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레킹(둘레길)/달빛걷기

제8회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 대회 참가기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 대회


 



□ 기  록 : 2009.10.31 19:33~2009.11.1 09:39(14시간 6분)


 

□ 참석자 : 김 종규, 전 진수


 

□ 참가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66㎞를 걷기로 한 것이다. 특별한 연습 없이 하던 대로 산행을 하고 새 트래킹화 적응을 위해 걸은 것과 일주일간 식단표대로 식사를 하며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섭취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두 번째 출전하는 김 과장은 많은 연습을 한 것 같다.

   기장에서 만나 새마을 열차로 경주에 도착하여 이른 저녁을 먹고 저녁 6시경에 황성공원에 도착하니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듯하다


  ○10/31 18:00~19:30 식전행사

             이번 대회부터는 조기 출발을 막기 위해 19:30에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출발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식전행사를 꼬박 구경해야 했다. 노란색(33㎞)과 파란색(66㎞) 번호표를 달고 흥겨워하거나 초조해하는 참가자들을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한 것 같다. 월성원자력발전소 등 단체 참석자들도 많은 듯하다. 산행과 마찬가지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분위기가 매우 즐거워 보인다.


 

 

 

 

 

 

 

 

 

  ○ 19:33 출 발

              출발 3분 후에 우리도 체크카드를 받아 쥐고 드디어 장도에 오른다. 긴장감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앞선다. 잘 걸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마 김 과장도 같은 마음이리라.


  ○ 21:30 10㎞ 지점 통과(1시간57분 소요)

             3천 여 명의 참가자들이 줄을 지어 걷는다.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비는 내리지 않고 보름달에 가까운 둥근달이 밝다. 이름 그대로 달빛 걷기이다. 시간당 5㎞의 속도로 걸어 보문호수를 통과하여 10㎞지점이 채 안 되는 지점에 도착하여 방울토마토로 수분을 보충하고 나는 담배를 한 대 맛나게 피운다. 그리고 10여 분 후에 10㎞ 지점을 통과한다.

 

 

 

 

 

 

 

  ○ 22:50 20㎞ 지점 도착(3시간17분 소요)

             10㎞ 지점 이후 40분에 5㎞를 걷는 엄청난 속보로 걸었다. 33㎞ 참가자와 갈라져 같이 걷는 인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속도를 더 낼 수 있었나 보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고 제법 긴 휴식 시간을 갖는다. 물집 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침부터 바세린을 발라 두었던 터이나 바세린을 발바닥에 더 바르고 양말을 갈아 신은 후에 출발한다.

 

 

 

 

 

 

  ○ 23:21 첫 번째 스탬프 확인

             덕동호수를 오른편에 두고 달빛을 받으며 걷는다. 아직 피로감은 오지 않는다.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첫 스템프를 받아드니 빛을 발하는 프레쉬봉을 하나씩 준다. 예쁘다.

 

 

 

 


  ○ 00:23 26㎞ 지점(추경재) 도착(4시간50분 소요)

             덕동호를 지나 낯익은 도로를 걷는다. 경주에서 감포나 월성원자력으로 가는 길이다. 추경터널이 아닌 옛길을 걸어 오른다. 처음으로 경사로를 오르는 것이다. 차량 통행이 많아서 가능한 오른편으로 바짝 붙어 걷는다.

     추경재에 도착하니 컵라면이 기다리고 있다. 맛나게 해치우고 신발과 양말을 벗고 휴식을 취한다. 여기까지는 휴식을 포함하여 시속 5.2㎞로 걸어왔다. 25분 정도 쉰 다음에 추경재를 내려서기 시작한다. 내리막길이므로 더욱 걸음걸이가 빨라진다.

     화랑고등학교를 지나 오늘 걷기대회의 가장 난코스인 석굴암 오르는 길에 선다. 중간에 꿀물을 한 잔 마시고 휴식을 취해가며 느긋하게 걷는다. 또 한 번의 스탬프를 받고 오름길을 계속 걷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것인가? 만반의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신발이 젖으면 물집이 잡힐 것이고 그럼 완주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배낭커버를 씌운다. 그러나 하늘의 둥근 달은 구름 속을 들락날락 거리고 빗방울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다행이다.

 

 

 

 

 

 


  ○ 04:10 41㎞ 지점(석굴암 주차장) 도착(8시간37분 소요)

            토함산 자연휴양림을 지나니 오름길이 끝난다. 가로수가 너무 멋져서 헤드랜턴을 비추며 걷는다. 약수터에서 수통을 채우고 금시 석굴암 주차장에 도착한다. 여기까지 휴식시간 포함 시속 4.8㎞ 속도로 걸었다. 휴식 시간을 제한다면 아직 5㎞ 이상의 걸음이다.

     바람이 매우 세다. 얼른 텐트로 들어가서 시레기 해장국을 먹고 모처럼 편안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김 과장은 20여분 정도 단잠을 잔다. 나는 뒤이어 도착한 매우 지쳐 보이는 참가자와 대화를 하느라 눈을 못 붙인다. 준비해간 물파스와 테이프로 그 젊은이를 돕는다. 아무 준비 없이 참석한 것 같은데 무리한 결정이다.

     우리는 다시 양말을 갈아 신고 나머지 25㎞를 걷기 위해 텐트를 나선다. 40여분의 휴식이었다. 새벽바람은 더욱 차가워졌다. 지금까지 잘 걸어왔다. 그리고 걱정했던 비가 내리지 않는 완주의 의지는 더욱 굳어진다.

 

 

 

 

 

 

 

 

 

 

 

  ○ 05:35 불국사 주차장 통과

            황성공원을 출발하여 처음으로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을 걷는다. 토함산 등산로이다. 불국사 후문으로 들어서서 경내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한다. 아마 45㎞가 채 안 되는 지점인 듯싶다. 김 과장도 나도 아직 지치지는 않았다.    

 

 

 

 

 

 

 

 

  ○ 06:38 50㎞ 지점 통과(11시간5분 소요)

            불국사역을 지나 시내로 들어선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 걷는 중에 가게나 자판기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참을 수밖에..... 길가 평상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잠시 쉰다. 지나가는 어느 여성 참가자가 우리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초콜릿을 권하지만 우리는 사양한다. 아마 우리가 매우 지쳐보였나 보다. 그러나 잠시 후 우리는 다시 그들을 앞서며 초콜릿을 얻어먹는다. 한 분은 마라토너이고 한 분은 산꾼이다. 백두대간을 하고 있단다.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거리를 걷는다.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아직 시속 5㎞를 유지하고 있다. 잠이 쏟아질 것을 가장 우려했는데 정신은 아직 말똥말똥하다. 완주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제 날이 훤하다. 국도변에서 통일전으로 가기 위해 인도를 벗어나 농노로 들어선다. 안내 표지판은 계속 인도를 따르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모두들 앞서 가는 이들을 따라 한 길을 간다. 추수 때를 훨씬 넘겼음에도 논에는 아직도 추수하지 않은 벼가 누런 채로 남아있다.

 

 

 

 

 

 

 

  ○ 07:13 55㎞ 지점(통일전 직전) 통과(11시간40분 소요)

             노란 은행나무가 길 양쪽에 도열하고 그 끝에 통일전이 보이는 멋진 길을 걷는 중에 55㎞ 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그리고 10분을 더 걸어 마지막 휴식처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막걸리와 바나나를 나누어 준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고 쉴 자리를 찾아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제 11㎞ 밖에 남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11시 전에 골인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긴 시간을 쉰다. 

 

 

 

 

 

 

 

 

 

 

 

 

 

 

 


  ○ 09:15 대릉원 통과 및 마지막 스탬프

              통일전을 출발하여 박물관으로 향한다. 그 전에 세 번째 스탬프를 받는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데 박물관 앞에도 자판기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가던 많은 이들이 다리를 절룩거리거나 몹시 지쳐 보인다. 그들 모두에게 힘내라는 인사를 건네며 여유롭게 석빙고로 올라선다. 그런데 앞서가는 이들이 다른 길로 들어서는 것 같다. 김 과장이 알아 차렸으나 우리는 그들을 따르기로 한다. 그러나 곧 되돌아선다. 첨성대로 내려서는 길을 놓쳤던 것이다. 산행에만 알바가 있는 줄 알았는데 걷기에도 알바가 있다면서 억울하게 1㎞ 정도를 더 걸은 우리 둘은 전혀 억울하지 않은 마음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큰소리를 내어 웃는다.

     첨성대 앞에서 드디어 자판기를 발견하고 커피 한 잔을 빼 마신다. 와우! 맛나다. 대릉원으로 들어서기 위해 길을 건넌다. 도우미들이 이제 4㎞ 뿐이 남지 않았다며 격려한다. 대릉원에는 천마총을 비롯하여 이름을 알 수 없는 옛 분들의 커다란 무덤이 무수히 많다. 밖으로 나오니 마지막 스탬프가 기다리고 있다. 체크카드에 찍혀있는 네 개의 스탬프를 보니 마치 골인 지점에 들어온 것처럼 기쁜 마음이 밀려온다.

     어제 저녁 7시33분에 출발하여 지금까지 13시간 42분 동안 약 63㎞를 걸어 온 것이고 이제 마무리 까지는 3㎞ 정도를 남기고 있다. 또한 우리는 그 마무리를 10시 전에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 09:39 결승점 도착(14시간6분 소요)

            드디어 어제 저녁에 출발했던 황성공원의 노란 아치형 결승점에 들어선다. 14시간 6분이 소요되었다. 우리는 완주를 했다는 기쁜 마음에 서로 악수를 나누고 풍선 아치 아래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그리고 본부석으로 가서 메달과 완보증을 받아들고 다시 한 번 완주의 기쁨을 나눈다.

     계획을 세울 때는 앞서 걸은 많은 분들의 기록을 참조하여 시속 4㎞ 정도를 유지하며 17시간 30분 을 목표로 하였는데 오늘 우리 기록은 3시간 24분을 앞당긴 기록이며 평균 시속 4.7㎞로 걸은 셈이다.

     컵라면을 먹은 추경재, 아침 식사를 한 석굴암 주차장 그리고 마지막 간식을 먹은 통일전에서의 긴 휴식시간과 틈틈이 쉰 짧은 휴식시간을 합치면 아마 2시간이 채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순수하게 12시간 30분 정도 걸은 셈인데 이 기록은 시속 5.2㎞에 해당한다.  빨리 걸었다.

 

 

 

 

 

 

 

 

 

 

 

     장거리를 걷는 것은 산길을 걷는 것과는 달랐다. 처음 걸어보는 거리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산을 걸으며 단련된 참을성과 계획적인 걸음걸이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나와 보조를 맞추며 같이 걸어준 김 과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게 마무리할 수 없었을 것이고 내리지 않은 비, 쏟아지지 않은 잠 그리고 생각보다 춥지 않은 기온 등이 또한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가슴에 담은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당분간 침대 머리맡에 걸릴 메달과 완보증을 보며 오늘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