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운산 학심이골 산행(0811)
상운산 학심이골 계곡 산행
(5년 전! 그날과 다르지 않은 알바, 징크스는 살아있다)
1. 산행일자 : 2013. 8. 11
2. 산행코스 : 천문사-배넘이재-학심이골/심심이골 합수부-학소대-쌀바위-석남사
3. 산행기
5년 전 봄에 학심이골을 처음 찾았다. 가지산 북봉에서 내려와 학심이골을 두루 트레킹 한 후에 상운산으로 오르려다가 길을 잃고 다시 북봉으로 오른 경험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내년부터는 생태보전구역이 되어 입산을 통제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건만, 역시 5년 전과 같이 알바를 하며 고생을 하고 상운산이 아닌 가지산 직전 헬기장으로 올랐다. 학심이골은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곳인가?
이번 학심이골 들머리는 예전에 내려 선 적이 있는 천문사이다. 언양에서 9시에 버스가 있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정이 나를 무더위 속에서 2시간 정도 헤매게 만든 결과를 낳았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된비알을 힘들게 오른다. 길 양 옆으로는 피서객의 차량이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있다.
지난번에는 지나쳤던 천문사 경내를 둘러본다. 누워계신 부처님(와불) 부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생각보다는 큰 사찰이다. 수통을 채워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얼마 걷지 않아 나선폭포 갈림길이 나타난다. 비가 온 후에야 물이 떨어지는 폭포라서 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그늘에서 쉬고 계신 산객에게 물으니 같은 대답이다. 다녀오는 것을 포기하고 계속 직진한다. 약간 경사진 길이 무더위 탓에 힘들게 느껴진다. 배넘이재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계시다. 이곳은 쌍두봉과 사리암으로 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배바위를 지나고 합수부에 도착하기 전에 물이 약간 흐르는 곳에서 땀을 식힌다. 아래위 등산복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있다. 들머리에서 합수부 까지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계곡에는 전에 보지 못한 데크와 다리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생각처럼 마른장마 탓에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지만 워낙 깊은 계곡이라 실망할 정도는 아니다. 산길을 따라 잠시 오른 후에 물놀이 하기 적당한 곳을 찾아 계곡으로 내려선다. 물이 그다지 차갑지는 않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만의 알탕이 즐겁다. 그런데 뱀 한 마리가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나 있는 곳에서 바위로 오른다. 아가뱀이라 무섭지는 않다. 산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뱀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내 물놀이가 즐거워 보였던지 몇몇 등산객이 내려서더니 그중 한 분은 아주 나처럼 작은 폭포에 몸을 맡긴다.
30여 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학소대로 향한다. 비룡폭포는 진작에 포기한지라 미련이 안 생긴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걷는다. 이내 나타난 학소대폭포에는 몇 명의 등산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폭포 모양이나 그 분위기가 지난달 보았던 구만폭포와 다르지 않다. 나도 한 키가 넘는 물속으로 뛰어든다.
▼▼▼▼학소대에서의 물놀이▼▼▼
데크로 되돌아와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다음 상운산으로 향한다. 내려서는 등산객들에게 길을 묻는다. 그러나 그들이 알려준 길은 내 목적지가 아니었다. 한참을 걸은 후에는 아주 길조차 사라진다. 5년 전의 알바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후 나는 세 시간 동안 길을 만들기도 하고 길로 추정되는 길을 걷기도 하며 정강이를 나뭇가지에 긁혀가며 헤매다가 표지기가 보이는 능선에 선다. 몇 번이나 숨을 고르며 쉬었는지 모른다. 먼저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표지기를 따라 오르다 보니 예상했던 대로 가지산 직전 헬기장이다.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쌀바위 약수로 달려가서 물을 몇 바가지 들이켜고 냉커피를 타 마시며 갈증을 없앤 후에 데크에 눕는다. 많이 지쳤다.
쉼터 주인장이 바뀌었는지 젊은이가 보인다. 사이다 한 캔을 마시며 쉬는데 학소대에서 만나 분들이 내려온다. 나의 무용담을 그들에게 들려준다. 그래도 빨리 도착했다며 나를 위로한다. 쉼터 주인장은 내 옷을 보더니 의하 해 한다. 땀에 젖은 거라 했더니 안 믿는다.
임도를 따라 걷다 보니 오늘 내 계획대로 라면 학소대에서 올라섰을 길이 보인다. 표지기가 수없이 나부끼고 안내판도 보인다. 또 헛웃음이 난다. 늘 석남사로 내려서던 급비탈을 버리고 임도를 따라 계속 걷다가 정상적인 하산길로 들어선다. 처음 걷는 길이다. 한 시간이 채 안되어 석남사에 도착한다.
두 번째이자 아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학심이골 트레킹은 8시간이 소요되었다. 과연 산행에도 징크스는 작용하는 것일까? 힘들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걸음이었다.
내년부터는 통제되는 곳이기에 갑자기 찾은 곳이었다. 산행 중에 어느 산객에게 들은 말이 생각난다. 큰 계곡물은 10미터를 흐르면 스스로 정화된다고.... 그래서 청도 시민의 식수원인 줄은 알지만 상류 출입을 막는 것이 진정한 대책은 아니지 않냐면서 열변을 토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