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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산행/일본

북알프스 산행기<첫째 날 8/26>

 

<산행 첫째 날 8/26>

 

 

 

   上高地→名神→德→横尾山荘→槍ロッヂ→天狗源分岐→槍ヶ岳

                                 

 

 

   새벽 4:30에 모닝콜을 부탁하여 일본에서의 첫 아침을 맞는다. 역과 붙어 있는 버스 터미널로 가서 카미코지(上高地)행 첫 버스를 탄다. 마츠모토에서의 첫 전철 시간에 맞추어 우리 말고도 많은 등산객들이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약 1시간을 달려 들머리인 카미코지에 등산객을 내려놓는다. 카미코지에 오기까지는 가마(釜) 터널을 통과하는데 그 규모가 참으로 놀랍다. 그리고 환경 보호를 위해 승용차 출입을 제한하는 제도는 참으로 멋진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많은 등산객들과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매점에서 가스 두 통과 지도를 구입하고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우리 둘은 각오를 새로이 한다. 누가 시키지 않은 고생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아마 우리 둘은 서로 말은 안 해도 기대감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을 것이다.

 

 

 

 

 

 

         

 

 

 

 

 

              


 

   07:02  야리가다케(槍ケ岳)를 향하여 출발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의 소설 ‘빙벽’의 무대인 해발 1505m의 카미코지는 야키다케(燒岳)가 폭발하면서 생겨난 곳이란다. 북알프스 종주의 최대 관문인 이곳은 산악인이 아니라도 항시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주변 풍광과 연못 등 볼거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북알프스 종주의 첫 발을 내딛는다. 수통을 채우고 복장과 스틱을 준비한 우리 둘은 의기를 투합하고 용기를 북 돋우기 위하여 일본인 등산객에게 부탁하여 들머리에서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야리가다케와 오쿠호다카다케(奥穂高岳) 및 험난한 다이키레토를 무사히 걸어 이틀 후 오늘 사진과 같은 건강한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서게 될 것을 다짐해 본다.  

 

 

 

 

 

 

 

 

             

 

 

   08:02  묘진(名神) 도착  

            들머리를 들어서자 곧 이 곳의 명물인 갓파바시(河童橋)가 나타난다. 이 다리를 건너지 않아도 묘진으로 갈 수 있지만, 우리는 일부러 이 다리를 건너 아즈사가와(梓川)를 따라 걷기로 한다. 원시림과 연못이 멋지다. 아침부터 관광객과 산객들로 붐빈다. 묘진바시(名神橋)를 다시 건너니 묘진간(名神館)이다. 다리 위로 묘진다케(名神岳)와 다른 봉우리들이 위용을 나타낸다.

 

  

       

 

 

 

    

       

 

 

 

 

         

 

      

 

 

    08:50  도쿠사와() 도착              

              왼쪽으로 묘진다케와 아즈사가와를 끼고 평지와 다름없는 길을 걷는다. 아름드리나무숲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도쿠사와 산장 옆 캠프장에는 몇 동의 텐트가 보인다.

  

 

          


 

   09:50  요코(橫尾)산장 도착  

            아즈사가와를 건너는 신무라바시(新村橋)를 지나 야리가다케까지 꼭 절반 거리인 요코산장에 도착한다. 11㎞를 걸어 고도를 고작 120m도 못 올렸으니 지금부터 3180m인 야리가다케까지는 1500m 이상을 걸어 올라가야한다. 요코는 요코대교(橫尾大橋)를 건너 오쿠호다카다케(奥穂高岳)로 오르는 길과 직진하여 야리가다케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간식을 먹으며 휴식 후에 야리(야리가다케의 애칭)으로 향한다.

 

 

      

 

             

 

 

 

 

 

 

              

 

 

 

 

 

 

 

 

 

 

 

             

    11:30  야리자와 롯지(槍沢ロッヂ) 도착  

            요코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울창한 스기노키(杉木) 숲을 지나고 이찌노마다(一ノ俣) 다리와 니노마다(二ノ俣) 다리를 지나고 아즈사가와의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기도 하며 즐거운 걸음이 계속된다.

   많은 일본인 등산객들과 마주치거나 그들을 앞선다. 그럴 적마다 그들과 나누는 인사가 여간 정겨운 게 아니다. 오하요고자이마스~, 곤니치와~, 안녕하세요~ 그런데 마주 오는 한 일본인 등산객이 백부장에게 말을 걸어온다. 옆에서 들으니 백부장보고 북알프스 신칸센이냐고 묻는다. 걸음이 엄청 빠르다는 것이다. 셋이서 큰 소리로 웃은 다음에 서로의 길을 간다.

   롯지에 도착하자마자 생맥주 두 잔을 시켜 마신다. 해발 1820m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리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일본인 등산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 때문에 깊이 있는 이야기는 어렵지만 산꾼들이 하는 이야기가 산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매우 즐겁다. 야리가다케까지 5㎞ 정도를 남겨 두었지만 고도를 1360m 높여야 한다.

 

 

             

 


   12:57  야리자와 캠프장 통과  

            앞으로 펼쳐질 풍광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야리자와 롯지를 출발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30분 정도를 걸으니 캠프장이다. 몇 동의 텐트가 보이는데 롯지에서 만났던 젊은 산꾼도 보인다. 얼마를 더 올라가야 야리가 보이냐고 물으니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다 알아 듣지는 못했다.

 

 

               

 

              

 

 

   13:23  야리자와 오마가리(槍沢大曲り) 통과  

            해발 2670m의 아카자와산(赤沢山)을 활홀하게 바라보며 고도를 점차 높인다. 야리자와 오마가리는 가미코지, 야리가다케와 미즈마타노꼬시(水俣乘越)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이정목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며 잠시 쉬어간다.

 

 

 

 

              

 

 

   13:36  해발 2000m 통과  

            고도계가 2001m를 가리킨다. 한 발자국을 오르내려도 고도계는 정확히 2000m를 가리키지 않고 2001m를 나타낸다. 우리 둘은 환호성을 지른다. 산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밟아보는 높이이다. 그러나 이내 아직도 1100m 이상을 더 올라가야 한다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그래도 즐거울 뿐이다.

   날씨가 너무 좋다. 이 또한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두개의 산행 계획서중 두 번째 것은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곧 나타날 야리가다케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14:13  텐쿠하라(天狗原) 분기점 통과

 

 

 

 

 

 

 

 

 

 

   15:13  반류구츠(播隆窟) 도착  

            오후 3시에 드디어 야리가다케가 그 모습을 보여준다. 이름 그대로 창같이 뾰족하다. 여기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반 정도 오르면 된다. 반류구츠는 야리가다케를 최초로 오른 반류라는 스님이 네 번째로 야리를 오를 때 53일 동안 참선을 한 작은 암굴이다.

 

 

 

 

              

 

                             

 

            

 

 

   계속 이어지는 너덜길에 피곤할 즈음 모습을 나타낸 야리가다케는 피곤함을 말끔히 씻어낸다. 빨간 지붕의 샷쇼 휫테(殺生ヒュッテ)도 보인다.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을 마시고 땀을 식힌다. 정말 얼음처럼 차갑다. 연인으로 보이는 하산 중인 일본인 등산객과 이야기 역시 즐겁다. 우리 보고는 ‘간바레’ 하라며 격려도 한다.            

 

 

 

 

 

 

                              

  

              

 

               

 

 

              

 

               

 

 

   16:27 야리가다케 산장 도착  

            야리의 위용을 올려다보며 샷쇼 휫데 갈림길을 지나고 야리가다케 분기점을 지나 드디어 산장에 도착한다. 역시 3천m가 넘는 산은 이제까지 봐 오던 우리의 산과는 많이 다르다. 나무는 전혀 없고 잿빛 느낌이다. 9시간 25분을 걸었다. 그래도 계획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그래서 잠시 쉰 다음에 야리를 오르기로 한다.

   산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꽤 규모가 큰데 개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테라스에는 몇몇 산객들이 맥주를 마시며 풍광을 즐긴다. 우리가 배정 받은 방은 오덴죠(大天井)인데 산장의 각 방은 전부가 북알프스 봉우리 이름에서 따온 듯하다. 방 맞은편에는 식수와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맘에 든다. 배낭을 방에 놓고 야리에 오를 준비를 한다.

 

 

 

 

 

  

                             

 

 

               


   17:03 야리가다케(해발3180m) 정상 도착  

            야리가다케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 높은 봉우리로 일본 제3봉인 오쿠호다카다케 보다 10m 낮으나 일본사람들은 야리를 더 좋아하고 오르고 싶어 한단다. 야리 오르는 길 초입에는 주의하라는 팻말이 있다. 산장과 야리의 고도 차이는 120m이다. 내려서는 등산객이 많다. 한 등산객이 내려서면서 득의에 찬 모습으로 25분정도 오르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몇 개의 수직 철제 사다리를 지나 10분 만에 오른다.

   정상에 섰을 때의 감격을 모라 표현할까?  맑은 날씨에 사방팔방이 확 트여 가슴마저 시원한 느낌이다. 생각처럼 바람이 심하지도 않다. 창날 끝 같은 야리 정상에는 신사가 있다. 주변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봉우리들이 조망된다.

 

 

               

 

 

 

 

  

               

 

 

               

 

    17:30 야리가다케 산장 투숙  

            처음으로 밟아 본 3000m급 봉우리의 감격을 이야기하며 테라스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기분은 글로 형용하기 쉽지 않다. 멋진 산행 이었다. 또한 옆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본인 등산객들과의 대화도 즐겁다. 잘 통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둘이 왔고 우리 산행 계획을 이야기 하니 놀라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져간 팩소주로 야리 산행 감격과 내일 걷게 될 다이키레토(大切戶) 산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산행 첫날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