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국망봉 종주 산행기(110130)
백운산·국망봉 종주 산행기
(여덟 봉우리 눈길을 걷다)
1. 구 간
▷ 백운산→도마봉→국망봉→견치봉
2. 일 시 : 2011.1.30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 갈 때 동서울(시외버스07:30)→광덕고개
▷ 올 때 용수골(시내버스17:10)→가평시외버스(18:40)→동서울
5. 산 행
국망봉은 처음이 아니다. 화학산, 명지산에 이어 경기 제3봉이며 한북정맥의 맏형 노릇을 하는 봉우리다. 여러 산행 코스가 있지만 교통이 편하고 한북정맥의 일부 구간을 걷는 의미에서 광덕고개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세 명의 산객과 함께 광덕고개 백운산 들머리에 선다. 그들도 국망봉으로 간다며 나 보다 앞서 작은 철계단을 오른다. 곧 산행 준비를 하는 그들을 앞서 걷는다. 두 사람의 발자국이 나를 인도한다. 어디쯤 가고 계실까?
백운산 정상에 선다. 광덕산과 상해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발자국의 주인공들을 만난다. 국망봉까지 가신다는데 어디로 하산하면 좋을지를 물어온다. 나 역시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는지라 시간에 따라 장암저수지로 직접 내려서거나, 개이빨봉까지 진행해서 용수골로 하산 할 수 있다고 알려드리고 내가 앞장선다.
눈길은 그런대로 뚜렷하지만 아마 오늘은 내가 처음 가는 길 같다. 가끔씩 흔적이 사라지고 내가 발자국을 남긴다. 삼각봉에 선다. 조망이 시원하다. 곧 두 산님이 도착하여 나를 지나고 나는 그들의 발자국을 따른다. 그리고 곧 도마치봉에 선다. 세 조각으로 만들어진 정상석이 보인다. ㅎㅎ 정말 성의도 멋도 없는 상징이다.
가야 할 국망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사방으로 많은 봉우리들이 제 자랑을 하고있다. 가평, 포천은 멋진 산이 많은 복 받은 땅이다. 바람이 불어 눈이 쌓인 곳은 스틱 한 자루를 다 삼킬 정도로 눈이 많다. 상고대와 눈꽃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심설산행이다. 오늘 산행의 네 번째 봉우리인 도마봉에 선다. 가야 할 방향으로 뻗어나간 방화선 눈길이 뚜렷하다.
쉬운 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 간 두 분과 간격을 두고 여유롭게 걷는다. 그래서 산은 혼자라도 혼자가 아니고 둘이라도 결국은 혼자인 것이다. 저 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걷는 것일까? 뒤에 걷던 분이 나보고 먼저 가라고 길을 양보한다.
여름에 방화선을 걷는 것은 고역 이지만 겨울에는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앞뒤 좌우로 트인 조망을 보며 걷는 기분도 좋고 앞뒤로 같이 걷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신로령에 도착한다. 국망봉을 찾는 산객들은 이곳에서 대개 하산을 한다. 겨울철에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신로봉은 지나쳐 우회하여 온 듯 뒤통수에 다섯 번째 봉우리가 서 있다. 작은 봉우리에 시그널이 펄럭이는 것이 보인다. 직전에 지나친 봉우리를 신로봉으로 잘 못 알았다. 5분이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식사를 하기로 하고 자리를 잡는다. 두 분이 도착한다. 국망봉에 가서 식사를 하신다고 하며 또 나를 앞선다. 오늘 산행은 저 산님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오붓한 산행 같다.
라면을 끓인다. 소주도 한 잔 따른다. 따듯하고 바람이 없는 야외 레스토랑에서의 느긋한 점심을 즐기고는 다시 배낭을 멘다. 배가 부르니 신로봉에 오르기가 싫다. 디카에 담는 거로 대신하고 국망봉을 향한다.
신로령에서 잠시 오르니 돌풍봉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초라한 정상목이 눈길을 끈다. 작은 봉우리지만 조망은 아주 그만이다. 걸어온 길과 곧 오르게 될 국망봉 그리고 화악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마지막 방화선 길을 오른다. 길게 펼쳐진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제 어디로 하산을 할지 결정할 시간이다.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국망봉에 도착한다. 사방으로 펼쳐진 경기도의 고봉준령들과 나지막한 고스락들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어느 산님이 커피 한 잔 하라고 부르신다. 앞서 걸어간 두 분 일행인 줄 알고 갔더니 아니다. 나는 사과를 깎아 나누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견치봉으로 향한다. 용수골에서 마지막 버스를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견치봉에도 도마봉에서 본 것과 똑같은 정상석이 서 있다. 이정목이 가리키는 곳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임도가 나타나고 다시 시그널이 달려있는 산길로 들어선다. 다 내려왔다 싶었는데 길이 둘로 갈라진다. 아마 산행기에서 읽은 현종사로 직접 내려서는 길과 옆으로 빗겨 걷는 길인 듯하다. 생각 없이 후자의 길을 선택한다.
지난번 화학산을 오르기 위해 내렸던 용수동 버스종점에 도착하니 5시이다. 8시간 만에 곳곳에 궁예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백운산․국망봉 종주산행을 마무리한다.
백운산, 삼각봉, 도마치봉, 도마봉, 신령봉, 돌풍봉, 국망봉, 견치봉 등 이름 붙여진 여덟 봉우리를 오르내리고 시원하게 펼쳐진 방화선 눈길을 걸은 멋진 산행이었다. 선답자의 발길을 따르기도 했고 내 첫 발자국을 눈 위에 남기기도 했다.
버스가 한 대 들어온다. 버스 시간이 바뀌었다고 한다. 5시 50분 버스는 없어지고 막차는 7시 50분이라 한다. 그리고 이 버스는 5시 10분에 출발한다고 하니 운이 좋았다. 하지만 10분 늦게 내려섰다면 2시간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