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설악산 심설 산행기
(눈, 눈, 눈 봄 설악을 걷다)
1. 개 요
□ 구 간 : 대청봉과 내설악
-제1소구간 :오색→대청봉→봉정암→수렴동계곡→백담사(23.9㎞)
-제2소구간 :남교리→12선녀탕→대승령→장수대(11.3㎞)
2. 일 시 : 2008.3.7~3.9(1박2일)
3. 참가자 : 전진수
4. 교통편
▷ 3/7 노포동(시외버스 23:40)→양양(3/8 04:55착)
▷ 3/8 양양(시내버 스06:25)→오색 / 용대리(시내버스18:05)→남교리
▷ 3/9 장수대(시외버스12:25)→한계령(승용차13:20)→강릉(시외버스15:50)→부산
5. 숙 박
▷ 3/8 남교리 민박
6. 산 행
<첫째 날>
지지난주 지리산 산행이 올 겨울 마지막 산행이라 생각했으나 눈 산행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차에 설악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속초행 버스에 오른다. 양양에 도착하여 근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6시 조금 넘어 터미널로 가니 오색행 시내버스가 막 출발하려 한다. 운이 좋았다. 20분 만에 오색에 도착하여 아침 식사를 하고 작년 6월에 들어섰던 오색 들머리를 통과한다. 등산로가 눈에 덮여서 잘 알 수는 없으나 복구는 다 된 듯하다.
-07:30 대청으로 출발
탐방소 직원에게 물으니 대청봉 가는 길 외에는 전부 닫혀 있단다. 그렇다면 봉정암에서 오세암으로 가려는 내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수년 전 산악회를 따라 설악 겨울 산행을 처음 한 곳이 바로 이 코스이다. 이정목은 눈에 묻혀서 윗부분만 보인다. 고도를 높이다가 뒤돌아본 점봉산은 언제나 묵직해 보인다. 백두대간 종주 이후로 아직 오르지 못했는데 언젠가 꼭 점봉의 들꽃을 보고 싶다. 하늘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파랗다.
-10:22 대청봉 도착
따듯한 봄날이지만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점차 바람이 거칠어진다. 걸어온 길을 몇 번이나 뒤돌아본다. 그리고 연신 옷깃을 여미며 걸어 정상에 도착한다. 몇몇 등산객은 이미 내려오고 있고 정상에는 역시 몇 명의 산객만이 풍광을 즐기고 있다. 찬바람을 맞으며 주변 여러 봉우리를 둘러본다. 언제 보아도 멋지다. 그리고 자주 보아도 처음인 듯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정상석 옆에서 사진을 한 장 남긴다. 맞은편 중봉 축구공이 주변 흰색과 어울려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0:40 중청대피소 도착
등산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바람을 피해 얼른 대피소로 내려서니 그 곳도 마찬가지이다. 젊은 여성 등산객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 분은 오색에서 6시간 만에 올라왔단다. 오늘 소청대피소에서 자고 내일 설악동으로 하산 한다는데 느긋함이 부럽다. 넛츠와 오렌지를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피소 앞에 있는 이글루가 이채롭다. 눈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것을 다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캔 커피를 하나 사 마신 후 대청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부탁하여 찍고 소청으로 향한다. 한계령에서 올라오는 산님 몇몇이 대피소에 도착한다.
-11:24 소청대피소 도착
소청에서 낯익은 이정목을 따라 왼편 러셀이 된 곳을 따른다. 작년 여름에는 오른쪽 희운각으로 내려섰다. 러셀 된 눈길 밖으로는 스틱 길이보다 높게 눈이 쌓여 있다. 전망대의 그림을 따라 설악산 풍광을 둘러본다. 공룡능선과 마등령, 황철봉을 따라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휴식년제 중인 화채봉 능선 그리고 멀리 울산바위와 속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펼쳐진 봉우리들을 보며 문득 권금성에서 화채봉까지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설악에는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는 구간이 많은데 백두대간을 할 때 걸어 본 길도 있고 아직 내게는 미답으로 남은 곳도 여러 군데이다.
소청대피소에도 산장지기 외에는 아무도 없다. 주말에 이렇게 한가한 설악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산장지기 말로는 소청에서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봉정암에서 오세암으로 간다는 생각은 버린지 오래다.
몇 년 전에 숙박한 적이 있는 소청대피소는 용아장성이 먼저 떠오른다. 운무에 갇혀 있다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용아와 그 장면을 잡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역시 생각난다. 그러나 겨울의 용아는 왠지 웅장함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11:53 봉정암 도착
눈 덮인 급경사 길은 역시 쉽지 않다. 아이젠도 소용없을 정도이다. 두세 차례 엉덩방아를 찧고서야 봉정암에 도착한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중의 하나인 이곳에도 등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절을 찾는 이들이 없어서인지 점심공양도 없는 듯하다.
사리탑을 찾아 올라선다. 서북능선과 중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이는 조망이 멋지다. 오세암으로 가는 길은 발자국 하나 없이 시그널 몇 장만이 나뭇가지에서 바람에 흔들린다. 들머리에서부터 포기했지만 내 눈으로 확인을 하고나니 여유가 생긴다. 수렴동대피소를 지나 백담사로 하산하기로 한다. 그 순간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지루한 십오리 길이 떠오른다.
-12:43 점심시간
봉정암에서 본 아름다운 설악의 모습과 점심공양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오후가 되면서 눈이 녹기 시작하고 내려서는 길은 매우 미끄럽다. 올라오는 등산객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한다.
눈 길 한편을 치워 버너를 피워 라면을 끓인다. 부산에서 왔다는 부부 산객이 올라오다가 말을 걸어온다. 남자 분 말 모양새가 영 거슬린다. 등산로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미안스러워서 얼른 식사를 마치고 배낭을 꾸려 다시 걷는다.
지난주에는 위염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몸이 매우 가볍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은 것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많은 다리와 데크를 지나고 등산로를 가로질러 쓰러진 나무터널을 지나 봄을 느끼게 하는 수렴동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하산을 재촉한다. 걸음을 옮길수록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14:29 수렴동대피소 도착
폐쇄된 수렴동 대피소에는 단체산행객들로 북적댄다. 계곡으로 들어가 빈 수통을 가득 채우고는 이내 자리를 뜬다. 지금 내려서는 길은 몇 년 전에 거꾸로 올라가 본 길인데 계절이 달라서인지 거의 기억이 없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걷기로 한다.
-14:54 영시암 통과
-15:59 백담사 도착
눈이 녹아 질퍽한 길을 내려선다. 그리고 도착한 백담사까지는 영시암에서 부터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지난여름에는 셔틀 버스를 빨리 탈 욕심에 사찰을 지나쳤으나 오늘은 느긋하게 백담사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 한 발자취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심과 참회 그리고 미움과 용서가 어우러진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른다.
-17:19 용대리(백담분소) 도착
겨울 계곡은 여름에 비해 초라해 보인다. 포장된 시오리 길을 걸어 한 시간 십 여분 만에 용대리에 도착한다. 설악 계획을 세울 때 이 길을 걷기 싫어서 봉정암에서 오세암을 거쳐 마등령으로 올라갔다가 설악동으로 하산하려 했는데 결국은 걷고 말았다.
약 10시간에 걸친 설악 첫 날 산행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오늘 산행은 파란 하늘과 하얀 눈의 시각산행이었으며, 봄을 느끼게 하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걸은 청각산행으로 오감을 열어놓은 하루였다. 산은 내게 늘 이런 기분을 선물한다.
<둘째 날>
어제 60리 길을 걸었음에도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가뿐하다. 오래전부터 벼르던 계곡산행이다. 여름이 제격이겠지만 그것은 다음 서북능선 종주로 미루고 오늘은 장수대로 하산하는 가벼운 산행이 될 것이다. 오늘도 날씨는 차갑지 않다.
-06:40 십이선녀탕으로 출발!
-08:27 용담폭포(복숭아탕) 도착
오를수록 눈이 점점 많아진다. 된비알 아래쪽에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복숭아탕에 다다를 즈음에는 제법 난코스로 난간과 된비알을 올라 복숭아탕에 도착한다. 얼어붙은 폭포에는 고드름이 달려있다. 여름에는 맑은 물과 그 차가움이 멋질 듯하다. 언젠가 여름에 이 코스로 설악을 찾아야겠다.
-10:18 능선끝 쉼터(해발1360m) 통과
복숭아탕을 지나 또 몇 개의 다리와 데크를 지나 능선에 다다른다. 오른쪽이 장수대로 가는 길이다. 건너편으로 서북능선과 대청이 조망된다.
-10:26 안산갈림길 도착
안산 가는 길은 통행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있으나 발자국 하나가 보인다. 그 발자국을 따라 안산으로 갈 생각을 해 보았지만 몇 발자국을 걷다 이내 돌아선다. 부산행 막차가 생각나서이다.
-10:56 대승령(해발1210m) 도착
대승령에 서니 서북능선과 귀떼기청봉 그리고 멀리 대청이 조망되고 장수대쪽으로는 한계령 길 너머 가리봉과 주걱봉이 펼쳐진다. 대청을 보는 순간 갑자기 설악에서 비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올 여름에는 일본 남알프스 종주를 위해 연습 삼아 백부장과 함께 텐트나 비비쌕을 짊어지고 공룡능선과 서북능선을 걸어봐야겠다. 이제 3㎞ 남짓 하산 길만을 남겨 두었다. 대승폭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등산객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한 컷 남기고 장수대로 향한다.
시간 여유가 있는 산행이 이처럼 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아쉬운 생각도 없지 않다. 대청으로 가는 서북능선의 유혹을 물리치고 단체 등산객이 계속 올라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1:39 대승폭포 도착
눈이 녹아 미끄러운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내려오니 대승폭포 이정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왼편에 대승폭포 전망대가 있다. 말라붙은 폭포는 볼품 없지만 여름에 수량이 많을 때는 장관을 이룰 것 같다. 우리나라 3대 폭포중의 하나라는 대승폭포에는 석이버섯을 따는 총각과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전설이 깃들여있다. 높이가 300m에 달하는 폭포 상단에 약간의 녹지 않은 얼음이 붙어있다. 전망대에서는 폭포보다 맞은편의 가리봉, 주걱봉과 주변의 암봉들이 더 멋지게 조망된다. 정식 등산로도 아니고 산꾼들의 산행기도 많지 않지만 항시 마음속으로 호시탐탐 종주를 노리는 봉우리들이다. 이제 20분 후면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정말 가벼운 산행이었다.
-12:08 장수대 도착
급경사 나무계단을 내려서고 잠시 후에 장수대에 도착한다. 설악의 많은 코스 중에 처음으로 걸어본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아마 이 시간에 산행을 마무리 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 든다. 도로 건너편 주걱봉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이틀간의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 한다. 눈과 계곡의 봄을 느낀 초봄의 겨울산행이었다. 설악은 언제 와 보아도 웅장하고 남성미가 넘친다. 지리산과 대조를 이룬다.
10여분을 기다려 속초행 버스에 올라 한계령에서 내린다. 많은 관광객들과 차량으로 붐빈다. 잠시 후에 별님이 도착하여 오색으로 가서는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강릉으로 향한다.
7. 식 단
▷ 3/8 아침(매식), 점심(라면), 저녁(햄김치찌게)
▷ 3/9 아침(누릉지), 점심(밥라면), 저녁(매식)
8. 물 구하기 : 오색식당, 수렴동계곡물, 오색민박
9. 준비물
윈드자켓/오버트라우저, 버너, 코펠, 아이젠, 스패치, 모자, 헤드랜턴, 수통, 여벌옷(양말2, 집티, 하의), 선글라스, 디지털카메라, 스틱, 방석, 장갑, 쌀3인분, 라면3, 햄1, 김치/밑반찬, 락엔락통, 막걸리, 행동식(과일, 커피, 초콜릿, 견과류), 휴지, 비상약 키트, 지도/자료
10. 비 용 : 113,700원
▷ 교통비 : 72,300원
▷ 숙박비 : 20,000원
▷ 식품비 및 제비용 : 21,400원
11. 기타사항
▷ 한계령→오색(속초) 08:50......14:55, 15:50, 16:55, 17:05.......21:20
(한계령 출발 20분 전에 장수대 도착)
▷ 속초→남교리(속초) 1시간 간격(막차21:00)
▷ 강릉→부산 시외버스 막차 15:50(울진, 포항 경유)
▷ 양양시외T 033-671-4411
▷ 오색시외T 033-672-3161
▷ 강릉시외T 033-643-6093, 6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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