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산행(2014년)

능경봉/고루포기산 정초 산행기(0101)

산쿨럭이 2014. 1. 2. 15:00

 

능경봉/고루포기산 정초 산행기

(눈바람을 맞으며 8년 만에 다시 오르다)

 

 

 

 

 

 

1. 산행일자 : 2014. 1. 1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대관령-제왕산-능경봉-고루포기산-오목골(13.5Km)

 

4. 교 통

    ▷ 갈 때  울진→삼척강릉(승용차)→대관령

    ▷ 올 때  횡계→강릉→삼척(시외버스20:05)→울진

 

5. 산행기

   

2005년 백두대간 33번째 구간을 걸을 때 고루포기산과 능경봉을 처음 올랐다. 그리고 만 8년 만에 다시 거꾸로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을 걷기로 한다. 청마년 첫날이다. 7번 국도는 새해맞이 차량들로 북적인다. 바다를 찾은 그들과는 달리 나는 설산을 향한다. 배 차장의 도움으로 강릉에서 승용차로 대관령에 도착한다. 횡계까지 버스로 가서 다시 택시를 타고 가는 것과 달리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쌩유, 배 차장~~!

 

 

 

 

 

 

대관령(10:20)-제왕산(11:25)-제왕산/능경봉 갈림길(12:15)-능경봉(12:45)

-전망대(15:04)-오목골갈림길(15:21)-고루포기산(15:33)-오목골(16:25)

 

 

선자령 방향에는 관광버스 수 십 대가 보인다.

제왕산과 능경봉의 들머리인 고속도로 준공비 앞에서 인증샷을 하나 남기고 산행을 시작한다.

계획보다 많이 늦은 시간이다.

 

 

 

 

 

 

 

 

 

 

 

 

들머리를 지나 산행 채비를 하고 10여분을 걸으니 제왕산과 능경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제왕봉으로 오르는 산길로 접어든다.

 

 

 

 

 

 

응달 미끄럼 지역이 나타나면서 결국 아이젠을 신는다.

정상 직전 멋진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제왕솟대바위라는 안내판이 그 이름을 알려준다.

 

 

 

 

제왕산에 서니 강풍이라 불러도 좋을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등산객 한 분이 나를 맞는다.

대관령 박물관에서 올라오셨다며 주변 풍경을 상세히 설명해주신다.

철제 안내판이 있는 좁은 정상에는 고사목 몇 그루가 멋지게 버티고 있다.

 제왕산은 출발점인 대관령과 해발이 비슷하여 정상이라 부르기에 멋쩍다.

하지만 선자령과 곧 오르게 될 능경봉이 펼쳐져 보이는 조망은 기막히다.

 

 

 

 

 

 

 

 

 

 

 

 

 

 

 

 

 

 

 

 

두 시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능경봉을 오르는데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이 내려오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한다.

 

 

 

 

 

 

30분 만에 해발 1123m 능경봉에 선다.

아담하고 보기 좋은 정상석이 바람과 함께 나를 홀로 맞는다.

8년 전 기억은 하나도 없다.

 

 

 

 

 

 

 

 

이정목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잠시 내려가니 조그만 돌탑이 보인다.

이름처럼 근사하지는 않다.

그런데 진행방향으로는 선답자 발자국이 없는 걸로 보아 오늘 내가 처음으로 이 길을 걷는가 보다.

 

 

 

 

세찬 바람으로 버너를 지필 엄두가 나지 않아 배고픔을 참고 걷는데 거짓말같이 바람이 사라진다.

떡라면을 끓이고 차가운 맥주를 목으로 넘긴다.

눈이 제법 내린다.

 

 

 

 

된비알을 오르는데 반대편에서 한 산객이 걸어온다.

대간을 하는 분으로 닭목령에서 11시에 출발하셨단다.

강풍이 길 흔적을 지워서 여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스패치를 신지 않은 나를 걱정해준다.

우리는 이제부터 서로가 만들어 놓은 발자국을 따를 것이다.

능경봉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산객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길을 간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과 조금 전에 만난 대간꾼의 발자국을 찾으며 걷는다.

눈발이 약해지기 시작한다.

고루포기 정상을 약 1Km 앞두고 전망대가 나타난다.

횡계읍이 뿌옇게 다가온다.

배낭을 내려놓고 살얼음진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른다.

생각 한편에 오목골로 내려가는 길이 안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며.....

 

 

 

 

 

 

 

10여분을 걸어 오목골 갈림길에 도착하자마자 내려가는 길을 살피니 걸을만하다.

만약 길이 나있지 않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했다.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더욱 많은 눈으로 덮여있다.

발목까지 빠지며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드디어 해발 1238m 정상에 선다.

주변은 온통 잿빛이다.

출발도 늦었지만 눈길을 헤치며 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하산길이 짧아 해지기 전에는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대간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길 나뭇가지에는 수많은 리본이 걸려있다.

 

 

 

 

 

 

 

 

 

 

 

 

다시 내 발자국을 따라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하산을 시작한다.

초입에만 걸은 흔적이 뚜렷하고 이후는 희미한 길과 리본을 따른다. 

잠시 후 길게 밧줄이 늘어선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된다.

이후 편안한 길을 걷는데 왼쪽 아이젠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서 흘린 것일까? 찾으러 올라갈 생각보다는 갑자기 성인 간디가 생각난다.

오른쪽 것 마저 벗어던진다.

누군지 두 짝을 다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다 내려오니 지르메 목장이다.

정상 직전에서 본 이정목을 생각하니 헛갈린다.

나가는 문은 꽁꽁 잠겨있고 나는 그 위를 어렵게 넘어선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황태 덕장이 나타나고 곧 차도에 도착한다.

횡계 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란다.

헌 아이젠을 버리니 택시비가 절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