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반야/삼정산 산행기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지리, 반야를 담다)
1. 개 요
□ 구 간 : 피아골~반야봉~삼정산
-제1소구간 : 직전마을→반야봉→연하천(15.2㎞)
-제2소구간 : 연하천→삼각고지→삼정산→삼불사(약15㎞)
2. 일 시 : 2011.2.8~2.9(1박2일)
3. 교통편
▷ 2/8 부산서부터미널(시외버스 08:00)→구례(군내버스11:40)→직전마을
▷ 2/9 마천(군내버스14:50)→함양(시외버스19:00)→동서울
4. 참석자 : 전진수
5. 숙 박
▷ 2/8 연하천대피소
6. 산 행
<첫째 날>
직전마을→피아골대피소→임걸령→노루목→반야봉→토끼봉→연하천대피소
입춘이 지나고 서서히 겨울이 물러나고 있다. 지리산은 2월 중순부터는 산방기간으로 입산이 금지된다. 남은 기간 동안 겨울 산행을 몇 군데 더하자는 계획을 세워 그 첫 번째로 다시 지리를 찾는다. 지난 달 천왕봉에서의 멋진 일출 이후 두 번째이다. 이번에는 그동안 두 번이나 올랐음에도 그 풍광을 사진에 담지 못한 반야봉과 지리의 주능선을 감상할 수 있는 삼정산을 오를 생각이다. 그러면서 3년 전 여름에 7암자 순례 길을 찾지 못하고 일부만 돌아보았던 암자를 다시 둘러보기로 한다. 피아골을 들머리로 하기로 하고 구례에서 11시 40분에 출발하는 직전마을행 버스에 오른다. 처음 피아골을 찾았을 때와 같은 시간이다. 평일인지라 등산객은 나 혼자다.
웃지도 울지도 몰 할 일이 발생한다. 안경이 없는 것이다. 구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두고 나온 모양이다. 어떻게 할지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산행 계획을 바꾸어 내일 삼정산을 오르는 대신 화엄사로 하산하여 구례로 가 안경을 찾기로 한다. 그런데 나중에 배낭 속에서 안경이 발견된다. ㅎㅎ
봄비인지 겨울비인지 조금씩 뿌리던 비는 계곡으로 들어서자 그친다. 피아골에는 벌써 봄기운이 확연하다.
봄은 소리로 온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아마 주능선에 오를 때 까지는 혼자일 것이다.
눈이나 펑펑 내리면 좋겠다.
구계포계곡을 지나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한다. 대피소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신기하다.
역시 머무는 산객은 없는 듯하다.
눈이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이다.
올 겨울에는 유난히도 내 발자국을 먼저 남기는 눈 산행이 잦다.
첫 휴식을 갖는다. 과일을 꺼내기 위해 배낭을 연다. 구례 식당에 두고 온 걸로 생각했던 안경이 나온다.
걱정이 사라진다. 오늘, 내일 산행 일정에 대한 걱정이었다.
드디어 지리 능선에 다다른다. 산 속 세상은 온통 뿌옇다. 등산객이 한둘 보이기 시작한다.
곧 도착한 임걸령 샘터에서 찬 물을 들이킨다.
아무런 흔적이 없는 눈길을 밟고 올라가 반야봉에 선다. 멋진 설경이 펼쳐진다.
바람 햇빛의 조화가 이루어낸 상고대가 조망이 트이지 않은 반야를 대신한다.
샛길 출입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린 길을 눈여겨본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위해서이다.
묘향암과 이끼폭포를 찾아가는 길일 것이다. 올 여름에는 가능할까?
눈에 묻힌 삼도봉 탑은 마치 창끝 같다.
초저녁 안갯속 화개재는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랜턴을 준비한다. 연하천대피소 까지는 10리를 더 걸어야 한다.
대피소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오늘은 담요 대신 매트리스와 침낭을 준다.
항시 북적대던 연하천대피소 취사장은 젊은이들 한 팀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뿐 조용하다.
<둘째 날>
연하천→벽소령임도→영원사→삼정산→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마천
오늘 새벽에 모처럼 지리의 별을 보았다. 북두칠성은 연하천대피소 지붕 위에 걸려있다. 온도계는 영하 11도를 가리키지만 바람이 세차지 않아서 별로 추운 줄 모르겠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한바가지 들이키고 다시 대피소로 들어가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취사장에는 나와 여성 홀로 산객과 지리산에 처음 왔다는 젊은 일행이 아침 준비를 한다. 다들 목적지가 다르다. 홀로 산님은 어제 화엄사에서 출발하여 오늘은 대원사까지 간다고 한다. 겨울 화대종주를 하는 진정한 산꾼 같다. 젊은이들은 장터목산장까지 진행하고 1박을 더 하고 내일 백무동으로 하산을 한다고 한다. 여유로운 산행이 부럽다.
새벽녘 많던 별들은 어느덧 많이 사라지고 어둠은 물러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은 길이 잘 보이지 않아 랜턴을 켜고 도솔암으로 향한다.
도솔암으로 가기 위해 희미한 산길을 따르지만 종주로에서 벗어나는 길부터는 흔적이 없다.
포기하고 음정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를 따른다. 그러면서 지난번과 같이 네 암자만 둘러보기로 결정한다.
벽소령 임도에 도착하고 10리를 더 걸어 영원사로 가는 초입을 발견한다.
영원사로 가는 계곡은 오늘도 놓치고 작은 고행의 길을 따라 고도를 높인다. 3년 전 여름이 기억에 떠오른다.
전에는 없던 샘터를 지나고 도솔암에서 영원사로 오는 입산금지 된 길을 지난다.
벌써 두 번 이나 놓친 길이지만 언젠가는 꼭 통과하고픈 길이기도 하다.
삼정산으로 오르는 길에 멋진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거기서 반야봉의 궁둥이가 뚜렷이 조망된다.
양지바른 된비알 낙엽길과 눈길을 번갈아 걸어 정상에 도착하니 조그마한 정상석이 반긴다.
다시 삼거리 이정목이 있는 곳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곧 두 번째 암자인 상무주암에 도착한다.
여름에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어느 산님의 블로그에서 본 “上”과 “無”에 대한 주지스님 해석이 떠오른다.
어떤 분일지 궁금하다. 그러나 미천한 산객은 다시 걸을 뿐이다.
문수암 댓돌에는 신발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지만 인기척은 없다. 스님은 출타중이실까?
옛 여름 어느 날 녹차를 한 잔 주시고 깨달음을 주셨던 스님이시다.
한겨울 지리산 자락의 작은 암자는 동면에 들어간 듯 삼불사도 조용하기만 하다.
약수암으로 가는 산길을 찾아보려고 주변을 서성이지만 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삼불사에서 약수암으로 가는 길은 찾지 못했지만 계획한 암자를 모두 들러보고 도마마을로 하산한다.
여름에 봤던 이끼 낀 아름다운 돌계단은 눈에 덮여있다. 버너를 지펴 라면을 끓인다.
아직도 마천까지는 먼 거리이다.
2시 30분에 마천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삼정산에 오르고 네 암자를 돌아보는데 8시간이 소요된 둘째 날 산행을 종료한다.
봄과 겨울의 두 모습을 보여준 피아골과 바람서리꽃으로 겨울 지리의 진면목을 보여준 반야봉, 겨울산사의 조용한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 산행이었다. 올 적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지리산은 이제 여름에나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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