 능선을 걷는다. 아직 어둡지는 않다. 다시 산행기를 펼쳐 든다. 그리고 벽소령 작전도로로 내려서기로 한다. 헤드랜턴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배낭을 짊어진다. 표지기가 몇 장 펄럭이는 길로 들어선다. 길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산행기에 적힌 길임에 틀림없다. 20여 분을 내려서니 임도이다. 아! 결정이 정확했다. 도로를 따라 오르니 이내 눈에 익은 장소가 나타난다. 망설임 없이 배낭을 내려놓고 취사준비를 한다. 야영금지, 취사금지란 팻말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늦은 저녁과 마이 하우스
<둘째 날>
벽소령임도→벽소령→연하천→토끼봉→임걸령→노루목→반야봉→화개재→(뱀사골)→반선
(05:20) (06:59) (11:06) (13:13) (14:38) (16:37) (19:39)
긴 시간, 긴 거리의 산행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배낭을 다시 꾸린다. 벽소령 까지는 4.4㎞ 이다. 주로 임도를 걷고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대피소까지 산길은 겨우 0.3㎞ 이다. 도솔암 가는 길을 두 번이나 놓치고 내려섰던 벽소령 임도를 오늘은 정말로 걷게 되었다. 날은 매우 좋고 운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니 아침 식사를 하는 등산객들로 가득하다. 방학이라서 그런지 가족 산행이 많이 눈에 띤다.
캔커피를 하나 마시고 연하천을 향한다. 전망바위에서 쉬는데 벽소령에서 본 여성 등산객이 도착한다. 통영에서 혼자 오셨는데 3박 4일 일정으로 화대종주를 하신단다. 슬로우 트래킹을 즐기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걷는다.
진행속도가 매우 늦다. 같이 걸으니 나 역시 슬로우 트래킹이 되고 있다. 어제처럼 오늘도 시간에 쫓기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 이야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많은 산을 다녔고 여행을 많이 한 분 같다. 그래서 대화의 공통점이 많아서 지루함을 잊고 걷는다. 많은 학생들과 가족들과 마주친다. 연하천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시간이 두 배나 소요된 것 같다.
반야봉과 노고단은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벽소령에서 장장 7시간을 걸어 임걸령에 도착한다. 십 수번 지리를 걸으면서 이렇게 천천히 걷기는 처음이다. 여기에서 그 분은 노고단을 향하고 나는 수통을 채우고 되돌아서서 반야봉을 향한다.
반야봉에 선다. 사방은 안개로 자욱하다. 응달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시간을 보니 낯선 길을 따라 이끼폭포로 내려서기에는 늦은 것 같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두 등산객이 올라온다. 하동발전소에 근무한단다.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지금 반야봉에는 네 명이 정상석을 마주하고 있다. 늦게 올라온 두 등산객이 맥주를 꺼낸다. 거의 한 시간을 반야봉에서 머문 후에 내려선다. 나만의 갈등을 그분들과의 대화로 해소한 것이다. 이끼폭포는 다음에 만나리라. 그들은 삼도봉에서 피아골로 내려가고 나는 다시 화개재로 향한다. 뱀사골 탐방센터 앞 데크에 배낭을 내려놓고 눕는다. 예전에는 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지금까지 20㎞를 걸었고 1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많이 힘들다. 잠시 쉰 다음에 계곡을 따라 내려선다. 우렁찬 물소리가 내게 위안이 된다.
7시 정각에 와운마을 갈림길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길은 포장길과 자연관찰로 갈라지는데 나는 포장길을 따른다. 마침 가게가 있어 음료수와 맥주를 사 마시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찐 감자 두 개를 주신다. 어제와 오늘 연거푸 시골 인심을 마음에 담는다. 다시 2㎞를 더 걸어 탐방센터에 도착하여 멀고도 긴 산행을 종료한다.
식료품과 막걸리를 사서 야영장에 자리를 잡는다. 어제의 한적함과는 다르게 많은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오늘은 계획했던 이끼폭포를 보지 못한 채 29㎞를 14시간 넘게 걸었다. 그리고 551계단을 왕복으로 오르내리는 진기한 산행이었다.
<셋째 날>
어제 피곤했는지 밤중에 한 번 깨었을 뿐 뱀사골 계곡 물소리도 듣지 못한 채 아침까지 곤히 잤다. 오늘은 특별한 산행계획도 없고 시간 여유가 많은지라 아침 산책 겸 천년송을 보기위해 와운 마을로 향한다. 포장길이 아닌 자연 관찰로를 따른다. 와운마을은 대부분 민박이나 음식점을 겸하는 가구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천년송은 마을에서 약간 벗어나 산 모퉁이에 있다.
천년송은 할머니 소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다. 지리의 자락이 조망되는 멋진 곳에 노부부 소나무가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텐트를 철거하는데 이웃사촌이 말을 걸어온다. 38세의 대구 총각이란다. 6월에 이곳에 텐트를 쳤는데 겨울까지 있을 예정이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심신을 단련하라고 말해준다.
상가 아래쪽에서 11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에 오른다.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산내까지는 10여분이 소요된다. 중간에 바래봉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는 마을을 지난다. 아마 팔랑치에서 내려서는 등산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문득 멋진 지리산 산행계획이 떠오른다. 산내에서 30여분을 기다리니 백무동행 버스가 도착하고 곧 실상사 앞을 지난다. 그러고 보니 어제, 오늘 원점회귀 산행을 한 셈이다.
<마지막 날>
어제 밤 모처럼 즐거운 술자리를 가진 터라 피곤 할테지만 지리를 처음 찾는 이들도 있고 해서 모두들 들떠있는 기분이다. 설 처장님은 넘어져서 어깨를 많이 다치는 바람에 산행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갔다. 아침식사를 하고 도시락과 막걸리를 챙긴 28명의 동기생들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장터목을 향한다.
▲하동바위
내가 후미에 섰는데 뒤에 걷고 있는 몇몇은 어제 술 탓인지 매우 힘들어한다. 계곡 지류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한참 동안 숨을 고른다. 결국 정 부장은 하동바위에서 하산을 한다. 지난 답사 때 발견한 장터목이 조망되는 전망바위에서 힘들어하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을 디카에 담는다.
▲▲▲▲김광중, 박승철, 이영구, 황상호
▲산꾸러기
십여 차례의 휴식을 가진 후에야 장터목에 도착한다. 선두와는 거의 한 시간 이상이 차이가 난다. 그나마 현대자동차의 2백 명이 넘는 신입사원 산행과 겹치지 않아 다행이다. 제석봉을 지날 때는 모두들 확 트인 조망에 감탄을 한다.
▲제석과 하늘▼
드디어 천왕봉에 선다. 먼저 도착한 선두 그룹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후미도 그들과 합세하여 도시락과 막걸리를 펼친다. 식사 후 천왕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여러 인증샷을 날린다. 모두들 표정이 매우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