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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산행(2013년)

오대산 심설 산행기(1221)

 

오대산 심설 산행기

(올해 첫 눈산행을 하다)

 

 

 

 

 

 

 

 

1. 산행일자 : 2013. 12. 21

 

2. 참석자    : 전진수

 

3. 산행코스 : 상원사-북대사-상왕봉-오대산-상원사(12.7Km)

 

4. 교 통

    ▷ 갈 때  진부(시내버스 09:40)→상원사

    ▷ 올 때  상원사(시내버스 16:20)→월정사(시내버스 17:40)→진부

 

5. 산행기

    여러 지역 눈 소식을 듣고 어디를 갈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가 오대산과 계방산을 오르기로 한다. 후보지였던 지리산, 능경봉, 가리왕산도 오르고 싶었지만 교통편을 생각하다가 진부에서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두 곳으로 결정하였다.

 

상원사주차장(10:18)-북대 미륵암(11:50)-상왕봉(13:20)-1537봉(14:10)

-비로봉(14:30)-중대 사자암(15:37)-상원사(15:51)-상원사주차장(16:00)

  

   진부에 도착하여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운두령으로 가는 버스는 눈 때문에 운행을 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오늘 오대산을 먼저 걷기로 하고 상원사행 버스에 오른다. 진부 터미널 앞 오대천에서 평창 송어축제가 오늘부터 시작된다는 플랭카드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역시 생각대로 상원사 주차장은 관광버스와 단체 등산객으로 북적댄다. 가을철 산방기간이 끝나고 첫 주말 산행이며 나처럼 눈 소식을 듣고 많은 산객들이 모인 까닭 이리라. 복잡함을 피해 늘 비로봉을 먼저 오르던 대신 북대사로 향한다. 한 팀이 나와 같은 코스로 먼저 진행하므로 나는 그들 발자국을 따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얼마 후 내가 선두가 되고 발목까지 빠지는 길을 러셀을 하며 걷는다.

산길이 아닌지라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천천히 걷는다.

가야 할 길과 지나온 길이 극명히 대비된다.

내 삶에는 대비가 없이 한결같으면 좋겠다.........

 

 

 

 

 

북대사 직전 상왕봉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흘끗 보니 러셀이 안되어있다.

지금까지는 길을 만들며 잘 걸었지만 자신이 안 생긴다.

뒤에 오는 단체 등산객이나 잠시 후면 내려올 산객들에게 러셀을 기대하고 나는 북대사로 향한다.

 

 

 

북대 미륵암이라고도 불리는 북대사에 도착하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처마 끝 고드름이다.

물을 구해 라면을 끓일 요량으로 스님께 물어 수통을 채운다.

그런데 스님께서 점심공양을 하고 가라시며 보살님께 준비를 시키신다.

몇 번 사양을 하다가 공양간으로 들어간다.

몇 년 전 이곳을 지나다가 보살님께 연시를 얻어먹은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공양까지....

보살님과 따님으로 보이는 예쁜 아가씨의 정겨운 대화를 들으며 맛나게 식사를 한다.

부처님께 참배를 하면 정말 피자를 먹을 수 있느냐는 따님의 질문에,

분명 먹을 수 있지만 그것을 생각하며 절을 해서는 안된다는 보살님의 답변이 재미나다.

식사를 마치니 커피도 한 잔 주신다.

인사를 하고 나와서 배낭을 뒤져 과일을 슬그머니 보살님께 드리고 나선다.

스님과 보살님 그리고 따님 모두 부처님의 은덕이 가득하시기를......

 

 

 

  

다시 갈림길로 내려오니 상왕봉에서 산객이 내려오신다.

럿쎌이 되어있다고 한다.

미륵암 스님과 보살님이 내게 점심공양뿐만 아니라 산길도 내어주신 것 같다.

잠시 오른 후 아이젠을 착용하고 천천히 걸어 해발 1491m 상왕봉에 도착한다.

 

  

 

 

 

 

 

 

가까이 혹은 멀리 조망되는 산군은 모두 하얗다.

한참을 고스락에 머물며 풍광을 즐기다가 정상을 향한다.

 

 

 

 

눈은 많이 쌓였지만 날씨가 따듯하고 바람이 없어서인지 상고대와 눈꽃은 볼 수가 없다.

파란 하늘만이 눈이 부시도록 시리다.

대부분의 산객이 비로봉에서 내려오므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양보하며 걷기에 진행속도가 늦다.

덕분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헬기장인 1537봉에 도착하니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해발 1563m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에 선다.

바람 한 점 없이 따듯하다.

효령봉 쪽으로 발자국이 있어서 길을 따르다가 금시 되돌아온다.

 

 

 

 

 

 

 

적멸보궁, 중대사를 차례로 지난다.

 

 

 

 

 

중대사에서 상원사로 바로 가는 산길을 택한다.

두 번째 걸어보는 길인데 아무도 없다.

 

 

 

상원사 경내는 지난번에도 둘러본지라 새로 보이는 조각과 그림만 디카에 담는다.

 

 

 

 

 

 

 

효령봉에 오르지 않아서 계획보다 한 시간 일찍 산행을 종료한다.

오대산에는 몇 번 왔지만 한 번도 월정사를 가 본 적이 없어서 사찰을 둘러보기로 한다.

찻집 앞에 붙여 놓은 불교 경전의 글이 눈길을 끈다.

차장들과의 미팅 때 김 차장이 발표한 내용이다.

 

 

"바람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일주문이 보이지 않아 의아해했는데 1Km 정도 조성된 잣나무길 끝에 있단다.

경내를 둘러본 후에 그 길을 왕복한다.

월정사에 어둠이 밀려오며 조용히 하루가 저문다.

 

 

 

 

 

 

 

 

 

 

 

잣나무길 끝에 600년 이상을 살다가 몇 년 전에 죽은 고사목 밑동이 한 그루 서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무엇 있으랴?

그러나 죽어서도 이름을 알리고 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자연에게서, 사람에게서 잊혀가는 것이 무수하다.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 무언가에 생각을 뺏긴 채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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